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리드머 토픽] 프로레슬링이 힙합을 만났을 때 Wrestle & Hustle, Listen!
    rhythmer | 2013-03-21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매년 3월 말과 4월 초는 프로레슬링 팬들의 가슴이 가장 뜨거워지는 시즌이다. 프로레슬링 최고의 축제 레슬마니아(Wrestle Mania)가 열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리드머에서 웬 레슬마니아 얘기냐고 반문할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그건 바로 레슬마니아에 음악적으로 재미있는 현상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메인 테마송의 주도권이 록에서 힙합으로 서서히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크리드(Creed), 모터 헤드(Motor Head), 림프 비즈킷(Limp Bizkit)이 장식하던 축하무대에 이제는 플로라이다(Flo-Rida), 머신건 켈리(Machinegun Kelly)가 오르고 있으며, 레슬마니아 테마송으로 타이니 템파(Tinie Tempah)Written in the Stars, 디디(Diddy)Coming Home등이 선정된 것이 그 예다. 한때 흑인은 절대 챔피언이 될 수 없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던 레슬링 업계에 힙합의 위상이 이토록 높아진 것을 기념하며, 프로 레슬링 속의 힙합을 살짝 들춰보기로 한다.



     

    레슬링 속의 힙합 Level 1. 등장음악

     

    레슬링이 힙합을 활용하는 가장 흔하고 쉬운 방법은 등장음악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가장 큰 재미를 본 레슬러로는 태그팀 투 쿨(Too Cool)이 있다. 커다란 고글, 에코 바지, 에코 재킷을 걸치고 춤을 추면서 등장하던 그들은 경기에서 이기면 세러모니로 춤을 췄었는데, 실력과 상관없이 경기장의 흥을 돋우는 캐릭터로 큰 인기를 끌었었다. 비록, 춤 실력은 형편없었지만, 피니쉬 무브가 힙합드롭이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힙합을 활용했던 케이스다. 그 외에 주목할 레슬러로는 마크 헨리(Mark Henry)가 있다. 섹슈얼 초콜릿이라는 바람둥이 캐릭터로 활동하던 그는 악역으로 변신하면서 새로운 등장음악을 선보였는데, 그것이 바로 쓰리 식스 마피아(Three 6 Mafia)가 부른 Somebodeis Gonna Get It이다. Beat 'em up, beat 'em up, break his neck, break his neck.을 반복하는 무시무시한 가사처럼 마크 헨리는 상대하는 선수들마다 부상을 입히며, 단숨에 WWE의 간판 악역이 되었다. 이외에도 레이 미스테리오(Rey Misterio), 크라임 타임(Crime Tyme) 등등, 힙합을 등장음악으로 사용한 레슬러들이 많은데 아예 WWF2000년에 메쏘드 맨(Method Man), 레드맨(Red Man), 런 디엠씨(Run DMC), 스눕 독 (Snoop Dogg) 등을 섭외하여 레슬러들의 등장음악을 힙합으로 리메이크한 컴필레이션 앨범 [WWF Aggression]을 발매하기도 했었다
     

     

    레슬링속의 힙합 Level 2. 캐릭터

     

    등장음악으로 힙합을 활용하는 것이 초급이라면, 힙합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중급이라고 할 수 있겠다(더욱 정확한 표현으로는 기믹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캐릭터로 표기한다.). 힙합 캐릭터로 가장 크게 재미를 본 레슬러는 누가 뭐래도 존 시나(John Cena). 단정한 스포츠 머리, 평범한 레슬링 팬츠에 착하고 건실한 모범생 캐릭터였던 그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야구 캡을 뒤집어쓰고, 커다란 져지, 반바지, 농구화 차림의 Doctor of Thuganomics' 캐릭터로 변신하고 난 후부터다. 직접 부른 노래와 함께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프리스타일로 상대선수를 디스하는가 하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챔피언 벨트를 블링블링-스피너벨트로 바꾸며 WWE의 힙합화에 앞장섰다. 심지어 2005년에는 정규 앨범 [You Can`t See Me]를 발표하기도 했는데, 발매 첫 주에만 143,000장이 팔리며 빌보드 차트 1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또 다른 힙합 캐릭터로는 알투르쓰(R-Truth)가 있다. 존 시나보다 먼저 의상부터 경기스타일, 등장음악까지 힙합 캐릭터를 완벽하게 수행했지만, 안타깝게도 존 시나처럼 큰 스타가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의 등장 음악만큼은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는데 후렴 부분의 What`s Up은 레슬링 팬이라면 누구나 다 알만큼 유명하다.

     


    (좌) 존 시나의 데뷔적 모습 (우) 힙합 컨셉트의 존 시나

      

     

      

    존 시나가 바꾼 챔피언벨트 

     

     



    레슬링 속의 힙합 Level 3. 뮤지션

     

    힙합음악, 힙합캐릭터를 넘어 아예 뮤지션들이 프로레슬링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개그콘서트 생활의 발견에 연예인들이 특별 출연하듯 힙합 뮤지션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힙합에 별 관심 없는 레슬링 팬에게는 오히려 레슬러로 기억되는 그룹 인세인 클라운 파시(Insane Clown Posse)는 가장 특이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백야드(backyard) 레슬링을 통해 기술을 연마하고, 여기저기 작은 단체들을 돌며 경험을 쌓아가던 인세인 크라운 파시는 1998WWF로부터 소속 레슬러의 등장음악을 만들고 경기장에서 직접 불러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그리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인세인 크라운 파시는 아예 WWF 소속 레슬러로 뛰게 되었다. 뮤지션이 프로레슬러가 된 것도 재미있는 사건인데, 더 흥미로운 건 그들의 계약조건이었다. 출연료를 전혀 받지 않고 공짜로 레슬링을 하는 대신 WWF가 인세인 크라운 파시의 광고를 경기 중간마다 노출시켜주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WWF 활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기존 레슬러들의 텃세와 미숙한 경기 운영, 그리고 약속대로 이행되지 않은 광고노출 등등,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3개월 만에 그들은 WWF를 떠나고 만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이듬해 WWF의 라이벌 단체 WCW로 이적해서 제법 비중 있는 악역 태그 팀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활동했다.


    ICP 레슬링 경기

     

    레슬링 속의 힙합 Level 4. 스토리라인

     

    이제 레슬링이 힙합을 활용하는 최종 단계다. 캐릭터, 음악, 뮤지션을 모두 아우르는 스토리라인이다. 1999WCW에서 진행됐던 Rap vs Country Music스토리라인이 바로 그것이다. 99년 당시 지금의 제이-(Jay-Z)만큼이나 영향력이 컸던 마스터 피(Master P)WCW(WWF의 라이벌단체)와 계약을 맺고 레슬링 진출을 선언했다. 물론, 그가 직접 레슬링을 하는 것은 아니고 그의 레이블 노 리밋(No Limit) 소속 뮤지션들과 레슬러들을 모아 노 리밋 솔저(No Limit Soldier)라는 그룹을 결성해서 WCW에 참전한다는 스토리였다. 그러나 이 스토리라인은 당초 계획과는 달리 아주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 버렸다. 착한 역으로 환호를 받아야 하는 마스터 피가 관객들의 야유를 듣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반대로 랩을 싫어하고 컨트리 뮤직을 사랑하는 악역 레슬러들이 환호를 받으면서 스토리 라인은 엉망이 되어버렸다. 결국, 마스터 피의 야심 찬 레슬링 진출과 힙합을 활용한 스토리라인은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훗날 마스터 피는 관객들의 인종차별 때문에 이 스토리라인이 실패했다며, 관객을 탓하기도 했다.


    Rap is Crap vs No Limit Soldiers

     

    프로 레슬링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상승한 시점이 로큰롤과 결합된 이후라는 분석이 있듯이 프로 레슬링과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프로레슬링은 힙합에 눈을 돌리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드레이크(Drake)나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레슬마니아에 등장하는 날이 정말 올지도 모를 일이다. WWF(지금은 WWE)의 유명한 캐치 프라이즈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Anything Can Happen In WWF! 

    6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1. 덕구 (2013-03-22 23:07:49, 175.202.145.**)
      2. 칼럼엔 언급이 안되었지만 레이 미스테리오도 스페인언 랩 음반을 낸적이 있지요 존시나의 랩퍼 기믹이 이 레이미스테리오랑 존시나가 프리스타일 랩 배틀을 하다가 탄생된것이기도 하고 ..
      1. Fukka (2013-03-22 18:53:20, 211.246.78.**)
      2. 아 재밌게 봤습니다. 인새인클라운파시가 레슬러로 활동한건 처음 알았네요
    « PREV LIST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