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비정부 기구와 힙합의 긴밀한 연계 '힙합을 사랑한 NGO'
- rhythmer | 2013-11-01 | 2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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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손길이 닿지 않는 일들은 NGO(Non-Government Organization, 비정부 기구)의 활동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NGO의 활동은 단순한 봉사활동에서 벗어나 사회를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드는데 꼭 필요한 요소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NGO는 힙합과 매우 긴밀한 연을 맺고 있기도 하다.
유니세프(UNICEF)의 힙합에 대한 무한사랑
아직도 세계 각지에서는 수많은 어린이들이 생존을 위협받거나, 유린당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아동구호단체들은 어린이, 청소년의 인권 보호와 생존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유니세프는 국제 아동구호 기구 분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단체이다. 2차 대전의 여파로 고아가 되어버린 어린이들의 구호를 위해 시작된 유니세프는 ‘대표사무소’와 ‘국가위원회’로 구분된 지부를 전 세계적으로 관리하며, 아동구호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유니세프는 힙합을 비교적 건전한 장르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가사(lyric)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에 퍼져있는 각 지부의 문화센터에서는 힙합을 소개하고 장르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자선 공연을 개최하거나 힙합 뮤지션을 친선대사로 지명하는 등 자신들의 활동에 힙합을 사용하는 범위가 상당히 넓은 편이다.
랩퍼 '졸라(Zola)'
2004년, 아프리카 중서부의 공화국 니제르(Niger)에선 유니세프의 주관아래 'Scene Ouverte Rap'이라는 힙합 콘테스트가 개최되었다. 'Scene Ouverte Rap'에는 300개 이상의 팀이 참여하였으며, 이를 통해 니제르 힙합 씬의 규모를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약 10년이 지난 현재, 이 콘테스트는 니제르 힙합 씬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외에도 2012년에는 쿠바에서 국제 어린이의 날 기념 힙합 페스티벌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유니세프의 힙합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6년 에티오피아의 랩퍼 졸라(Zola)는 아프리카 발전 포럼(African Development Forum)에서 친선대사로 임명된 적이 있으며, 그 다음해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동남아프리카 친선대사로 네임 식스(Name Six)라는 15살짜리 랩퍼가 임명된 적이 있다. 졸라가 친선대사로 임명될 당시 유니세프 부총재 리마 살라(Rima Salah)는 선정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졸라는 젊은 리더입니다. 그의 창의적인 재능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자행되고 있는 에이즈, 여성 할례, 빈곤 등 어린이와 청소년을 둘러싼 문제들에 대해 사람들의 경각심을 심어주고, 사회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전환시키는데 일조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웨토(Soweto)[1]에서 빈곤하게 어린 시절을 보낸 졸라는 현재 젊은 이들에게 크게 영향을 주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부분을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과 비슷한 환경에 처한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2]”
이렇게 젊은 세대에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고, 그들의 이야기를 대변해 줄 수 있는 나이 어린 랩퍼들이 유니세프의 친선대사로 임명되고 있으며, 친선대사 이외에도 캠페인, 온라인 홍보 등의 활동에 힙합 뮤지션들이 참여하기도 한다. 2005년 유니세프에서 진행한 'UNITE FOR CHILDREN UNITE AGAINST AIDS' 캠페인에서는 브루클린 출신의 랩퍼 메그즈(MAGZ)가 에이즈 척결의 메시지를 담은 “People Are You Listening?”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유니세프는 힙합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관심과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은 인터넷을 통해 음원, 벨소리 등으로 제작하여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캠페인과는 별개로 아동 노동, 에이즈 등으로 인해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제3세계 어린이들의 현실을 보여주기 위한 다큐멘터리도 제작되는데, 이러한 다큐멘터리도 힙합문화를 소재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다큐멘터리 [Bling]에서는 블러드 다이아몬드[3]와 아동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이아몬드와 빈곤의 관계, 나아가 다이아몬드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힙합문화의 관계에 대해 설명한다.
또한, 2008년 유니세프와 MTV(Latin America)는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빈곤과 무자비한 폭력의 심각성을 담은 다큐멘터리 [Xpress]를 공동으로 제작했다.
[Xpress]는 폭력, 에이즈 등 젊은 세대들이 겪어야 하는 수많은 고난들을 다양한 사회현상과 연결시켜 설명하고 있다. 위 영상에서는 브라질 힙합 뮤지션 엠브이 빌(MV Bill)이 빈민가의 불안정한 치안, 빈곤을 에이즈와 연결하여 설명하고 있다.
창작활동 지원을 위한 NGO 활동
NGO는 뮤지션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구호, 또는 기부활동이라 하면, 단순히 식품이나 생필품, 약품처럼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 지원만을 생각하기 쉽다. 물론, 수십 년 동안 관행처럼 이와 같은 형태로 지원이 이어져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기부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매슬로우(Abraham H Maslow)의 '욕구 5단계' 이론을 빌려 설명하자면, 생리적, 안전에 대한 욕구에서 ‘소속감’, ‘존경’, ‘자아실현’과 같은 상위욕구의 해소를 목적으로 ‘구호’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렇게 변화된 환경에서 새로운 개념의 ‘구호’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NGO활동을 살펴보도록 하자.
제3세계 뮤지션들에게 장비(마이크, 컴퓨터, 키보드, 소프트웨어 등)를 대여해주는 NGO가 있다. 이름하여 ' 비트 메이킹 랩(Beat Making Lab)'. 비트 제작을 위한 장비를 후원하고 그들의 제작과정을 영상으로 만들어내는 단체이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DJ 스티븐 레비틴(Stephen Levitin aka Apple Juice Kid)과 [Groove Music: The Art and Culture of the Hip Hop DJ]의 저자 마크 카츠 박사(Dr. Mark Katz)가 2011년 설립했으며,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활동하는 NGO 'Yole!Africa'와 협력하여 운영하고 있다. '비트 메이킹 랩'은 NGO활동과 예술이 결합되어 새로운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도록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작업물을 영상으로 제작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매년 수천 개의 작품이 출품되는 'Yole' 주관의 'SKIFF(Salaam Kivu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영상제'에 출품된다. 참고로 영상제작과 관련한 업무는 'PBS 디지털 스튜디오'와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콩고민주공화국뿐만 아니라 에티오피아, 피지, 세네갈 등등, 다양한 나라에서 그들만의 구호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비트 메이킹 랩'의 도움을 받은 세네갈의 그룹 고탈(GOTAL)은 아프리카에서 아직까지도 자행되고 있는 여성 할례, 강제결혼 등에 의해 심각하게 인권을 유린당하는 아프리카 여성에 관해 이야기 한다. 뿐만 아니라 '비트 메이킹 랩'은 밋 토우싸(Meet Toussa/'고탈'의 리더)와 그래미 시상식 재즈 보컬리스트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던 네나 프리론(Nnenna freelon)의 합동 공연을 통해 밋 토우싸의 생애 첫 미국 원정 공연을 성사시키기도 하였다.
'비트 메이킹 랩'과는 달리 뮤지션들을 전문적으로 지원하지는 않지만, '남아프리카 힙합 재단(South African Hiphop Foundation)'에서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힙합 음악과 더불어 춤, DJ, 그래피티까지 힙합문화 전반에 대한 지원활동을 펼쳐왔다. 나아가 직업교육과 상담, 단기 컴퓨터 교육, 주간 아동보호 서비스, 청소년 약물 해독 센터, 드라마 클럽 운영 등 지역사회 어린이, 청소년 들을 돌보며, 힙합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창의성을 기반으로 젊은 세대에게 건강한 정신과 자아존중심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였다.
젊은 문화, 힙합이 나아가는 긍정적인 방향힙합의 역사는 다른 문화에 비해 길지 않다. 그만큼 젊은 문화이며, 젊은 세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다. 지금까지 살펴본 NGO들도 힙합의 ‘젊음’을 영리하고 바람직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 그들이 처한 위험한 상황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힙합이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힙합은 NGO와 만남을 통해 좀 더 선하고 공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많지는 않지만, NGO에서 힙합을 활동에 활용한 사례가 있다. 비록, 많진 않지만, 올해 초에는 이천시여성배구단과 이천시생활체육봉사단이 주최한 ‘음악과 춤이 있는 힙합 공연’이 개최되었으며,[4] 전 세계 빈곤아동을 돕는 국제기구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을 비롯한 아동학대예방단체들은 타이거 JK, 윤미래와 함께 아동학대 예방과 지원에 힘쓴 바 있다.
힙합은 단지 창작물의 영역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글을 통해 살펴봤듯이 이미 전 세계적으로 공익적인 목적아래 폭넓게 활용되고 있으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새삼 한국힙합 뮤지션과 음악도 NGO와 협력을 통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일조하는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해본다.
[1] 소웨토(Soweto)는 남아공에서 흑인 빈민 거주지역으로 명명된 곳이다.
[3] 전쟁(내전포함)지역에서 생산되거나 거래되는 다이아몬드를 말한다. 이러한 다이아몬드의 대부분이 전쟁에 필요한 무기를 구매하거나 병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비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피의 다이아몬드'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다이아몬드 채취에는 대부분 나이가 어린 아이들이 동원되기도 한다.
[4] 한파속 ‘음악과 춤이 있는 HIPHOP’ 열기 ‘후끈’, <이천시민신문>, 2013/02/16, http://www.iccitizen.kr/news/articleView.html?idxno=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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