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JAZ의 DIMENSIONS & EXTENSIONS: Rock The Bells 2009 2부
- rhythmer | 2009-12-28 | 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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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렉션 이터널의 공연을 보게 된 감동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들이 돌아왔다는 건 필자에게 여러 가지로 많은 것을 의미하기에 흐뭇한 미소가 입가를 맴돌았다.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자리를 지키기로 하고 다음 차례가 누구일까 기다리고 있는데, 무대 위로 악기들이 셋팅되며, 튠을 잡는 광경을 포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아! ‘뿌리(The Roots)’ 형들이 곧 등장하는구나!
최근 몇 개월 동안 ‘Saturday Night Show’의 하우스 밴드로서 연주를 맡으며, 잠정적으로 투어 스케줄을 계획하지 않았던 루츠 형님들의 투어소식은 희소식 중 희소식이었다. 특히, 그들의 음악은 라이브로 감상해야 그 감동이 배가 되는데, 이날 루츠 형님들의 컨디션이 다 좋았는지, 지금까지 본 루츠 형님들의 공연 중 단연 최고였다. 게다가 무수히 많은 라이브공연을 통해 쌓일 대로 쌓인 그들의 노하우와 노련함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센스만점의 퍼포먼스 루틴을 가지고 있었다. 세세하게 설명을 하고 싶지만, 직접 보는 게 가장 유익한 방법이 될 거라는 것을 알기에 기회가 되면, 그들의 라이브를 체험해보길 적극 권장하고 싶다(이날은 특별히 율동까지 맞춰주는 센스를 뽐내주었다.).이제 제법 많이 어두워졌다. 메인 스테이지는 수만 명의 인파로 물결 치기 시작했고, 이젠 나가고 싶어도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Pay Dues’ 무대 역시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는 일념 하에 다시 한 번 수많은 인파를 뚫고 나와 스테이지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LA의 영원한 레이백 옆집 형 에비던스(Evidence)와 알케미스트(Alchemist)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홈그라운드여서인지 역시 다른 뮤지션보다 사랑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 인상 깊었고, 언제나처럼 안정적으로 자신의 랩을 풀어나가는 에비던스의 여유가 멋있어 보였다. 틈만 나면, 랩을 하시려는 알케미스트 형도 몇 마디 읊조리면서 분위기를 한층 더해 갔다(아쉽게도 사진/동영상 촬영 까먹었음.).
다시 메인 스테이지로 부랴부랴 뛰어들어갔다. 다행히 아직까지 다음무대를 위한 사운드 첵킹 단계였고, 자리를 찾아갔을 때 음에는 알맞게 다음 공연이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턴테이블 위에서 ATL을 무차별적으로 외치며, 다음 아티스트를 예고하던 디제이의 소개와 함께 아웃캐스트(Outkast) 의 빅보이(Bigboi) 형이 여유롭게 등장했다. [Aquemini], [Atliens], [Southerncalldallistic]까지 아웃캐스트 3집서부터 1집까지 거꾸로 역행하면서, 각별한 샌프란시스코의 사랑덕분에 아웃캐스트 1집이 대박날 수 있었다며 남다른 사랑을 표했다. 신인 뮤지션인 마냥, 무대를 폭넓게 누비며, 방방 뛰놀던 모습을 감히 큐트했다고 표현해도 될까? 어찌나 천진난만해 보이던지 빅보이 형의 삶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곧 발표될 자신의 신보 소식 및 아웃캐스트 신보, 그리고 그들의 영원한 동무들 구디 맙(Goodie Mob)과 그들의 크루 던젼 패밀리(Dungeon Family)까지 연발로 이어지는 앨범 Drop을 기대해달라는 말과 함께 최신 히트 메들리를 펼쳤다. 솔로로서도 빈틈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프로페셔널 함에서 많은 걸 느끼고 배웠다. 근데 바로 그때! 공연도중 래퀀(Raekwon)의 깜짝 등장이 있었다. 바로 아웃캐스트의 3집에 수록된 “Oldskool Nuskool”을 부르기 위해 등장했는데, 순간적으로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등장하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어쨌든 의심의 여지없는 죽이는 콜라보였다. 하지만, 내심 걱정거리도 있었다. 설마 래퀀 형, 이 곡 하나하고 들어가는 건 아니겠지? 바통을 이어 받으시고 자연스럽게 진행되겠지? 그러나 모든 예상을 시원하게 뒤엎고, 래퀀 형은 노래를 마친 이후, 깔끔하게 퇴장해주셨다.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지만, 불길하게도 이걸로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한 곡이라도 느낄 수 있었다는 게 어딘가! 필자는 곧 다음 무대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오.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는 더욱 커져만 갔다. 뒤로 갈수록 메인과 Pay Dues 스테이지의 결정에 있어 점점 우유부단해지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아무리 메인 스테이지 쪽으로 인파가 몰린다 할지라도 맘만 먹으면 다시 나갔다 재 출입이 가능했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던 것 같다. 여하튼, 난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다음 무대는 분명 아까 잠시 깜짝 등장했던 래퀀 삼촌, 혹은 포에버 말썽꾸러기 삼촌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 형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15분 남짓 지났을까. 새로운 디제이가 올라와 2000년대 초 플립모드 스쿼드(Flipmode Squad) 조인트를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Ya know who it is!! Bussa Buss!!” 버스타 삼촌의 공연은 운 좋게도 여러 번 호흡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삼촌의 엉뚱함 때문에 매번 기대가 되는 게 사실이다. 결국, Pay Dues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지만, 버스타 삼촌과 함께하기로 맘의 결정을 내리고, 미친 듯이 즐겼다. 역시나 버스타 삼촌은 우리를 천천히 그의 유년시절로 데리고 가주셨다. 96.95.92. 92. 92..! “And now, I’m about to take y’all back to 92.” 했을 때 필자는 이미 감을 잡고 혼자서 “Scenario”를 열창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바로 “Scenario”가 나와서 미친듯이 흥분했던 걸로 기억한다. 오버해서 열창했기에, 만약 “Scenario”가 플레이되지 않았으면, 굉장히 민망해졌을 것이다. 하하. 압도적인 무대 매너와 위트 넘치는 멘트들은 퍼포먼스적으로 단연 으뜸 중 으뜸. 그렇게 쉴 틈 없이 진행된 삼촌의 다이너마이트와도 같은 퍼포먼스가 끝나고 나니, 기진맥진해졌다. 게다가 나중을 위해 비축해둔 에너지가 없었음을 알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필자는 다시 Pay Dues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이리 밀치고 저리 밀치며 겨우 Pay Dues로 넘어왔다. 헌데… 이게 무슨 일이지? 래퀀 형이 평소답지 않게 다소 의기소침하게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원래의 스케줄대로라면, 메인 스테이지에서 몇 시간 전에 공연을 했어야 하는 몸인데, 왜 예정과는 다르게 Pay Dues 섹션에서 공연을 진행했는지 영문은 알 수 없었으나, 뒤늦게나마 소림사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크게 놓친 것은 없는 듯 보였다. 필자는 라이브로 “Cream”이 듣고 싶었을 뿐이었다. 소원성취. 도착하자마자 “Cream”이라는 속어에 대해 풀이를 해주더니, 지체 없이 그 곡을 열창해주셨다. 하지만, 오늘 래퀀 형은 분명히 기운이 없어 보였고, 공연 내내 바이브(Vibe)가 이상했음을 느꼈다. 결국, 퍼포먼스를 다 마치고 사과의 멘트를 날렸는데, 샌프란시스코 피플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힘없이 무대를 퇴장했다. 아무래도 많은 팬들이 래퀀 형이 시간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쏟아 부은 듯한 분위기였다. 필자는 그저 래퀀 형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마냥 기뻤는데, 다들 쿨하게 넘어가고 더 즐겁게 공연을 즐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메인 스테이지에선 버스타 삼촌 이후로 한동안 다음 공연이 진행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대망의 듀오 게스트만을 남겨놓고 있었기에, 사람들이 차츰 그 틈을 이용해 Pay Dues 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On the perfect timing. 턴테이블 위에서 고인 딜라(Dilla) 형의 비트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무대 주변은 디트로이트 사운드로 가득해졌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는 디트로이트 사운드를 그다지 디깅하지 않는지 극소수의 ‘real headz’들만 그들의 무대에 심취해 있었다. 으잉? 그런데 공연을 보는 도중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그건 다름아닌 하이텍 형이 슬럼 빌리지(Slum Village)의 백업 디제이를 해주는 광경이었다. 리플렉션 이터널 활동하랴, SV 백업 해주랴, 텍질라(하이텍의 또 다른 이름) 형은 눈코 뜰새 없이 바빠 보였지만, 그들의 콜라보는 자연스러웠고, 잘 어울렸다. 최근 바틴(Baatin)을 잃은 SV 형제들에게 있어 힘든 시기였겠지만, 어려움을 내색하지 않고 멋지게 공연을 이어나가는 그들에게 끝없는 박수를 보냈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Fantastic vol.2]에 수록되어있는 곡들을 불러주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지만, 한국 내한 공연 때보다도 에너지가 넘쳐 보여 필자도 덩달아 에너지를 쏟아냈다. 그리고 슬럼 빌리지 형들의 무대가 끝나기가 무섭게 메인 스테이지 방면에서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오늘의 호스트 MC 중 한 분이셨던 우리들의 영원한 호랑이 선생님, 케알에스 원(KRS-ONE) 선생께서 마지막 무대를 소개하러 나오신 것이다.
필자는 행운아임이 틀림없다. ‘ROCK THE BELLS”에서 만난 모든 DJ, MC, 비보이, 일반인들, 그리고 핫 걸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들은 힙합이 살아있음을 두 눈으로 똑똑히 증명 해보였고, 고로 필자 역시 그 믿음을 서울에게 여과 없이 전해 주고픈 마음뿐이다. 언젠가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필자는 음악여행을 멈출 수 없다. 이번 여행 역시 나름 큰 액수를 투자해야만 했지만, 필자는 현재 천만 불짜리 추억을 기록하며, 기쁜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All Love.-JAZZY IVY(a.k.a. JAZ)-
기사작성 / RHYTHMER.NET JAZ(MC/Contribu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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