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랩퍼이기 전에 아버지 '부성애를 담은 힙합'
- rhythmer | 2013-09-02 | 1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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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것은 몹시 성스럽고 가슴 벅찬 일이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눈물을 흘리며 감격하고 출산 준비를 서두르는 순간도 분명히 있지만, 그보다 남자들은 더 많은 시간을 혼란스러워하며 보낸다. ‘내가 정말 아빠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라는 근원적인 질문부터 ‘온전히 ‘나’로서 삶은 끝났구나….’라는 좌절감에 휩싸이기도 하고 극도로 예민해진 아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거나 때로는 다 내려놓고 도망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그토록 기다리면서도 피하고 싶었던 출산의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이제 남은 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것밖에 없다. 그런 시기를 앞둔, 혹은 곧 맞이하게 될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부성애를 다룬 힙합.
Jay Z – Glory
만약 아기들이 태어나자마자 힙합의 팬이 될 수 있다면, 그리고 질투라는 감정을 가질 수 있다면, 세상 모든 힙합 베이비들의 질투를 한 몸에 받을 아기는 아마 제이 지(Jay Z)와 비욘세(Beyonce) 사이에서 태어난 블루 아이비 카터(Blue Ivy Carter)일 것이다. 그 이유는 우월한 유전자를 타고나서도,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나서도, 명품 아동복을 입어서도 아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가장 위대한 랩퍼에게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노래를 선물 받았기 때문이다. 제이 지가 블루 아이비 카터의 출생을 기념해서 발표한 “Glory"가 바로 그 노래다. 가사를 천천히 읽어보면, 평소 제이지의 노래답지 않게 특출한 표현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상투적인 표현이 더 자주 눈에 띈다. 그런데 어쩌면 천하의 제이 지마저도 이렇게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출생의 감동일지도 모르겠다.
Ja Rule - Daddy`s Little Baby제이 지의 노래가 출생의 감동을 담고 있다면, 자룰이 딸 브리타니(Brittany)를 위해 만든 “Daddy`s Little Baby"는 이제 곧 세상을 마주하게 될 딸에게 진심 어린 충고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주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다. 특히, 이 곡에는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라는 막연한 메시지대신 냉엄한 충고를 담고 있다. 흑인 여자아이가 살아가기에 이 세상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며, 남자 또한 무작정 믿을 존재가 아니라면서 굳세어야 한다고 말하는 자룰의 가사는 진솔하면서도 험한 세상 속에서 딸을 키워야 하는 아버지들의 두려움을 잘 담고 있다.
Game - Like Son Like Father
제 아무리 거친 삶을 살아온 갱스터에게도 출생의 순간만큼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게임(game)은 산부인과로 뛰어들어가는 순간부터 아기를 안는 순간까지를 분단위로 세세하게 묘사함으로써 출산의 흥분과 감사함, 그리고 아들에 대한 사랑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가장 인상적인 구절은 고통스러워하는 산모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함께 라마즈 호흡을 해주는 것뿐이었다고 회상하는 장면이다.
Will Smith - Just Two of Us
부성애와 관련한 힙합의 정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노래다. 세상 모든 아버지들의 마음이 윌 스미스(Will Smith)의 입을 통해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건전하면서도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 이어진다. 아기를 처음 품에 안은 순간의 조바심,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때로는 엄한 아빠가 되겠다는 다짐, 그리고 이성문제까지 윌 스미스는 하나도 빠짐없이 가사에 빼곡히 담았다.
Kanye West & Jay -Z - New Day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 제이 지(Jay Z)의 “New Day"는 지금까지 다뤘던 노래와는 조금 다르다. 조금 더 좋은 아빠가 되겠다는, 혹은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지켜주겠다는 다짐대신 당부와 사과를 담고 있다. 칸예의 경우는 너무 큰 자아 때문에 평탄치 않았던 자신의 삶을 자신의 자녀가 되풀이 하지 않기를 당부하고 있으며, 제이 지는 슈퍼스타의 자녀로 태어난 죄로 평생 짊어지게 된 세상의 관심을 미리 사과한다.
2Pac - Letter 2 My Unborn부성애를 다룬 힙합 중 가장 가슴 아픈 곡은 아마도 투팍(2Pac)의 “Letter 2 My Unborn"일 것이다. 가사에서도 밝혔듯이 언제 죽을지 모를 위태로운 삶을 살았던 투팍은 혹시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먼저 자신이 먼저 죽게될까봐 이 노래로 사랑을 표현했다. 불행히도 투팍은 요절했고, 더 불행하게도 투팍은 이 노래를 들려줄 어떤 아이도 남기지 못했다.
Nas – Daughters
나스(Nas)의 “Daughers"는 이 세상의 모든 딸바보들과 딸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해서 후회하는 아빠들을 위한 노래다. 가사에서도 나와 있듯이 가장 강한 남자에게 유일한 약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딸이 아닐까? 금이야 옥이야 키운 딸이 행실이 좋지 못한 남자 친구를 만나는 걸 보며 씁쓸함을 느끼고 고민하는 나스의 모습에서 그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똑같은 딸바보임을 느낀다.
Don Trip - Letter To My Son
지금까지 다룬 노래 중에서 가장 거칠지만, 가장 절실하게 아빠의 사랑을 표현하는 노래다. 일주일에 단 한 시간만 아이를 만나는 것이 허락된 아빠의 절절한 마음, 자신이 좋은 아빠의 모습은 아니란 걸 알면서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지저분한 일을 하는 상황, 그리고 그 상황을 이용하는 나쁜 엄마를 향한 분노가 가득한 곡이다. 비록, 일반적인 상황에 대입하기는 어렵지만, 이 곡에서 아들에 대한 돈 트립(Don Trip)의 절절한 사랑만큼은 충분히 와 닿는다.
타이거 JK(Tiger JK) – 축하해지금까지 살펴본 힙합 속 부성애들이 언어의 측면 때문에 공감하기 힘들다면, 타이거 JK의 “축하해”를 듣도록 하자. 아들 조단이 이 세상에 온 것을 환영하며, 무한한 사랑을 표현하는 가사와 설렘이 가득한 비트를 통해 출생의 기쁨을 음악 그 자체로 온전히 표현한 곡이다.
다이나믹 듀오 - 남자로서유부남이 흔치 않은 한국힙합 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부성애에 관한 곡이 바로 다이나믹 듀오의 “남자로서”다. 아빠로서 다짐을 곡으로 발표한다는 것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약속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가사로 남긴 다짐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고 증거로 남을 테니까….
이상으로 부성애를 담은 힙합 곡들을 살펴보았다. 표현 방법은 각기 달랐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모두 같았다. 고맙고, 반갑고, 설레고, 기쁜, 말로는 다 표현 못 할 감정. 그래서 그들은 노래로 그 감정을 표현했고 더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감정도 똑같다. 이 글을 빌어 곧 태어날 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멋진 힙합 아빠가 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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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wangbin lee (2013-09-08 16:55:48, 39.118.1.**)
- 타블로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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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올 (2013-09-03 00:15:35, 118.45.155.***)
- 에미넴노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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