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흥신소: Joey Bada$$와 Pro Era '90년대 힙합에 취한 새로운 세대'
- rhythmer | 2013-07-09 | 1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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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신소 = 흥할만한 신예를 소개합니다!
“난 단지 밑바닥에서부터 끝까지 해나가고 싶어요. 내 레이블을 시작하고 싶고…. 누구와도 계약하지 않을 겁니다. 순전히 내 능력만으로 해나가겠어요."
많은 힙합팬과 관계자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뉴욕 출신의 랩퍼 조이 배드애스(Joey Bada$$)는 제이-지(Jay-Z)의 록 네이션(Roc Nation)을 비롯한 몇몇 메이저 레이블의 러브콜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그리고 이 대답은 올해 18세(미국 나이)의 이 당찬 랩퍼가 얼마나 음악적 심지가 굳고, 패기 넘치는 인물인지를 고스란히 드러내어준다. 오늘날 신예로서는 드물게 90년대 붐 뱁(Boom Bap) 힙합 프로덕션을 추구하는 조이와 그의 크루 프로 에라(Pro Era aka Progressive Era)는 이렇게 주변의 간섭을 거부하고 트렌드에 대한 강박 없이 진정한 의미에서 독립 노선을 걷고 있다. 특히, 새 믹스테잎 [Summer Knights]가 공개 하루 만에 4만 다운로드를 돌파한 데 이어 일주일 만에 10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하면서 조이 배드애스의 독자적인 행보에 얼마나 많은 관심이 쏠려있는지가 다시 한 번 증명되었다.
새로운 세대가 보여준 90년대 힙합의 완벽한 구현 [1999]
조이가 2012년에 공개했던 믹스테잎 [1999]는 수많은 힙합팬과 매체에 신선한 충격과 환희를 안겼다. 농익은 가사와 그의 나이대와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90년대 초·중반의 샘플링, 붐-뱁 프로덕션으로 가득 찬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믹스테잎을 만들기 위해 조이가 직접 유튜브를 통해 고른 엠에프 둠(MF Doom), 로드 피네스(Lord Finesse), 제이 딜라(J Dilla) 등등, 명장들의 기발표 비트와 오늘날 대표적인 샘플링 작법의 프로듀서 중 한 명인 스태틱 셀렉타(Statik Selektah), 프로 에라의 두 프로듀서 척 스트레인저스(Chuck Strangers)와 브루스 리 킥스(Bruce Lee Kix) 등이 제공한 오리지널 비트가 한데 어우러져서 연출하는 전통적인 90년대 힙합 스타일의 향연은 실로 장관이었다.
특히, 자신이 랩퍼가 된 이유와 포부를 훌륭한 라이밍 속에 담아낸 “Waves”와 그의 브래거도시오(braggadocio/*필자 주: 단어의 의미는 단순히 ‘허풍’이지만, 랩/힙합 음악에서 랩퍼들 특유의 물질적, 정신적 자기 과시 기법을 통틀어 일컫는 용어이기도 하다. 우리말로 풀기에 모호한 감이 있어 여기서는 미국에서 사용되는 용어 그대로 사용함을 밝힌다.)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와있는지를 체감할 수 있는 “Survival Tactics” 같은 트랙은 압권이었다. 이처럼 탄탄한 랩 트랙들로 이루어진 [1999] 믹스테잎은 힙합팬들의 열렬한 호응 속에서 엄청난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했고, 같은 해에 발표한 또 다른 믹스테잎 [Rejex] 역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많은 힙합 뮤지션과 매체, 그리고 산업 관계자들도 조이 배드애스라는 이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I wouldn’t call it '90s rap, since it's 2012, but I’m very influenced by '90s music”
-Complex와 인터뷰 중
조이 배드애스는 1995년, 조-본 버지니 스콧(Jo-Vaughn Virginie Scott)이라는 이름으로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조이의 부모는 집에서 90년대 힙합 음악을 곧잘 틀어놓곤 했는데, 이때문인지 그는 크면서 당대의 음악과 문화에 흠뻑 빠지게 된다. 참고로 조이가 두 살 때 가장 처음으로 후렴구를 외워서 불렀던 곡이 노토리어스 비아이쥐(The Notorious B.I.G)의 “Hypnoyize”였다고 한다. 11살 때부터 가사를 쓰고 랩을 시작했던 그가 본격적으로 랩퍼의 길로 들어선 건 고등학생이 되어서다. 최초에는 연기를 공부했으나 곧 제이오비(JayOvee)라는 랩퍼 명을 짓고 활동을 시작했는데, 얼마 후, 좀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길만한 닉네임의 필요성을 느꼈고, 그래서 지은 게 바로 지금의 ‘조이 배드애스’다. 그리고 조이는 곧 뜻이 맞는 고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결성한 크루 ‘프로 에라’의 일원으로서도 활동하게 된다.
많은 이의 짐작과 달리 프로 에라를 발족한 건 조이가 아니었다. 그가 지난 2012년, ‘www.interviewmagazine.com’과 가진 인터뷰에 따르면, 프로 에라 크루는 같은 해 12월, 자살로 생을 마감한 랩퍼 캐피톨 스티즈(Capital Steez)와 프로듀서이자 포토그래퍼 역할을 맡고 있는 파워스 플레즌트(Powers Pleasant)가 공동 창립자다. 둘의 권유로 조이가 크루에 합류했고, 이어 또 한 명의 핵심 멤버 씨제이 플라이(CJ Fly)까지 뛰어들면서 그룹의 틀이 형성된 것이었다. 이후, 짧은 기간에 크루의 멤버는 21명으로 불어났다(*필자 주: 캐피톨 스티즈의 사망으로 20명이 되었으나 멤버 수는 유동적인 듯하다. 현재 그들의 홈페이지 로스터에는 스티즈를 포함한 12명만 올라 있다.). 프로 에라가 이목을 끄는 건 새로운 피가 대거 모인 집단이라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각종 분야의 아티스트가 모인 멤버 구성 때문이다. 힙합 크루 내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랩퍼와 프로듀서는 물론, 포토그래퍼, 엔지니어, 의류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엔터테이너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자 복수의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조이 배드애스만 하더라도 MC, 프로듀서, 그래픽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 맡은 역할이 네 가지다. 그리고 이들은 2012년 5월에 첫 믹스테잎 [The Secc$ Tape]을, 12월에 두 번째 믹스테잎 [P.E.E.P: The aPROcalypse]를 공개했다.
창립자는 아니었지만, 힙합 씬에 프로 에라의 이름을 알린 건 확실히 조이 배드애스였다. 그는 2010년 10월, 자신의 프리스타일 랩핑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이것이 유명 힙합 사이트 중 한 곳인 ‘World Star Hip Hop’에 의해 정식으로 재소개되면서 커리어의 첫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 영상이 빅 크릿(Big K.R.I.T.), 스모크 디자(Smoke DZA) 등을 매니지먼트하며 인디 레이블 시네마틱 뮤직 그룹(Cinematic Music Group)을 이끌던 조니 쉽스(Jonny Shipes)의 주의를 끈 것이었다. 쉽스는 트위터를 통해 조이에게 연락을 취했고, 곧 둘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다. 또한, 프로 에라 역시 레이블과 정식으로 계약을 맺기에 이른다. 그리고 2012년에 글의 첫머리에서 언급했던 제이-지의 록 네이션으로부터 계약 제의가 있었고, 주변의 압박 없이 여유롭게 정규 데뷔작을 완성하고 싶었던 조이는 인디 뮤지션으로서 길을 택하고 [B4.DA.$$]를 준비 중이다.
그들의 행보가 진정으로 돋보이는 이유는…
언젠가 필진들 모임에서 농담 삼아 이런 이야길 한 적 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데, 붐-뱁 힙합(Boom-Bap)의 시대가 다시 올지도 모르지. 지금 클럽 뱅어에 익숙한 미국의 어린 랩퍼들이나 지망생들에겐 오히려 90년대 스타일이 새롭고 흥미롭게 들릴지도 모를 일이니까….”
적어도 조이 배드애스와 그의 친구들만큼은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해서 (전통적인) 붐 뱁 스타일의 유행이 돌아올 확률은 극히 드물 것이다. 또 이미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서는 트렌드와 상관없이 그 명맥이 꾸준히 이어져온데다가 메이저 뮤지션 다수의 앨범에서도 여전히 붐 뱁 트랙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주류냐 아니냐를 따지는 게 무의미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다시금 90년대 힙합을 화두에 올려놓은 게 십 대 랩퍼이자 각광받는 신예라는 건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이 배드애스와 프로 에라의 행보가 돋보이는 건 이들이 추구하는 90년대 힙합이 다른 시대의 힙합보다 우월해서가 아니다. 당장 눈앞의 인기나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스스로 신선하다고 생각한 음악, 만들고 싶은 음악을 과감하게, 그것도 잘 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이들에겐 그게 90년대 힙합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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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kka (2013-07-14 09:57:18, 175.223.52.***)
- 개기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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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tox (2013-07-09 21:37:45, 211.201.132.***)
- 90년대힙합이 진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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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 (2013-07-09 16:11:10, 182.218.147.**)
- 힙합은 붐뱁이 진리라 생각하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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