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랩 가사의 묘미, '이중 의미' 파헤치기
- rhythmer | 2014-06-13 | 2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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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ble Entendre, Triple Entendre?다음은 드레이크(Drake)의 “Light Up”에서 제이지(Jay-Z)의 벌스(Verse) 시작 부분이다.
Oww
Hoes turn they heads like, owls
I’m the man of the, hour
Triple entendre, don’t even ask me how오…
여자들은 올빼미처럼 고갤 돌려 날 바라봐
난 지금 이 순간의 주인공이지
Triple entendre, 왜 그런지는 묻지 말아줘제이지는 ‘아우~’라는 소리를 반복하면서 바보 같은 랩을 (의도적으로) 선사하지만, 끝에 가선 이 모든 게 ‘Triple entendre’라고 주장한다. 과연 여기서 말하는 ‘Triple entendre’란 무엇일까? 영어 문학 및 화법에 ‘Double entendre’라는 개념이 있다. 거창해 보이는 단어지만, 의미는 단순하다. 두 가지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 즉 ‘이중 의미’를 뜻한다. 간단하게 예시를 들어보겠다. H모 캐피탈 광고 캐치프레이즈 중 ‘빌리는 사람이라 하나하나 따지고 또 따지죠’라는 표현이 있다. 이 표현은 광고의 주인공인 ‘빌리’가 사람이라는 의미도, 그 빌리가 돈을 ‘빌리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이 표현처럼 어떻게 끊어 읽느냐에 따라 달라지거나, 관용어구, 혹은 동음이의어를 사용하여 그 표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때, 이를 ‘Double entendre’라고 한다. 더 넓게 보자면, 발음이 같은 두 단어를 이용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 수 있을 때에도 그 표현을 ‘Double entendre’라고 한다(이 경우만을 따로 ‘Homophon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에서 파생되어 나온 ‘Triple entendre’, ‘Quadruple entendre’는 각각 삼중 의미, 사중 의미의 표현을 뜻한다.
제이지의 벌스로 돌아가면, ‘Oww’, ‘Owls’, ‘Hour’의 발음을 약간 뭉개어 모두 ‘아우~’라는 소리를 냈고, 이 때문에 자신이 ‘Triple entendre’를 얘기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굳이 이 벌스가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많은 랩퍼들은 명백한 ‘다중 의미’의 가사들을 의식적으로 써왔다. 특히, 요즘에는 꽤 일반적인 테크닉이 되어, 대부분의 랩 가사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수많은 예시들 중 몇 가지를 크게 종류별로 나누어 추려보자.
슬랭의 활용영어의 비속어, 즉 슬랭(Slang)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완전히 새로운 단어를 창조해서 쓰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이미 존재하는 단어에 연상되는 숨은 뜻을 부여해서 쓰기도 한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슬랭들의 예를 들어보자면, 대마를 뜻하는 ‘Weed’(해초), 코카인을 뜻하는 ‘Crack’(부숴지는 소리), 다이아몬드를 뜻하는 ‘Ice’(얼음) 등이 있겠다. 이런 슬랭의 경우 이미 존재하는 뜻과 이차적으로 암시하는 뜻이 서로 어느 정도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에, ‘이중 의미’를 구현할 때 자주 사용된다.
Pusha T – Numbers On The Boards
코카인 판매상을 자처하는 푸샤 티(Pusha T)는 영민한 랩퍼이다. 본인이 코카인 판매상임을 암시하는 가사를 마약에 관련한 슬랭을 이용하여 ‘이중 의미’를 담아낸다.
It’s a different jingle when you hear these car keys
1: 이 차 키들이 잘그랑대는 소리는 좀 다를 거야
2: 내 차의 keys(코카인) 소리는 차 키 소리랑 다를 거야(=내 차에는 코카인이 실려 있다)자기 자랑이 주된 곡의 주제이기 때문에, 일차적으로는, 보유한 차 대수가 워낙 많아서, 차 키 소리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뜻이 제일 잘 맞겠다. 하지만, ‘Keys’는 코카인 더미(Kilos of cocaine)를 뜻하는 슬랭이다. 자신의 차에 있는 ‘Keys’ 소리는 다르다, 즉 자기 차에 코카인이 실려있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Go blow for blow with any Mexican
1: 어떤 멕시칸을 만나도 피하지 않고 서로 주먹을 주고 받지
2: 어떤 멕시칸과도 blow(코카인)로 대화하지‘Blow’는 일격, 한 방이라는 뜻으로, ‘Blow for blow’는 복싱에서 서로 주먹을 주고받는, 이른바 ‘크로스 카운터’ 식의 싸움을 의미한다. 멕시코 복서들이 상대의 공격을 피하기보단 힘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 많다는 걸 생각하면, 자신의 힘 자랑이 될 수 있는 표현이다. 하지만 ‘Blow’는 흔히 코카인을 뜻하는 슬랭으로 쓰이고, 그 뜻을 대입하면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과도 코카인을 주고받으며 거래한다는 뜻이 되겠다.
Jay-Z – No Hook
제이지(Jay-Z) 또한 마약 거래상을 자처하지만, 그의 가사는 좀 더 장난스럽고 재기발랄하다.
Skinny nigga toothpick, but, but I do lift, weight like I’m using ‘roids
1: 너희 몸 좀 봐, 완전 이쑤시개잖아. 난 스테로이드라도 한 듯 무거운 역기도 들어올릴 수 있지
2: 너희 몸 좀 봐, 완전 이쑤시개잖아. 난 스테로이드라도 한 듯 코카인을 엄청나게 거래하지‘너희 몸이 허약하다’는 포석을 깔아놓은 덕분에 몸 자랑하는 표현으로 들리지만, 사실 ‘Lift’는 ‘움직이다’나 ‘거래하다’는 뜻으로, ‘Weight’은 코카인의 뜻으로 자주 쓰인다. 이 뜻을 빌면 코카인을 정력적으로 거래하는 마약 딜러라는 걸 어필하는 문장이 된다.
I followed the code, cracked the safe
1: 난 암호를 알아내, 금고를 열었어
2: 난 룰을 지켰고, 내 금고를 코카인으로 채웠어표면적으로는, 도둑이 금고에 귀를 가져다 대고 이리저리 조작해서 암호를 알아내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곡 내내 마약상으로서 암시가 들어 있는데다가, 마침 우린 ‘Crack’이 코카인을 뜻하는 걸 알고 있지 않은가! 비기(The Notorious B.I.G.)가 “Ten Crack Commandments”에서 마약상의 십계명을 노래했듯이, 제이지가 그 룰을 지켰고, 그 결과로 거물 마약상이 되었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호모폰은 쉽게 쓰일 수 있다처음에 소개했듯이, 호모폰(Homophone)은 같은 발음을 가진 여러 개의 다른 단어나 표현을 뜻한다. 제이지의 ‘아우~’ 삼종 세트가 그리 똑똑해 보이진 않았듯이, 호모폰은 어찌 보면 제일 쉽게 ‘이중 의미’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특히, 제이지처럼 발음을 뭉개는 테크닉까지 추가하면 더 많은 종류의 의미를 뭉뚱그려서 한 표현에 집어넣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남용하게 되면 가사의 질이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이 호포몬을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랩퍼로 릴 웨인(Lil Wayne)이 있다.
Lil Wayne – Blunt Blowin’
I still got the vision like a line between two dots
1: 두 점 사이를 가로지르는 선처럼 비전을 가지고 나아가지
2: 두 점 사이의 선이 있듯이 난 division(계층)을 가지고 있어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지만, ‘The vision’의 발음이 ‘Division’과 같은 걸 이용해 자신의 ‘클래스’가 다르다는 영향력 과시의 의미도 있다. 그렇다면 왜 두 점 사이의 선이 있을까? ‘Division’은 계층이라는 뜻도 있지만, 나누기라는 뜻도 있다. 나누기 기호를 생각해 보자. 두 점 사이에 선이 있다.
Motherfucker ask me why, I say why am
1: 놈들이 내게 ‘왜?’를 자꾸 물어. 난 ‘왜 나야?’라고 답하지
2: 놈들이 내게 ‘왜?’를 자꾸 물어. 난 영 머니(Young Money, YM)로 답하지앞선 ‘Why’의 반복으로 질문으로 귀찮게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Why am’은 ‘YM’과 발음이 같고, 이는 릴 웨인의 레이블인 영 머니의 약자이다.
Cam’ron – Family Ties
캠론(Cam’ron)은 말장난을 섞어가며 라임 폭탄을 떨어트리는 가사의 선구자이다. 그의 가사 대부분은 한 문장에 두 가지 의미가 담긴 ‘이중 의미’의 사전적 정의엔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표현을 반복하면서 여러 가지 의미를 발산하는 것 또한 넓게는 ‘호모폰’의 영역에 포함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가사를 정말 잘 쓰는 사람이 바로 캠론이다.
From the back of the cop-ride, to black-on-black, black when we cop rides
1: 경찰차 뒷좌석 신세에서, 이젠 검은색으로 도배된 내 차가 있어. 차를 몰 땐 검은 옷을 입지
2: 경찰차 뒷좌석에서 풀려나자마자 다른 차를 훔쳐. 이 짓을 할 땐 검은 옷을 입지이 문장은 ‘Cop ride’를 반복하면서, 한 번은 ‘Cop-ride’(경찰차), 한 번은 ‘Cop rides’(차를 ‘Cop’하다)로 해석이 된다. 또한 ‘Cop’이란 뜻은 ‘훔치다’와 ‘갖다’라는 두 뜻이 있고, ‘Black-on-black’은 완전 검은색의 ‘올 블랙’인 물건이나, '흑인이 흑인에게 저지르는 범죄'라는 뜻이 있다. 캠론은 이들을 절묘하게 조합해서, ‘Black’과 ‘Cop ride’를 반복하는 단순하게 들리는 라인에 여러 뜻을 부여했다.
From whippin’ the bacon rolls to outside whippin’ the bacon Rolls
1: 베이컨 롤이나 먹던 신세에서, 이젠 베이컨색 롤스 로이스를 몰아
2: 베이컨 롤을 먹고 밖에 나가서 엑스터시를 하지이 문장은 ‘Whippin’ the bacon rolls’라는 어절이 두 번 반복 되는 것 외에 별다른 내용이 없지만, 이 또한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 ‘Whip’은 ‘먹다’, ‘하다’ 등 대부분의 행동에 쓰일 수 있는 단어다. ‘Bacon rolls’는 말 그대로 베이컨 롤이 되기도 하지만, ‘Rolls’를 롤스 로이스로 해석하면, ‘Bacon Rolls’는 베이컨 색 롤스 로이스를 뜻하게 된다. 또한, ‘Bacon’ 부분은 ‘Bakin’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이 단어는 ‘약을 하는’이라는 뜻이 있다. ‘Rolls’의 뜻 중 엑스터시도 있기 때문에, 조합하면 ‘엑스터시를 한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즉, ‘Whippin’ the bacon rolls’는 세 가지 뜻, ‘베이컨 롤을 먹다’, ‘베이컨 색 롤스 로이스를 몰다’, ‘엑스터시를 하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잘 알려진 사실 비틀기
완전히 새로운 ‘이중 의미’ 문장을 만들기 버겁다면, 한 가지 의미를 이미 존재하는 사실에 종종 기대곤 한다. 이 방법을 쓰게 되면, 영화, 정치, 스포츠 등의 여러 상식을 동원하게 된다. 무슨 말인지 잘 와 닿지 않는가? 다음의 예시들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Drake – 5AM in Toronto
Sinatra lifestyle, I’m just being frank with you
I mean, where you think she at when she ain’t with you?1: 난 시나트라처럼 살지, 너에게 솔직하고 있어
봐봐, 너의 그녀 조차도 너랑 없을 때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잖아?
2: 난 시나트라처럼 네게 Frank 같은 존재야
너의 그녀가 네 곁에 없을 때 어디 있는지 알고는 있니?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는 전설적인 뮤지션이고, ‘Frank’는 ‘솔직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표현은 ‘네 여자도 솔직하지 않은 판에, 난 시나트라처럼 네게 Frank(솔직하게)하고 있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Frank’는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을 뜻할 수도 있다. 왜? 드레이크(Drake)는 리안나(Rihanna)와 염문설이 났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고? 프랭크 오션은 예전에 ‘리안나는 걸레’라고 얘기했다가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과 주먹다짐을 한 적이 있었고, 그래서 드레이크는 두 번째 줄을 통해 크리스 브라운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내게 있어 리안나는 프랭크가 말했듯이 걸레야. 너의 그녀가 너와 없을 때 누구랑 있는지 알긴 해?’
Lupe Fiasco – The Coolest
That was just the eye of the Unger, Felix
‘Cause he is the cleanest amongst the younger, outstanding achieving up-and-comers1: 그건 거의 Felix Unger의 눈과 같았지
왜냐하면 그 놈은 어리고 잘 나가는 신인들 중에서 제일 이력이 깨끗했거든
2: 그건 거의 Unger의 눈과 같았지, Felix
왜냐하면 그 놈은 어리고 잘 나가는 신인들 중에서 제일 이력이 깨끗했거든필릭스 엉거(Felix Unger)라는 약간 특이한 이름은 1970년대 미국 시트콤 [The Odd Couple]에 등장한 주인공의 이름이다. 그 사람은 결벽증이 있었기 때문에, 이 가사는 ‘걔는 필릭스 엉거처럼 깨끗한 이력을 가지고 있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선 필릭스 엉거의 이름을 나눠서 성을 먼저, 이름을 나중에 쓰지 않았는가? 엉거(Unger)만 따로 떼 보면, 미국의 유명한 창문 청소 도구의 상표명이기 때문에, ‘걔는 엉거처럼 깨끗해’라는 뜻도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남은 필릭스(Felix)는? 주로 이름으로 쓰이는 단어지만, 이 단어는 원래 라틴어로 ‘운 좋은’이라는 뜻이고, 좋은 기운을 받으라는 의미에서 이름으로 자주 쓰인다. 따라서 엉거와 필릭스를 따로 뗀 문장 그대로 받아들이면 다음과 같은 해석이 된다. ‘그 놈은 엉거의 눈과 같았지, 운이 좋아. 왜냐면 그 놈은 제일 이력이 깨끗했거든.’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초등학교 국어 시간에 띄어쓰기의 중요성을 배우면서,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는 표현을 접해봤을 것이다. 이는 영어에도 마찬가지로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랩퍼들은 끊어 읽기와 완급 조절을 통해, 한 문장을 여러 방법으로 끊어 읽을 때마다 다른 뜻으로 해석되게 ‘이중 의미’를 부여하는 테크닉을 사용한다. 이 방면으로 가장 유명한 구절은 아마 제이지의 ‘I’m not a businessman, I’m a business, man’(난 비즈니스맨이 아니야. 난 비즈니스 그 자체지)일 것이다.
Big Sean – Control
You gon’ get this rain like it’s May weather
1: 5월의 날씨처럼 넌 이 비를 맞을걸
2: 넌 내가 Mayweather처럼 돈 비 뿌리는 거나 맞고 있어
3: 넌 내가 Mayweather처럼 군림하는 걸 받아들여엄청나게 화제가 되었던 이 곡에서, 정작 주목받지 못한 곡 주인 빅 션(Big Sean)의 괜찮은 표현이다. 표면적으로는 5월에 비가 자주 내리듯 ‘너는 5월 날씨처럼 비를 맞을걸’이란 뜻이다. 하지만 ‘May weather’는 ‘Mayweather’, 즉 복싱의 황제 플로이드 메이웨더(Floyd Mayweather)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비를 내린다는 표현은, 팻 조(Fat Joe)의 “Make It Rain”에서도 나오듯, ‘돈 비를 뿌린다’는 뜻이 있고, 따라서 이 표현은 ‘돈 잘 버는 메이웨더처럼 난 돈 비를 뿌릴 거야’가 된다. 마지막으로, 빅 션은 ‘Rain’의 호모폰인 ‘Reign’(군림하다)'까지 이용하여 ‘넌 내가 메이웨더처럼 군림하는 걸 받아들여’라는 뜻까지 집어넣는다.
Kanye West – Blame Game
You getting blackmailed for that white, girl
1: 너 그 코카인 사는데 돈 다 쏟아 붓잖아
2: 너 그 백인 여자에 돈을 쏟아 붓잖아
3: 너는 코카인이라면 흑인 남자처럼 사족을 못 쓰지
4: 너는 그 백인 여자 때문에 흑인 남자처럼 되어 버렸지제이지가 ‘맨’을 추임새로 썼다면 칸예 웨스트(Kanye West)는 ‘걸’을 추임새로 썼다. ‘White’가 코카인이라는 걸 이용해, ‘White girl’의 두 단어를 따로 해석하느냐, 한꺼번에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를 다르게 했다. 또, 두 단어의 반대어인 ‘Black’과 ‘Male’을 합쳐 ‘Black-maled’(흑인 남자 같은)를 만들어 냈고, 이와 호모폰으로 발음이 같은 ‘Blackmailed’(갈취당하다)로 또한 해석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4가지의 해석이 가능한 문장이 만들어졌다. 이 문장이 있는 벌스는, 칸예가 한 여자에게 빠져 있지만, 그 여자는 코카인 중독에 빠져있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스토리상 첫 번째 해석이 가장 잘 맞고, ‘Blackmailed’를 ‘Black-maled’로 바꾸더라도 이야기에 부합한다. 그런데 ‘White, girl’을 ‘White girl’로 바꾸게 되면, 칸예가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인 ‘너 그 백인 여자에게 돈을 쏟아 붓잖아’가 된다. 마지막으로, 두 어절 모두 ‘Black-maled’와 ‘White girl’로 바꾸게 되면, 문장이 앞뒤로 완전히 대비를 이루게 되고, 이 경우의 해석은 훨씬 더 깊은 의미가 있다. “Blame Game”의 가사에 있는 수많은 비유는, 가사 속의 ‘그녀’가 ‘명예’로도 해석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명예에 대한 가사로 치환해 보면, 이 문장은 칸예가 그 ‘백인 여자’인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시상식에서 한 행동 덕분에 멍청한 ‘흑인 남자’로 사회가 낙인 찍은 것을 의미하게 된다.
문학적 센스와 응용
‘잘 쓴 가사’는 물론 라임 범벅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문학적으로 잘 쓴 가사는 비유나 이야기를 정말 잘 쓴 가사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된 칸예 웨스트의 “Blame Game”처럼, 곡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 전체가 ‘이중 의미’를 담는 경우가 있다. 기술적으로 ‘이중 의미’를 한 문장에 부여하는 것과 문학적 표현을 통해 좀 더 큰 그림의 ‘이중 의미’를 구현하는 것을 섞으면 무궁무진한 응용이 가능하다.
Raekwon – Verbal Intercourse
*래퀀(Raekwon)의 곡이지만, 아쉽게도 여기서는 그의 벌스를 다루지 않는다. 여기에 피처링한 나스(Nas)가 엄청난 벌스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나스의 이 벌스는 1990년대 후반 소스(Source)지에서 선정한 힙합 역사상 최고의 벌스 5개 중 하나에 선정된다.
Through the lights, cameras, and action, glamour glitters and gold
I unfold the scroll, plant seeds to stampede the globe조명이 켜지고 촬영이 시작되면, 금과 같이 화려하게 빛나
난 두루마리를 펴서, 씨앗을 뿌리지, 세계로 뻗어나갈 거야문장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가 많이 있다. 먼저, 빛나는 무대에서 자신의 가사와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파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진짜 랩 가사가 적힌 종이를 펴서 랩을 뱉는 것일 수도, 혹은 은유적으로 메시지를 전파한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한편, 나스의 벌스 전체가 ‘세상은 돌고 도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므로, 이 두루마리는 종교적으로 운명이 적힌 책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 가사는 자신의 운명에 따라 랩으로 세계를 제패해 나간다는 뜻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Scroll’은 마리화나를 피우기 위해 둘둘 말린 종이를 뜻하는 슬랭이고, ‘Seeds’는 마리화나를 뜻한다. 또한, ‘Glamour’(화려함), ‘Glitter’(반짝 반짝 빛나다), ‘Gold’(금) 모두 부를 연상시킨다. 따라서 슬랭의 의미를 받아들이면, 이 가사는 자신이 피울 마리화나, 혹은 그것을 묘사한 가사를 세계에 전파해, 부와 명예를 얻겠다는 세속적인 의미로 쓰이게 된다.
When I’m deceased, by then the beast arise like yeast
To conquer peace leaving savages to roam in the streets내가 죽으면, 균처럼 맹수가 자라나
평화를 정복하고 야만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게 만들 거야자신이 뿌렸던 씨앗에서 짐승들이 자라나 세상을 정복한다는 의미가 가장 먼저 와 닿는다. 하지만 본인이 죽으면 평화가 깨진다는 면에서, 본인이 정복하고 있는 세상이 혼잡해질 것이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바로 다음 라인에서 나스는 체제에 대한 불신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 가사와 연결고리를 생각하면 이 짐승은 ‘경찰’이나 ‘정부’를 뜻할 수도 있다. 즉, 자기가 지키고 있는 거리에서 본인이 사라지면 경찰이 혼란을 일으킬 것이란 의미가 된다.
Live on the run, police paying me to give in my gun
Trick my wisdom with the system that imprisoned my son매일 치열하게 살아, 경찰들이 내 총을 돈 주고 사지
내 아들을 가둔 이 체제가 내 지혜도 속이려 하고 있어직전의 가사를 생각하면, 그가 가진 거리에서의 마약상이나 랩퍼로서 영향력을 과시하며, 정부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의미가 된다. 여기서 ‘내 아들을 가두었다’는 것은, 아직 낳지 않은 그의 아들이 세상으로 못 나오게 하는 경제적인 압박을 의미할 수도, 그가 아까 뿌린 씨앗의 자손이 세상을 지배하지 못하게 했다는 뜻일 수도 있다. 또한, 나스는 흑인 중심의 이슬람 단체인 파이브 퍼센터스(Five-Percenters) 소속으로, 그쪽 용어를 자주 쓰는 편이고, 그 용어로 이 가사는 또 다른 의미를 부여받는다. 파이브 퍼센터스에서 ‘Wisdom’은 여자, ‘Sun’은 흑인 남성을 의미한다. 그 경우, 체제가 나스의 ‘여자’를 속인다는 뜻도, 나스의 ‘거리의 흑인들’을 억압한다는 뜻도 생기게 된다.
한편,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는 “The Heart Pt. 2”에서 이렇게 말했다.
Niggas dying, motherfuck a double entendre!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double entendre 엿 먹으라 그래!
‘이중 의미’로 가사의 현란함을 뽐내는 것보다, 참담한 게토(Ghetto)의 현실을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물론, 이 곡에서도 켄드릭은 똑똑한 ‘이중 의미’들을 많이 사용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가사를 통해 ‘이중 의미’가 현재 랩 가사를 만드는 데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다. 너무 사람들이 ‘이중 의미’를 구현하는 데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켄드릭이 자신의 신념을 내비친 것이니까 말이다. 그만큼 ‘이중 의미’, 혹은 '다중 의미'는 라임, 은유와 함께 가사의 영민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스윙스(Swings)가 ‘펀치라인 킹’을 자처하며 한국에 펀치라인의 개념을 전파하였지만, 그 외의 개념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중 의미’ 역시 그런 것들 중 하나다. 문학에서 빌린 ‘이중 의미’와 같은 방법론들을 이용하면, 랩 가사가 지닌 묘미를 더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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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aaam (2014-06-14 21:09:59, 211.36.151.**)
- 호모폰이라는 단어조차도 double entendre가 될수있네요 생각해보니깐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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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izzy (2014-06-13 19:59:49, 211.108.46.***)
- 훌륭한 entendre도 많지만 가끔은 리스너들이 너무 과대해석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정작 가사를 쓴 본인은 그런 의도로 쓰지 않았을 경우도 많을텐데요ㅎㅎ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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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ym (2014-06-13 19:33:50, 61.106.122.*)
- 와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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