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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숫자로 말하는 힙합 이야기(Numbers In Hip Hop)
    rhythmer | 2012-09-19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본 기사는 지난 2007년에 올라왔던 ‘Numbers In Hip Hop - 수치와 통계로 보는 힙합 이야기’의 2012년 개정판입니다.

    스포츠라면 몰라도 음악과 수치, 통계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힙합 게임의 중요한 재미를 하나 놓친 것과 다름없다. 모든 음악이 그렇지만, 힙합 음악은 역사를 지니고 있고 그 역사는 달리 말해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와도 같다. 이 힙합 게임 속 음악뿐만 아니라 그 줄거리 또한 제대로 이해하고 즐기려면 힙합 씬과 관련된 기록과 숫자를 통해 보는 게 가장 쉽고 재미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그럼 숫자로 보는 힙합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이후에 인용한 판매량의 출처는 Sound Scan과 RIAA 중 RIAA의 것을 사용한다).

     1. 앨범과 숫자

    앨범의 판매량은 메이저 힙합계에서 언제나 가장 중요한 성공의 척도이자 일차적인 목적이었다. 이 판매량이라는 것은 그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뮤지션의 고락을 넘어서 앨범 판매량은 당대 음악팬들의 기호를 나타내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문화적인 현상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힙합 앨범은 과연 무엇일까? 정답은 애틀랜타 출신의 슈퍼 듀오 아웃캐스트(Outkast)[Speakerboxxx/The Love Below]이다. 지금까지 미국 내에서만 1,100만 장 이상의 판매를 인증 받은 이 앨범은 그야말로 2003년 음악계 최고의 화제였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걸리는 점은 본 작이 더블앨범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더블 앨범은 2장으로 발매되기 때문에 보통 앨범보다 가격이 비싸다. 그렇기에 더블 앨범 한 장의 판매량은 일반 앨범 두 장 분량으로 계산하여 판매량을 산출한다고 알려졌다. 고로 아웃캐스트의 앨범은 실제로는 5백만 카피 이상이 판매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확실하지는 않다. RIAA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판매를 산출했는지 정확하게 공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정보의 업데이트도 느린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실질적인 최다 판매앨범은 에미넴(Eminem) 공전의 히트작 [The Marshall Mathers LP]이거나 또는 MC 해머(MC Hammer)의 전설적인(?) 앨범 [Please Hammer Don't Hurt 'Em]일수도 있다. 모두 다이아몬드 레코드(천만 장 이상 판매앨범)를 거머쥔 히트 앨범으로써 각기 그 시대의 메이저 음악계의 흐름을 대표하는 앨범들이다. 이상은 예전부터 미국 메인스트림 음악계에 관심이 있었던 이들에게 쉬운 답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랩 앨범은 꽤 의외일지도 모르겠다. 바로 마카벨리(makaveli)라는 가명으로 발매된 투팍(2Pac)의 사후 앨범 [The Don Killuminati: The 7 Day Theory]가 그 주인공이다. 아마도 투팍 하면 [All Eyez On Me]를 가장 먼저 예상한 이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2,700만 장이라는 어마어마한 판매량을 자랑하는 [The Don Killuminati]는 미국 내에서는 7백만 장이 팔렸는데, 당시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던 갱스터 랩 영웅의 죽음이 그만큼 세계적으로도 크게 주목받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단일 뮤지션이 가진 통산 판매량의 최고 기록도 투팍이 가지고 있다. 그는 현재까지 미국 내에서만 3,700만 장 이상의 통산 판매량의 기록으로 랩/힙합 아티스트 가운데에서는 부동의 1순위이며, 이는 미국 역대 음악계에서도 4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더불어 투팍은 900만 장의 판매량으로 랩/힙합 베스트 앨범 부문에서도 1위를 가지고 있으니 실로 미국인들의 투팍에 대한 사랑은 대단하다 하겠다. 한편, 가장 많이 팔린 데뷔 앨범은 넬리(Nelly) [Country Grammar]윌 스미스(Will Smith)가 97년 발매한 솔로 데뷔 앨범인 [Big Willie Style]이다. 나란히 9백만 장의 판매를 기록했지만, 영화배우로서 인지도나 이전 그룹 시절 플래티넘의 인기를 과시하던 것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넬리의 기록이 더 대단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판매량에서 벗어나서 힙합 앨범과 관련된 다른 숫자들을 살펴보자. 가장 많은 정규 앨범을 가진 뮤지션은 누구일까? 그 주인공은 바로 베이 에어리어의 노장 투 숏(Too Short)이다. 83년에 독립 레이블에서 데뷔한 그는 2012년에 발표한 [No Trespassing]까지 총 20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앨범 차트 1위에 가장 많이 오른 뮤지션은 다름 아닌 제이지(Jay-Z)다. 98년 [Vol. 2... Hard Knock Life]를 시작으로 9장의 정규 앨범이 연속 차트 1위로 데뷔했고, 알 켈리(R. Kelly), 린킨 파크(Linkin Park),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 합작 앨범 역시 1위를 차지하는 등, 총 12개의 차트 1위 기록을 가지고 있다. 또한, DMX는 데뷔 앨범부터 5연속 1위 데뷔라는 엄청난 기록을 보유했었지만, 지난 2006년에 발매한 복귀 앨범이 2위로 데뷔하면서 아쉽게 기록을 종결해야만 했다.

     2. 싱글과 숫자

    앨범보다야 기록과 통계의 스케일이 작긴 하지만, 싱글과 관련된 기록과 수치가 주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싱글 차트의 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싱글 차트는 앨범 차트보다 훨씬 더 치열한 경쟁을 거친다. 생각해보라. 만일 한 장의 앨범에 10여 곡을 수록한다고 할 때 동시에 10개의 앨범이 나온다면 100개의 곡이 나오는 셈이다. 그중 얼굴마담 격인 곡들이 서로 경쟁을 펼치니 어찌 치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무튼, 싱글 차트와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기록은 아무래도 차트 1위의 영광일 것이다. 실제로 앨범 차트를 정복한 제이-지이지만, "Empire State of Mind"로 2009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싱글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피 튀기는 부문이 바로 이쪽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곡으로 싱글 차트 정상을 가장 많이 차지한 힙합 뮤지션은 과연 누구일까? 그 주인공은 바로 에미넴이다. “Lose yourself", “Crack a Bottle”, "Not Afraid", "Love the Way You Lie"까지 총 4곡의 싱글을 차트 1위에 올려놓았다. 그럼 가장 오랜 기간 정상에 머물렀던 랩/힙합 싱글은 무엇일까? 그 주인공 역시 에미넴의 명곡 "Lose Yourself"로 12주 연속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머무르는 저력을 발휘하며 종전 11주 연속의 기록을 가지고 있던 퍼프 대디(Puff Daddy 현재 Diddy)의 “I'll Be Missing You”를 제치고 최장기간 1위 수성의 위업을 달성했다. 당시 에미넴을 엘비스 이후로 가장 인기 있는 뮤지션이라는 평가까지 끌어내게 했을 정도로 크게 히트한 이 곡은 영화 [8마일, 8 Mile]의 사운드 트랙에 수록되어 있으며,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에미넴을 전설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싱글 차트에 얽힌 또 다른 재미있는 기록들을 소개한다. 릴 로미오(Lil' Romeo)는 “My Baby"로 최연소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랩퍼가 되었으며, 푸지스(Fugees) 출신의 로린 힐(Lauryn Hill)은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른 여성 힙합 뮤지션이다. 넘버원의 위업보다는 무게감이 약간 처지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기록인 싱글 차트 탑 10에 가장 많이 자신의 이름을 올린 랩 뮤지션은 다름 아닌 디디(Diddy)다. 그는 자신의 커리어에서 두 번의 1위를 포함해 총 11곡을 탑 10에 올려놓았으며, 자신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곡 중에서도 3개의 넘버원 싱글을 포함하여 총 7개의 탑 10 히트 싱글을 배출했으니 대단하다 할만하다. DMX는 5장의 넘버원 앨범과 2위를 기록한 앨범 하나를 통해 2천만 장에 가까운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넘버원 싱글은커녕 탑 10 싱글도 하나 없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는 밀리언 셀링 뮤지션일지라도 싱글 차트에서까지 두각을 나타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이며, 싱글의 히트 여부와 앨범의 흥행이 100%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걸 암시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힙합 음악과 관련된 몇 가지 통계, 혹은 수치 기록들을 살펴보았다. 사실 이러한 데이터들은 너무나도 방대해서 한자리에 정리하기 쉽지 않지만, 앞으로도 틈이 나는 대로 정리하고 추려내서 소개해볼 생각이다. 오늘은 수많은 힙합 음악을 둘러싼 숫자들 가운데 극히 일부분만을 잘라붙여 소개해본 것이다. 글 서두에서도 언급했다시피 힙합 음악에 대한 이해는 결코 CD를 붙들고 음악만을 들어서 전부 해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소하게 보이는 사건과 기록에서 역사를 읽고 역사를 통해 힙합 음악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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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uggs (2012-09-21 17:15:21, 175.252.248.**)
      2. 아 이런기사 정말 재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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