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뷰] 스타더스트 David Bowie, 힙합 속 그의 흔적을 찾아서…
- rhythmer | 2016-01-12 | 1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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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일권
흔히 전통적인 형식을 파괴하고 혁신적인 예술을 추구하는 이들을 ‘전위적’이라 일컫곤 한다. 그리고 오늘날 블랙뮤직계에서 ‘전위적 아티스트’를 떠올리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칸예 웨스트(Kanye West), 아웃캐스트(Outkast), 에리카 바두(Erykah Badu), 자넬 모네(Janelle Monae)… 이들은 모두 탈장르 정신과 과감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힙합과 알앤비 음악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거나 활력을 불어넣어왔다. 특히, 이들 4인이 그동안 발표했던 결과물에선 흥미로운 공통분모가 발견되는데, 바로 우주, 혹은 우주를 모티프로 창조한 가상세계를 컨셉트로 삼거나 노래했다는 점이다.그리고 이 같은 전위적인 예술과 SF 세계관이 음악과 결합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린 두 명의 진보 아이콘과 만나게 된다. 글램 록(Glam Rock)의 대명사 데이빗 보위(David Bowie)와 피펑크(P-Fun)의 창시자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이다. 파격적인 패션과 퍼포먼스는 물론, 자신이 만든 음악 속에 사는 또 다른 자아가 존재했던 것까지 비슷했던 두 거장. 그들 중 데이빗 보위가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나사(NASA)가 화성으로부터 맷 데이먼((Matt Damon)을 데려오기 훨씬 오래 전에 이미 그곳의 거미들을 이끌고 와 세계대중음악계를 뒤흔들었던(‘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Spiders From Mars’ -1972년작) 보위에겐 새롭고 파격적인 의미를 담은 세상의 온갖 단어를 갖다 붙여도 왠지 부족함이 느껴진다. 그만큼 그와 그의 음악은 장르의 경계를 넘어 여러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주었고, 힙합, 알앤비 아티스트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보위는 소울과 펑크(Funk) 음악을 시도한 적도 있으며, 그 수가 많진 않지만, 그가 남긴 명곡들은 샘플링, 혹은 커버를 통해 블랙뮤직 씬에서도 꾸준히 회자되어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할만한 작업에 사용된 보위의 곡이 4개 있으니, 우선 1983년에 발표했던 “Let’s Dance”란 곡이다.
밴드 쉭(Chic)의 나일 로저스(Nile Rodgers)와 함께 만든 “Let’s Dance”는 펑크(Funk), 디스코, 록이 한데 어우러진 동명 타이틀의 앨범이 지닌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데, 아렴풋하면서도 긴장감을 조성하는 키보드 베이스와 신스가 일품이다. 그리고 ‘97년에 발표된 퍼프 대디(Puff Daddy)의 정규 데뷔작 [No Way Out]엔 이 부분을 가져와서 힙합으로 재탄생시킨 곡이 수록되어있다.
Puff Daddy Feat. The Notorious B.I.G. & Mase - Been Around the World
[No Way Out]의 네 번째 싱글이었던 이 곡은 감각적인 프레이즈 샘플링과 노토리어스 비아이쥐(The Notorious B.I.G.)의 인상적인 후렴구에 힘입어 당시 빌보드 싱글 차트 2위까지 오르며 대히트했다. “Let’s Dance”를 샘플링한 또 다른 히트 싱글론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크레이그 데이빗(Craig David)의 "Hot Stuff (Let's Dance)"가 있다.
퀸(Queen)과 보위가 함께 만들고 불러 큰 화제를 모은 “Under Pressure”(1981)도 빼놓을 수 없다.
최초 퀸의 멤버 존 디콘(John Deacon)이 창조한 이 곡의 엄청난 베이스라인은 그로부터 약 9년 뒤 한 백인 랩퍼에 의해 차용되어 엄청난 히트곡이 탄생하는데 원동력이 되었다.
Vanilla Ice – Ice Ice Baby
‘(춤도 추는) 잘생긴 백인 랩퍼’ 이미지를 등에 업고 등장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바닐라 아이스의 이 곡은 빌보드 역사상 최초로 종합차트 1위를 기록한 랩/힙합 싱글이었다. 비록, 바닐라 아이스는 “Ice Ice Baby“와 앨범 [To the Extreme]의 대성공 이후, 여러 약점을 노출하며 힙합 씬에서 퇴출되다시피 했지만, 이 곡만큼은 팝 랩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위의 “Under Pressure”가 없었다면 이 같은 결과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데이빗 보위의 대표작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Spiders From Mars]에 수록된 “Soul Love”는 좀 특별하다.
이 곡은 비록, 확실한 컨셉트 아래 만들어진 앨범의 내러티브에선 벗어난 느낌이지만, 곡 자체가 주는 감흥은 매우 훌륭하다. 무엇보다 힙합 씬의 두 천재 프로듀서인 고 제이 딜라(J Dilla)와 엘피(El-P)가 드럼을 차용했다는 사실에서 히트 싱글에 샘플링된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J Dilla Feat. Guilty Simpson - Take Notice
El-P - Innocent Leader
낭만적인 베이스와 기타 리프가 등장하기 전 귀에 와서 찰싹 하고 달라붙는 “Soul Love”의 드럼 파트는 각각 제이 딜라의 [Ruff Draft]에 수록된 “Take Notice”와 엘피의 [Fantastic Damage]에 수록된 “Innocent Leader”에서 재탄생되었다. 이처럼 자존심과 실험 정신 충만하기로 첫 손 꼽을만한 두 아티스트가 탐낸 드럼의 곡이라는 점에서 더욱 각별해진다.
그런데 힙합 속에 살아있는 데이빗 보위의 명곡들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숨을 내뿜는 건 역시 “Fame”이다. 가장 많이 샘플링된 곡이기 때문이다.
투철한 실험 정신을 이어가던 보위가 무려 필리 소울(Philly Soul)까지 껴안았던 75년작 [Young Americans]는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블랙 뮤직의 향기가 진한 앨범이었으며, 정통 펑크를 추구한 “Fame”은 이러한 앨범을 대표하는 곡이었다. 특히, 펑키한 연주 위로 ‘풰~임’하며 보컬이 치고나오는 순간의 전율은 여전히 짜릿하다. 그만큼 이 곡은 많은 힙합 아티스트를 매료시켰다.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 EPMD, 닥터 드레(Dr. Dre), 아이스 큐브(Ice Cube), 올 더리 배스터드(Ol' Dirty Bastard), 울트라마그네틱 엠씨즈(Ultramagnetic MC's), 엠씨 라이트(MC Lyte), 제이지(Jay Z) 등의 곡에서 각각 프레이즈로, 혹은 보컬 일부로 샘플링된 "Fame"을 발견할 수 있다.
Dr. Dre - Fame Feat. RC, King Tee
Ice Cube - Alive On Arrival
Ol' Dirty Bastard - Dirty Run
비단 록 팬들뿐만 아니라 힙합과 알앤비 팬들에게도 잊히지 않을 위대한 아티스트, 데이빗 보위를 추모하며….
Rest In Peace ‘Ziggy‘ David Robert Jones
1947.01.08 ~ 2016.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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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랩퍼엔 (2016-01-12 17:36:40, 211.56.190.***)
- Fukka/ 맞아요!!! takeover! 방금 화장실 갔다오면서 생각났는데 역시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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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tox (2016-01-12 15:43:22, 1.237.60.**)
- 톰소령은 죽은게 아니야.
지구에서의 고달픈 삶을 끝내고 그의 고향 우주로 잠시 돌아갔을뿐...
때가되면 또다른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다시 지구로 귀환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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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kka (2016-01-12 14:46:12, 110.70.26.***)
- 랩퍼엔/ 'takeover'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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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랩퍼엔 (2016-01-12 14:01:23, 211.56.190.***)
- 아! 저 페~~~~임 보컬이 데이빗보위 원작이었군요. 제이지 노래에서 분명히 들었는데 레니게이든가.. 뭐였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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