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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빅뱅과 YG의 ‘변주’에 대한 강박 혹은 매너리즘
    rhythmer | 2015-06-07 | 2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지난 5 1일 발표된 빅뱅의 새 프로젝트 싱글(이자 새 앨범의 일부) [M]은 끝내줬다. 쉽지만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멜로디의 후렴, 전반에 걸쳐 흐르는 패배주의와 자괴감 깃든 가사의 조합이 일품인 “Loser”는 물론이고, 성적인 메타포를 뿌린 가사에 이어 허를 찌르는 '' 타령으로 쾌감을 선사한 "Bae Bae"까지, 그야말로 듣는 순간 피가 한쪽으로 쏠릴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특히, "Bae Bae"는 악기 소스와 샘플 하나하나가 기가 막히게 맞물리는 가운데, 상반된 무드의 벌스(Verse)와 후렴이 극적으로 교차하는 프로덕션 면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동안 완전체 빅뱅으로서 발표한 결과물이 지드래곤과 태양으로 대표되는 솔로 결과물의 완성도에 미치지 못해온 상황이었기에 [M]의 성과는 더욱 고무적이었다. 그런데 정확히 한 달여 만에 발표된 [A]는 좀 더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지점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근래 지드래곤을 중심으로 발표된 YG의 결과물에서 도드라지는 게 바로 '변주'. 주로 벌스와 후렴구에서 리듬 파트와 선율, 혹은 장르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주는 식인데, 이런 식의 변주가 적극적으로 사용된 건 바로 덥스텝(Dubstep) 장르가 대두하면서부터다. 그리고 이는 잘만 사용하면, 극적인 감흥을 고조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YG의 일부 프로듀서들 역시 이러한 점을 잘 파악하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지드래곤과 태양의 힙합 프로젝트였던 "Good Boy"의 예를 보자. EDM 스타일의 도입부에서 점점 템포를 빠르게 고조시키다가 지드래곤의 랩 후렴구('I am a good boy~' 하는 부분)가 시작되는 부분부터 템포가 확 줄어들며 힙합 스타일로 변하는 지점, 마찬가지로 태양의 보컬이 끝나고 다시 랩 후렴구가 나오는 지점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리듬과 선율이 변화하는 순서나 스타일적으로 세세한 부분이 좀 달라서 그렇지, "크레용", "세상을 흔들어", "Good Boy", "Bae Bae"에 이르기까지 변주는 YG표 음악에서 일종의 패턴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Good Boy""Bae Bae"는 그들의 변주 작법이 제대로 빛을 발한 곡들이라 할만하다.




     

    그런데 "Bae Bae"의 변주 스타일에서는 다이내믹하고 극적인 구성을 꾀한 것 외에도 한 가지 더 캐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벌스에서는 최대한 장르적 특성에 충실하되 후렴에서 상업적인 부분을 극대화하는 구성이다. 미국 메인스트림 힙합 사운드에 기댄 벌스에 이어 대중친화적인 멜로디 라인의 후렴을 포갠 "Bae Bae"가 그렇다. 사실 이는 근래 아이돌 케이팝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작법 중 하나다(EXID"위아래"도 대표적인 예). 뭔가 음악적으로 있어 보이게 하면서도 노골적으로 대중의 취향을 노리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를 감행한 케이팝 대부분은 너무 작위적인 냄새가 강해 음악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빅뱅의 "Bae Bae"는 이런 부분들을 굉장히 자연스럽고 기가 막히게 버무려낸 경우라 할만했다. 프로듀싱의 절묘함을 체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이처럼 빅뱅의 음악은 감각적인 구성과 수준급의 변주를 통해 쾌감과 희열을 선사해왔다. 그러나 이번 [A]의 타이틀 곡 "뱅뱅뱅"은 여러모로 큰 아쉬움을 남긴다. 평범한 댄스 팝의 클리셰에 갇혀 이전보다 한 보 이상은 후퇴한 구성과 진부한 멜로디 라인도 약점이지만, 무엇보다 치명적인 건 변주다. 시작과 동시에 질주하는 이번 곡은 랩으로 이루어진 후렴구가 등장하는 순간 레이드-(Laid-Back)한 트랩 비트로 전환되는데(‘크레용과 반대의 경우라 할 수 있겠다.), 일단 전과 같은 절묘함이 아닌 작위적인 느낌이 강할뿐더러 그렇다 보니 이전의 많은 변주들이 오버랩되며 피로감까지 엄습한다. 이쯤 되면, YG가 프로덕션적으로 변주에 대한 강박이 있거나 매너리즘에 빠진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게다가 같이 수록된 “We Like 2 Party”마저 미국 보이 밴드들의 음악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팝 록의 전형적인 구성과 보컬 어레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전작 [M]과 비교에서 오는 아쉬움이 더더욱 커진다. 

     

    비록, 이번 싱글이 빅뱅의 장점, 혹은 개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기대 이하의 완성도이긴 하지만, 그것 자체에 심각해질 필욘 없겠다. 현실적으로 한 뮤지션에게서 매번 신선한 감흥을 주거나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결과물이 나올 확률은 매우 희박한 거니까. 다만, 이제는 YG와 빅뱅이 변주에 대한 집착에서 좀 자유로워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본 칼럼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 기고했던 글을 일부 편집하여 게재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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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APS (2015-08-09 01:25:09, 220.70.78.***)
      2. M을 감탄하면서 들어서 나머지 A,D,E 도 다 기대해봤는데 M보다 좋은건 없더라고요..
        M이 너무 좋았던 탓일까요 A 나 D는 식상하기 까지 하더라고요..저도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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