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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홍수 속 흑인음악 ‘뉴페이스’ 발굴은?
    rhythmer | 2011-05-28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그야말로 온 나라가 오디션 및 서바이벌 프로그램 열기로 뜨겁다. ‘슈퍼스타 K’에서부터 ‘위대한 탄생’ 그리고 방송 예정인 ‘Top 밴드’ 등과 같은 신인 발굴 프로그램은 물론, ‘나는 가수다’나 ‘오페라 스타’와 같은 유명 가수들을 대상으로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프로그램이 넘쳐나며, 또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들을 지켜보는 흑인음악 팬들 마음 한구석에는 분명히 아쉬운 마음이 있을 것이다. 바로 흑인음악 뮤지션들은 그 와중에 소외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잖아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에 특정 흑인음악 뮤지션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종종 보이는 것도 괜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신인 발굴 프로그램에서 래퍼나 R&B 싱어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철저히 가창 위주의 오디션이 진행되고 거기에 맞는 평가 기준과 심사위원들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랩으로 나서서 함께 경쟁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고, R&B 싱어들의 경우에도 주로 맑고 깔끔한 가창을 선보이는 ‘원석’과 같은 참가자를 선호하는 경향 탓에 “겉멋부터 들었다.”라는 냉혹한 평가에 먼저 맞닥뜨리기 일쑤이다(그러한 평가를 뛰어넘을 만한 실력자가 보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거나, 밴드를 위한 별도의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곧 시작되는 마당에 정녕 우리 래퍼 지망생들에게는 기회가 없단 말인가!?

    래퍼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송에서 따로 생길 가능성 자체도 매우 희박하지만, 설령 생긴다고 해도 우려되는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기성곡을 따라 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가사를 쓰고 랩을 해야 한다는 점이 일단 대중을 상대로 할 때 커다란 장애 요소가 될 수 있고, 기성 뮤지션들, 혹은 전문가들로 꾸려질 심사위원 구성이나 평가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따르게 될 여지가 많다. 그렇다 보니 결국, 이 씬의 신인 수급은 방송이나 다른 매체 권력에 기대기보다는 우리가 가진 틀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

    예전부터 국내 힙합 씬은 PC 통신 및 인터넷 공간에 작업물을 발표하며 인지도를 쌓고, 정식으로 뮤지션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유명한 힙합 뮤지션 중 PC 통신 동호회를 출신지로 하는 이들이 많다는 게 좋은 예일 듯싶다. 그것이 갖는 문제점과 씬의 한계성에 대한 날 선 비판도 많지만, 지금의 씬이 형성되기까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온 곳이 그러한 공간들이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최근에는 그러한 공간에서 아마추어 뮤지션들의 활동이 좀 뜸한 감이 있다. 작업물을 등록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 큰 문제는 등록된 작업물에 대한 조회수나 평가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만큼 눈에 띄고 화제가 될 만한 이의 작업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부족한 작업물은 부족한 작업물대로 피드백이 필요하다는 점을 볼 때 아무래도 아쉽다. 작업에 대한 노하우가 예전보다 많이 공개되어 있고, 여러 학교나 아카데미 등에 힙합과 관련한 학과 과정 등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그 아쉬움이 배가 된다. 분명히 아마추어 뮤지션들의 활동 공간이 더욱 활발하게 돌아갈 기반은 갖추어지고 있는 것인데 말이다.

    사실 근래 국내 힙합 씬을 살펴보면 눈에 띄는 신인의 등장이 많지 않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씬의 크기가 워낙 작다는 것에 비하면, 매해 등장하는 두세 명의 인상적인 신인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기성 뮤지션들의 활동이 그리 왕성하지 않은 상황에서 더 많은 뜨거운 신인들이 이 씬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필요는 분명히 있다.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은 리드머나 힙합플레이야와 같은 흑인음악 전문 사이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컴피티션의 존재다. 이번에 ‘인디가 간다 페스티발’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리드머의 리믹스 컴피티션의 경우를 보더라도 유례없는 큰 상금이 걸린 엄청난 기회다. 비록, 흑인음악 뮤지션 및 지망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꼭 흑인음악을 선보이는 이들이 선발되어 큰 혜택을 받아가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리고 그 외에도 레이블 차원에서 나서서 신인 발굴에 공을 들이는 살롱 01(SALON 01)의 크림팀이나 프로듀서 뉴올리언스(Nuoliunce) 등과 같이 자신의 곡으로 다양한 컴피티션을 열어나가는 이들의 활동 역시 고무적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저런 이벤트성 컴피티션에 일회성으로 참여하는 것을 넘어서, 평소 많은 아마추어 뮤지션이 꾸준하고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더 많은 마니아가 그러한 활동에 관심을 기울여 주는 것이다. 씬이 정체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 뮤지션들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그 밖에도 우리만의 슈퍼스타가 계속 탄생할 수 있어야만 한다. 뮤지션을 꿈꾸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자. 당장 리드머 사이트에 ‘MUSIC STUDIO’ 메뉴를 눌러 자신의 작업물을 열심히 등록해보는 것이 그 첫 발걸음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그것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힙합을 사랑하고 국내 힙합 씬에 애정과 관심이 있는 더 많은 이가 기꺼이 나서서 훌륭한 심사 위원이 되어준다면, 우리만의 더욱 공정하고 의미 있는 경연의 장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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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페르치 (2011-05-28 21:50:09, 219.255.230.***)
      2. 좋은 지적입니다. 아쉬움이 있을 수는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하구요.
        신인 발굴의 측면에서는 대중화되지 않은 측면과 맞물리는데요. 현 상황에서 당연히 방송 쪽의 관심을 바라기는 힘들구요. 최근에도 보면 인터넷 상에서 충분히 드러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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