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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아이디어와 스타일이 좋은 MV를 만든다!
    rhythmer | 2012-06-18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뮤직비디오는 그 자체로서 예술성을 확보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1차적으로는 프로모션 차원의 영상이다. 영상 자체의 완성도와 예술성보다도 음악과 아티스트를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컨셉팅이 첫째 조건이며, 어디까지나 음악을 위한 비디오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효율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돈으로 규모를 키워 세트를 짓고 엑스트라를 대거 출연시키는 대작 영상이 반드시 좋은 뮤직비디오는 아니다. 그래서 이번 글을 통해 얼마나 더 심플한 아이디어와 스타일이 엿보이는지를 기준으로 삼아 잘 만들어진 뮤직비디오 몇 편을 소개해볼까 한다. 최신 비디오 위주로 활용 텍스트를 골랐고, 자본, 스케일에 크게 구애 받지 않는 심플한 아이디어, 단순한 스타일 메이킹이 좋은 비디오를 만들어낸 사례들을 중점적으로 선정하였다.

    솔직히 힙합, R&B 뮤직 비디오 중 노력과 고민 없는 영상이 많은 건 사실이다. 언더그라운드 씬에서야 자본의 문제 때문에 그저 그런 비디오들을 내놓을 수 있다고 치지만, 메이저 씬에서조차 돈 들인 티는 나는데 생각도 노력도 부족한 비디오들을 내놓는 횟수가 잦다는 건 장르 팬으로서 애석한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비디오의 요건은 두 가지다. 아이디어와 스타일. 때로는 둘 중 한 가지 요건만 충족시키더라도 그것이 빼어나다면, 좋은 영상이라 할만 하다. 꼭 첨예하고 유별난 아이디어뿐만이 아닌 아주 심플한 방법적인 시도들도 좋은 아이디어이다.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무수한 영상의 홍수 속에서 거창하고 요란하고 자극적인 비주얼이 아니라, 오히려 최대한 무게와 거품, 억지와 과장을 덜어낸 단순한 비주얼이 돋보인다는 것.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음악과 시너지 효과다. 즉, 아이디어와 스타일 면에서 음악과 아티스트의 캐릭터와 시너지 효과를 얼마만큼 이끌어 내느냐가 좋은 비디오가 되는 제 1 조건이라는 얘기다.



    올 상반기에 나온 힙합 뮤직비디오 중, 아이디어와 스타일 면에서 가장 튀는 건 맥 밀러(Mac Miller)와 오드 퓨쳐(Odd Future)의 비디오들이다. 오드 퓨쳐의 영상들은 들쭉날쭉한 스케일과 이상한 아이디어의 향연장이며, 맥 밀러의 미니멀한 영상들은 이미지 프로모션에 효과적이다. 제약 없는 상상력과 비주얼 스타일링에 있어 오밀조밀한 시도가 좋은 비디오를 만들어내는 건 당연한 일.

    맥 밀러의 "Of The Soul", "Clarity", "Loud" 비디오들은 심플하고 트렌디한 비트를 프로모션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영상들이다. 색감, 맥 밀러의 시큰둥한 퍼포먼스, 몸, 몸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방식, 반복의 기법 등 이 비디오들에서 찾아낼 수 있는 포인트는, 기존의 맥 밀러를 효과적으로 프로모션해오던 위트있고 스타일리시한 영상들에서 진일보했다. "Of The Soul"은 힙합에서 어둠, 무게감으로 대표되는 ‘블랙’의 이미지를 ‘화이트’의 이미지로 치환했다. [Blue Slide Park]의 아트워크를 영상으로 옮겨 놓은 이 비디오는 맥 밀러의 정체성과도 연결되며 산뜻한 비트와 어우러져 맥 밀러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이미지화한다. 천만대 조회수를 훌쩍 넘긴 유쾌한 비디오들은 맥 밀러를 랩 스타로 만들었지만, 올해 나온 비디오들에 이어 앞으로 그가 내놓을 영상들은 그를 트렌디한 아티스트의 심벌로 올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Mac Miller - Of The Soul

    오드 퓨쳐스러운 상상력이 전부일 필요는 없지만, "Rella"나 "NY (Ned Flander)" 같은 비디오는 그런 상상력에서만 나올 수 있기에 이 지루한 세상에 이들의 영상은 필요하다. 타일러(Tyler, The Creator)는 두 비디오에서 동물과 아기 몸에 합성되고, 여자와 머리가 벗겨진 아저씨와 철갑으로 무장한 캐릭터로 변장한다. 성별, 연령, 종의 경계까지 아우르는 그가 이 다음에 뛰어넘을 성역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메타포들에 대한 해석이 그다지 내키지 않는 건, 영상 자체로도 즐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재미있기 때문이다.


    Hodgy, Domo Genesis And Tyler, The Creator- Rella

    일관된 프로모션의 중요성은 위즈 칼리파(Wiz Khalifa)의 비디오들을 보면 체감할 수 있다. 위즈 칼리파는 비교적 활발히 비디오를 발표하는 뮤지션이지만, 늘 언제나 정제된 보는 재미와 스타일을 갖춘 영상들을 내놓는다. "Brainstorm"처럼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르고 "Oh Gee La"처럼 스튜디오에서 음악 작업을 하는 일상적인 모습만으로도 위즈 칼리파의 비디오들은 충분히 괜찮은 영상이 되지만, 가장 최근 발표된 "The Grinder" 비디오는 그 스타일리시함 면에서 절정이라 할만하다. 위즈 칼리파는 그저 거리를 걸어 다니고, 담배를 피우고, 빨간 컵을 들어 술을 마시는데, 그 특유의 시크한 폼은 빛을 발하고, 무심한 랩핑과 슬로우한 카메라모션 등이 어우러져 근사한 씬들을 연출해낸다. 어떤 억지 스토리텔링이나 스케일 욕심 없이도 근래 나온 힙합 비디오 중 몇 안 되는 멋진 순간을 영상 안에 뽑아냈다.  


    Wiz Khalifa- The Grinder

    타이가(Tyga)의 "In This Thang" 뮤직비디오는 모션트래킹 기법과 빠르고 불연속적이고 난잡한 이미지 배치를 이용해 파티장을 즐기는 타이가의 표정을 스타일리시하게 담아냈다. 스타일과 스케일에서 대놓고 돈들인 티가 나는 어떤 비디오들보다도 때깔 면에서 뒤지지 않는다.


    Tyga - In This Thang

    트래비스 포터(Travis Porter)가 근래에 내놓은 영상들 중 대부분이 별로였지만, 타이가가 피처링한 "Ayy Ladies" 비디오는 예외다. 별 거 없이 그냥 시종일관 노는 컨셉트이지만, 호텔 객실과 복도 곳곳에서 다양하게 놀고 있는 여인 무리들과 짧게 짧게 어울리고 지나가는 트래비스 포터와 타이가의 동선이 꽤나 유기적이다. 살짝 어두운 분위기던 호텔 실내에서 벗어나 후반부엔 환한 수영장 색감과 파티 피플들이 어우러지며 경쾌한 비주얼로 마무리된다. ‘노세 노세’ 컨셉팅 외에 필요한 게 없는 비디오였지만, 콘트라스트를 낮춘 색감과 자연스러운 카메라워크가 깔끔한 느낌을 주어 이런 계열의 비디오들이 자주 범하던 표현상의 과장을 덜어내 적절한 흥을 자아낸다. 참고로 더 드림(The-Dream)의 "ROC" 비디오도 연장선상의 스타일이다. 힙합, R&B 비디오들에서 파티 컨셉트는 이제 보기도 전에 지겨운 느낌이지만, 구현하는 방식에 따라 비트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여전히 멋진 영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코드라는 걸 보여준다.


    Travis Porter - Ayy Ladies ft. Tyga

    믹 밀(Meek Mill)의 "Lean Wit It"과 케이난(K'Naan)의 "Nothing To Lose"는 상반된 무드의 스트리트 비디오지만, 뻔하디 뻔한 노력없는 스트리트 비디오 장르의 공식을 새로 쓴다. 일단 믹 밀의 "Lean Wit It"은 곡과 영상 호흡의 앙상블이 뛰어나다. 어떻게 보면 뒷골목, 폭주족, 달러 다발, 섹시한 여자, 마약 같은 키워드들이 뻔한 노선을 취하고 있지 않나 싶지만, 블링블링한 액세서리 자랑까지 다 하는데도 영상을 보는 내내 이 모든 것이 전혀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주 담백한 연출과 편집이 진부함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증명하는 케이스다. 영상은 군더더기 없는 씬들로 이루어져 있고, 스피디한 교차 편집, 적당한 카메라쉐이킹이 조화를 이루어 지루할 틈이 없다.


    Meek Mill - Lean Wit It

    "Nothing To Lose"는 거리를 거니는 무리들과 케이난과 나스(Nas)의 대화, 어딘가로 끊임없이 이동하며 친구들과 인사를 주고 받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시퀀스들로만 구성되어있는데, 보면 알겠지만, 이걸 참 잘 찍었다. 사실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무리들을 담은 많은 힙합 비디오들을 보면서, 시각적으로 지겨운 풍경이긴 하지만, 분명 힙합적인 느낌을 그보다 잘 드러낼 비주얼이 없긴 한데, 조금만 잘 찍어도 멋있을 걸 왜 저렇게 밖에 못 찍을까 싶을 때가 많았다. "Nothing To Lose"는 그런 부분에 대한 갈증을 가볍게 해소시켜 주는 비디오다. 보면 안다. 정말 별 거 아닌데, 충분히 매력적인 영상으로 뽑아냈다. 물론, 별 거 아닌 게 아니다. 스트리트 컨셉트를 이 만큼 뽑아낸 작품이 별로 없으니까.


    K'NAAN - Nothing To Lose ft. Nas

    케샤(Ke$ha)는 알앤비 스타도, 힙합 스타도 아니지만, 걸출한 랩퍼들을 "Sleazy Remix 2.0"에 참여시키면서 독특한 힙합 비디오를 만들어냈다. 위즈 칼리파의 아바타는 드랙퀸이고, 안드레 3000(Andre 3000)은 머리를 샌님 같이 넘긴 백인 남자, 티아이(T.I.)는 괴팍하고 고약한 성미의 노인이 맡았으며, 주인공 케샤는 가장 랩퍼의 비주얼을 한 거구의 남성이, 릴 웨인(Lil Wayne)은 말 안 듣게 생긴 폭력 청소년이 맡았다. 마지막에 등장한 릴 웨인 역의 소년은 비디오로 존재하는 뮤지션들의 얼굴을 야구배트로 부숴버린다. 비디오 속 비디오 스타들은 바닥에 나뒹굴고, 소년은 야구배트를 후련히 던진다. 마초적인 코드의 극치로 여겨져 온 남성 랩퍼들을 드랙 퀸(Drag Queens), 유약해 보이는 백인 남자, 노인, 10대 소년으로 대체하고, 여성 뮤지션 케샤가 극 중 가장 강한 인물로 분해 고정된 이미지를 오려 붙여 재배치한 뒤, 그 인물로 하여금 오디오 스타에서 어느덧 비디오 스타들이 된 아티스트들 본연의 이미지를 제거하게 한다. 이 비디오는 들여다보면 비디오를 부정하고 있지만, 그 자체로 스타일리시한 영상으로 존재하며 비디오로서의 경계를 넓힌다.


    Ke$ha ft. Andre 3000, T.I., Wiz Khalifa, and Lil Wayne - Sleazy Remix 2.0 
     



    *아래는 그 외 참신한 기획(아이디어), 비주얼 임팩트(스타일),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연출(미니멀), 재치있는 발상(키치) 면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비디오들을 선정하였다.  

     

    Jon Connor - Soldier, No Thrillz, Someone Like Me

    통일된 디렉팅으로 인해, 괜찮은 때깔과 적당한 무게감을 지닌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저예산 영상 컨텐츠에 있어 색감 보정의 차이를 이런 좋은 비디오들이 널리 알리면 좋으련만.


     
    Pusha T - Sweet (Freestyle) 미니멀
    http://www.youtube.com/watch?v=_lRMebiTnNk

    Saigon - Hungry 아이디어
    http://www.youtube.com/watch?v=DDUV9hiqVAk

    Miguel - Adorn, Arch & Point 스타일
    http://www.youtube.com/watch?v=Vxjn7R_TU0o

    M.I.A. - Bad Girls 키치
    http://www.youtube.com/watch?v=3Yuqxl284cg

    Odd Future - Oldie 아이디어
    http://www.youtube.com/watch?v=fzi24Nssiow

    Robin Thicke - Pretty Lil' Heart 스타일
    http://www.youtube.com/watch?v=mVghQ9b38P8

    Zac Fresh - Blame Yo Self – 미니멀
    http://www.youtube.com/watch?v=mmJeJ-FZzRw

    Ashanti - The Woman You Love 스타일
    http://www.youtube.com/watch?v=aGlJiRSdgoA

    Chevy Woods - Home Run –미니멀
    http://www.youtube.com/watch?v=IrhZRcM152k

    CyHi The Prynce - The Open Letter 미니멀
    http://www.youtube.com/watch?v=InhEcYTMrkg

    Big K.R.I.T. - 4EvaNADay 키치
    http://www.youtube.com/watch?v=424ZkA3C3fg

    Swizz Beatz - Street Knock 스타일
    http://www.youtube.com/watch?v=UDbLWH65o5U

    Kanye West - Lost In The World 미니멀
    http://www.youtube.com/watch?v=ofaRvNOV4SI

    El-P - The Full Retard 키치
    http://www.youtube.com/watch?v=OZptOs8Gu9k

    G.O.O.D. Music - Mercy

    이 뮤직비디오는 장르를 넘어, 영상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마땅할 멋진 시도다. 굿 뮤직의 단원들이 떼로 나와 닌자처럼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유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비디오는 여러모로 '비싼' 영상이다. 아이디어 면에서 이 리스트에, 실었지만 취지에 맞지 않기에 최선의 리스트에는 올릴 수 없었다.


     



    *번외: very Terrible

    Vado - Okay Y'all 스타일리시함과 구림의 경계

     

     

    Trae Tha Truth - Let It Go
    http://www.youtube.com/watch?v=FjZWtLoNwgU

    Cory Gunz -Y'all Ain't Got Nothin On Me
    http://www.youtube.com/watch?v=Y1kJgHbALqQ

    Travis Porter - My Team Winning
    http://www.youtube.com/watch?v=w7RNjLgo4hE

    Twista - Book Of Rhymes
    http://www.youtube.com/watch?v=3wH8Tm94yug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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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지훈 (2012-06-24 21:57:06, 114.203.203.**)
      2. MV에 대한 지대한 관심와 정성이 느껴지는 글.

        심심할 때마다 이 페이지 열어서 챙겨보지 못한 영상 하나씩 클릭하면 좋을 듯합니다.
      1. Archetype (2012-06-19 12:59:54, 118.220.177.***)
      2. 잘 봤습니다^^
      1. :JQ (2012-06-18 15:11:38, 203.226.202.**)
      2. 첫 사진 Mac miller- Of the soul.. 호오... 드디어 리드머에 miller 모습이나왔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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