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쇼미더머니’는 한국 힙합보다 크다
- rhythmer | 2015-08-29 | 3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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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남성훈
랩퍼 오디션/경연 프로그램인 엠넷의 [쇼미더머니] 시즌4가 떠들썩했던 참가자 지원과 심사위원 발표, 그리고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여성혐오 논란’을 지나 8월 28일 마지막 경연과 함께 막을 내렸다. 첫 방영이래 끊임없이 여러 문제를 노출하고 논란을 불러일으켰음에도 시즌을 거듭할수록 랩퍼들에겐 몸값을 올리는 통로가 되고 있는 [쇼미더머니]. 프로그램이 끝난 이 시점에서 과연 [쇼미더머니]가 한국 힙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여기에 동참하는 뮤지션들의 태도와 발언에서 무엇을 감지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우선 과거로 시계를 돌려보자. 시즌3의 흥행으로 지원자 모집이 시작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저런 연유로 이름을 알리고 있던 기성 랩퍼들의 지원 소식이 날아들었다. 그중 출연이 의외라 생각되던 이들은 역시나 SNS나 인터뷰 같은 경로를 통해 지원의 변을 밝혔다. 그리고 이는 시즌3까지 지나오면서 [쇼미더머니]를 둘러싸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생각해보면,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특히, 지난 2012년 [쇼미더머니]가 첫 방송 된 후 게재했던 칼럼 “두 가지 시선에서 바라본 '쇼미더머니'”의 마지막 두 문단에서 쉽게 예상한 상황이기도 했다.
LINK: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10074&m=view&c=21&s=feature
비관적인 논조로 적었던 글이 꽤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장르 씬’이라고 불리던 한국 힙합 시장과 구성원 대부분이 매우 허술한 틀 안에서 버텨왔다는 사실과 그 틀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현실을 쉽게 견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처럼 뻔하디뻔한 현실은 그대로 보이기를 원하지 않는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부정하고 싶어하는 두 가지 정신승리와 함께하고 있다.
“‘쇼미더머니’는 한국 힙합보다 크지 않다!”몇몇 이들은 [쇼미더머니]가 한국 힙합의 일부분일 뿐, 차지하는 게 크지 않다고 말한다. 이번 시즌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던 에픽하이의 타블로 역시 지난 7월 30일, 소극장콘서트 ‘현재상영중’의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쇼미더머니’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힙합 씬을 알고 보게 되면 우리가 여겼던 만큼 큰 것은 아니더라.”라고 밝혔다(*관련 기사 전문 링크: http://www.sportsseoul.com/news/read/269327). 정말 그럴까?
어떤 면에서 바라봐도 지금의 [쇼미더머니]는 한국 힙합보다 크다. 그것도 아주 크다 보니 그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운 탐구 주제다. 대중음악을 주제로 한 방송 프로그램은 세계적으로 셀 수 없이 많고, 그것이 대중문화 내에서 가지는 역할 역시 세분화되고 있다. 하지만 [쇼미더머니]를 다룰 때 이것들 중 하나일 뿐이라 인식하면서 '한국 힙합은 이보다 크다.’ 내지는 ‘웃고 즐기는 예능일 뿐이다.'라고 말하는 건 그다지 쿨해보이지 않거니와 대중문화를 논하는 인식 수준이 낮은 자기기만적 정신승리에 가깝다. 이유야 너무 간단하다. 세계 음악 역사상 단 하나의 방송 프로그램이 한 나라의 특정 장르 시장 전체를 단숨에 먹어버리며, 아티스트와 대중을 아우르는 씬 내부와 외부 모든 면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점한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힙합 씬과 별 상관없는 케이블 방송사의 흥행한 오디션 쇼의 서브로 시작한 프로그램이 말이다. 대중문화를 다루는 이들이라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를 전제한 시선에서 이야길 시작해야 한다.물론, [쇼미더머니]에 참여하지 않고 인상적인 음악 활동을 이어가는 랩퍼는 존재하지만, 그들의 의지와는 별개로 이미 [쇼미더머니]의 틀 안에서 장르 뮤지션으로서 경력이 평가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런 현실을 뒷받침한다. 결과물이 인정받기 시작하거나 이름을 알리면 가장 우선적으로 “쇼미더머니 나오면 잘 될 것 같다”, “OOO가 쇼미더머니에 나오면 어떨까?”, “왜 참여하지 않느냐?”라는 식의 이야기를 듣게 되니, 자연스레 케이블 방송의 오디션쇼 참여 여부 하나에 직접 자신의 입장을 계산적으로 밝혀야 하고, 그것이 곧 작가적 스탠스로 규정당하는 황당한 현실에 처한 것이다. 그것도 하필 프로그램의 원취지와는 별개로 ‘장르 씬’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그 당위가 되어야만 하는 고유의 멋과 굉장히 거리가 먼, 또 여러 차례 드러났듯이 랩/힙합에 대한 저급한 이해도가 깔린 낮은 완성도의 프로그램이 그 중심이니 더 황당할 만하다. 행보 면에서 해당 프로그램에는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 이들이 SNS상에서 쓴 농담을 날려주는 정도가 쿨한 반응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역시 쓴웃음을 자아내는 일이다.
“참여한다고 내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참여한다.”“이왕 이렇게 된 이상 내가 나가서 힙합을 가르쳐주겠다!”
이제 좀 더 시야를 좁혀보자. 바로 [쇼미더머니]에 참여하는 기성 랩퍼 대부분이 장착하고 있는 괴상하기 짝이 없는 이율배반적 마음가짐이다. 현재 [쇼미더머니]를 두고 가장 실소를 자아내는 부분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자, 먼저 [쇼미더머니]를 만들어가는 엠넷 직원들의 목적을 상기해보자. 제작진은 처음부터 ‘한국 힙합을 위한 힙합프로그램’, ‘한국 힙합의 대중화를 위해’, ‘욕먹더라도 힙합이라는 좋은 음악을 알리기 위해’ 등등, 굉장히 의미심장한 목적을 숨기지 않고 밝혀왔다. 시즌4가 여성혐오 가사의 무편집 방송 논란에 휩싸이자 가장 최근의 인터뷰에서도 이런 각오를 다시금 알리며 프로그램의 목적을 확실히 했다. 프로그램의 낮은 완성도나 비판의 한 이유가 된 민망한 진행 방식은 사실 기획력이나 제작능력, 그리고 장르 이해도의 문제일 뿐, 그 취지 자체는 제대로 긍정적인 것이다. 방법이나 결과를 비판할지언정 그 진정성 자체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이 같은 의미심장한 목적과 취지를 표방하는 프로그램에 스스로 참여하는 랩퍼는 기본적으로 그것에 동의하는 걸 전제하는 게 상식적인 태도다. 오디션 무대에 충실할 뿐이지 시스템전복의 가치를 실현할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경력이 드러나 있는 기성 랩퍼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그런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에 나가면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지지해달라.”, “거기 나간다고 내 음악이 변하진 않을 것이다.”라는 식의 ‘리트머스지’ 모드로 우스꽝스러운 자기 다짐을 하거나 “취할 것을 취하겠다.”, “내가 할 것 해서 돈 벌겠다.”, “손해 볼 것 없다.”라는 식의 이른바 ‘독고다이 허슬링’ 모드로 힘을 주기도 한다. 사실상 제작진의 취지나 프로그램 자체를 부정하면서 간접적으로 행한 프로그램 비하를 참여의 당위로 설명하는 굉장히 재미난 상황극이 펼쳐지는 것이다. ‘한국 힙합을 위한’ 목적 하나로 시즌을 이어가고 있는 제작진에겐 사실 굴욕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한 걸음 더 나아가 굳이 직접 오디션을 받으며 제작진에게 힙합을 한 수 알려주겠다는 ‘교육자’ 모드로 컨셉트를 잡고, 그걸 참여의 변으로 밝히는 이도 나왔으니 그 우스꽝스러움은 극에 달했다.
프로에 참여한 랩퍼들이 보이는 이후 행태도 괴상하다. 탈락하고 나서는 슬쩍 자신과 프로그램을 분리하는 발언이나 랩을 하고, 충분히 혜택을 얻고 나서도 “변하지 않았다.”라며 자기과시 가사를 쓴다.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인지를 3년간 뻔히 봐오고서는 자원했다가 중간에 욕하고 나온 이가 영웅인양 응원받고, 계속 참여 중인 심사위원이 멋지다고 치켜세우는 촌극 역시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오디션 무대에 선 많은 기성 랩퍼들은 자신을 지켜봐 온 이들에게 프로그램의 목적, 방향, 방법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걸 은밀히 내비치지만, 어느새 그 자리에 자진해서 줄 서 있는 현실을 스스로 마주하기 힘든 것이다.
한국 힙합 속 여론 자체에 랩퍼들의 생계까지 걱정해주는 정서가 깔려있다 보니 많은 부분 합리화를 끌어낼 뿐이지 사실 ‘Wack MC’란 게 별것 아니다. 이런 이율배반적 행보가 직간접적으로 보일 때 가볍게 붙이는 딱지나 마찬가지다. 누가 봐도 이에 해당되는 이가 ‘단순히 참여하는 것 자체로 Wack MC라 몰아가며 비판하면 안 된다.’라고 발언하는 건 이런 자명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자기기만으로 볼 수 있겠다. 적어도 오랫동안 경력과 행보를 관리 중인 힙합 뮤지션이 [쇼미더머니]에서 오디션을 보려면 먼저 제작진의 취지에 깊이 공감하고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진심 어린 지지를 보내는 것이 우선이자 상식적인 태도일 것이다. 매번 모호한 태도를 내비치지만, 결국, 프로그램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결박된 양면성의 기성 랩퍼들이 민망함을 유발하는 와중에 [쇼미더머니] 참가를 목적으로 열심히 연습해온 아이돌 그룹 랩퍼가 차라리 유쾌해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현재 한국 힙합보다 커져 버린 [쇼미더머니]의 비중을 생각해서 시스템을 탓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 현상 자체를 비판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왜곡된 부분이 많고 거창하지도 않은) 쇼에 편승하지 말아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은근슬쩍 프로그램 자체와 자신을 분리하는 뉘앙스로 참여의 변을 밝히는, 이른바 ‘스니치(Snitch)’를 떠올리는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제작진과 프로그램의 취지 및 목적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모습과 그 당위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게 처참한 완성도의 조롱 받기 쉬운 프로그램으로 드러나더라도 말이다.
그러니 꿈의 오디션을 보기 위해 ‘약속의 땅’ [쇼미더머니]에 참여하는 랩퍼들은 부디 한국 힙합을 위해 매년 큰 제작비를 들여 힘쓰는 제작진의 뜻에 내면적인 갈등 없이 기꺼운 마음으로 동참하길 바란다. 그것이 제작진에게도, 반대로 [쇼미더머니] 외부에서 이를 외면하며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민망해지지 않는 길이 아닐까 싶다.
※사진: 방송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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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usimp (2015-09-02 07:23:13, 110.70.56.**)
- 여기서 백날 댓글 달아봤자 시간 낭비인건 아는데
쇼미더머니가 힙합똥꼬쇼라는건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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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hopenhauer (2015-09-01 00:52:13, 121.88.163.***)
- 그래도 기대할만한 부분이 있다면
애초에 쇼미보다 훨씬 거대했던 슈스케도
매번 같은 형식, 같은 스토리에 질린 나머지
이전보다 회자도 안되고 파급력도 떨어졌죠
쇼미도 비슷하게 흘러갈겁니다
지금이야 힙합이라는 컨텐츠가 신선하게 소비될지 몰라도
사람들은 금방 질려하기 마련이고
슬슬 돈 안된다 싶으면 폐지될겁니다.
몇년이나 걸릴지 몰라도 그때까지 힙합 똥꼬쇼는 계속되겠죠
걍 참가자들은 솔직하게 인정했으면 좋겠어요
인지도 쌓고 돈벌고 싶어서 나왔다고
그걸 누가 비난합니까? 이센스 말마따나 생존이 최우선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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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hopenhauer (2015-09-01 00:44:40, 121.88.163.***)
- 쇼미더머니가 이렇게 흥하는 이유? 간단하죠
자작곡 인터넷에 올려서 주목받기는 요원하고
반면에 tv나가서 운좋게라도 몇번만 이기면
방구석랩퍼로는 상상도 못할 인지도 쌓고 돈벌기회도 생기고 일석이조
들어주지도 않는 믹스테입 고생하면서 만드느니
저기 나가서 똥꼬쑈라도 하면 그게 백번 빠른 길이거든요
쇼미더머니 나가서 내가 real mc, real hiphop이라고 외치는 것만큼
셀프 돌대가리 인증도 없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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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tox (2015-08-30 20:26:54, 58.234.64.**)
- 솔직히 쇼미더머니가 이씬에 하등 영양가 없는 쌈마이 프로그램인거 기정사실임.
저런 개같이 졸렬한 쇼는 하루빨리 사라져야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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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APmobbdeep (2015-08-30 18:47:39, 59.15.78.***)
- 칼럼니스트가 꼭 대안을 내놓을 필욘 없죠. 그걸 왜 칼럼니스트에게 바라는지 이해가 안가요. 남들이 눈치보느라 인정하지 못하는 현실을 짚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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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호 (2015-08-30 16:55:23, 220.76.133.**)
- 대안없는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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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rnel (2015-08-30 05:06:50, 107.77.74.***)
- 위에 댓글 다신분~ 괴상한 힙부심부리지 마시고 리드머 들어왔으면 글이란걸 쫌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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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sha (2015-08-29 22:54:04, 58.234.64.**)
- 쇼미더쓰래기는 K힙합을 위해 반드시 사라져야할 최악의 암세포~ 엠넷 병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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