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예상치 못한 힙합 커버 곡 베스트 15
- rhythmer | 2014-11-20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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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엔 많은 커버 곡이 존재하고, 특히 랩/힙합 커버 곡들 중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재해석된 작업이 꽤 된다. 그리고 그러한 결과물들은 때론 너무 진지해서, 때론 너무 황당해서 큰 즐거움과 희열을 안기곤 한다. 여기 그중 꼭 한 번쯤은 듣고 넘어갈 만한 커버 곡들을 모아봤다. 참고로 집중도를 위해 커버의 신선함, 혹은 충격파 순으로 순위를 매겨보았다.
15위 Jonathan Coulton - Baby Got Back (Sir Mix-A-Lot)
포크 록 뮤지션 조나단 콜튼(Jonathan Coulton)은 그의 시리즈 앨범 [Thing a Week One](2006)에서 랩퍼 써 믹스 얼랏(Sir Mix-A-Lot)의 마이애미 베이스 명곡 "Baby Got Back"을 커버했다. '90년대 초반, 전 세계 클럽가를 달궜던 이 곡의 강렬한 비트는 살랑거리는 밴조(banjo) 연주로 대체됐고, 마초적인 랩핑 역시 콜튼의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으로 바뀌었다. 한편, 이 곡은 이후 2013년에 미국의 인기 TV드라마 [글리, Glee]에서 캐릭터 아담의 솔로곡으로 나오기도 했는데, 원곡자인 콜튼이 어떠한 크레딧도 받지 못한 사실이 알려져 작은 논란이 일기도 했다.
14위 Jenny Owen Youngs - Hot In Herre (Nelly)
넬리(Nelly)의 특급 클럽 뱅어 중 하나인 "Hot In Herre"도 의외의 커버 곡이 꽤 존재하는데, 포크/팝 싱어송라이터 제니 오웬 영스(Jenny Owen Youngs)의 커버가 특히 인상적이다. 편곡은 물론, 뮤직비디오까지 모든 부분을 건전하게(?) 바꾸어 놓은 게 단연 눈에 띄는 지점. 그럼에도 어깨가 들썩이는 건 둘 다 마찬가지다. 영스가 2007년에 발표한 EP [The Take Off All Your Clothes]에 수록되어 있다.
13위 The Devil Wears Prada - Still Fly (Big Tymers)
캐시 머니 레코즈(Cash Money Records)의 수장이자 랩퍼인 버드맨(Birdman aka Baby)과 한때 캐시 머니의 간판 프로듀서로 활약했던 매니 프레쉬(Mannie Fresh)가 결성했던 듀오 빅 타이머스(Big Tymers)의 이 히트 싱글이 하드코어 록으로 재탄생했다. 메탈코어 밴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에 의해서다. 스크리밍과 그로울링 보컬로 강하게 조지다가 후렴구에서 원곡의 무드를 가미하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다. 펑크 록(Punk Rock) 밴드들이 다른 장르의 음악을 커버하는 컴필레이션 'Punk Goes...'의 일곱 번째 시리즈인 [Punk Goes Crunk]에 수록되었으며, 앨범 속의 다른 랩/힙합 커버 곡들 중 단연 돋보인다.
12위 The Escape Frame - Nuthin' But A G Thang (Dr. Dre & Snoop Doggy Dogg)
닥터 드레(Dr. Dre)가 당시 베이비 갱스터(B.G)였던 스눕을 데리고 발표한 "Nuthin' But A G Thang"은 메가 히트 싱글을 넘어 웨스트코스트 힙합뿐만 아니라 힙합 씬 전체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역사적인 싱글이었다. 일렉트로니카를 섭렵한 인디 록 밴드 더 이스케이프 프레임(The Escape Frame)은 이 명곡을 아주 멜로딕한 록 음악으로 바꾸어놓았다. 특히, 레온 헤이우드(Leon Haywood)의 "I Wanna Do Something Freaky To You"에서 빌려온 원곡 특유의 리드 라인을 기타 연주와 함께 재현하는 부분이 백미. 이 곡은 앞서 언급한 "Still Fly"와 함께 컴필레이션 앨범 [Punk Goes Crunk]에 수록되어 있다.
11위 The Pen and The Pendulum - No Hands (Waka Flocka Flame)
메탈코어 밴드들이 랩/힙합 커버를 즐겨하는 걸 볼 수 있는데, 의외로 서던 클럽 뱅어들이 주요 대상이 되곤 한다. 인기만큼이나 랩의 질적인 부분에 대한 비판도 많았던 싱글, 와카 플라카 플레임(Waka Flocka Flame)의 "No Hands"도 강렬한 메탈코어로 커버됐다. 주인공은 생소한 이름의 밴드, 더 펜 앤 더 펜듈럼(The Pen and The Pendulum)이다. 탁월한 편곡의 재해석이 돋보이는 이 곡은 정식으로 발표되진 않았으나 동영상 사이트에서 무려 90만번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할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다.
10위 Throwdown - Baby Got Back (Sir Mix-A-Lot)
써 믹스 얼랏의 "Baby Got Back"은 생각보다 다양하게 커버되었는데, 앞서 소개한 조나단 콜튼의 것과 함께 가장 흥미로운 커버 중 하나가 바로 메탈코어 밴드 스로우다운(Throwdown) 버전이다. 원곡의 비트가 강렬한 기타 리프로 재현되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그로울링 창법이 등장할 때는 웃음까지 난다. 스로우다운의 베테랑다운 재치와 익살이 돋보이는 커버가 아니었나 싶다. 이 곡은 하드코어 펑크(Hardcore Punk) 밴드들이 모여서 랩 음악을 커버한 컴필레이션 앨범 [Too Legit for the Pit: Hardcore Takes the Rap](2001)에 수록되어 있다.
9위 Milow - Ayo Technology (50 Cent)
벨기에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밀로우(Milow)가 미래지향적인 비트가 돋보였던 "Ayo Technology"를 어쿠스틱 버전으로 탈바꿈시킨 이 커버는 공개 당시 굉장히 화제를 모으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유럽의 각종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하여 높은 순위에 올랐는데, 특히, 이 신선한 커버에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반응하여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칸예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밀로우의 "Ayo Technology" 뮤직비디오를 올렸고, 이후, 한 컨퍼런스 자리에서 이 작업에 대해 극찬했다. 이 곡은 밀로우의 2009년작 [Milow]에 수록되었다.
8위 Richard Cheese – Insane In The Brain (Cypress Hill)뮤지션이자 코미디언인 리차드 치즈(Richard Cheese)는 명곡 커버를 전문으로 한다. 그가 이끌고 있는 밴드의 이름부터 레이지 어게인스트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에서 따온 라운지 어게인스트 머신(Lounge Against the Machine)이다. 특히, 그는 어떤 곡이든지 라운지와 재즈로 절묘하게 바꾸어 흥미를 끄는데, 앨범만 해도 10장이 훌쩍 넘어간다. 그런 리차드 치즈의 많은 커버 곡 중 하나로 싸이프레스 힐(Cypress Hill)의 두 번째 앨범 [Black Sunday]의 히트 싱글인 "Insane In The Brain"을 무려 살사 풍으로 재해석했다. 이 마리화나 기운 가득한 트랙이 적당히 무게감이 가미된 정열적인 무드로 바뀌고, 후렴구에서 'Insane in the brain~!'이 합창으로 터지는 부분은 백미다. 치즈의 두 번째 앨범 [Tuxicity]에 수록되어 있다.
7위 Anya Marina - Whatever You Like (T.I.)
허슬러 티아이(T.I.)의 본새가 제대로 터져줬던 부의 기운 가득한 트랙 "Whatever You Like"가 싱어송라이터 안야 마리나(Anya Marina)를 만나면 이렇게 멜랑콜리하게 바뀐다. 이러한 무드는 편곡보다 안야의 보컬이 가진 음색과 의도된 불안정한 음정 연출에서 비롯되는데, 어쨌든 참 괜찮은 팝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이 곡은 미드 [가십걸 시즌3]의 아홉 번째 에피소드에서 세 남녀의 야시시한 상황에 흘러나와 드라마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6위 I Set My Friends On Fire - Crank That (Souljah Boy)
엄청난 인기만큼이나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2007년 최고의 클럽 뱅어 중 하나임엔 분명했던 솔쟈 보이(Souljah Boy)의 "Crank That"이 무차별적인 스크리밍 창법을 빌어 재탄생했다. 때론 기괴하다 싶을 정도의 사운드를 담아내는 포스트-하드코어 밴드 아이 셋 마이 프렌즈 온 파이어(I Set My Friends on Fire)에 의해서다. 프로덕션 적으로는 원곡을 최대한 재현하고 있는데, 후반부 약 2분 23초경부터는 강렬한 일렉 기타와 드럼이 등장하며 그 이빨을 드러낸다. 한편으론 장난 같던 커버에 무게감이 더해지는 순간으로 희열이 상당하다. 강력하게 표효하는 '유우~~~'를 들어보시라. 최초 밴드의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공개됐던 이 커버는 좋은 반응을 얻은 끝에 그들의 셀프 타이틀 데뷔 EP에도 수록되었다.
5위 Nina Gordon - Straight Outta Compton (N.W.A)
N.W.A의 이 강렬한 갱스터 랩 송가가 이토록 나긋나긋하고 감미롭게 바뀔 수도 있다는 걸 그 누가 쉽게 상상할 수 있었을까? 얼터너티브 록 밴드 베루카 솔트(Veruca Salt)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니나 고든(Nina Gordon)은 2005년에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 하나로 "Straight Outta Compton"의 열기를 완전히 걷어내고 그 안을 서정미로 가득 채웠다. 달콤한 욕설의 향연이 담긴 이 곡은 이벤트성으로 만들어지고 공개되었다.
4위 The Gourds - Gin and Juice (Snoop Dogg)
랩/힙합 곡을 통틀어 스눕 독(Snoop Dogg)의 곡, 그중에서도 "Gin and Juice"만큼 다채롭게 커버된 경우도 드물 것이다. 얼터너티브 컨트리 밴드로 알려진 더 고을즈(The Gourds)는 이 마리화나 연기 자욱하고 취기 가득한 무드의 갱스터 랩을 경쾌한 홍키 통크(honky tonk) 버전으로 탈바꿈시켜 버렸다. 그러니까 이건 마치 가요에서 발라드나 알앤비를 트로트 창법으로 바꿔 부르는 느낌인데, 이게 참 구성지다. 고을즈가 이 커버를 처음 공개했을 때 반응이 좋아서 이후로도 공연 때 종종 불렀다는 후문.
3위 Richard Cheese - Gin And Juice (Snoop Dogg)
앞서 언급한 뮤지션이자 코미디언인 리차드 치즈(Richard Cheese)의 많은 커버 곡 중 하나로 스눕 독(Snoop Dogg)의 역사적인 데뷔작 [Doggystyle]의 간판 트랙이었던 "Gin And Juice" 커버는 그의 힙합 커버 중에서도 가장 돋보인다. 치즈의 세 번째 앨범 [I'd Like a Virgin]에 수록되었으며, 음산했던 쥐-펑크(G-Funk) 사운드가 경쾌한 재즈로 바뀌고, 느슨하게 청자를 조이던 스눕의 플로우가 느긋한 재즈 보컬로 재탄생되어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렇게 낭만이 줄줄 흐르는 "Gin And Juice"라니….
2위 Ben Folds - Bitches Ain’t Shit (Dr. Dre)
역대 가장 충격적인 랩/힙합 커버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난잡한 욕설로 도배된 곡을 이렇게 능청스럽고 부드럽게 부르다니….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과 남다른 시선을 지닌 벤 폴즈(Ben Folds)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특히, 단출한 건반과 드럼으로 진행되다가 몇 초 간 숨을 고른 뒤, 출중한 멜로디의 코러스가 터지는 2분 25초경부터는 기가막힌 편곡에 감탄과 웃음이 절로 난다. 그야말로 음악적인 완성도와 신선도 면에서 최고의 커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벤 폴즈가 2006년에 발표한 리믹스 컴필레이션 앨범 [Supersunnyspeedgraphic, the LP]에 수록됐다.
1위 ? - Gin and Juice (Spoken Word Version) (Snoop Dogg)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가 깔리고 수화기 넘어 몇 백마일 거리에 있는 여인도 단숨에 녹여 버릴 만큼 멋들어진 목소리의 한 남성이 "Gin And Juice"의 가사를 시로 읊는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그냥 눈을 지그시 감고 들어보시라. 여기 뽑은 리스트 중에서, 아니 역대 랩/힙합 커버 중 최고다. 오래 전 이 곡이 공개된 이후, 온라인에선 누가 만든 건지 알려 달라는 질문이 꾸준히 올라왔으나 안타깝게도 이 기가막힌 커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알아낼 수 없었다. 렘수면 유도용으로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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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uce Mighdy (2014-11-21 00:52:06, 58.123.207.***)
- 커버곡도 참 매력적인게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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