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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전설파일 #9: Boogie Down Productions '80년대 사우스 브롱스를 대표하는 힙합 크루'
    rhythmer | 2014-02-05 | 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힙합 선생 케이알에스-원이 메이저 레이블인 자이브(Jive)를 떠나 언더그라운드를 주 무대로 삼은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러므로 빌보드 차트에서 선전하고 있는 뮤지션만을 바라본 이들에게 케이알에스-원이라는 이름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가 주축이었던 크루 부기 다운 프로덕션(Boogie Down Productions, 이하 BDP)은 더더욱 어렴풋한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부기 다운 프로덕션이 활동한 기간은 대략 1985년부터 1992년까지. 10년이 안 되는 활동 기간이었지만, 그들은 힙합 역사 속에 그 이름을 아로새긴 전설적인 힙합 크루 중 한 팀으로 남아있다.

     

    결성과 역사적인 데뷔작 [Criminal Minded]

     

    BDP는 케이알에스-원과 뉴욕 브롱스의 무주택자 상담소에서 카운슬러로 근무하던 디제이 스캇 라 록(DJ Scott La Rock)의 만남을 계기로 결성됐다. 둘 다 브롱스의 토박이였기에 'Bronx'의 별칭에서 착안하여 'Boogie Down'이란 이름을 지었다. 곧 친분을 쌓고 음악을 만들기로 한 이들은 비트박서이자 랩퍼 디-나이스(D-Nice)의 참여, 그리고 울트라마그네틱 엠씨즈(Ultramagnetic MC's)의 주축이던 세드 지(Ced Gee)의 도움을 통해 첫 앨범을 발매하게 된다.

     

    오늘날 활동하는 많은 뮤지션에게 적잖은 영감을 불어넣어 준 클래식으로 추앙받는 BDP의 데뷔작 [Criminal Minded](1987)는 발매 당시부터 크나큰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사우스 브롱스가 힙합의 태생지임을 당당하게 말하는 "South Bronx"와 엠씨 샨(MC Shan) "The Bridge"에 대응하는 "The Bridge Is Over"라는 곡으로 QB(퀸즈브릿지)의 전설적인 힙합 집단 쥬스 크루(Juice Crew)와 벌인 설전은 매우 유명한데, 이는 현재 힙합 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스(Disrespect Rap)의 시초라는 설이 있을 만큼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에이씨/디씨(AC/DC)의 기타 리프가 담긴 "Dope Beat"는 런-디엠씨(Run-DMC),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와 더불어 힙합과 록을 접목한 '80년대의 참신한 결과물 중 하나였고, "Remix For P is Free"에서 느낄 수 있는 '레게와 힙합의 융합' BDP의 차기작에서도 꾸준하게 등장하는 레퍼토리가 되었다. 이러한 독특함뿐만 아니라 [Criminal Minded]는 사우스 브롱스에서 그들이 보고 느낀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 가사를 통해 이후 등장한 많은 갱스터 랩퍼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DJ Scott La Rock의 죽음, 그리고 [By All Means Necessary]

     

    1집이 발매되고 약 한 달 후, 크루에겐 비극이 닥친다. 디제이 스캇 라 록이 총격으로 사망하는 불상사가 일어난 것이다. 무엇보다 스캇 라 록이 디-나이스와 두 청년 간 싸움을 말리려다가 변을 당한 것이어서 주변을 더욱 슬프게 했다. 결국, BDP는 케이알에스-원 혼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했는데, 프로듀스, 컷팅, 스크래칭을 담당하던 원년 멤버 스캇 라 록의 공백은 케이알에스-원과 그의 친동생 케니 파커(Kenny Parker)의 프로듀싱으로 메웠다. 그리고 1988, BDP의 두 번째 앨범 [By All Means Necessary]가 완성된다. 이 앨범엔 랩이 철학을 담아내는 도구임을 역설하는 케이알에스-원의 랩퍼로서 재능이 마음껏 발휘된 "My Philosophy"를 비롯하여, 전작의 "Dope Beat"을 잇는 록 샘플링 트랙 "Ya Slippin'", 블랙 스타(Black Star) "Definition"으로 친숙해진 'One two three' 코러스의 오리지널 버전을 감상할 수 있는 "Stop the Violence", 쿨 모 디(Kool Moe Dee), 에릭 비 앤 라킴(Eric B. & Rakim) , 당대 최고로 군림하던 타 뮤지션에 대한 존중과 동시에 '나는 여전히 최고'라고 외치는 "I'm Still #1" 등등, 전작 못잖은 명곡이 가득했다. 특히, "Stop The Violence", "Illegal Business"와 같은 트랙은 케이알에스-원을 '선생', 혹은 '철학자'라는 이미지로 각인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Ghetto Music, Edutainment,
    그리고 Sex and Violence

     
    앨범 커버 전반에 걸쳐 '게토(Ghetto)'라는 단어를 남발하다시피 한 세 번째 앨범 [Ghetto Music: The Blueprint of Hip Hop](1989)에서도 BDP의 참신한 시도는 계속되었다.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가 여전한 가운데 이번엔 리얼 연주가 가미된 곡까지 수록되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Jah Rulez"와 같은 리얼 연주 트랙뿐만 아니라 악기 연주에 디-나이스의 비트 박스를 첨가한 곡("Breath Control")도 포함되었고, 데뷔 앨범부터 이어지던 레게 리듬은 "Bo! Bo! Bo!"를 통해 계승된다. 이 시기 즈음 케이알에스-원은 앨범 활동과 더불어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고, 미국 유명 대학의 강사로 참여하는 등, 사회 활동을 병행하곤 했다.

     

    BDP 4집부터 위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제작하는 곡의 세련됨이야 자연스레 높아졌지만, 예전만큼 참신하고 강력한 무언가를 느끼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강연을 녹음한 듯한 6개의 인터루드 'Exhibit'이 존재하는 가운데, 케이알에스-원의 사회에 대한 교훈적인 발언이 어김없이 이어지는 [Edutainment](1990)는 이전보다 높은 차트플레이를 기록했음에도, 예전만큼 대중의 이목을 끌진 못했다. 이에 라이브 앨범 [Live Hardcore Worldwide]를 거쳐 '92년 발매된 BDP의 정규 5 [Sex and Violence](1992)에서는 케이알에스-원 위주의 프로듀싱에서 벗어나 프린스 폴(Prince Paul), 펄 조이(Pal Joey) 등등, 외부 프로듀서를 참여시키며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Edutainment] "Blackman in Effect" 못잖게 강렬한 "Duck Down"으로 초반부를 화려하게 장식한 이 앨범은, 그러나 전작과 마찬가지로 예전만큼 완성도 높은 앨범이라 평가받지는 못했다. 결국, -나이스, 자말-스키(Jamal-ski), 스카티 모리스(Scottie Morris) 등 기존의 여러 멤버가 빠지고 케이알에스-원과 케니 파커를 위시한 소수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던 BDP는 이 다섯 번째 앨범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며, 이후부터 케이알에스-원은 솔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멤버

     

    한편, 케이알에스-원을 제외한 BDP의 멤버는 꾸준히 바뀌었다. 케이알에스-, 디제이 스캇 라 록, -나이스의 데뷔 시절 포맷은 스캇 라 록의 죽음으로 불가피하게 수정이 가해졌고, 이후, 케니 파커, 미즈 멜로디(Ms. Melodie), 스카티 모리스, 하모니(Harmony), 윌리 디(Willie D) 등등, 많은 이가 BDP를 거쳐 갔다. 정확한 해체의 원인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마지막 앨범 [Sex and Violence]의 작업이 이루어지던 시기에 멤버의 교체가 특히 잦았는데, 이것이 BDP가 와해되는 결정적인 계기였다는 루머가 있다.

     

    비록, 짧다면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그리고 케이알에스-원이라는 또 다른 전설을 탄생시킨 크루 부기 다운 프로덕션. 크루의 해체 과정이 썩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힙합 문화가 자리 잡고, 많은 랩퍼의 가치관에 영향을 끼친 BDP가 만든 일련의 산물은 역사 속에서 길이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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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윤예찬 (2014-02-06 22:15:42, 58.122.242.***)
      2. 매번 느끼지만 오리지널리티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분들인 것 같습니다. ㅎㅎ 글 잘 읽었어요. 감사해용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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