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베테랑의 귀환 - 주석
- rhythmer | 2010-08-06 | 1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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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은 외롭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떠오르는 전형의 성공모델인 ‘미국식 힙합/랩스타’의 모양새를 온전히 지니고 있는 랩퍼는 대한민국에서 주석 말고는 떠오르는 이가 없다. '코디'의 힘을 빌어 힙합/랩스타 컨셉트로 우스꽝스럽게 등장한 이들은 물론 제외하자-컨셉트를 역으로 자신의 진짜 모습으로 바꾸어 가고 있는 '크라운J' 정도는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드렁큰 타이거로 대표되는 한국 힙합 스타들의 성지인 ‘무브먼트’는 힙합과 반(反)힙합의 경계에서 한국 특유의 서정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 음악을 들려준다. 이들은 차라리 ‘언더그라운드’스럽지만, 숨막힐 정도로 철저한 기획에 의해 탄생한 가수와 음악의 반작용 효과를 톡톡히 보며 주류에서 성공했다. 월급쟁이 아저씨들의 회식 후 노래방에서도 랩합창이 울려 퍼지게 만든 MC몽으로 대표되는 인기가요식 성공모델은 아무리 유연하게 마음을 먹어도 '힙합'문화 안에 포함시키기는 힘들긴 하지만 어쨌든 한국에서 랩음악이 성공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여기에 메이저 데뷔라는 자기함정에 빠져 위 두 가지 경우를 마구 믹스해놓은 듯한 실망스러운 데뷔작을 내놓은 슈프림 팀처럼 기이하게 소비되는 '홍대랩괴물'들이 MC몽 이후의 성공모델로 자리잡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주석이 표방하는 ‘블링’한 ‘미국식 힙합/랩스타'는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에선 성공모델이 절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장이나 성공자체의 스케일이 다르고, 아티스트 본인이나 대중마저 그것을 받아들이는 정서적인 간극은 미국의 그것과 너무 벌어져있다. 여기는 미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아니던가? 결국, 자생적이지 못한 것은 흉내내기나 컨셉트로 전락하고 조금만 빈틈을 보이면 우스꽝스럽게 보이기 마련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역으로 자기희화의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주석은 그것들에 악영향을 받지 않을만한 대한민국 유일한 랩퍼다.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1세대라는 이력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 현재 올라선 위치와 그의 아우라는 직접 그린 밑그림 아래 소위 마니아라 불리는 이들과 일반대중 모두를 자신이 꿈꾸던 한 곳으로 착실히 올려놓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의 데뷔EP [Only The Strong Survive]부터 세 번째 앨범 [Superior Vol.1 : This Iz My Life]까지는 힙합불모지에서 나이 어린 언더그라운드 랩퍼가 힙합적인 방법론을 잃지 않고 가장 세련된 메인스트림 힙합스타로 자수성가하는 유일무이한 과정이었기에 한국힙합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록 중 하나이다.
다소 맥 빠졌던 [Superior Vol.2 : Seoulcity's Finest] 이후, 정확히 5년 만에 주석이 [All Or Nuthin']라는 비장한 타이틀을 들고 돌아왔다.
"힙합에서는 흔한 클럽튠일수도 있으나 요즘 가요계(흔히 말하는 오버그라운드)에서 힙합은 사라져가고 모두가 발라드에 랩을 섞은 형태로만 연명해나가는 안타까운 모습에 과감히 던진 카드입니다." - 주석의 블로그에서 발췌
주석은 역시 주석이다. 5년 만의 등장이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이 꿈꾸는 힙합에 대한 확실한 비전이 있다. 앨범을 대표하는 "POP&DROP"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비아냥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곡이지만, 단순 흥행을 위한 클럽튠이라기 보다는 주석이 스스로 가요계에서 자신이 힙합퍼로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방향을 잡은 곡이기에 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번 앨범에 대한 지지는 쉽게 보내기 어렵다. 주석이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은 자신의 존재감 하나로 곡을 이끌어 갈 때였다. 치열하지만 치열함의 대상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극복해나가는 비장함과 자신감이 동시대 가장 세련된 비트 위에 펼쳐지는 상황 자체가 주석이 보여줄 수 있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인트로 격인 “J’s On Fire”와 “All Or Nuthin’”을 제외하고는 그런 순간을 접하기 어렵다. 더구나 랩 자체도 이전보다 힘은 들어갔지만, 비트에 착 달라붙는 유연한 느낌은 줄어들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유명 아티스트의 오랜 기다림 끝의 복귀에는 으레 큰 기대감이 동반된다. 많은 이 역시 주석의 가장 매력적이었던 순간만을 조합해 기억하며, 그가 멋지고 강렬한 한방을 준비했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2000년대 초반 주석의 전성기를 함께 한 팬들은 그의 공백기에 딱히 그를 대체할 랩퍼를 찾지 못하였기에 기대치가 더욱 컸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노래로 절반 정도를 채운 그의 복귀작은 지난 네 번째 앨범보다 더 맥 빠지는 결과물이다. 앨범의 구성이야 아티스트의 몫이라지만, 성공적인 복귀를 위해 좀 더 강렬한 맛의 진수성찬을 차려줘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 앨범은 스킷 “Message from Choo”에서 추신수 선수가 남긴 말처럼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지지 않기 위한 싸움'처럼 보인다. 5년 만의 복귀로 단번에 정상에 서기보다는 메인스트림 랩스타로서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안전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발판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는 주석이 일반적인 앨범주기보다 더 빠르게 다음 앨범을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의 대중적인 곡을 그때그때 소비하는 일반 대중보다는 그의 행보를 주목해 온 오랜 팬들에게 희열을 안길 수 있는 매력을 아직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All Or Nuthin'] 앨범이 후에 그의 오랜 공백 뒤 펼쳐진 음악인생 2막의 시작에서 감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준 징검다리처럼 기억되기를 희망한다. 주석은 아직 젊으니까.
기사작성 / RHYTHMER.NET 남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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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소개구리 (2010-12-30 10:01:22, 125.187.3.**)
- "주석" 정말 좋아하는데
1,2,3집은 최고의 명반이죠 특히 2집의 그 착착 감기는 간지곡들은,,,^ㅡ^
이번앨범에 큰 실망이지만(그 타이틀곡은 영 ㅡ-;;)
하지만 언제든 2집과 같은 명곡을 가지고 돌아오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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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삿갓 (2010-10-05 14:53:52, 222.236.208.**)
- 상업적실패라...
당시 주석형은 아무 홍보없이 EP를 3만장이나 팔았을만큼 성공했었죠
하지만 앨범완성도가 갈수록 퇴보하고있다는건 어쩔수없는 사실이네요.
뒤로갈수록 명반이죠.
잘만발전해나갔으면 지금 DT못지않게 되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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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삿갓 (2010-10-05 14:51:22, 222.236.208.**)
- 허허...
씁쓸하네요.
한때는 주석이 언더힙합그자체로 불렸떤적이있었죠
마스터플랜에선 독보적인 존재였고 콘서트때도 메인이었으니까요.
1세대때 클럽마스터플랜에서 주석이 하이라이트였고 옆에서 끝나고
박자저리면서 랩하던 애들이 오늘 인정받는 더콰이엇이랑 키비였을만큼
한국힙합계에서는 선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런 주석형이 욕먹는것도 어느정도 자기 책임이지만
이렇게 까이는것보니 좀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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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h (2010-08-09 03:52:06, 119.149.88.***)
- 망하지않았음
4집까지 마스터플랜에있을때
주석돈 그래도 언더치고 독보적으로 많이벌었고
(차를 단계적으로 바꿨을정도)
이번에 나름좋은조건으로 원오원과 계약한걸로 압니다.
주석이 언더도 아니고 앨범팔아서 근근히 사는
래퍼도 아니고 이젠 엄연히 메이져가수 인데
신인치고는 나름 방송계쪽에서 이름알리고
공중파무대에 많이서고있음 (신인이 무대에
이렇게 서기는 사실 대형기획사 아니고선 힘듬)
글구 무엇보다 이현도가 제일 아끼는 주석인데
이게 주석의 제일큰 강점임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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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 (2010-08-08 02:53:19, 119.149.88.***)
- 우와 글은 동네강한형같이썼는데
내용은 정확하게 찝으셨네 ㅋㅋㅋㅋ
사실 한국은 다 티셔츠한장에 뉴에라한장쓰고
앨범에서만 강한척하고 다니는애들이
너무많죠 (너무많은정도가 아니라 10명이면 10명다)
주석은 유일무이하게
왜 미국애들이 힙합을 멋있어하고 열광해하는지
그것을 정확히 캐취해내서 멋부리는거를
독보적으로 실행함
프로듀서명이나 옷사업이나 심지어는
a.k.a까지 대충쓰는법이없음
주석차 자동차 휠까지 데코할정도로
주석은 힙합의 멋분야 촉이 제일 특출난걸
인정안할래야 안할수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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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쿨하게칠링 (2010-08-08 00:31:45, 180.66.117.**)
- 물건너 양키것을 자기동네 나이트 유행마냥 존나 간지빨서게 연기할줄
아는것도 엄연한 재능이다.
주석은 그방면에서 완전히 도가 텃다
심지어 본고장 레알쉿 싸니나 스윙스 같은 고레벨의 스킬러들조차
미처 챙기지못한 비주얼적 디테일과 능글능글 성적매력 한가득한 혀놀림을,
주석은 꽤 오래전부터 유연하게 캐치하고 있었다.
이런건 노력도 노력이지만 선천적 재능이 한발 앞섰다고 해야겠지
꼬레아 힙합씬에 진짜 딱 한명
판깔아주면 제대로 뛰놀줄아는 힙합 엔터테이너
제이부터씨
피센럽~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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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drg (2010-08-07 15:54:38, 119.149.88.***)
- 주석이 걸어온길이나
지금까지 낸 앨범들의 컬리티나
미국 메인스트림을 유일무이하게 추구한다는점에서
존경받아 마땅하다는것은 힙플 어린애들빼고는 다아는 사실인데
이번앨범은 아쉬운점이 딱 5가지가 있네요
1. 5집앨범에서 주석의 추임새중 예~~~~ 이거 너무 아니다
지금까지 주석의 추임새중 oh~ yes yes, okay, thats right 이거빼고
예~~~~~ 이게 새롭게 추가된거같은데
왜 이거에 꽃힌건지는 몰라도 오히려 앨범의 흥을꺠는 추임새인거같음
2. 피쳐링에 참여한 ZTA 이분의 랩이 너무 평균적이고 단조롭고
특출난게 없다. (차라리 지금껏주석앨범에서 그래왔듯 언더오버
여러래퍼들을 참여시켰으면 이번앨범의 약점을 매웠을듯)
3. 랩에는 별문제가 없으나 (원래 주석이 랩만으로 커리어쌓은래퍼가 아니기에) 비트가 너무 잡다한비트가 후반부에 많다.
필자분이 쓰셨듯 J’s On Fire”와 “All Or Nuthin’” 을빼고는
주석 맨프로미스트 비트 간지를 보기가 어렵다.
(근데 이두트랙은 역시 주석~이다)
4. 곡구성이 그간 주석이 보여왔던 유기적인 모습이아니다.
3집떄의 라커팰러같은앨범, 2집때의 마초적이고 전형적인 메인스트림냄새
1집때의 퀸즈사운드, 근데 이번5집은 참애매하다.
뺴도 될트랙이 있고 중구난방식이다.
5. 믹싱 마스터링이 아쉽다.
랩도 어쩔땐 비트에 뭍혀서 잘안들리고
특히 마스터링은 생전 처음들어보는 곳에서 했는데
(한국에선 소닉코리아에서 거의 하던데)
좀 아쉬운거같다.
D.O가 한국의 마스터링을 실력을 아쉬워한다는 인터뷰를 봤는데
(마스터링하면서 어쩔수없이 깎아내려가는 소리들때문에..)
매번 아쉬워 한다던데 그래서 이번에 소닉코리아에서 안할걸수도...
주석이 이번앨범 2008년경에 완성했다고하던데
이점을 보안해서 새작품을 빨리 출시했으면 좋겠네요
PS. 이번앨범 기획사 원오원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퀸 엔터테인먼트로 되어있네요 앨범자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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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ㄷㄹ (2010-08-07 15:31:50, 119.149.88.***)
- 좋은칼럼이네요
여기에 메이저 데뷔라는 자기함정에 빠져 위 두 가지 경우를 마구 믹스해놓은 듯한 실망스러운 데뷔작을 내놓은 슈프림 팀처럼 기이하게 소비되는 '홍대랩괴물'들이 MC몽 이후의 성공모델로 자리잡을지도 모르겠다.
힙합에서는 흔한 클럽튠일수도 있으나 요즘 가요계(흔히 말하는 오버그라운드)에서 힙합은 사라져가고 모두가 발라드에 랩을 섞은 형태로만 연명해나가는 안타까운 모습에 과감히 던진 카드입니다." - 주석의 블로그에서 발췌
솔까 오버에서 나오는 래퍼들 모두
힙합이라 하기엔 애매한 랩댄스풍의 곡으로 힙합이라고
연명하는 사람들이 10이면 9.9명이죠
그런점에서 주석은 정말 대단하게도 계속 계속 100% 힙합을 고수한다는점이
역시 주석이네요
언더에서 fuck you외치고 강한척하더니
오버에서 쇼프로나가서 다이어트외치고 머리염색하고
주석의 가사가 기억나네요
"멋진 가사를 써놓고 웃긴 모습 보여주는 건 최악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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