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전설파일 #10: Debarge '가족애로 이어진 끈끈한 화음과 멜로디'
- rhythmer | 2014-04-17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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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주옥같은 곡을 다수 쏟아냈던 그룹 드바지(Debarge)는 혈연으로 뭉친 다섯 명, 홍일점이자 최고령자인 버니 드바지(Bunny DeBarge), 마크 드바지(Mark DeBarge), 제임스 드바지(James DeBarge), 랜디 드바지(Randy DeBarge), 엘 드바지(El DeBarge) 등으로 구성된 가족 그룹이다. 78년에 그룹이 결성되고 얼마 되지 않아 이미 '80년대 흑인음악계의 옥좌에 올라있던 잭슨 파이브(The Jackson 5)의 후계자로 거론되면서, 1년여 만에 흑인음악 전통의 명가 모타운(Motown) 레코드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1981년, 대망의 데뷔앨범인 [The Debarges]를 내놓으며,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한다.하지만 첫 번째 앨범은 아직 그들만의 정립된 스타일을 보여주지 못하였으며, 주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드바지의 진가가 드러난 건 이듬해다. 가족애로 이어진 끈끈한 화음을 바탕으로 하여 두 번째 앨범이자 흑인음악사에 길이 남을 명반 [All This Love]를 선보이게 되는데, 쇼케이스 식으로 공개한 첫 싱글 "Stop! Don't Tease Me"를 비롯하여 랜디의 첫 번째 보컬과 후미에 오는 엘의 보컬이 잘 맞물리며 몸을 절로 들썩이게 만드는 "I Like It", 단조 풍에서 장조 풍으로 넘어가는 멜로디의 기가 막힌 반전과 풍부한 구성력이 돋보이는 타이틀 트랙 "All This Love" 등등, 명곡을 연이어 뿜어내며, 그룹의 첫 골드(Gold: 50만 장 이상 판매)를 기록한다.
[All This Love]의 성공과 함께 인기그룹의 반열에 올라선 그들은 다음 해인 '83년에 세 번째 앨범 [In A Special Way]로 전작을 능가하는 호평을 받으며, 다시 한 번 골드 디스크를 거머쥐게 되고, 84년엔 루더 밴드로스(Luther Vandross)와 투어에 나서는 등,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갔다. 짧은 러닝 타임이지만 감각이 넘실거리는 이 앨범에선 엘 드바지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백업 보컬과 편곡이 돋보이는 싱글 "Time Will Reveal", 노토리어스 비아이쥐(The Notorious B.I.G)의 히트곡인 "One More Chance/Stay With Me"의 원곡으로 유명한 감성 트랙 "Stay With Me", 역시나 엘의 훌륭한 작곡 솜씨가 감탄을 자아냄과 동시에 로맨틱한 정취가 물씬 풍기는 "Love Me In A Special Way", 버니의 빈틈없는 보컬과 애절하고도 유려한 멜로디를 갖춘 "A Dream" 등의 명곡들이 큰 사랑을 받았다.
드바지는 네 번째 작품 [Rhythm of the Night]에서 다이앤 워렌(Diane Warren), 데이빗 포스터(David Foster), 조르지오 모로더(Giorgio Moroder), 글렌 발라드(Glen Ballard) 등등, 내로라하는 히트메이커들과 작업을 통해 연이어 커다란 성공을 이루게 된다. 앨범 제목과 동명의 싱글을 비롯하여 "Who's Holding Donna Now?", "You Wear It Well" 등의 곡은 빌보드 차트 10위권 안에 장기간 머물렀으며, 특히, "Rhythm of the Night"은 [The Last Dragon]이라는 영화의 사운드트랙에도 삽입되면서 R&B 차트에서 무려 23주간이나 정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연속된 성공 뒤에 그들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1986년, 히트곡을 모은 첫 컴필레이션 앨범의 발매와 동시에 그룹의 리드 싱어이자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던 엘 드바지가 솔로 활동을 위해 그룹을 탈퇴한 것이다(엘은 그룹을 떠난 바로 그해, 셀프 타이틀 앨범을 발매하여 "Who's Johnny?"란 곡을 차트 3위까지 올려놓았다). 이에 드바지는 곧 엘이 빠진 그룹을 재정비한 후, 모타운에서 나와 [Back On Track]이라는 새 앨범을 발표하지만, 엘의 공백을 극복하지 못한 채 부진을 겪게 된다. 그리고 그룹은 영원한 휴식에 들어갔다. 이후 이어진 멤버들의 근황은 좋지 못한 소식의 연속이었다. 대부분 약물 중독과 관련한 것이었는데, 제임스 드바지, 랜디 드바지, 버니 드바지 등도 치료와 중독이 반복되는 삶을 살았으며, 제임스는 약물사범으로 감옥생활을 할 정도였다.
한편, 엘 드바지 외에도 드바지 가족들은 저마다 음악 커리어를 쌓아갔다. 홍일점 버니 드바지는 그룹이 모타운을 떠날 때 솔로로서 레이블과 재계약하고 앨범 [In Love]를 발표하여 "Save the Best for Me (Best of Your Lovin')"이라는 곡을 히트시켰으며, 큰형들인 바비 드바지(Bobby Debarge)와 토미 드바지(Tommy Debarge)는 모타운의 또 다른 인기 알앤비/펑크 밴드 스위치(Switch)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다만, 애초에 그룹의 멤버가 아니라 솔로로 계약했던 드바지 가문의 또 다른 인재 치코 드바지(Chico Debarge)는 다소 문제가 있었는데, 그룹이 한창 해산 위기에 있던 해, 코카인 복용 및 소지 혐의로 복역하게 되었던 것. 이 때문에 무려 10년 동안이나 공백기를 가져야 했는데, 다행히 '97년과 '99년에 각각 [Long Time No See]와 [The Game]이라는 앨범을 내놓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옛 소울/펑크 아티스트들과 음악이 없었다면, 우리는 힙합 역사 속의 많은 명작을 만나지 못했을지 모른다. 드바지가 없었다면, 어떻게 노토리어스 비아이쥐의 "One More Chance", 워렌쥐(Warren G)의 "I Want It All", 투팍(2Pac)의 "I Ain't Mad At Cha" 같은 보석 같은 곡들을 들을 수 있었겠는가?! 올드 소울의 세계에 발을 내디디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가족애로 이어진 드바지의 끈끈한 화음과 멜로디는 아주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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