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뷰] 잠입 르포 - 힙합퍼를 위한 힙합펍 (3)
- rhythmer | 2016-07-21 | 1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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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우동수
6월말 블랙 뮤직 카페 ‘백인 더 데이’가 영업을 종료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곳이라서 잠시 미뤄두었지만, 언젠가는 꼭 소개하려고 마음먹었던 곳이기에 이곳의 영업종료는 아끼는 뮤지션의 은퇴만큼이나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아이스 큐브 라떼’처럼 깨알 같은 메뉴와 공들여 꾸민 인테리어, 선곡 리스트 등등, 재미있게 다룰 요소가 많았던 ‘백 인 더 데이’의 기억을 정리하던 중, 어느날 갑자기 또 다른 힙합펍이 우리 곁을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급히 지하철에 올랐다. 그리고 도착한 역은 회사에서 나름 맵시꾼인 내가 모범생으로 느껴지는 곳, 어쩐지 중년에게는 금지된 땅처럼 느껴지는 홍대였다. 오늘 소개할 곳은 바로 그 홍대에 위치한 ‘슬로우(SLOW)’란 펍이다.
인스타그램 소개글 (https://www.instagram.com/slow_allblack/)
슬로우 Hiphop, Rnb, Soul Music select shop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64-16 b1
영업시간
월요일 휴무, 화~목 : 16~02, 금~토 :16~05 일 : 18~02
‘슬로우’는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는데 이미 서로 팔로우하고 있는 사이였다. 기계적으로 팔로우를 맺다가 얻어걸린 인연이랄까. 첫 방문은 등과 이마에 국지성 폭우가 매일매일 반복되는 7월의 어느 목요일 오후 9시였다. 좁은 문을 지나 허세샷 찍기 딱 좋은 느낌의 계단을 내려가니 작은 스피커가 먼저 반긴다. 때마침 흘러나오는 탱크(Tank)의 “Your One”을 들으며 적어도 헛걸음하진 않았다는 안도감 속에 계단을 마저 내려가니 붉은 조명과 폐공장을 개조한 느낌으로 꾸며진 공간이 펼쳐졌다.
입구에 진열된 각종 CD부터 테이블에 적힌 ‘Trust Nobody – 2pac’ 같은 문구, 쿨리오(Coolio)의 카세트 테이프를 명함 케이스로 활용한 깨알 같은 인테리어들이 눈에 들어왔다. 주문은 테이블이 아니라 바에서 직접 하는 방식인데, 주문하는 자리에서 바로 신청곡을 적어서 냈다. 요즘 가장 핫한 디제이 칼리드(DJ Khaled)의 “For Free”와 스쿨보이 큐(Schoolboy Q)의 “That Part”를 신청했고, 얼마후 우리는 “That Part”를 약 10회 외치며 어깨춤을 추고 칼리드 표정을 흉내내며 “Another One”을 외칠 수 있었다. 가능한 신청곡을 다 틀어주려 노력한다니 부담 없이 곡을 신청해도 될 것 같다.
일단 최신곡의 속도를 확인했으니 다음부터는 최대한 신청곡을 자제하고 슬로우만의 선곡을 귀담아 들었다. 그날은 ‘90년대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힙합이 많이 나왔다. 사장에게 물어보니 그 시절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최신곡도 틀고 더 옛날인 ‘70년대 소울도 자주 플레이한다고.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피자 메뉴다. 동네에서 시켜먹는 그런 느낌의 피자가 아닌 남다른 향의 피자를 곁들이는 것만으로도 이미 흥겹던 자리가 더 흥겨워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렴하다!
인스타그램에서 신청곡 추첨을 통해 매달 경품을 주는 이벤트는 물론, 사진 찍고 싶어지는 조명까지 아기자기한 매력이 많은 곳이었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넉넉한 테이블 간격과 대화가 잘 들린다는 점이었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에게 몇 번이고 다시 말해야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말하는 것조차 피곤한 중년에게 참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춤을 추는 분위기인지 물었더니 미친 듯 추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주말 새벽에는 흥겨운 분위기 정도가 연출된다고.
다음은 7월의 어느 토요일 한 시간 동안 나왔던 트랙리스트다.
Remy Shand – Rock Steady
De La Soul – Pain
Oj da Juiceman – Runaway Girl
K-Ci & JoJo - Tell Me It`s real
Whitney Houston – Exalie
Joe – If I was Your man
Bow Wow – Shake It
Nas – N.Y State of mind
Nas – N.Y State of mind Pt.2
Maxwell – Whenever Wherever Whatever
Common – I want You
Texas – Say What You Want
Lil Yatchy – One Night
이런 분들에게 추천!1) 격렬한 음악을 들으면서 조용하게 대화 하고 싶은 독자
2) 술과 식사를 동시에 해결하고 싶은 독자
3) 홍대의 기운을 느끼고 싶지만, 살짝 두려운 독자
4) 인스타그램에 뭔가 있어 보이는 사진을 올리고 싶은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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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gginWa (2016-07-25 15:01:37, 152.99.213.**)
- 진짜 한번쯤은 가고싶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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