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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Michael Jackson 없는 [Michael], 이 앨범이 못마땅한 이유
    rhythmer | 2010-12-15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작가의 순수한 의도를 해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사후 앨범 [MICHAEL]의 커버를 본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그의 마지막 모습이 아닌 사후(死後) 상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마케팅의 결과물이듯, 소니 뮤직이 택한 카디르 넬슨(Kadir Nelson)작(作) 앨범커버 중앙의 마이클 잭슨은 다음 세대가 기억하게 될 마이클 잭슨의 전형처럼 느껴진다. 앳된 티를 막 벗어내고 감당하기 힘든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시기로 판단되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더해서 [Dangerous](1991)를 연상시키는 웅장한 이미지 구성은 이미 전 세계를 정복한 후 중량감을 더해 팝의 제왕으로서 위용을 뽐내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도 한다.

    영화 [This is it](2009)은 마이클 잭슨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따른 갑작스러운 상업적 결과물이었다. 마지막까지 이렇게 지내다 천국으로 갔다는 아름다운 기록이었다. 그리고 1년이 넘게 지났다. 그의 사후 첫 스튜디오 앨범인 [MICHAEL]의 발표는 이제 추모의 숨을 고르고 마이클 잭슨의 사후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가동되었다는 선언이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그의 미공개, 혹은 미완성 트랙들은 상당하며, 꽤 오랫동안 신선함을 유지하면서 나와 같은 팬들의 목마름을 해결해 줄 것이다.

                                                            
    그러하더라도 나는 반대다. 올바르지 않다. 망자의 허락 없이 공개하는 문제에 대한 도덕적 잣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티스트가 남겨 놓은 것들이 사후에 공개되는 것은 결국 순리다. 예를 들어 요절한 투팍(2Pac)의 미발표 랩이 사후에 끊임없이 발표되는 것도 얼마나 제대로 가공되느냐의 문제이기에 그 자체는 지지한다. 얼마의 훼손이 가해지더라도 그것은 그저 레코드 완성도의 문제이며, 일정의 순수성만 보장된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마이클 잭슨의 레코드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 [MICHAEL]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의도가 지극히 순수했더라도 말이다. 사실 [MICHAEL] 앨범 마케팅의 핵심은 순수성을 담보로 한 앨범의 정당성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극복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바로 돌이킬 수 없는 마이클 잭슨의 부재다. 앞서 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이제와 말장난 같더라도 어쩔 수 없다. 마이클 잭슨은 상업적인 성공을 목표로 하는 팝 시장에서 완벽한 독립성을 부여받은 전무후무한 독립예술가였기 때문이다. 그는 지극히 개인적인 터치가 들어가지 않으면 감히 끼어들어갈 수 없는 세상을 만들었다. 완성도와는 별개로 음악은 물론, 퍼포먼스와 의상, 비디오까지 유기적으로 엮으며 앨범에 서사적 생명을 부여하는 것은 온전히 마이클 잭슨의 몫이다. 인정받는 작가가 자본 안에서 간섭을 받지 않는 경우와는 기본적으로 다른 문제다. 가장 성공한 블록버스터인 [스타워즈] 시리즈가 실제로 조지 루카스의 독립영화로 받아들여지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보면 되겠다. 조지 루카스 없는 스타워즈는 아무리 끝내주더라도 스타워즈가 아니듯, 마이클 잭슨이 직접 조율하지 않고 그것을 완성할 활동을 하지 않을 앨범이, 마치 준비되었던 미완의 정규 신작처럼 포장되어 팔리는 것은 못마땅하다.

    어쨌든 앨범은 나왔다. 열혈 팬이라면 에이콘(Akon)과 함께한 첫 싱글 “Hold my hand”나 “(I Like) The way you love me”는 마이클 잭슨의 사망 전 들어봤을 것이며, 다른 곡들 역시 시기가 혼재되어 있는 느낌이다. 수록된 10곡은 개별적으로는 준수한 수준이지만, 좀체 청자들에게 희열의 순간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져주는 “Keep Your Head Up”는 아쉬운 웅장함과 약간은 성급한 진행으로 “Man in the mirror”나 “Heal the world”와 같은 감동을 주기엔 역부족이며, 업템포 발라드 넘버 “Best of Joy”는 멜로디가 비트 위에 붕 떠 있는 느낌이다. 그래도 레니크레비츠(Lenny Kravitz)가 만든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어수선한 “(I Can't Make It) Another Day”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테디라일리(Teddy Riley)는 절도 있는 단단한 프로듀싱으로 제 몫을 하며 앨범에 힘을 부여하는데, 피프티 센트(50cent)가 절정의 랩을 더한 “Monster”나, 아련해질 수 있는 가사를 신나는 댄스넘버로 풀어낸 "Hollywood Tonight"은 아마도 팬들이 가장 환영할 곡들일 듯하다. 하지만, 그의 명곡들 옆에 가져다 놓기엔 중량감에 있어 역부족이다. 마이클 잭슨이 선사하는 공감각적 경험의 부재가 원인이 아닐까 싶다. 후반부 다채로운 펑키한 사운드에 마이클 잭슨의 파워풀한 보컬이 더해진 앨범의 백미 "Behind the Mask" 정도가 베스트 트랙으로 꼽힐 만하지만, 느슨한 앨범을 구원하지는 못한다.

    [MICHAEL]은 나만의 마이클 잭슨 콜렉션 안에 당당하게 자리하겠지만, 그것은 앨범 자체가 마이클 잭슨에게 벌어진 또 다른 사건이기 때문이지 결코 그의 마감된 앨범으로서가 아닐 것이다. 순수한 열의가 동반된 상업성이 많은 것을 허용케 하고 남아있는 팬들을 즐겁게 해주지만, 이번엔 순수한 열의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공간에서 벌어졌다. 그리고 다행히도 나의 이런 자세를 민망하게 만들 만큼 대단한 결과물이 들어 있지도 않다. 하지만, 내 자세가 내 위치까지 바꿔주지는 않는다. 앞으로 공개될 마이클 잭슨의 모든 것에 기꺼이 돈을 지불할 사람들 중 상당수는 나 같은 사람들이니, 참으로 이율배반적이면서 재미난 일이다. 즐길 순 없지만.




    기사작성 / RHYTHMER.NET 남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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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도 (2010-12-18 18:57:44, 76.168.202.**)
      2. "순수한 열의가 동반된 상업성이 많은 것을 허용케 하고 남아있는 팬들을 즐겁게 해주지만, 이번엔 순수한 열의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공간에서 벌어졌다. 그리고 다행히도 나의 이런 자세를 민망하게 만들 만큼 대단한 결과물이 들어 있지도 않다. 하지만, 내 자세가 내 위치까지 바꿔주지는 않는다. 앞으로 공개될 마이클 잭슨의 모든 것에 기꺼이 돈을 지불할 사람들 중 상당수는 나 같은 사람들이니 말이니, 참으로 이율배반적이면서 재미난 일이다. 즐길 순 없지만.."

        정말 공감되는 말입니다.
      1. 아이튠즈 (2010-12-17 22:30:39, 121.144.109.**)
      2. Another Day 잭슨이 천하무적 앨범 만들때 작업했던곡인데...

        여태 발표를 안 한데는 이유가 다 있었네요. 잭슨의 콜라보중 최악이 아닐까요.

        잭슨 트랙에서 이런 황망한 느낌을 느끼다니ㅜ

        그리고 아콘이랑 한것도 좀... 쩝쩝

        그래도 나머지 트랙들은 준수한편, 테디 곡들은 90년대 댄져러스 생각나게 하면서도 그리 안 촌스럽네요.

        또 슬로우 넘버들은 남성훈님 말대로 뭔가 하나씩 빠진 느낌이지만 마이클에 대한 기대치를 버리고 트랙 자체로 보면 꽤 괜찮은 트랙인거 같습니다.

        최고의 거대 자본 소니랑 있을때도 완벽함을 추구했던 그 이기에 그가 살아 있었다면 발표 안했을 곡들도 다수 실려 있겠지만, 이렇게 라도 그의 음악을 듣고 싶은 욕구를 충족한다면 만족이네요. 전 마이클이 작곡법을 엿볼수 있는 가이드 버전도 되게 자주 듣거 든요. 그래서 이 글의 마지막 문단이 참 공감 가네요.
      1. 물개의각성 (2010-12-17 09:14:08, 110.8.14.***)
      2. 마이클이 살아있었다면 절대로 나오지 못했을 앨범....

        앨범 발매 자체가 완벽하게 황제에대한 결례다 이건
      1. 황일만 (2010-12-16 19:42:11, 222.121.49.***)
      2. 예전 앨범이나 돌려야겟넹
      1. dub (2010-12-16 16:33:33, 61.254.186.***)
      2. 좋은 글

        근데 어쩔 수 없죠.. 마이클은 떠났으니
      1. 손민혁 (2010-12-15 23:31:40, 118.218.155.***)
      2. RIP 사실전 kanye monster들으며 DT monster 보다 더 괴물같구나 라 생각했는데 ....
        MJ monster 는 그냥 .... 자동적으로 손을 앨범 구매 버튼으로 가게하는........
      1. 윈리록벨 (2010-12-15 21:27:12, 110.8.14.***)
      2. 정규작이라기보다는 미공개트랙 모음집 성격이 농후한 느낌

        노래는 좋으니 뭐 잘듣고있슴
      1. Tabula Rasa (2010-12-15 21:02:07, 121.155.97.**)
      2. 아쉬워요 정말
      1. 김민철 (2010-12-15 20:39:51, 114.204.207.**)
      2. 아 내일 음반 도착하는데 약간 아쉬움이 남네요... 그래도 마음을 비우고 그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느껴보렵니다... R.I.P. Michael Jackson
      1. unluckyg (2010-12-15 19:49:29, 61.33.172.***)
      2. MJ 팬에겐 참 아쉬운 앨범인듯 합니다. Hold my hand도 개인적으론 최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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