- [리드머 뷰] 살아남기 위해 '무그 뮤직'이 내린 특단의 조치
- rhythmer | 2015-06-12 | 2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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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명 아티스트들은 전부 무그 뮤직사(Moog Music)의 신시사이저를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그 뮤직은 음악계에서 입지를 확실히 하였으며, 신시사이저의 사용이 일반화돼있는 요즘, 음악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선두주자로서 명성을 쌓아왔다. 실제로 닥터 드레(Dr. Dre)나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와 같은 유수의 아티스트들이 무그 뮤직사 제품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넘치는 수요에도 무그 뮤직은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경제난 탓에 수취 계정 액수가 증가하고 미수금 납일이 계속하여 미뤄지면서 현금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데다가 모든 제품이 수작업을 통해 제조되는 특성 때문에 제작비용이 기본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같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무그 뮤직이 내린 특단의 조치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바로 직원들에게 회사 지분의 49%를 스톡옵션(Stock Option/*편집자 주: 기업이 임직원에게 일정 수량의 자기 회사의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여 영업 이익 확대나 상장 등으로 주식값이 오르면 그 차익을 볼 수 있게 하는 보상 제도) 형태로 지급한 것이다. 법인 소유주 마이클 애덤스가 가지고 있는 51%의 지분 또한 신탁의 형태로 직원들에게 대출되어 향후 6년에 걸쳐 상환된다. 결과적으로 6년 뒤에는 직원들이 무그 뮤직사의 지분을 100% 소유하는 구조가 되며, 애덤스 역시 51% 지분에 대해 직원들에게서 세전 액수와 이자까지 상환받는다는 점에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라고 볼 수 있다.
무그 뮤직의 사례는 영세한 규모의 음악 관련 법인들이 최근 경제난을 이겨 낼 수 있는 돌파구를 제시한다. 생산관리 담당자 티제이 밀스(T.J. Mills)는 회사의 결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솔직히 이전까지는 회사가 얼마를 벌고, 얼마를 잃고 하는 게 그다지 중요치 않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우리가 회사의 주인이 된 이상, 이제 이 회사가 우리의 전부죠."
밀스와 같이 다른 직원들도 확고한 주인 의식으로 회사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한다. 임직원들이 회사의 결정에 모두 만족하는 가운데, 2005년 뇌종양으로 별세한 무그 뮤직 창립자 고 로버트 무그(Robert Moog) 역시 생전에 회사 지분을 직원들에게 온전히 넘겨줄 구상을 하고 있었다고 그의 부인 일레나 그램스-무그(Ileana Grams-Moog)가 진술했다. 다만, 당시 통상적인 경영 의례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회사의 안정성을 위해 실천하지 못했다고.
물론, 마이클 애덤스의 조치가 회계 측면에서 회사의 생사를 결정지을 만큼 실용적인 방안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본 결정을 통해 이룬 직원들의 사기 진작은 확실히 전문 경영인이 가져다줄 수 있는 이점을 뛰어넘을만한 성과가 아닌가 싶다. 실제로 무그 뮤직사에서 9년 이상 근속해온 직원들은 지급된 스톡옵션 중 20%를 즉시 베스팅(Vesting) 할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지며, 시급 12불을 받으며 본사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근로자들 역시 은퇴 시점에는 약 10만 불(한화 약 1.2억 원) 정도의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밀스와 같은 직원들이 회사의 존속을 위해 사활을 걸 이유가 생긴 셈이다.
미 근로자 소유주 협회(NCEO)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약 7,000개가량의 법인들이 무그 뮤직과 같은 경영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러트거스 대학(Rutgers University)의 경영학과 교수 더글라스 크루즈(Douglas Kruse)의 연구진은 이와 같은 회사들이 전문 경영인을 필두로 한 회사들보다 불경기에 생존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무그 뮤직과 같은 회사들은 직원들과 경영진 간의 관계가 굉장히 밀접하며, 회사가 도산할 경우 퇴직자들이 취할 수 있는 이득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직원들이 회사의 순익 구조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형태라고 설명했다.대규모 레이블과 기획사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현 음악계에서 보다 작은 회사들은 색다른 경영 철학을 지닐 필요가 있다. 남들과 같은 경영 철학으로서는 생존할 확률이 높지 않을뿐더러, 전문 경영진과 직원의 경계가 확실한 통상적 회사 경영 구조를 통해서는 직원들에게 충분한 주인의식을 심어주기 어렵고, 임직원들 간의 소통을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세한 규모의 회사로서 구조적인 이윤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경영 철학의 개선이 필수적이기 마련이다.
이러한 경영 철학을 관철시키기에는 현 음악 시장에서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지구력과 경영진의 열정이 필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획일화된 음악 트렌드에 젖어버린 대중을 설득하고 새로운 경향을 창출해내기에는 중장기적인 안목과 끈기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소규모 음악 제작사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레이블에 대항하고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길을 걷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정신력과 자생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영 구조의 혁신을 통해 음악 산업계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는 무그 뮤직의 사례를 눈여겨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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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nual (2015-06-13 14:57:44, 121.64.64.**)
-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은연중에 회사가 독식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기존의 구조보다 훨씬 진보적이네요.
어차피 무그 정도면 사라지지 않고 인수되거나 다른 마케팅으로 살아남았겠지만, 어찌되었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계속 좋은 신디 나오면 좋겠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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