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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거리 냄새 진동하는 빡센 힙합이 그립다.
    rhythmer | 2013-10-25 | 2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http://www.hiphopdx.com/index/news/id.25720/title.pusha-t-says-emo-rappers-are-culture-vultures-

    최근 푸샤 티(Pusha T)'감성 랩퍼(Emo Rappers)' 비판 발언이 화제다. 근래의 랩퍼들은 지극히 감성적인데다가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거리의 언어를 내뱉는 이가 득세한다는 것이 요점이었다. 이름만 언급하지 않았을 뿐, 드레이크(Drake)를 겨냥한 것이 확실한 이 인터뷰는 멜랑꼴리 힙합에 염증을 느끼는 힙합 애호가들 다수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고백하건대 나도 이젠 멜랑꼴리 힙합에 염증을 느끼는 부류에 속한다. 보다 자세하게 말하자면, 드레이크와 그 추종자들이 들려주는 랩과는 180도 다른 방식의 랩을 선호한다. 격한 발언과 현란한 랩 스킬의 조합, 그리고 강렬한 분노의 표출이 가져다 주는 쾌감과 대리만족이 느껴지는 그런 랩과 비트 말이다. 

     

    푸샤 티의 인터뷰를 계기 삼아 현재의 메인스트림 힙합 무대를 돌이켜 보자. 캐쉬 머니(Cash Money)/영 머니(Young Money), 굿 뮤직(G.O.O.D. Music), MMG, 애프터매스(Aftermath), 록 네이션(Roc Nation) 등의 레이블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캐쉬 머니 소속의 드레이크로 대변되는 멜랑꼴리 힙합, 일렉트로 사운드와 힙합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다가 이젠 아예 제로의 영역으로 진입한 칸예 웨스트(Kanye West), 클럽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트랩 뮤직의 대명사 와카 플라카 플레임(Waka Flocka Flame), 투 체인즈(2 Chainz) 등이 흔히 말하는 '대세'이다. 작금의 메인스트림 힙합 씬에서 '90년대를 풍미했던 쿨 쥐 랩(Kool G Rap)이나 빅 엘(Big L)처럼 거리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이는 많지 않다. 푸샤 티의 발언을 지지하는 이들 중 다수는 아마도 그러한 스트리트 힙합을 그리워하고 있기 때문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거리의 삶을 논하는 힙합이 메인스트림 무대에서 쇠퇴하기 시작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환경적인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본다. 흑인들의 삶이 보다 윤택해지다 보니 자신이 겪은 거리의 삶, 혹은 경험에서 연유한 스토리텔링이 무뎌지게 된 것이다. 이는 시대가 변하면서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90년대에 비해 중산층 출신의 랩퍼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도 한 몫을 했고, 불우했던 유년 시절을 이야기하는 것을 진부하다고 느끼는 시선이 많아졌다는 사실, , 이제 거리의 이야기는 돈 되는 소재가 아니라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거리에서 마약을 팔거나 블루칼라 직업으로 삶을 연명하는 흑인들은 여전히 많다. 또한, 그들 가운데 랩퍼가 탄생하는 일도 계속 유효하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격한 랩을 해낼 수 있는 선수들이 잠재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랩, 또는 한 단계 확대하여 마초적인 측면이 강조된 스트리트 힙합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은 희박할까? 출중한 실력이 뒷받침된다는 전제가 붙는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몇 달 전 첫 정규 앨범을 공개한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도 수년 전에는 그러한 가능성에 근접한 랩퍼 중 하나였다. 만약, 프레디 깁스가 인터스코프(Interscope)와 계약하고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없었다면, 갱스터 랩의 부흥을 꿈꿨던 이들에게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작년 한 해 화제의 중심에 서 있었던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경우 스트리트 힙합의 부활을 꿈꾸는 이들에게 일종의 모범 답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빼어난 랩 스킬과 딜리버리를 갖춘 그가 [good kid, m.A.A.d city]를 통해 보여준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상기해 보라. 인터스코프/애프터매스와 계약하고, 애틀랜타와 LA를 오가면서 작업한 그의 앨범은 2012 올해의 힙합 앨범이라 할만큼 완성도와 영향력 면에서 완벽했다. 앨범은 플래티넘(100만 장 판매) 레코드의 반열에 오르면서 상업성과 음악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은 갱스터 랩 클래식으로 힙합 역사에 남게 되었다.

     

    나처럼 열혈 힙합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드래이크를 위시한 멜랑꼴리 힙합의 주자들을 타도하고, '90년대 힙합의 재현만을 바란다는 것이 아니다. 거리를 묘사하지 않는 힙합을 배척하려는 것도 아니다. 단지, 한 때 빌보드 차트를 석권했던 갱스터 랩, 넓게 본다면 빡센 하드코어 랩이 다시금 메인스트림 무대의 중심이 되는 광경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정답이라고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켄드릭 라마처럼 압도적인 실력을 갖춘 이가 대형 레이블과 계약을 체결해 좋은 앨범을 만드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이상적인 경로가 될 듯하다. 패션과 마찬가지로, 음악에도 유행이라는 것이 있고, 유행은 늘 돌고 돌기 때문에 언젠가는 힙합에도 복고의 시기가 올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다시 한 번 거리 냄새가 진동하는 힙합을 메인스트림 차트에서 보게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칼럼'은 그 어느 기사보다 필자 개개인의 견해를 바탕으로 하는 글입니다. 그러므로 리드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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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형만 (2013-10-27 12:28:53, 59.187.230.**)
      2. 울나라 랩퍼들도 붐뱁쪽은 진짜 사골끓이듯 많이 하는 반면 웨스트쪽은 좀 별로시도를 안하는 느낌
      1. 형만 (2013-10-27 12:23:16, 59.187.230.**)
      2. 근데 울나라에서 붐뱁스타일은 몰라도 웨스트 지펑이나 휴스턴쪽 올드스쿨 사우스를
        그리워 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거 같아서 아쉽..
      1. 할로윈1031 (2013-10-27 10:25:24, 175.202.126.***)
      2. 요즘 나오는 음악들 다양성 인정하고 흐름을 이어가는거 다 인정해주고 싶은데, 제가 지금 이글 읽으면서 EPMD - Headbanger, Big Pun - Boomerang을 듣고 있거든요?
        진짜 요즘것들 태반은 그냥 박살납니다.
      1. co.wic (2013-10-26 20:06:29, 114.30.7.**)
      2. 뮤지션이 자신만의 정체성을 갖고 이를 바탕으로 장르 안에서 다양성이 확보되는 건 좋은 일이지만, 저 역시 빡센 힙합으로 이 바닥에 빠져들었다 보니 역시 귀에 안 붙네요.
      1. 0r트모스 (2013-10-26 10:04:23, 1.241.26.**)
      2. 사실 전 재지한 힙합을 많이 좋아하지만 그래도 힙합에 빠지게 된 경유는 바로 90년대 중후반의 사운드.. 그러한 사운드는 사실 언제나 들어도 너무 좋죠.
      1. routss (2013-10-26 00:27:58, 59.29.72.**)
      2.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쫄바지입고나와서 뿅뿅 트랩에 흐느적 거리는거에 이젠 정말 염증이.ㅠ
      1. ellie (2013-10-25 23:02:58, 58.234.64.***)
      2. 90년대 중,후반 사운드가 여러모로 끝내줬지~
        요즘 나오는 메이저힙합은 무슨 게이뮤직인지 히팝인지 도통 분간이 안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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