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스트립 클럽과 힙합의 은밀한 관계
- rhythmer | 2013-03-09 | 2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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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일권
힙합 음악을 듣다 보면, 스트립 클럽, 혹은 스트리퍼에 관한 라인이나 내용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근 몇 년 사이 발표된 클럽 뱅어들에서 더욱 도드라지고, 아예 ‘스트립 클럽용 힙합’을 표방하고 나오는 곡들도 꽤 있다. 그중에서도 애틀랜타 출신 랩퍼들의 스트립 클럽 사랑은 유별날 정도다. 미 연예 매체 가십난에는 스트립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돈을 뿌리는 랩 스타들 관련 기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이제 잘나가는 랩퍼라면, 스트립 클럽에서 사진 한 장 정도는 찍혀줘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다.문득 궁금해졌다. 과연 스트립 클럽과 랩퍼들 사이엔 어떤 특별한 것이 있는 걸까? 단지 힙합 음악에서 성이 자주 다뤄지는 소재여서이거나, 랩 스타들이 특별히 더 여색을 밝히기 때문은 아니었다. 이 사이엔 그보다 훨씬 은밀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스트립 클럽은 거대한 프로모션의 장2000년대 들어 클럽을 겨냥한 서던 힙합 트랙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스트립 클럽은 단순히 퇴폐적인 공간이 아니라 힙합 산업에 몸담고 있는 많은 이가 인정하는 거대한 프로모션의 장이 되었다. 미국의 레이블 관계자들은 아주 오랫동안 대중이 많이 모이는 공간, 이를테면, 이발소나 미장원, 레포츠 센터 등을 신곡의 홍보 스팟으로 여겨왔는데, 이와 함께 근 몇 년 사이 스트립 클럽 역시 매우 중요한 스팟이 된 것이다. 여기엔 스트립 클럽을 바라보는 음악 산업 관계자들의 인식의 변화가 한몫 했다. 이제 더 이상 스트립 클럽은 춤추는 나신의 여인들을 보러 온 변태 남성들만의 저급한 공간이 아니었다. 그곳은 다양한 성 정체성을 지닌 이들의 (그것도 밤늦게까지 즐길 수 있는) 허브와도 같았다. 게다가 몇몇 유명한 클럽들은 사운드 시스템까지 완벽하게 갖춰놓고 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부대끼는 공간 속에서 음악을 모니터링하고 반응을 살필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기도 했다.
매체의 보도나 인터넷 상에 돌아다니는 정보를 수집해보면, 현재 미국 전역에 분포된 스트립 클럽은 8,000개 이상.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특히, 남부에서는 스트립 클럽에서 얼마나 자주 플레이되는냐가 한 아티스트의 커리어와 곡의 인기에 끼치는 영향이 라디오 에어플레이보다 더 강력하다고 한다. 소 소 데프(So So Def)의 수장이자 버진 레코드(Virgin Records) 어반 뮤직 부문 책임자를 역임한 저메인 듀프리(Jermaine Dupri)도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애틀랜타에서 스트립 클럽 에어플레이는 라디오 에어플레이보다 (홍보적으로)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레이블 관계자들은 스트립 댄서들이 곡을 신청하는 빈도와 대중의 즉각적인 반응을 살피면서 싱글의 성공 가능성을 점쳐보고, 홍보 방향을 설정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또한, 몇몇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들이 클럽에서 히트에 힘입어 스타로까지 발돋움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도 하는데, 루다크리스(Ludacris)와 릴 존(Lil Jon) 등은 그 대표적인 뮤지션이다. 조지아주 디케이터 출신의 그룹 트래비스 포터(Travis Porter)와 그들의 싱글 "Make It Rain”은 스트립 클럽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상업적으로도 히트한 최근 사례로 꼽아볼 만하다.
스트립 클럽은 효과적인 세금 공제의 장자, 이게 무슨 황당무계한 소리인가 싶은 이들이 많을 거로 예상하지만, 진짜다. 현재 스트립 클럽은 엄연히 랩 스타들의 세금 공제의 장이 되고 있다. 미 힙합계 소식을 꾸준히 살피는 이들이라면, 종종 랩 스타들이 스트립 클럽에서 몇만 달러(한화 몇 천만 원)를 그냥 뿌렸다는 뉴스를 접하고 자신도 모르게 ‘헉’ 소리를 내뱉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일례로 지난 2012년 6월 루다크리스가 클럽에서 만 달러(한화 약 11,000,000원)를 뿌려서 화제를 모았고, 올 3월에는 드레이크(Drake)가 무려 5만 달러(한화 약 54,000,000원)를 뿌리며, ‘헉’ 소리를 넘어 욕 나올 정도의 위엄(?)을 과시했다. 얼핏 보면, 이러한 랩퍼들의 행동이 단순하게 자신의 부를 매우 오버해서 과시한 것 같지만, 이는 비즈니스적인 계산이 선행된 행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랩퍼들이 스트립 클럽에서 돈 쓰는 걸 홍보와 연계하여 세금 공제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최근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여기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첫 번째, 접대비 명목으로 스트립 클럽에서 돈을 쓰는 경우다. 랩퍼들은 클라이언트들과 고객, 또는 직원 접대로 비용을 충당했을 때, 이를 공제받을 수 있는데, 주로 스트립 클럽에서 접대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사실 이는 사회 내에서 흔히 벌어지는 접대문화와 별반 다르지 않은 부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갑과 을 사이의 관계라기보다 접대라는 명목 아래 함께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진짜 놀라운 건 두 번째 경우다. 클럽에서 놀더라도 홍보 목적이 수반되면 역시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는데, 이를 위해 랩퍼들이 하는 게 바로 돈을 뿌려대는 것이다. 이 같은 행위가 랩퍼들의 이미지 구축을 위한 홍보 수단에 포함된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합법적인 비즈니스 방식이라는 소리다. 게임(Game)이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언급한 걸 바탕으로 말해보자면, 이렇게 돈을 뿌리는 행동은 이른바 ‘요즘 잘나가는 랩퍼’라는 인식을 심어줌과 동시에 해당 랩퍼의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는 좋은 홍보 툴이 된다. 실제 이것이 랩퍼가 여러 쇼에 출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사람들의 앨범 구매를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다만, 이중 스트리퍼들에게 지급되는 비용은 영수증 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 작정하고 태클을 건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이처럼 미국에서 스트립 클럽과 힙합은 비즈니스적으로 매우 깊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리고 그만큼 이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계속 이루어지고, 논란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도 딥셋(Dipset)의 짐 존스(Jim Jones), 게임 등이 세금 공제의 목적으로 스트립 클럽을 이용하면서 합법적인 사업 비용의 일환이라고 주장하여 논란의 중심에 섰으며, 일부 랩퍼들은 “클럽에서 돈을 뿌려대면,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어!”라고 공공연하게 밝히기까지 한다. 랩퍼들은 클럽에서 돈의 비를 내리고, 그것이 중요한 홍보 방식으로 인정되어 소득세 공제가 이루어지고…. 힙합 산업계에서는 이렇게 오늘날에도 우리 정서로는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잔뜩 벌어지고 있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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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y Cry (2013-03-12 18:45:45, 110.70.23.***)
- 힙합은 연말정산도 힙합이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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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린네 (2013-03-10 16:57:11, 14.138.66.***)
- 음 재미난 사실 알고 갑니다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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