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JAZ의 DIMENSIONS & EXTENSIONS: 악명높은 힙합 페스티벌 IBE 2009
- rhythmer | 2010-02-24 | 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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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상단 좌측에 위치한 그림 속 인물이 필자라는 훵키한 소식도 전합니다.^^)
IBE의 매력 중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이름이 알려진 아티스트들만을 초대하여 초대형 이벤트를 열겠다는 취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현재 10년째 이 움직임을 이끌어오고 있지만, 그들이 점점 저명해진 궁극적인 이유는 노련한 선택과 안목, 그리고 그에 대한 뚜렷한 주관 때문이 아닐까 싶다. IBE를 주최하는 두 기획자, 타이론과 마리오, 이 두 분의 마음가짐은 ‘사상 초대형 대회’를 기획하자는 접근보단 ‘가장 DOPE한 잼’을 열어보자는 것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장 고집 있게 뿜어 낼 줄 아는 아티스트만 매년 초청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 농도 짙은 명단 안에 필자가 2년 연속 포함되어있다는 점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THE NOTORIOUS IBE 2009 공식 초청 게스트 리스트 월 페이퍼)이번 여행은 필자의 파트너 챠닉(CHANYC)군도 이벤트 포토그래퍼로서 공식적으로 초청을 받고 떠나는 여행이라 올해는 또 다른 즐거움이 다가올 것이라는걸 알았다. 올해도 IBE의 총체적인 스케줄 안에 내가 맡게 된 역할은 ‘UK 비보이 챔피언 쉽 유럽 예선전’ 진행과 ‘ALL BATTLES ALL(국가 대항 배틀)’ 진행을 맡게 되었는데, 작년보다 더 노련하고 여유 있게 진행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한국대표 비보이 친구들 한 명 한 명을 공항서 맞이했다. 11시 즈음되어 인천공항에 전원 집합, 그들에게서도 비장함과 강인함이 느껴져 어느 때보다도 모두가 집중된 상태임을 감지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베테랑들이라 따로 덧붙여줄 말도 없을 만큼 성숙한 친구들이었고, 역시나 모두들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대한 설렘을 감싸 안으며 당찬 발걸음으로 비행기에 올라왔다.
이번 여행길에 가지고 온 것이라곤 내 앨범들과 서울 친구들의 믹스CD, 그리고 몇 벌의 옷이 고작이었다. 사실상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건 내가 왜 가지고 왔을까?’ 싶은 경우가 많이 생기는데, 이번엔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건 시작서부터 뿌리를 잘랐다. 짐을 최소화하면 이동하기도 편안하지만, 최악의 경우, 길거리에서 자도 보호해야 할 짐이 많지 않으니까 필수품만 챙겼다(실제로 뉴욕에선 길거리에서도 며칠 잤음). 다양한 여행 경험 덕에 짐을 꾸리는 방법서부터 여행을 위한 필수품을 미리 준비하는 습관이 길들여졌는지 흐트러짐 없는 느낌이 이번 여행길에 여유를 더해줬다.
쉬폴 공항에 도착했다. 낯익은 친구들의 마중. 사실상 이젠 가족이라고 불러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내 사람들이다. 네덜란드, 한국, 일본, 영국 등 세계 여러 곳에서 매번 마주치다가 이젠 마주하고 서로를 챙겨주고 지켜주는 든든한 가족이 되었다. 9년째 열리는 축제이니만큼, 세계 각지 비보이들이 공항에서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각자 자기고향에서만 나올 수 있는 멋을 풍기며 자신의 로컬들을 뽐내기 바빴고, 초청받지 못했지만, 3일 동안 즐겁게 즐기기 위해 자비를 털어 출동한 친구들이 공항을 한가득 메우고 있는 모습은 가히 진풍경이었다.첫째 날은 이튿날 메인 이벤트에 앞서 세계 각국에서 모여드는 수 천명의 힙합인을 위해 ‘pre-party’가 준비되어있는 날이었으며, 더불어 힙합 최초의 포토그래퍼 마사 쿠퍼(Martha Cooper) 이모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해준 [Subway Art]라는 책이 출판된 지 25주년을 축하하는 기념파티 및 워크샵이 합동적으로 이루어졌다.
‘IBE 2009’역시도 DVD제작을 염두 해두고 있었는데, 지난해들과 다르게 그들은 3일간 행사 곳곳을 조명하며 축제를 설명해 줄 수 있는 리포터를 찾고 있었다. 지난 몇 년간 필자를 눈 여겨온 프랑스 다큐 팀은 올해가 되어 필자를 적임자로 지명하고 필자의 ‘off-duty(일을 하지 않는 시간)’시간들을 적절히 이용해서 행사 내용을 담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필자는 주저 없이 최선을 보였다. 준비된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지만, 내가 알고 느끼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카메라에 에너지를 담았다. 매일매일 즉각적으로 에디팅 작업을 마치고 다음날 아침 업데이트되는 시스템이라 다큐 팀은 죽어났지만, 그만큼 라이브함이 담겨 있어, 필자도 지금까지 훈훈하게 리포트 영상들을 종종 돌려보곤 한다.
이틀째 다큐 팀과 촬영. 지난밤과 마찬가지로 원큐 원샷으로 깔끔하게 오프닝 촬영을 마치고 필자는 바로 오늘 하루 종일 비보이들과 호흡할 공간 7 스타디움 안으로 향했다. 오늘 필자의 미션은 ‘UK 비보이 챔피언 쉽 유럽 예선전’ 진행이다.
무려 11시간의 진행. 끼니를 채울 시간도 없었지만, 그건 급한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 진행도 중요하지만, 나라는 사람이 그들과 호흡해야만 하는 이유를 보여주기 위해서도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물론, 현장에서 필자를 만나보지 않는 이상, 허공에 떠도는 말뿐인 것처럼 들리겠지만, 적어도 글로나마 마이크 앞에 예의를 갖춘 필자의 마음가짐을 조금이나마 알려 주고픈 심정이다. 힙합을 통해 새로운 곳을 찾아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과 함께 즐겁게 호흡하는 것만큼 필자를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는 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날이 저물고 말았다. 하지만, 다들 뭔가를 벼르고 즐기러 온 사람들뿐이라 밤이든 낮이든 그들은 24시간 쌩쌩한 듯 보였다. 뿌연 연기 속에서 오늘 하루에 대한 수많은 대화들이 오갔고, 필자 역시도 다시 다큐멘터리 팀과 조인하여 이틀째 행사 마무리 리포트를 즐겁게 마쳤다. 그러고 나서 세계친구들과 새로운 브레이크 비트를 찾아 들으며, 이틀째를 평화롭게 마무리했다.
마침내 대망의 셋째 날 아침이 밝아왔다. 오늘이 되어서야 비로소 국가 간의 대항이 펼쳐지는 ‘ALL BATTLES ALL’ 날이었기에, 모두 마지막 날까지 긴장을 늦추고 있지 않았을 터이다. 축제 첫째 날과 둘째 날이 비보잉, 팝핑, 락킹, 랩공연, 거리공연, 워크샵 세미나 등 다양한 스케줄로 자신의 관심사에 맞게 볼거리와 참가할 수 있는 대안이 여러 가지가 제공이 되었다면, 오늘은 비로소 모든 요소가 한곳에 모여 그간 저축해둔 에너지들을 한데 모이는 자리이다.
모든 상황을 상세하게 기록할 수 없어 아쉽지만, IBE 09의 여행을 마치며, 다시 한번 좋은 추억을 안겨준 세계 힙합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다. 또 하나의 dope trip(죽이는 여행). Love y’all, for real.
기사작성 / RHYTHMER.NET JAZ(MC/Contributor/jazgeem.wordpress.com), 편집 / 리드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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