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신의 한 수: 음악을 위한 아이디어 전쟁, 혹은 몸부림
- rhythmer | 2014-04-16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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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인 포맷의 앨범, 특히, CD 판매 시장의 급격한 감소는 단지 음악을 듣는 매체의 변화(mp3)를 불러온 것뿐만 아니라 한해 동안 발표되는 음악의 물리적인 양을 어마어마하게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장르의 성향상 작업 속도가 빠르고 믹스테입(Mixtape)이라는 형식이 존재하는 힙합 씬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렸는데, 그렇다 보니 이젠 뮤지션들 역시 직접 자신의 결과물을 알리고 수익을 창출해내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지난 2013년 7월, 제이지(Jay Z)가 삼성과 손잡고 펼쳤던 [Magna Carta... Holy Grail] 마케팅은 이러한 현실을 더욱 실감할 수 있게 한 사건이었다. (관련 기사: http://bit.ly/QmWa34) 앨범의 공식 발매일 전, 갤럭시 유저들에게 독점으로 무료 다운로드를 제공하기 위해 삼성 측이 무려 100만 장을 선 구매했던 이 건은 미 음악산업계에 큰 변화를 안김과 동시에 음악에서 판매량이 차지하는 가치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 거리를 던졌다.
그리고 이후에도 몇몇 아티스트들은 저마다 아이디어를 무기로 앨범 홍보와 판매방식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데, 제이지의 [Magna Carta... Holy Grail]과 함께 흑인음악 판에서 가장 획기적이었던 두 뮤지션의 성공 사례와 올해 한 전설적인 힙합 그룹의 매우 무모한 듯하면서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는 계획을 모아봤다.
지금 음악판은 그 어느 때보다 음악의 가치를 회복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아이디어 전쟁과 몸부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Beyonce의 [Beyonce]
신의 한 수
'철통 보안, 일체의 사전 홍보 없이 깜짝 발표'2013년 12월 13일, 세계의 여러 음악 관련 매체들은 당혹스러움 속에서 속보를 쏟아내느라 정신없었다. 비욘세(Beyonce)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새 앨범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최초 알려진 대로라면, 그녀의 정규 5집 발매 예정 시기는 2014년 초. 그러나 앨범 [Beyonce]는 마치 스텔스기처럼 잠행 끝에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냈고, 이 이례적인 사건은 음악계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모았다. 비욘세 정도로 세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뮤지션의 앨범이 단 한 줄의 루머도 나오지 않을 만큼 철통 보안 속에 발매되었다는 건 보고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더불어 무려 17개의 비디오도 포함한 '비주얼 앨범(The Visual Album)'이라는 컨셉트 역시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러한 구성에 걸맞게 아이튠스(itunes)를 선 판매처로 택한 것도 절묘했다.
그로부터 약 10일 후, 앨범은 CD와 mp3로 미 전역에 발매됐고, 2014년 3월엔 고화질 영상을 담은 '블루레이(Blu-Ray)' 합본 형태로도 발매되었다. 결국, 많은 이가 한 번이라도 더 노출시키고 관심을 끌기 위해 과장까지 일삼으며, 맹렬히 홍보에 열을 올릴 때, 비욘세와 그녀의 레이블은 정반대 지점에서 새로운 해법을 찾았다.
성과
깜짝 발표 프로모션만큼이나 엄청난 관심을 끈 것이 바로 첫 주 판매량이었다. 앨범이 발매되자 빌보드(Billboard)는 첫 주에만 55만 장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는데, 집계 결과 겨우 3일 만에 828,773장이 팔리며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아이튠스 역사상 가장 빨리 팔려나간 것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스타성과 허를 찌르는 마케팅이 만나 제대로 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Nipsey Hussle의 [Crenshaw (Mixtape)]
신의 한 수
'딱 1,000명에게만 판다. 단, 좀 비싸게'여러 장의 믹스테입을 발표하며, 인지도를 쌓아 올린 웨스트코스트의 유망주 닙시 허슬(Nipsey Hussle)은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을 뒤로하고 독립 노선을 이어갔다. 그런 그의 행보가 빛을 발했던 순간이 바로 8번째 공식 믹스테입이었던 [Crenshaw]의 판매 방식에서였다. 믹스테입이지만, 꾸준히 신곡으로 구성해왔던 허슬은 기존처럼 온라인에서 무료로 공개한 이 믹스테입을 물리적인 매체, 즉 CD로 만들어서 판매했는데, 하드코어 팬들을 대상으로 딱 1,000장만을 제작했다. 그리고 여기서 절묘했던 건 음반 한 장의 가격을 100달러(한화 약 10만 원)로 책정한 것이었다. 음악을 들으려면, 그 음악이 담긴 매체를 사야만 했던 옛날과 달리 이젠 음악을 산다는 건 선택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닙시 허슬은 메이저 레이블의 비즈니스 모델이 시대착오적이라 생각했고, 무엇이 사람들에게 (물리적인) 앨범을 사고 싶게 하는 동기부여가 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 결과 판매 방식에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각 CD엔 넘버링이 표기됐고(분야를 막론하고 일부 열혈 수집가들에게 넘버링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허슬의 친필 사인이 포함됐다. 또한, 음반을 구입한 이들 중 랜덤으로 추첨하여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는데, 사인된 사진을 우편으로 받는 것, 허슬로부터 개인적인 전화를 받는 기회, 허슬의 스튜디오에 초대되는 것 등이었다. 무엇보다 이미 음원 자체는 무료로 공개한 상태였기 때문에 앨범의 판매가를 두고 비난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성과
닙시 허슬의 선택에 골수 힙합팬들은 빠른 품절로 응답했다. 허슬의 레이블 'All Money In' 팝업 스토어를 통해 판매한 [Crenshaw] CD는 개시 24시간 만에 다 팔려나갔고, 무려 10만 달러(한화 약 1억 3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음반 제작과 프로모션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데다가 유통의 중간 단계가 생략되었기에 이것이 고스란히 닙시 허슬의 수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굉장히 성공적인 수치다. 특히, 이러한 판매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은 제이지(Jay Z)가 100장이나 구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단 하루 만에 1억을 번 닙시 허슬의 [Crenshaw]는 힙합 씬에서 가장 용감하면서도 영리했던 판매 사례가 되었다.
Wu-Tang Clan의 [Once Upon A Time In Shaolin]
신의 한 수
'최고 VIP 한 명만 가질 수 있는 억!소리 나는 앨범'닙시 허슬이 단 1,000명만을 위해 만들었다면, 전설적인 힙합 그룹 우탱 클랜(Wu-Tang Clan)은 판매 타깃의 범위를 더욱 좁혔다. 단 한 명. 실제로 그룹의 수장 르자(RZA)는 제이지의 [Magna Carta... Holy Grail]과 닙시 허슬의 [Crenshaw] 판매 및 마케팅 아이디어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밝혔는데, 우탱의 이번 앨범은 그 가격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직 판매가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수백만 달러, 한화로 수십억대로 책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구성은 이렇다. 우탱 패밀리 중 한 명인 실바링즈(Cilvaringz)가 메인 프로듀싱을 맡은 가운데, 그동안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비트와 우탱 멤버들의 랩이 얹힌 31개의 트랙이 수록되며, 음반은 세계의 황족, 비즈니스 리더들과 작업해온 아티스트 야햐(Yahya)가 만든 은-니켈 상자 안에 담긴다. 앨범의 홍보 투어 역시 이색적인 공간에서 기획했다. 르자는 이 앨범을 축제, 갤러리, 박물관 등을 돌며, 들려준 후, 청취에 대한 대가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투어가 끝나면, 앨범 판매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르자가 이러한 방식을 택한 건, 단순히 수익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음악이 예술로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다시 한 번 음악을 보는 시각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겼다고 밝힌 바 있다. 우탱의 이번 앨범이 과연 얼마에 판매될 것인가에 세간의 이목이 계속해서 집중될 것으로 보이며, 만약 소문 속 금액대에서 팔리게 된다면, 대중음악 역사에 기록될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
성과
아직 발매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 논할 순 없지만, 르자가 밝힌 바로는, 이미 많은 이가 관심을 표했으며, 개중에는 200만 달러(한화 약 20억 7천만 원)와 500만 달러(한화 약 52억) 제안도 있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정말 굉장한 금액에 판매될 확률이 높다. 이후, 이 앨범이 음악 시장에도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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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로윈1031 (2014-04-17 02:48:06, 175.202.126.***)
- 소셜 네트워크 볼때 숀 파커가 지가 냅스터만들었다고(사실 아니죠) 음반업계를 몰락시켰다고 계속 자랑하는데 진심 때리고 싶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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