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힙합 역사상 최고의 컨셉트 곡 Best 12
- rhythmer | 2010-08-19 | 1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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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음악에서 메시지는 빼놓을 수가 없다. 그 메시지를 풀어놓는 방법은 역사가 지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했는데 그 가운데 몇 가지의 선구적인 아이디어들은 랩 게임을 뒤흔들어 놓거나 후대에 수많은 방식으로 활용되며 랩으로 구현 가능한 메시지의 범위를 확장시켰다. 오늘은 역사상 가장 독특한 아이디어의 주제나 기상천외한 전개를 자랑하는 곡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물론, 수많은 곡을 다 소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티스트당 1곡으로 제한했다. 그래서 순위도 없다.
Die – Beanie Sigel비니 시걸(Beanie Sigel)의 데뷔 앨범 [The Truth]에 수록된 곡이다. 리릭시스트로 소문난 인물답게 앨범은 거리의 삶에 대한 여러 가지 유쾌하지 않은 진실들을 털어놓는데 그 가운데 가장 처절한 곡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 곡에서 시걸은 그야말로 수십 가지 방법으로 자신의 죽음을 예상한다. 게토의 삶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살벌하면서도 씁쓸한 엔딩들이 이 곡 안에서 수없이 펼쳐진다.
How To Rob – 50 Cent featuring Madd Rapper
피프티 센트(50 Cent)는 한 시대를 풍미한 랩 슈퍼스타이면서 동시에 절정의 감각과 탁월한 재치를 과시했던 실력파 엠씨다. 에미넴(Eminem)이 ‘엽기’ 적인 가사로 주목받았다면 피프티는 ‘막장’ 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릴 것이다. 그가 배고프던 시절 ‘잘 나가는 엠씨들을 삥 뜯어서 돈 벌어볼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이 곡은 사실 디스곡이 아니다. 물론 언급된 당사자들에게는 무척 뚜껑 열리게 하는 곡이었겠지만 이 곡은 가장 재치 있는 자기과시다. 이 곡 때문에 피프티는 칼도 맞고 욕도 먹었지만 대신에 에미넴과 닥터 드레(Dr. Dre)의 눈에 띄었고 이후, 그의 일생 소원대로 부자가 되었다.
Ebonics – Big L
이 곡은 주제 선택의 승리이자 빅 엘(Big L)의 관찰력에서 비롯된 빛나는 발견이었다. 그는 게토 출신의 모든 이들이 아는 슬랭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으로 힙합 역사상 가장 훌륭한 명곡 가운데 하나를 만들어냈다. 물론, 이 모든 결과는 그의 마법과 같은 혀를 거쳐 탄생했다. 누구도 그만큼 모두가 아는 것을 멋지고 화려하게 토해내지 못했다. 더불어, 슬랭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요약본이 되기도 했다. 이 곡을 가사와 함께 몇 번 감상하는 것만으로 당신이 앞으로 들을 모든 랩 가사의 30%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게 될 테니까.
Mathematics – Mos Def
모스 뎁(Mos Def)의 절정기였던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그는 정말 수많은 명곡을 배출했는데 그 가운데 프리모(DJ Premier)가 프로듀스하고 모스가 최고의 랩을 토해낸 이 곡을 빼놓을 수 없다. 이 곡에서 그는 미국 내, 혹은 전 세계적인 여러 가지 이슈들을 얘기하는데 이 모든 이야기들은 숫자와 결부되어 있다. 조금(어쩌면 조금 많이) 비약을 해서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모든 인생사는 숫자놀음이라는 것이다. 훌륭한 비트를 배경으로 흥미로운 주제를 탁월한 스토리텔링과 함께 풀어냈으며 화려한 라임은 부록이다.
22 Two’s – Jay-Z
지금의 여유만만한 보스의 이미지와는 달리 제이지(Jay-Z)도 그냥 젊은 라임 몬스터였던 시절이 있다. [Reasonable Doubt]에서 제이지의 랩은 지금처럼 여유 있는 플로우로 자신의 기량을 흘리듯 과시하기보다는 그의 모든 기량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이 곡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흥미롭다. 사실 잘 만들었지만 뻔한 자기과시용 곡이 될 뻔했던 이 곡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제목이다. 이 곡의 첫 번째 벌스에서 사용된 Two, To, Too가 과연 몇 번일 것 같은가?
10 Crack Commandments – The Notorious B.I.G.
비기는 그야말로 풀 패키지였다. 가사, 플로우, 라임, 훅 메이킹, 딜리버리…무엇 하나 완벽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의 음악에서 가장 훌륭했던 점은 그의 랩이 청자에게 생생하게 시각화되어 전달되는 듯한 묘사력이었는데 그 묘사력은 비기의 흥미로운 이야기와 그 주제 덕분에 더욱 빛났다. 그래서 그는 두 장의 앨범을 남기면서 많은 컨셉송을 만들어냈는데 그 가운데 가장 훌륭한 곡을 꼽자면 이 곡이 아닐까 한다. 마약에 관한 곡은 이전에도 엄청나게 많았다. 마약을 했고, 마약을 팔았고 마약을 끊은 수많은 이야기가 랩 게임에 존재하지만 그 어떤 곡도 이만큼 마약에 대한 이미지를 생생하게 전달한 곡이 없다. 그는 짧은 시간 동안 10가지의 마약과 관련한 10계명을 우리에게 가르친다. 그의 랩이 귀에 울려 퍼지는 동안 우리는 마치 마약상의 소굴에서 내 몫을 배정받고 그것을 팔고자 거리에 나가기를 기다리는 풋내기 허슬러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Stray Bullet – Organised Konfusion
패로아 먼치(Pharoahe Monch)와 프린스 포에트리(Prince poetry)으로 구성된 오거나이즈드 컨퓨전(Organised Konfusion)은 91년부터 97년까지 총 3장의 앨범을 발표한 그룹이다.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과 두 번째 앨범 [Stress : The Extinction Agenda]는 걸작으로 꼽히는데 이 곡은 두 번째 앨범의 수록곡으로 게토의 폭력에 대한 살벌한 경고를 담은 명곡이다. 하지만, 폭력에 대해 경종을 울린 다른 여러 명곡과는 달리 이 곡에서 화자는 다름 아닌 총알 그 자신이다. 방아쇠를 당긴 그 시점부터 곡의 주인공 – 총알은 그의 짧은 여정을 시작하는데 그의 목적지는 사람이며 그가 지나간 곳은 피를 남긴다. 살벌한 내용과는 달리 익살맞은 표현이나 짧은 여정에 대한 담담한 토로처럼 느껴지는 서술은 오히려 더 큰 긴장감을 형성한다.
Alphabet Aerobics – Blackalicious
전설적인 듀오 블랙칼리셔스(Blackalicious)의 99년 작 [A2G EP]에 수록된 곡이다. 그룹의 DJ이자 프로듀서인 치프 엑셀(Chie Xcel)이 아닌 게스트 프로듀서 컷 케미스트(Cut Chemist)의 환상적인 비트와 기프트 오브 갭(Gift Of Gab)의 엄청난 랩이 펼쳐지는 이 곡은 흡사 패푸즈(Papoose)의 “Alphabetical Slaughter”를 연상케 하는 주제인데 사실 이 곡이 먼저 나왔을 뿐더러 곡의 퀄리티 또한 훨씬 훌륭하다. 해당 알파벳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패푸즈에 비해 이 곡은 설정된 마디의 랩에 충실하게 라임을 맞춰나가면서 훨씬 내용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이 곡이 신기한 점은 점점 빨라지는 비트를 그대로 맞춰나가면서 제한 많은 라이밍을 계속 줄타기하는데 곡의 후반에 이르면 그야말로 기예 수준의 환상적인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Mind Playing Tricks On Me – Geto boys
아마도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곡 중 하나이자 이후의 스토리텔링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곡이 바로 게토 보이즈의 이 곡일 것이다. 그들의 91년산 명작 [We Can’t Be Stopped]에 수록된 이 곡은 미쳐가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상황을 마치 영화처럼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약간은 경쾌하면서도 아련한 느낌의 비트와 심각한 내용을 잘 버무려 엄청난 호응을 얻었던 곡이다.
Rewind – Nas
나스는 뛰어난 리릭시스트인 동시에 탁월한 스토리텔러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사 분야에서 거의 천재적인 묘사력과 주제 선택을 자랑했는데 덕분에 그가 만든 훌륭한 컨셉송을 모으면 하나의 앨범 분량이 나올 정도다. 한 이야기의 끝에서부터 처음까지 거꾸로 재생하는 듯한 이 곡의 이야기 구조는 ‘No Hell’, ‘Me Kiss’ 처럼 디테일한 이야기 속 대사의 구조마저도 반대로 뒤집는 치밀함 덕분에 엄청난 결과물로 탄생했다. 그 구조 덕분에 메멘토 송으로 불리기도 했던 이 곡 이외에도 총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진행하는 “I Gave You Power”나 내면의 자아 간의 분열을 그린 “Nazareth’s Savage”,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탄생의 순간까지 그 과정을 그리는 “Fetus”, 수감중인 친구 코메가(Cormega)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의 “One Love”, 그 외에도 “Dr. Knockboot”, “Who Killed It”, “Project Roach” 등등 거의 매 앨범에서 나스 특유의 컨셉송을 감상할 수 있었다.
Guilty Conscience – Eminem Featuring Dr. Dre
이 주제 아래에서 에미넴을 예상했을 때 대부분의 이들은 “Stan”을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에미넴은 흑인이 아니라는 그의 출신 때문에 오히려 훨씬 폭넓은 주제를 건드려왔고, 때문에 많은 훌륭한 컨셉송을 양산했다. 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지고 더불어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곡은 “Stan” 이었지만 이 곡의 컨셉은 정말 대단해서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명의 래퍼가 양심과 악마의 역할로 분해 3개의 상황에서 각 주인공을 설득하거나 유혹하는 설정은 극히 신선한 아이디어였다. 더욱 대단한 것은 상황이 진행됨에 따라 내적인 악의 유혹이 양심마저 유혹하고 선동해 파멸로 이르게 하는 전체적인 내러티브를 갖추었다는 점에서 더욱 대단하다. 특히 세 번째 상황에서 에미넴의 신랄한 비난과 부추김, 비꼬기는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의 하나였음이 틀림없다.
I Used To Loved H.E.R. - Common
커먼(Common)이 발표한 최고의 앨범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Resurrection]의 베스트 트랙이자 힙합 역사의 베스트 트랙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재지한 비트 위로 한 여자를 사랑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내는데 이 여자의 이름이 바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그 음악이다. 완벽한 서사와 타이트한 라이밍, 아름다운 아이디어로 이 곡은 이후 수십 년간 여러 뮤지션에 의해 다양하게 재해석되거나 활용되었다. 94년에 이렇게 능란하고 세련된 플로우를 타는 래퍼는 드물었는데 커먼은 그 가운데서도 최고의 기량을 과시했으며, 지적인 가사와 탁월한 송 메이킹 능력으로 그의 빛나는 커리어에 첫 방점을 찍었다. 나는 아직도 이 곡을 들을 때마다 회상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으로 힙합과 사랑에 빠진 것은 언제였던가?’
기사작성 / RHYTHMER.NET 예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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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torious (2011-01-06 22:57:52, 115.20.134.***)
- 10 Crack Commandments 리얼 힙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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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삿갓 (2010-10-05 13:45:58, 222.236.208.**)
- 재밌네요. 안들어본게 많지만
guilty conscience 요거 좀 쩔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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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LROCK (2010-10-02 05:21:15, 112.159.143.**)
- 10 Crack Commandments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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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리와나 (2010-09-22 19:11:06, 125.143.175.***)
- 진짜 개념칼럼입니다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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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성진 (2010-09-16 15:37:21, 125.142.46.***)
- 랩 분야에 대해서라면 예동현님이 한국 베스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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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ifflin' (2010-08-20 18:51:00, 183.98.63.***)
- 예동님은 영어를 잘하시는듯 하네요.
예전에 싱글감상문에서도 보면 가사가 구글에 미쳐 뜨지도 않은 신곡인데도 불구하고
리릭스 방면에서 포인트를 딱 꼬집어주시고 하시는거보고
그냥 한국랩 알아듣는것처럼 유창하신거 맞죠?
진짜 외국힙합을 듣는데 엄청난 무기가 아닐 수 없네요.
i used to love H.E.R나 rewind, guilty consceince같은 언급하신 곡들이야
컨셉이 워낙 유명하고 주석도 많이 달려있어서 즐기지만
솔직히 이세상 존재하는 곡들 중에 몇퍼나 되겠습니까ㅋㅋ1%나 될까요...
나머지 99%는 가사를 직접 찾지 않는 이상 모른채 즐긴다고 해도 무방한데 진짜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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