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커리어에 오점을 남긴 치욕의 앨범 커버들
- rhythmer | 2013-08-01 | 1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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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빠짐없이 쏟아진 폭우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 신보덕분에 지난 6,7월은 힙합팬들에게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4장의 앨범,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Yeezus], 제이콜(J.Cole)의 [Born Sinner], 제이지(Jay-Z)의 [Magna Carta.... Holy Grail], 왈레이(Wale)의 [The Gifed] 중 어떤 앨범이 가장 뛰어날까?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혹여 하나를 고른다고 하더라도 아마 어마어마한 논란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질문을 ‘어떤 앨범의 커버 아트가 가장 떨어질까?’로 바꾸면 아마 큰 논란 없이 왈레이의 [The Gifted]로 의견이 모일 것이다. 흡사 메두사를 연상시키는 조각상과 몹시 허전한 느낌의 일러스트로 채워진 커버는 정규 앨범이라기보다는 급히 만든 믹스테잎의 인상을 풍긴다. 그러나 청취욕구를 감퇴시키는 커버 아트를 벗겨내고 음악을 들어보면, 소울풀한 사운드와 섬세한 가사가 쏟아진다. 이토록 커버 아트와 앨범의 사운드간 격차가 큰 앨범이 또 있었던가? 그래서 한번 추려보았다. 앨범의 완성도나 판매량에 비해 커버 아트가 형편없었던 앨범들을….단, 메이저 앨범을 위주로, 그리고 현지의 여러 매체에서도 중복으로 거론했던 앨범들 중에 골라봤다.
초창기 Cash Money Records의 모든 앨범들
초창기 캐쉬 머니 레코드(Cash Money Records)의 앨범들은 음악적으로 한결같다. 한 명의 프로듀서 매니 프레쉬(Mannie Fresh)가 전곡을 만들고 외부의 게스트는 거의 없이 레이블 동료들이 서로의 앨범에 돌아가며 참여했기에 어떤 앨범을 들어도 거의 흡사했다. 심지어 커버 아트마저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 다이아몬드 잔뜩 박힌 폰트로 가수명, 앨범 타이틀을 위아래에 놓고 금니가 드러나게 웃는 커다란 얼굴을 가운데에 배치한 다음, 주변을 술과 차로 데코레이션하는 레이아웃을 가수들의 얼굴만 바꿔가며 줄기차게 활용했다. 캐쉬 머니라는 레이블명과 발표하는 앨범마다 플래티넘을 기록했던 당시의 인기와 비교해볼 때 지나치게 저렴한 커버 아트들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그들의 위상에도 비웃음 거리가 되곤 했었다. 최근에는 그래도 많이 나아진 모습이지만, 베이비(Baby)의 [Bird Man]은 포토샵1.0으로 만든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조악한 완성도를 자랑한 바 있다.
Master P의 모든 앨범들
지금은 감히 비교도 할 수 없지만, 90년대 말 마스터 피(Master P)가 이끌던 노 리밋(No Limit) 레코드는 캐쉬 머니의 강력한 라이벌이었다. 비슷한 음악 색깔과 다작, 그리고 어마어마한 판매량까지 막상막하였던 두 레이블은 커버 아트의 퀄러티마저도 비등비등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캐쉬 머니가 일관된 형식으로 저렴했다면, 노 리밋은 참 다양한 방법으로 저렴했다는 것 정도? 특히, 압권은 마스터 피의 앨범 커버들이다. 깨진 픽셀을 그대로 올린 첫 번째 앨범부터 캐쉬 머니를 연상시키는 돈 자랑 커버, 그리고 왈레이의 조각상이 마스터 피스로 느껴지게 하는 허름한 3D 그래픽까지… 나쁜 앨범 커버의 모든 유형을 다 보여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minem의 [Re-Up]
에미넴(Eminem)은 모두 알다시피 참 다재다능하다. 랩 실력은 물론이고 한때는 프로듀싱으로도 이름을 날렸으며, 영화 [8mile]에서는 놀라운 연기력도 선보였다. 그런 그가 그림에도 소질이 있다면? 아마 질투 많은 이들은 왜 그에게만 모든 재능을 주었느냐며 신을 원망할지도 모른다. 그런 그들에게 위로가 되는 한 줄기 빛 같은 앨범 커버가 있으니 바로 에미넴이 직접 그렸다는 [Re-Up]의 커버 아트다. 심지어 본인마저도 실물보다 못생기게 그린 이 그림을 보면, 에미넴이 결코 모든 재능을 다 가진 사람은 아닌 것이라는 안도감이 든다.
Da Brat의 [Unrestricted]
릴 킴(Lil Kim)과 폭시 브라운(Foxy Brown)이 섹시 컨셉트로 씬에 어필할 때 다 브랫(Da Brat)은 정반대로 강력한 여자 컨셉트로 인기를 끌었었다. 그러나 두 번째 앨범이 생각보다 반응이 저조하자 세 번째 앨범에서 그녀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그녀 역시 섹시 노선을 타기로 한 것. 그 결심의 산물이 바로 이 앨범 커버다. ‘나도 이제 섹시 랩퍼야!’라고 선언하듯 한층 여성스러워진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로 치장하고 그녀의 섹시한 모습이 프린트 된 바디수트를 입은 모습이 전면에 배치된 이 커버 아트는 얼핏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조악한 완성도에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옷에 프린트 된 것이 아니라 그냥 몸통 모양을 오려내고 사진을 합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앨범의 실패를 만회하고자 자신의 컨셉트를 완전히 바꾸고 내놓는 앨범치고는 너무 성의 없지 않은가? 그래도 다행히 커버만큼 성의 없지는 않은 음악 덕에 비교적 준수한 차트 성적을 기록했었다.
Trick Daddy의 [www.thug.com]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트릭 대디(Trick Daddy)는 마이애미에 기반을 둔 슬립 앤 슬라이드(Slip N Slide) 레이블의 간판 스타였다. 발표하는 앨범마다 준수한 차트 성적을 기록하며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렸었지만, 역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앨범을 남기지는 못했다. 다만, 역사에 길이 남을 흉측한 앨범 커버를 남겼을 뿐. 트릭 대디의 홈페이지 주소였던 www.thug.com을 그대로 따서 만든 그의 두 번째 앨범 [www.thug.com]이 그 치욕의 주인공이다. 인터넷 초창기 시절에 자주 보았던 아마추어들이 만든 조잡한 웹 페이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메뉴 구성과 포토샵 초보자가 잘라낸 듯 경계선이 몹시 지저분한 트릭 대디의 저해상도 얼굴까지. 정말 돈 주고 사기 싫어지는 앨범 커버지만, 그럼에도 무려 50만명이나 이 앨범을 사갔다는 사실.
Lil Flip의 [The Leprechaun]
스카페이스(Scarface)는 데프 잼 사우스(Def Jam South)의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아주 무서운 신인 하나를 발굴했는데, 프리스타일 킹이야! 이 친구는 정말 어마어마한 스타가 될 거야!”. 그 무서운 신인의 이름은 릴 플립(Lil Flip)이고, 스카페이스의 마음을 사로잡은 릴 플립의 인디 앨범이 바로 지금 소개할 [The Leprechaun]이다. 앨범 커버 아트만 보면, 도무지 프리스타일 킹의 자신감도, 19세의 나이에 씬을 사로잡은 당돌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난쟁이 요정으로 변신한 릴 플립의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씨리얼 박스를 조잡하게 패러디한 디자인에 한숨만 나올뿐. 그러나 이 우스꽝스러운 앨범은 인디임에도 빌보드 힙합 앨범 차트 67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었다. 비록, 남부의 스타들을 거론할 때 이제 릴 플립을 언급하는 사람은 없지만, 최악의 앨범 커버에서만큼은 릴 플립은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 인물이다.
Big Bear의 [Doin Thangs]
백문불여일견.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Common의 [Finding Forever]
커먼은 음악뿐만 아니라 커버 아트도 굉장히 예술적으로 만들어 온 아티스트다. 그런 그의 커리어에 오점이 하나 있으니 바로 [Finding Forever]다. 물론, 앞서 언급한 앨범들에 비하면 훨씬 준수한 수준이긴 하나 앨범 자체의 완성도와 비교해볼 때 커버 아트의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처음 이 커버가 공개되었을 때 정식 커버가 아니라 그냥 팬이 그린 습작일 것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전반적인 구성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커버 속의 커먼은 단발머리인가? 후드를 쓴 것인가? 저 뒤에 펼쳐진 도시는 무슨 의미이며, 저 공간은 어디일까? 난해하기보다는 난잡한 구성이 커먼의 아름다운 커리어에 아주 작은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Lupe Fiasco의 [Food & Liquor]
너무 신경을 안 썼다기보다는 앨범의 완성도에 비해 커버 아트가 너무 떨어진다는 얘기다. 사실 핑크 플로이드의 영향을 받은 듯 안받은 듯한 프리즘 배경에 찢겨진 코란과 닌텐도, 붐박스와 함께 우주에 떠 있는 루페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많은 디자이너들이 실행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입체감이라던가 현실감 없이 누가 봐도 급히 합성한 티가 나는 오브제들이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한 데뷔 앨범 중 한 장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Cam`ron의 [Confessions of Fire]
한때 힙합 씬에 핑크(Funk) 열풍을 몰고 왔던 캠론(Cam`ron)의 데뷔 앨범도 치욕의 리스트를 피해갈 수 없다. ‘불의 고백’이란 거창한 앨범 타이틀에 걸맞게 용광로에 작업복을 입은 캠론이 비장하게 서 있는 이 앨범이 뭐가 문제일까? 당시 힙합팬들 눈에는 강인한 남자로 보이기보다는 근육질의 게이로 보였다는 것이다. ‘complex.com 선정 최악의 사진 50’에도 꼽힐 만큼 게이스러워 보였던 이 사진에 많은 남성팬들이 홀려서였을까? 이 앨범은 골드(Gold)라는 준수한 성공을 거두었다.
아이스 버그 (Ice Berg) - [Gangsta Rap]
백문불여일견.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2)
Hell Rell의 [For The Hell of It]
개코의 가사 ‘조심해 보시다시피 내 입속에는 뱀 있어’를 연상시키는 헬 렐(Hell Rell)의 앨범 커버. ‘난 라임이 아니라 총알을 내뱉지!’라고 말하는듯한 이 커버는 아쉽게도 헬 렐을 무서운 캐릭터로 만들기보다는 우스운 캐릭터로 만들어 버렸다.
Ghostface Killah의 [Bulletproof Wallets]
명품 가운을 입고 펜 케이크를 요리하는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 그리고 멍한 눈으로 돈 뭉치를 들고 앉아있는 래퀀(Reakwon). 소스(Source)지나 XXL에도 B컷으로 실릴까 말까 한 이 알 수 없는 켄섭트의 사진이 고스트 페이스 킬라의 3집 커버다. 그가 이 커버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무엇을 노렸든 간에 실패했다.
Mystikal의 [Unpredictable]
노 리밋(No Limit) 출신답게 미스티컬(Mystikal)의 앨범 또한 치욕의 리스트에 올랐다. 퍼즐로 된 미스티컬의 얼굴이 조각나는 비쥬얼이 이리도 조악하리라는 것을 본인은 예측했을까? 아마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앨범 타이틀이 [Unpredictable]일지도....
Three 6 Mafia의 [World Dominaion]
쓰리 씩스 마피아(Three 6 Mafia)의 첫 번째 전국 발매 앨범이자 첫 번째 골드 앨범인 [World Dominaion]의 커버 아트는 적어도 한가지 방향에서는 매우 성공적이다. 기분 나쁘다는 것. 당시 이들이 추구하던 어두운 사운드와는 비교적 잘 어울리기도 한다. 그러나 저 조잡한 사진들과 얼룩덜룩한 이미지들은 오래도록 쓰리 씩스 마피아를 촌스러운 그룹으로 기억하게 하였었다.
이상 힙합 역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앨범 커버들 몇 개를 살펴보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앨범 속에 담긴 음악의 완성도지만, 여전히 물리적 형태의 음반을 구매하는 수집가들에겐 커버 아트도 매우 중요한 게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디 여기 선정된 아티스트들이 케이팝(K-POP)의 앨범 커버 아트들을 본받아 소장욕구 샘솟는 앨범을 만들기 바라며 마무리해볼까 한다.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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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심슨 (2013-08-06 04:10:40, 121.143.235.***)
- 인퍼머스는 좋았는데 ㅎㅎ 깔끔하고 무서운 거 없는 자신감이 뚝뚝 묻어나는 표정까지.. 저는 개인적으로 나스 stillmatic이 제일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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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 W S (2013-08-03 03:36:54, 180.229.72.**)
- 트릭데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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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석 (2013-08-02 16:34:33, 211.178.120.**)
- 빅 베어가 갑이네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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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izzy (2013-08-02 07:38:23, 180.65.7.***)
- 왈레이 이번 앨범아트 구리다고 생각한 건 저뿐만이 아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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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ver (2013-08-02 05:25:19, 211.201.132.***)
- 아이스버그가 갑이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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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sslit (2013-08-02 01:50:49, 211.36.141.**)
- ㅋㅋㅋㅋ 저는 The Infamous의 커버아트가 그리 싫었더랬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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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틴루이더킹주니어 (2013-08-01 22:33:31, 175.209.129.***)
- 칸예 이번앨범 나는 신이야~ 도 리스트에 올라왔으면 하는바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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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훈 (2013-08-01 22:18:32, 61.255.31.**)
- Common [Finding Forever]의 커버가 공개됐을 때부터
저는 1년 가까이 (엘라스틴 했어요)라는 부제가 붙여서 언급하곤 했습니다.
덕분에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역시나 최악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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