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2013 ‘리드머’ 국외 알앤비 앨범 베스트 20
- rhythmer | 2013-12-28 | 1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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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 필진이 1차 후보작 선정부터 최종 순위 선정까지 총 두 번의 투표와 회의를 거쳐 선정한 ‘2013 국외 알앤비 앨범 베스트 20’을 공개합니다. 2013년 국외 알앤비 씬은 생소한 이름의 뮤지션들과 인디에서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온 해가 아니었나 싶네요. 아무쪼록 한해를 정리하는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
※2013년 1월 1일부터 2013년 11월 30일까지 발매된 앨범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아무리 신곡만으로 구성되어 있더라도 ‘믹스테입(Mixtape)’은 제외하였습니다. 단, CD, 혹은 디지털로 정식 유통된 경우에는 후보군에 포함하였습니다.
20. Jhené Aiko - Sail OutReleased: 2013-11-12
Label: Def Jam Records
2007년에 데뷔 앨범의 발매가 무산되는 아픔을 겪은 즈네이 에이코(Jhené Aiko)가 드디어 발표한 이 데뷔 EP는 작금의 트렌드였던 준수한 PBR&B 프로덕션과 랩/힙합, 그리고 마리화나의 향이 그득한 음악 세계가 어우러진 매혹적인 작품이다. 무엇보다 인간 관계에 대한 논의를 연인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통해 확장하는 방식이라든지 가사적으로 어두운 정서가 지배적인 것 등은 오늘날 특별할 게 없지만, 아이코가 여기에 마리화나를 주요 소재로 끌어와서 매우 야릇하고 묘한 무드를 조성하는 건 본작의 백미다. 특히, 매 곡이 가사 못지 않게 추상적으로 흘러가는 듯하면서도 어느 순간 멜로디컬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지점이라든지 선 얇고 몽롱한 기운을 머금은 아이코의 보컬과 사운드의 공명이 어우러져 연출하는 차갑고 섹시한 기운은 꽤 인상적이다. 범상치 않은 재능을 지닌 즈네이 아이코가 앨범 발매라는 오랜 갈증을 해소하고 내딛는 공식적인 첫 발걸음으로써 성공적인 앨범이다. (강일권)
19. August Alsina - Downtown: Life Under The GunReleased: 2013-08-20
Label: Radio Killa/Def Jam Records
더-드림(The-Dream)이 발굴한 신예 보컬 어거스트 알시나(August Alsina)의 이 데뷔 EP는 힙합과 어반 소울의 안정적인 결합을 선보인다. 마약 중독과 싸우다가 사망한 친아버지, 역시 마약 중독이었던 양아버지, 그리고 총격 사망한 형까지… 그야말로 최악의 가정사를 겪은 그는 이를 계기로 더욱 음악 작업에 매진했고, 그 결과 하드코어한 가사와 매끈한 멜로디가 어우러지는 준수한 스트리트 알앤비가 탄생할 수 있었다. 비속어가 자주 등장하는 가사나 선 얇은 보컬에서 더-드림과 오버랩되기도 하지만, 사랑과 섹스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메이저 알앤비 씬 속에서 거리의 이야기를 담는 힙합 싱어로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는 데에는 확실히 성공적이다. (강일권)
18. The Internet - Feel GoodReleased: 2013-09-20
Label: Odd Future
오드 퓨처(The Odd Future) 내의 유일한 소울 밴드 인터넷(The Internet)은 소울 음악을 기본 재료로 삼아 트립-합(Trip Hop), 펑크(Funk) 등의 요소를 더하며 장르간의 경계를 허무는 구성을 취한다. 1집에서는 여러 실험적인 사운드들이 앨범 곳곳에 억지로 엮여있는 듯하여 다소 불편한 느낌을 주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다채로운 사운드와 전자음들이 실험적으로 사용되었으면서도 잘 정돈되어 쌓여있는 느낌이다. 평소 오드 퓨처의 멤버들과 있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드의 여성스러운 모습 역시 반전매력 포인트. 본작은 다양한 형식과 장르의 음악들이 적절히 조율되어 소울 음악과 함께 어우러진 덕에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 별다른 삐걱거림 없이 흘러간다. (지준규)
17. Omar – The ManReleased: 2013-06-25
Label: Shanachie
이제 그 누구도 오마(Omar)에게서 ‘실망’이란 단어를 떠올리지 않는다. 센스 있는 소리의 배치나 편곡은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유지했고, 본작 [The Man]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알앤비를 기반으로 소울, 펑크, 블루스 등등, 장르의 경계 없이 자유롭게 넘나들며 완성도 있는 인스트루멘탈을 만들었고, 특유의 툭툭 내뱉듯 던지는 보컬과 어우러지며 자신만의 사운드를 확립했다. 이미 가진 자의 여유마저 느껴지는 이 한 장의 소울 앨범은 2013년 알앤비 장르가 만들어 낸 수준작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오이)
16. The Foreign Exchange - Love In Flying ColorsReleased: 2013-09-24
Label: +FE Music/Hard Boiled
이 독특한 듀오의 행보는 대단하다. 단 한번도 만나지 않고 앨범을 만들더니, 이어 수준작들을 연이어 발표하며 ‘어쩌다 한번 뜬’ 정도에 그치지 않았다. 이들의 네 번째 앨범 [Love In Flying Colors]는 전작들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여전히 안정적이고 포근하며, 노련한 사운드로 그들만의 트렌드를 만들었다. 본작은 작금의 유행인 크로스오버 형식이 주는 화려함보다는 단출하다 할 정도로 과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사운드 배치로 감흥을 선사하는 힘을 보여준다. (오이)
15. Justin Timberlake - The 20/20 ExperienceReleased: 2013-03-15
Label: RCA
본작은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가 현재 위치를 단단히 함과 동시에 지금까지 증명한 음악 커리어의 판을 새롭게 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컨셉트가 확실한 본작에서 팀버레이크는 이제껏 꾸준하게 시도했던 일렉트릭한 비트와 60년대 어덜트 컨템포러리 팝음악을 결합하여 과거로 회기를 꾀하였다. 특히, 팀발랜드(Timbaland)와 더불어 제롬 하몬(Jerome Harmon)까지 합세하여 버라이어티한 사운드를 일목요연하게 정렬했으며, 평균 8분 안팎의 러닝타임을 가르는 코드 변칙과 다양한 사운드의 결합은 흐름상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었을 위험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이번 앨범을 통해 팀발랜드와 팀워크가 사운드를 하나로 고착시키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가 작정하고 만든 앨범이니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트랙을 곱씹어 가며 듣기를 추천한다. (오이)
14. Joe - DoubleBack: Evolution of R&BReleased: 2013-07-02
Label: MASSENBURG MEDIA
현존하는 가장 달콤한 알앤비 뮤지션 중 한 명, 조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미려한 흐름 속에서 강렬하게 살아나는 멜로디, 미끈하면서도 극적으로 파고드는 보컬… 그만큼 이 앨범 속 멜로디와 보컬 사이의 정분은 매우 두텁다. 더불어 본작의 탁월한 점은 바로 언제 마지막 곡이 끝난 지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유기적인 전개다. 마치 잔잔하게 진행되면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잘 만든 로맨스 영화와도 같다. 어느덧 조가 데뷔한 지도 20년이 흘렀다. 그리고 본작은 예전의 조를 그리워했던 이들은 물론, 그동안 조를 몰랐던 이들에게도 알앤비 음악의 가장 달콤하고 포근한 면을 선사할 것이다. (강일권)
13. Raheem DeVaughn - A Place Called Love LandReleased: 2013-09-03
Label: Mass Appeal Entertainment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랑을 매개로 이어지는 이번 앨범은 그간 해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일부러 보여주기 위해 꾸민 허세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순수한 알앤비 앨범이다. 능력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것도 없고,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물 흐르는 듯한 진행은 그의 음악에 진정성을 덧입혀주었다. 과거의 향수를 위해 의도적으로 물꼬를 틀었다기보다는 가장 현대적인 방법으로 멜로디를 이었고, 따뜻한 감성으로 도시적인 세련미를 실었다. 전작보다 사운드는 다소 단조롭지만, 멜로디와 편곡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었으며, 네오 소울의 특징을 십분 살려주는 노련한 보컬과 부드럽게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멜로디라인은 어반 소울의 기본에 충실한 느낌이다. 본작은 라힘 드본이 쓴 올해 가장 가슴 설렌 러브 레터다. (오이)
12. Mayer Hawthorne - Where Does This Door GoReleased: 2013-07-16
Label: Republic Records
그동안 레트로 소울을 꾸준히 추구해오며, 이 부류에서 자신의 영역을 공고히 했던 메이어 호손(Mayer Hawthorne)은 이번 앨범에서 음악적 방향의 궤도를 과감히 수정했다. 레트로 소울 자체를 버린 것은 아니지만, 60년대 올드 소울의 재현만을 고집하는 대신 현대적 감각을 입혀 레트로 소울의 범위를 확장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변화를 주기 위해 제일 먼저 선택한 것은 바로 외부 프로듀서의 영입이다. 그간 자신의 모든 곡을 스스로 프로듀싱했던 메이어 호손은 다른 프로듀서와 작업을 통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색깔을 변화하는데 성공한다. 앨범 타이틀처럼 이 문이 어디로 호손을 데려다 줄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는 새로운 문을 선택했고, 과감히 열어젖혔다. 확실한 것은 그가 새로운 문을 여는 소리가 매우 경쾌하다는 것이다. (현승인)
11. Zo! – ManMade
Released: 2013-05-21
Label: The Foreign Exchange Music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이자 프로듀서인 조!(Zo!)의 이 두 번째 앨범은 듣는 이의 귀와 가슴을 포근하게 감싸는 유기농 소울로 가득하다. 기타, 키보드, 플루트 등의 악기를 통해 연출되는 인위적이지 않은 멜로디, 은은하게 때로는 두툼하게 울리는 베이스라인, 달콤하게 속삭이는 게스트들의 보컬이 한데 어우러져서 참으로 따스하고 매혹적인 음악을 만들어낸 것이다. 조!가 속한 더 포린 익스체인지(The Foreign Exchange) 식구들, 사이 스미스(Sy Smith), 폰테(Phonte), 카를리타 듀란드(Carlitta Durand), 잔느 졸리(Jeanne Jolly) 등은 물론, 인디 소울 씬의 스타들인 에릭 로버슨(Eric Roberson)과 앤서니 데이비드(Anthony David) 등의 보컬을 듣는 맛도 일품. 조!는 각자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비슷한 음악적 방향성을 지닌 이같은 보컬들을 초빙하고, 곡의 기본 멜로디 라인부터 세밀한 구성, 보컬 어레인지까지 모두 책임지며, 훌륭한 프로듀서가 만들어낼 수 있는 앨범의 좋은 예를 보여주었다. (강일권)
10. K. Michelle - Rebellious Soul
Released: 2013-08-13
Label: Atlantic
여성 보컬리스트의 맥을 이어갈 케이 미쉘(K. Michelle)의 데뷔작 [Rebellious Soul]은 발표가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그만큼 지나간 시간을 보상하려는 듯이 관능적이고 절도 있는 소울 음악으로 무장하여 큰 만족감을 선사했다. 특히, 그녀는 한 시절 가벼운 존재로 남기보다는 디바의 새로운 대안이 되려는 욕심이 느껴질 정도로 보컬리스트로서 재능을 한껏 발휘했다. 또한, 거침없이 속어를 사용하며 감정을 솔직하게 투영한 가사는 기존의 여성 아티스트들이 주력하던 여성 관점의 노래들과 차별화를 이루며, 케이 미쉘의 존재를 더욱 특별하게 했다. 올해 메이저에서 발표된 알앤비 앨범 중 상업적으로나 음악적으로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올린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Quillpen)
9. Bad Rabbits - American Love
Released: 2013-05-14
Label: Bad Records
근래 주목할만한 알앤비 밴드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던 상황에서 배드 래비츠(Bad Rabbits)는 등장 자체가 반가운 팀이었다. 본작에서 이들은 여러 가지 방법론을 통해 70년대 펑크의 기본적인 정서와 리듬을 현대적으로 재현하는데,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음악적 완성도는 배드 래비츠가 단순히 밴드여서 반가운 걸 넘어 여러모로 주목해야 할 지점이 많은 팀이라는 걸 증명한다. 전신인 크로스오버 밴드 이클레틱 콜렉티브(The Eclectic Collective)에서부터 지금의 배드 래비츠까지, 이들의 방향성은 알앤비와 록을 동시에 기반으로 삼는 밴드라는 점에서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절묘하게도 이러한 방향성이 최근 장르를 막론하고 불고 있는 복고 열풍과 자연스럽게 접점을 이룬다. 사실 그들 이전에도 몇몇 알앤비 밴드들이 70년대의 부활을 꾀했지만, 실패한 사례가 꽤 된다. 그럼에도 단순한 복고의 재현이라기보다 장르의 크로스오버와 현대적인 감각을 통한 재구성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배드 래비츠에게는 어느 정도 희망을 걸어봄 직하지 않을까 싶다. (현승인)
8. Quadron – AvalancheReleased: 2013-05-31
Label: Vested in Culture/Epic
보컬 코코 오(Coco O)와 프로듀서 로빈 한니발(Robin Hannibal)로 이루어진 듀오 쿼드론(Quadron)의 이 두 번째 정규작은 팝적인 요소를 과하지 않게 버무린 소울-팝 앨범의 모범적인 답안을 보여준다. 특히, 일렉트로닉 소울 듀오로서 정체성이 두드러졌던 전작보다 이번에는 장르 고유의 무드에 충실하고자 한 흔적이 엿보이는데, 작, 편곡적으로 70년대와 90년대 소울 음악의 특징을 살리려고 한 곡들과 반보 정도 물러나와 팝의 편안함을 곁들인 트랙들이 이질감 없이 탁월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별히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멜로디나 순간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귀를 떼지 못하게 하면서도 언제 플레이가 멈췄는지 모를 정도로 유려한 흐름은 본작의 큰 미덕 중 하나다. 그야말로 로빈의 영민한 프로덕션과 코코 오의 비단 같은 보컬이 매혹적인 작품이다. (Quillpen)
7. Autre Ne Veut - AnxietyReleased: 2013-02-21
Label: Software
뉴욕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오트르 느 뵈(Autre Ne Veut)의 [Anxiety]는 올해 가장 문제적 작품 중 한 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앨범을 처음 듣고 선뜻 알앤비라는 장르를 떠올릴 이들이 몇이나 될까? 오히려 본작을 채운 음악들의 첫 인상은 일렉트로니카 쪽에 가깝고, 실제로 그렇게 분류한다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PBR&B 사운드에 가깝기도 하지만, 몽환적인 분위기로 진행되다가도 중반부나 후반부에 리듬 파트를 강하고 변칙적으로 가동하거나 일렉 기타 리프를 부각하는 등, 작금의 트렌드였던 PBR&B와는 궤를 좀 달리하며, 그렇다고 일렉트로-소울(Electro-Soul)처럼 그루브하고 관능적이지도 않다. 오트르 느 뵈의 음악은 굉장히 차갑고 뒤틀려있으며, 심연과도 같다. 보컬도 매우 개성적인데, 가성을 위주로 하여 때론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감정을 담아내며 앨범의 고혹적인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린다. 특히, 그의 보컬 어레인지는 본작에서 알앤비의 향을 느낄 수 있는 결정적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이나 미겔(Miguel), 혹은 하우 투 드레스 웰(How to Dress Well)과는 또 다른 영역의 얼터너티브 알앤비(Alternative R&B)를 창조해낸 셈이다. 본작이 알앤비를 정의하는 범위가 넓어진 오늘날이었기에 해당 장르 씬에서 논할 수 있는 앨범임을 부정할 순 없지만, 뮤지션 스스로 내세운 정체성에 묘하게 설득 당하게 되는 것이 탁월한 음악 때문이라는 사실도 분명하다. (강일권)
6. Dessy Di Lauro - This is Neo-RagtimeReleased: 2013-02-05
Label: CrazyglueMusic
그야말로 올해의 발견이라 할만큼 거의 노출되지 않았던 뮤지션의 수작이다. 앨범의 타이틀은 본작이 나아가고자 한 음악적 방향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데, 재즈라는 장르의 탄생에 큰 영향을 끼쳤던 랙타임(Ragtime)을 현대적으로, 그러나 본연의 특징을 잃지 않으면서 탁월하게 구현하고 있다. 특히, 본작을 채운 음악들은 랙타임의 핵심 요소인 리듬 차원에서의 변주, 싱코페이션(당김음)에 충실하면서도 재즈, 힙합, 소울에 영향받은 주인공 데시 디 라우로(Dessy Di Lauro)의 훌륭한 곡 해석력과 보컬에 힘입어 기존의 레트로 소울 음악이 주었던 감흥과는 또 다른 차원의 이어가슴을 안긴다. 미국 현지에서조차 극소수의 마니아들에게만 주목받은 이 앨범을 통해 우린 범상치 않은 싱어송라이터 데시 디 라우로를 알게 되고, 흑인음악의 뿌리에서 출발하여 오늘날 소울 음악에까지 이르는 아주 바람직하고 놀라운 경로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강일권)
5. Thundercat – ApocalypseReleased: 2013-07-09
Label: Brainfeeder
한 가지로 규범 지을 수 없는 썬더캣(Thundercat)의 음악은 이질적인 것들의 결합이고, 조화다. 규칙과 변칙을 오가며 자유롭게 발산된 그의 음악은 베이시스트라는 특정 포지션을 넘어선 마스터로서 정립되었다. 소리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사운드는 여러 가지 형태의 접근법을 통해 썬더캣만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조화와 균형이 비단 안정을 토대로 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 번 체감하게 한 [Apocalypse]는 흔히 플레이어 출신 뮤지션이 갖는 다소 고정된 인식에서 벗어나 번뜩이는 재능과 아이디어가 희열로 다가오는 앨범이다. 독창성이라는 단어를 쉽게 내뱉기 어려운 오늘날 음악계에서 이처럼 장르의 클리셰를 영리하게 거부하면서도 장르적 색채를 잃지 않는 신선한 음악 세계를 접할 수 있는 경우는 결코 흔치 않다. (오이)
4. Valerie June - Pushin Against a StoneReleased: 2013-08-13
Label: Concord Records
멤피스 테네시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발레리 준(Valerie June)의 이 늦은 정규 데뷔작은 그야말로 한데 어우러진 포크와 블루스, 그리고 소울이 진하디 진하게 배어있는 앨범이다. 무엇보다 그녀의 보컬이 안드로메다급이다. 32살이라는 나이보다 최소 두 배는 더 된 이들에게서 느껴질 법한 회한과 소울풀함이 느껴지면서도 매우 차갑고 우울한 기운이 감아 도는 보컬만으로도 그녀의 존재는 독보적이다. 프로덕션적으로 엄밀히 따지자면, 본작은 특정 장르로 정의할 수 없는 얼터너티브 계열의 앨범이겠으나 알앤비 영역에서 논할 수 있게 만드는 결정적인 이유도 발레리 준의 보컬이다. 그만큼 알앤비 음악에서 보컬의 역할과 그것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는 걸 본작이 증명한다. 물론, 그럼에도 80, 90, 2000년대의 알앤비 음악을 주로 즐겨온 이들에게는 포크나 록의 기운이 더 크게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를 가로지르는 서던 소울(Southern soul)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음악적으로도 깊은 감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저 먼 과거의 음악을 불러와서 탁월한 연주와 예술적인 보컬로 노래하는 그녀의 행보에 우린 꾸준히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강일권)
3. Bilal - A Love SurrealReleased: 2013-02-26
Label: eOne
전작 [Airtight's Revenge]를 기점으로 투박하고 거친 창법과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담은 음악으로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선보인 빌랄(Bilal)의 음악은 평단의 호평을 얻었고, 반대로 데뷔 시절 부드럽고 섬세했던 그를 느낀 많은 이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로부터 약 3년이 흐르고 발표된 이번 앨범은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의 [A Love Supreme]과 초현실주의(Surrealism)를 향한 오마주가 드러나는 제목부터, 마치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전시회를 보는 듯한 초의식을 향한 노골적인 커버아트까지, 여러모로 빌랄의 존재를 되새기기에 충분할 만큼 의미심장하다. 무엇보다 빌랄은 본작을 통해 더욱 폭넓은 음악적 스펨트럼과 진심을 담은 스토리텔링으로 진일보했다. 레이블 플러그 리서치(Plug Research)로 이적하고서 [Airtight's Revenge]로부터 시작된 이러한 시도는 [A Love Surreal]을 통해서 뚜렷해진 윤곽을 갖추었으며, 이 모든 요소가 이 시대의 소울 음악을 재정의하고 있다. (정휴)
2. Robert Glasper Experiment - Black Radio 2Released: 2013-10-29
Label: Blue Note
타이틀부터 전작의 속편임을 쉽게 알 수 있는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Robert Glasper Experiment)의 [Black Radio 2]는 힙합을 연주하는 재즈 밴드답게 리드미컬한 소울 사운드를 들려준다. 뿐만 아니라 재즈를 기반으로 한 섬세한 인스트루멘탈은 이들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 또한, 브랜디(Brandy), 커먼(Common), 질 스캇(Jill Scott), 노라 존스(Norah Jones) 등등, 게스트 보컬들에게 현혹되지 않고, 중심을 잡는 것 하나만으로 차원이 다른 레벨을 형성하였다. 전작과 연장선에 놓여 있음에도 하찮은 노림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밴드를 백그라운드 음악으로 장식하는 것이 아니라, 멜로디를 대신할 이들과 함께 어우러진 조화는 그를 현 시대의 거장으로 일컫기에 충분함을 증명한다. 올해 가장 소울 본연의 색에 충실하면서도 세련된 사운드로 감흥을 안긴 작품이 아닐까 싶다. (오이)
1. Janelle Monáe - The Electric LadyReleased: 2013-09-06
Label: Wondaland Arts Society/Bad Boy
두 장의 '메트로폴리스' 시리즈 앨범을 통해 충격과 환희를 안겼던 자넬 모네이(Janelle Monáe)의 이번 앨범은 완벽에 가까웠던 전작을 넘어선다. 사실 자넬 모네이의 음악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하지만, 아는 만큼 더 많은 게 들리고,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모네이가 본작에서 설파하는 여권신장이나 사회적 소수자 관련 가사들은 여느 여성 뮤지션들보다 한층 더 지적이고 복잡하며, 기술적이다. 특히, 그녀가 신디에 빙의되어 인간 세계에 섞이지 못하는 안드로이드로서 내비치는 감정과 이야기들은 한 편의 잘 만들어진 SF 영화로서 읽힘과 동시에 현실 세계에서 여전히 문화적으로나 인종적으로 소외받고 불평등한 관계에 놓이는 이들, 이를테면, 동성애자나 흑인들의 처지를 대변하기도 한다. 탄탄한 컨셉트, 질 높은 가사, 곡의 분위기에 따른 뛰어난 보컬 퍼포먼스와 더불어 탁월한 프로덕션은 본작이 명작의 반열에 올라서는 데 방점을 찍는다. 악기의 배합, 곡의 기승전결, 멜로디, 편곡, 어느 하나 모자람 없이 한데 어우러져 청자의 마음을 앗는다. 2012년을 휩쓴 PBR&B와 클럽 알앤비는 물론, 레트로 소울이나 90년대 알앤비, 어디에도 뚜렷한 적을 두지 않은 채, 모네이는 독자적인 사운드의 '전위적 알앤비'를 창조해냈다.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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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싶플 (2014-01-16 21:40:29, 221.154.250.***)
- 개인적으로 Joe도 좋았지만, L.Young앨범을 더 많이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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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aaam (2014-01-07 15:59:30, 211.36.142.***)
- 이기사보고 오트르느뵈 찾아들어봣는데 진짜좋네요!!역시리드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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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현 (2013-12-29 12:22:31, 1.228.68.***)
- Robert Glasper는 정말 좋게 들었지만 이렇게 상위에 랭크된 건 의외네요ㅋ 1위야 뭐 이견이 있을 수 없는 명작!
근데 참 생소한 아티스트들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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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uba (2013-12-28 21:33:49, 222.99.25.***)
- 와 나름 열심히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아티스트들이 태반이네요. 꼭 찾아서 들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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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코끼리덤보 (2013-12-28 19:27:20, 115.41.172.**)
- 요즘 알앤비는 잘 모르는데 하나씩 들어봐야겠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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