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HIPHOP X VIDEOGAME② 힙합, 비디오게임을 샘플링하다 pt.1
- rhythmer | 2013-03-01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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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과 비디오게임의 콜라보레이션. 엉뚱하고 상관없는 조합 같지만, 이 두 개의 영역은 오랫동안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았다. 비디오게임은 힙합문화를 받아들이고 적용했으며, 뮤지션은 비디오게임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리고 둘은 비슷한 시기에 젊은 세대의 관심을 차지했고, 덕분에 이 둘을 동시에 사랑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준비한 시간. 힙합과 비디오게임의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인 교류를 몇 차례에 걸쳐 살펴보기로 한다.
chapter 2. 힙합, 비디오게임을 샘플링하다. part.1
게임음악은 게임산업의 확장과 하드웨어의 개발 덕분에 빠른 속도로 발전하였다. 단순히 BGM으로만 생각되었던 게임음악은 이제 영화의 사운드트랙이나 오리지널 스코어만큼 사랑받는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디깅(Digging)에 기초한 힙합음악은 이런 노다지를 가만히 놓아둘 리 없고, 열심히 좋은 재료를 공급받아 재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게임음악 샘플링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그런 비디오게임음악을 샘플링한 힙합트랙을 시대순으로 살펴보는 기회를 가져볼까 한다.
*소개한 각 트랙과 샘플 원곡은 유명한 ‘샘플 원곡 알려주기’ 사이트인 ‘whosampled.com’의 링크로 대신한다. 단, 해당 사이트에 있는 곡에 한하여.
DJ Jazzy Jeff & the Fresh Prince - "Human Video Game" (1988)Sampled from Donkey Kong (1981)
윌 스미스(Will Smith)는 프레쉬 프린스였던 시절에 더 재치가 있었다. 비디오게임 [동키콩]에 푹 빠진 자신을 보며 가사를 써내려 간 것 같은 이 곡은 디제이 재지 제프 앤 더 프레쉬 프린스의 대표앨범 [He's the DJ, I'm the Rapper]에 수록되었다. 여기서는 그들과 절친한 동료 레디 락 씨(Ready Rock C)가 비트박스로 [동키콩]의 사운드트랙을 연주하는데, 이게 정말 절묘하다. 동시에 마치 비디오게임 속 주인공이 된 듯한 프레쉬 프린스의 가사도 웃음을 짓게 한다.음악듣기: http://bit.ly/YMNyTY
Cocoa Brovaz (aka Smif n’ Wessun) – "Super Brooklyn" (1998)Sampled from Super Mario Bros. (1985)
나에게 가장 샘플링이 잘 된 트랙을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Super Brooklyn"을 추천할 것이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비디오게임 사운드트랙일 [슈퍼 마리오]에서 거의 모든 부분을 활용한 이 곡은, 듣고 있으면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는 착각마저 일으킬 것이다. 코인이나 아이템을 획득하는 효과음까지 요소요소에 배치하여 재미를 더했고, 후렴구와 플로우 역시 완벽하게 궁합을 맞추었다. 그야말로 게임 BGM이 완벽히 이식된 힙합음악. 한참 후에 나온 사이공(Saigon)의 "Get Busy"도 이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음악듣기: http://bit.ly/XGMOzD
Beanie Sigel - "Mac Man" (2000)Sampled from Ms. Pac-Man (1982)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는 정신 없고 경박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입부의 ‘이것은 빌어먹을 게임이 아니야!’라는 선포와 마약딜러의 삶을 [팩맨]과 [슈퍼 마리오] 등에 비유한 라임을 함께 곱씹어보면 이것은 대단히 합리적이고 재미있는 선택이었다. [팩맨]을 샘플링한 많은 곡 중에서 으뜸이다(정확히는 ‘팩맨’의 후속작인 ‘미스 팩맨 Ms. Pac-Man’을 샘플링했다.).
음악듣기: http://bit.ly/YDwWtP
Bone Thugs-N-Harmony - Eternal (1995)Bone Thugs-N-Harmony - Crossroad (1995)
Sampled from Eternal Champions (1993)
본 떡스 앤 하모니의 이 유명한 곡들은 세가(SEGA)의 대전격투게임 [이터널 챔피언]의 구슬픈 멜로디를 차용했다. 세가사의 정책으로 다른 플랫폼으로 이식이 이루어지지 않아 그리 익숙한 게임은 아니지만, 국외에서는 제법 인지도 있는 타이틀이다. 독특한 캐릭터 디자인으로 나름 선전했는데, 본 떡스의 멤버들을 떠올리니 제법 잘 어울리는 선택이었다.
음악듣기: http://bit.ly/YMPyvz
Indelible MC's - Mucho Stereo (1998)Sampled from Mortal Kombat (1992)
북미에서는 어떠한 격투게임보다 많은 마니아를 거느린 [모탈 컴뱃 (영화도 제작되었을 정도)]의 테마를 이용한 이 싱글은 90년대 후반 로커스(Rawkus) 레이블의 컴퍼니 플로우(Company Flow)가 주축이 된 프로젝트 인델러블 엠씨즈(Indelible MC's)를 통해 활용되었다. 특유의 비장미와 동양적 색채는 그들이 추구하던 분위기에 딱 들어맞았다.음악듣기: http://bit.ly/Z5qxtw
Arsonists - Pyromaniax (1999)Sampled from Tomba! (1997)
아소니스츠의 언더그라운드 명반 [As The World Burns]의 세 번째 트랙은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개발된 비디오게임 [톰바!]의 뒤뚱거리는 멜로디에서 착안했다. 유머러스한 멜로디와 붐뱁 드럼, 그리고 화려한 워드플레이가 이렇게 조화를 이룰 수도 있다니 놀랍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는 대전격투 형식의 장면도 있어 이들의 비디오게임에 대한 애정도 읽을 수 있다.
음악듣기: http://bit.ly/Z1GPCo
Del the Funky Homosapien feat. Khaos Unique - Proto Culture (2000)Sampled from Darkstalkers (1994)
이견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델 더 훵키 호모사피엔의 정점은 [Both Sides of the Brain]이었다. 여기에 수록된 이 트랙은 고딕 호러 세계관을 격투게임에 대입하여 인기를 얻은 [다크스토커스]의 모리건 캐릭터 테마를 샘플링했다. 원곡의 청초한 멜로디가 복잡한 리듬에 적당히 섞이며 새로운 분위기로 환복했는데, 델의 탁월한 솜씨가 돋보인다.
음악듣기: http://bit.ly/13spF7C
Eminem, J-Black & Masta Ace - "Hellbound (H&H Remix)" (2001)SoulCalibur (1998)
에미넴의 잘 알려진 부트렉 중 하나인 이 곡은 랩퍼가 마치 게임 [소울 칼리버] 속에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제대로 레코딩된 트랙이 아니며, 에미넴의 벌스는 프리스타일로 예상되지만, 극악무도한 묘사와 수위는 오히려 그의 유명한 몇 싱글보다 우위에 있다. 남코의 유명한 3D 격투게임보다 몇 배는 더 잔인한 음악이다.
음악듣기: http://bit.ly/Wl0Usj
Janet Jackson - China Love (2001)Sampled from Legend of Mana (1999)
RPG게임 [성검전설]의 외전 격인 [레전드 오브 마나]의 사운드트랙은 아주 인기 있는 게임음악 중 하나이다. 이 판타지의 신비스러움을 잘 표현한 트랙 "Moonlight City"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끌어온 지미 잼 앤 테리 루이스(Jimmy Jam and Terry Lewis)는 재닛 잭슨의 컴백작품에 이를 제공했는데, 절제된 그녀의 보컬과 함께 원곡의 아름다움을 잘 살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음악듣기: http://bit.ly/WqIEhn
Fat Joe - "Take a Look at My Life" (2002)Sampled from NAVY Field (2000)
팻 조의 [Loyalty]를 틀면, 곧바로 튀어나오는 이 트랙은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략시뮬레이션 온라인게임 [네이비 필드]의 주제가를 벅와일드(Buckwild)의 스타일로 재현한 곡이다. 특유의 웅장함과 응원가 같은 스타일은 앨범의 포문을 여는 트랙에 아주 적절했다. 비록, 앨범은 호불호가 갈렸지만, 비디오게임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팻 조의 팬이라면 이 게임을 시작할 때마다 그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까….
음악듣기: http://bit.ly/Z1HCDo
Part.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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