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두 뮤지션 표절 공방, 아무도 태클 걸지 않은 두 개의 진실
- rhythmer | 2011-02-28 | 2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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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중음악계의 ‘표절 공방’은 줄거리는 공개해도 결말은 공개하지 않는 최고의 떡밥 드라마다. 이번에 일어난 두 뮤지션 박진영과 김신일의 표절 시비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한국 대중음악 씬에서 ‘표절’은 싫증 날 정도로 친숙한 단어다. 그래서 이번 사건이 특별히 더 심각하게 다가오거나 하진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방관자가 되었다는 건 아니다. 여전히 표절은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유발한다. 더구나 이번처럼 우리가 사랑하는 힙합, 알앤비 뮤지션들과 관련된 사건이라면 더욱더. 다만, 예전처럼 입에 거품을 물며 육두문자를 남발할 시기가 지났다는 정도라고나 할까? 어쨌든 그렇다 보니 처음 관련 기사를 접했을 때 느낀 감정은 ‘또야?’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어지는 상황을 보다 보니 이게 참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더라. 표절 혐의에 몰린 이가 그와 비슷한 또 다른 음악을 손수 찾아서 역공세를 펼치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토록 신선(?)하고 어이없을 수가…. 이건 정말 요즘 판치는 그 어떤 막장 드라마도 견줄 수 없는 막장 드라마의 결정판이다.*이후부터는 편의상 두 뮤지션을 A와 B라 부르기로 하겠다.
우선 난 이 글에서 ‘표절이 맞는가?’내지는 ‘가요계 표절 논란, 근절 대책은 없는가?’에 대한 걸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 표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손해배상 제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미 다 알고 있지만, 이를 집행해야 할 기관은 몇 년째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그걸 계속 꼬집어주는 건 나보다 훨씬 더 영향력있는 평론가분들이 실천하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내가 왜 이번 건에 대한 분노의 키보드질을 시작했느냐. 어느 매체의 기자, 평론가도 태클을 걸지 않았던 중요한 사실을 짚고 넘어가기 위함이다. 바로 B가 언급한 ‘머니코드’와 A가 자신의 곡이 먼저라고 반박한 제이 모스(J Moss)의 곡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다.
B가 말한 머니 코드는 히트곡에 많이 쓰여서 그만큼 돈이 된다고 하여 붙여진 속된 표현이다. 이 코드는 장조 4개의 코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때문에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포-코드(4-Chord)라고 부른다(필자 주: *머니 코드의 구체적인 설명에 대해서는 국내 포털 사이트 검색을 이용하거나 국외 사이트에서 ‘4 chord’로만 검색해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여기서는 건너뛰기로 하겠다). 어쨌든 B가 말한 머니 코드가 존재하고 많은 작곡가가 이를 사용한다는 건 사실이다. 문제는 이것이 이번 B의 혐의를 변호하는데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표절에 대해 판단을 할 때는 코드 진행과 보컬 멜로디 라인의 진행을 별개로 봐야 한다. 이번 사건이 일어나게 된 계기와 판가름의 중요한 기준은 바로 후렴구의 멜로디 라인이다. 그런데 B는 애꿎은 코드를 가지고 물고 늘어졌다. 만약, B가 ‘보편적인 멜로디 라인과 코드를 머니 코드라고 한다.’라고 밝힌 지금까지 매체의 보도 내용이 왜곡된 게 아니라면, 상황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B가 ‘머니 코드’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거나, 작정하고 대중을 기만하려 했거나. 어느 쪽이든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A가 이대로 승리자가 될 수 있는가? 법정에서는 어떻게 될지 몰라도 음악판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B가 제시한 비슷한 곡들 때문에 되려 A의 상황도 위태로워졌다. A는 제이 모스의 곡보다 자신의 곡이 먼저 쓰여졌다고 주장했지만, 그 이전에 커크 프랭클린(kirk franklin)의 “Hosanna”가 있다. 작곡가 A, B의 곡들과 커크 프랭클린의 곡은 리듬과 코드 진행이 다르지만, 멜로디 라인이 매우 흡사하다. 커크 프랭클린의 “Hosanna”는 2002년에 발표됐다. 시기적으로 따지면, 본문에서 언급된 곡들 중 가장 오래전에 만들어진 곡인 셈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제이 모스에게 면죄부를 부여할 수 있는 결정적인 근거가 된다. 바로 커크 프랭클린과 제이 모스는 오랫동안 함께 가스펠 프로젝트를 해온 사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서로 앨범에 참여한 것은 물론, 다른 가스펠 가수들과 함께 단체곡을 작업하기도 했으며, 공연 역시 함께 했다. 아무리 절친한 사이라도 음악 작업과 관련한 금전적인 관계가 확실한 그들의 생리를 봤을 때, 그리고 이들이 가스펠 장르 안에서도 트렌디한 사운드를 앞세워 음악적으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이들로서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만약, 제이 모스가 영향받았다면, 커크 프랭클린의 곡이었을 확률이 훨씬 크다. 그러니까 이 부분의 중심에는 제이 모스의 곡이 아닌 커크 프랭클린의 곡을 놓아야 옳다. 만약, 커크 프랭클린이 소송을 건다면, A와 B 모두 위험하긴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고의적이지 않고 무의식 중에 작업한 곡이더라도 원곡과 유사하다면 표절로 인정한 국외 사례-지난 2001년 사망한 비틀즈(Beatles)의 멤버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이 발표했던 "My Sweet Lord"가 그룹 쉬폰스(The Chiffons)의 "He So Fine"을 표절했다고 판정된 바 있다.-와 국내나 국외나 전문적인 분석보다 듣는 이들의 판단에 비중을 두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이들의 곡은 충분히 표절로 인정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이미 100% 독창적인 멜로디는 고갈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곡의 일부 차용을 통한 재창조가 이루어지는 현실을 보면, 음악적으로 섣부르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전자 쪽에 무게가 더 실리는 건 그동안 우리나라의 일부 유명 작곡가들이 보인 구린 행태 때문이다. 언제나 표절을 해놓고 조금이라도 논란이 일면, 그제서야 은근슬쩍 저작권자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대중을 기만해온 게 그들이었으니까….
어쨌든 이번 사건은 법정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가 또 하나의 흐지부지 종결된 표절 논란 사례가 될지, 아니면, 매년 표절 오명에 시달려온 가요계에 철퇴를 가하는 계기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둘 다 뮤지션이라는 명함을 가진 사람으로서 상당히 쪽팔리게 됐다는 거.
※본 칼럼은 국민일보-쿠키뉴스에 기고한 칼럼을 일부 수정하여 게재하는 바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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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튠즈 (2011-03-01 10:43:35, 121.144.109.**)
- 재밌는건 표절 공방 때문에 자신의 곡의 레퍼렌스 곡을 마구 토해 냈다는것.
그리고 말씀하신 -고의적이지 않고 무의식 중에 작업한 곡이더라도 원곡과 유사하다면 표절로 인정한 국외 사례- 이건... 솔직히 국내 실정은 어이없는 표절 논란이라도 일어나면 내거티브하게 항상 꼬리표를 달게 되는게 사실인데, 무의식중의 표절이라도, 표절이라는 꼬리표를 법적으로 달게 되면 아마 작곡가로써 커리어는 사실상 끝나기 때문에 더더욱 작곡가들이 기를 쓰고 지지 않으려는 것 같습니다.
오아시스 처럼 대놓고 이 곡은 비틀즈 어느 곡 레퍼런스 했고, 이런 애기를 할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거죠. 투애니원 파이어 시작할때 3초 짜리 소스하나 가지고 넷상에는 테디 표절이라고 돌아 다니기도 하고, 이제는 음악의 대표적인 하나의 작법으로 인정 받고 있는 샘플링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도 아직 심한 상태이고, 막장 드라마라고 하셨는데... 사실 저라도 자기 밥그릇 땜에 진흙탕에 뛰어 들수 밖에 없었을거라는 씁씁한 생각도 듭니다.
아무쪼록 이런 주제글 신선하네요. 재밌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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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사내 (2011-02-28 19:24:37, 222.103.52.***)
- [둘 다 뮤지션이라는 명함을 가진 사람으로서 상당히 쪽팔리게 됐다는 거.]
마지막 부분에서 웃었는데, 다시 곱씹어보니 상당히 씁쓸해지네요.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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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황 (2011-02-28 12:19:35, 221.161.89.***)
- 메인에 커크사진이 뜨길래 뭔가 했더니만 이런일이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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