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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소울 음악을 향한 또 하나의 시선, Blue-eyed Soul 3부
    rhythmer | 2010-09-15 | 1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리드머의 객원 필자 이용석 님의 R&B 기획기사, '블루-아이드 소울의 역사' 그 마지막 코너입니다.


    70년대에 미국에서 블루-아이드 소울이 조금씩 동을 트기 시작했을 무렵 유럽에서도 그와 같은 움직임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었다. 바로 그 첫 번째 포문을 열어 젖힌 그룹이 에버리지 화이트 밴드(Average White Band)라고 볼 수 있는데, 이 그룹은 70년대 초반 스코틀랜드에서 6명의 청년이 의기투합하여 결성한 소울/훵크 성향의 그룹이다. 이들은 디스코가 한창 유행이던 당시에 디스코 풍의 트랙 "Pick Up The Pieces"로 스타덤에 올랐으며, 이들의 음악은 후대에 브랜드 뉴 헤비즈(Brand New Heavies)에게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또한, TLC나 아이스 큐브(Ice Cube) 같은 후배 뮤지션들의 앨범에서 샘플링 단골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에버리지 화이트 밴드에 이어 85년도에 영국에서는 맨체스터 예술 대학에 다니던 믹 허크넬(Mick Hucknall)이 주도하여 심플리 레드(Simply Red)라는 알엔비/소울 밴드가 결성되었다. 애초에 그는 더 프렌틱 엘리베이터스(The Frantic Elevators)라는 펑크 그룹을 결성하여 7년 동안이나 활동하였으나 지역 밴드의 한계를 탈피하지 못하며 끝내 해체하게 되었고, 이후에 지역에 있는 모든 세션가들을 선별하여 ‘레드(Red)’라는 밴드를 만들게 되었다. 그들의 밴드 명이 ‘심플리 레드’로 바뀌게 된 데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매니저가 그들의 그룹 명을 물어봤을 때, 리더인 허크넬이 ‘Red, Simply Red’라고 대답했는데, 매니저는 ‘Simply Red’를 그룹 명으로 착각하고 포스터에 그대로 새겨 넣어 광고했던 것이다. 때문에 그대로 그룹 명은 굳혀지게 되었고 곧이어 일렉트라(Elektra) 레이블과 계약을 맺게 되었다. 이후, 그들은 무명 시절 유일하게 인기를 끌었던 “Holding Back The Years”라는 곡을 소울 발라드 버전으로 재녹음하여 유럽의 거의 모든 차트를 휩쓸며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된다.

    이후, 유럽의 블루-아이드 소울 씬은 지역적 특색이 확연하게 갈라지게 되는데,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영국을 중심으로, 둘째는 북유럽을 중심으로, 셋째는 이외의 지역이다.

    영국에서는 80년대 초반에 남성 듀오 웸(Wham!)이 결성되어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 이들은 약 3년 동안 활동을 펼치며, 세 장의 앨범을 발매한 것을 끝으로 그룹을 해체하였다. 이후, 듀오의 멤버였던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은 솔로로 데뷔하여 그룹의 인기를 고스란히 자신의 인기로 이어가며 대형 스타로 거듭나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 그는 게이 커밍 아웃, 마약 문제 등으로 세간을 시끄럽게 하며 날이 지날수록 하락세를 걷게 되었다. 또한, 미국에서 90년대에 한창 보이 밴드가 인기를 끌었을 무렵 영국에서도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스트 세븐틴(East 17)이라는 그룹이 결성되었다. 이 그룹은 당시에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BSB나 엔싱크(N’Sync) 등의 위용에 당당히 맞설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룹이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리드 보컬인 브라이언 하베이(Brian Harvey)가 마약 문제를 일으키며 그 인기를 오랫동안 유지하지 못하고 해체를 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영국의 빌리 포터라고 불리며, 90년대부터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케니 토마스(Kenny Thomas)와 데뷔 초기에 영국 내에서 큰 주목을 받았으나 그 흐름을 계속 이어가지 못하고 약 10년 동안 정규 앨범 한 장만 발매한 채 현재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코너 리브스(Conner Reeves)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뮤지션들이다.

    한편, 영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서도 본격적으로 블루-아이드 소울 뮤지션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그 첫 번째 뮤지션이 바로 스웨덴 출신의 에릭 갓(Eric Gadd)이다. 그는 87년도부터 앨범을 발매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초기작들은 정통 알엔비/소울이라기보다는 다소 디스코, 록의 향이 짙었으나 점차 해가 지날수록 농도 짙은 소울, 훵크 음악을 선보이며 스웨덴 블루-아이드 소울의 대표주자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어서 90년대 중반에는 당대 최고의 프로듀서였던 지미 잼 & 테리 르위스(Jimmy Jam & Terry Lewis)의 지원에 힘입어 스티븐 시몬즈(Stephen Simmonds)가 성공적인 데뷔를 하기도 하였다. 또한, 이 둘은 북유럽 소울의 특징을 정립하였는데, 북유럽의 습한 해양성 기후 때문인지 음악에도 이러한 특징이 묻어나 다소 우울한 것이 특징이다. 스웨덴의 블루-아이드 소울 뮤지션의 계보는 여기서 10년이라는 시간이 더 흐른 뒤 등장한 멜로(Melo)까지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덴마크에서는 조나스(Jonas)나 알렉스(Alex) 같은 뮤지션이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해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핀란드에서는 정통 소울/훵크를 지향하는 후바(Huba), 스위스에서는 현재까지 다섯 장의 앨범을 발매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세븐(Seven), 이탈리아에서는 니어(Nyr)가 2000년대 중반에 등장하여 유럽과 일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알랭 클락(Alain Clark)이 2000년대 후반에 등장해 자국 앨범의 성공을 바탕으로 영어 앨범까지 발매 하였으며, 프랑스에서는 비타(Vitaa)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고, 독일에서는 캔디크림(Candycream)과 미스 플레트넘(Miss Platnum) 등이 활동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야를 베른호프트(Jarle Bernhoft), 이탈리아의 루카 다이문(Luca Dimoon) 등, 이 둘도 얼마 전 나란히 데뷔 앨범을 발매하며 세간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기대주로 자리매김하였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영국을 중심으로 전세계에서는 레트로-소울(Retro-Soul)의 열풍이 불었는데, 바로 그 중심에는 백인의 목소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소울풀한 목소리를 자랑하는 조스 스톤(Joss Stone)이나 그래미 5관왕의 영광을 떠안으며 레트로-소울의 여왕으로 자리 잡은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그리고 아쉽게도 에이미 와인하우스에게 가려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은 웨일즈 출신의 더피(Duffy) 등이 있다. 또한, 이들 외에도 알게 모르게 90년대부터 활동한 잔뼈 굵은 제이미 리델(Jamie Lidell), 작년에 인상적인 데뷔를 한 마마스 건(Mama’s Gun), 라틴 음악, 재즈, 힙합, 알엔비/소울, 훵크, 하우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한 곳에 아우르는 영국의 보석과도 같은 뮤지션 엘리스 러셀(Alice Russell), 벨 엔 세바스찬(Belle & Sebastian)의 앨범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이름도 그렇게 지었다는 갓 헬프 더 걸(God Help The Girl), 다양한 뮤지션들과 왕성한 콜라보레이션으로 끊임 없이 자신의 창조욕구를 불태우고 있는 네오 소울 뮤지션 콜로넬 레드(Colonel Red) 등이 있다. 영국에는 음악 시장과 시스템이 잘 발달해서 그런지 위에 나열한 뮤지션들 말고도 더 많은 블루-아이드 소울 뮤지션들이 활동하고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더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지난 몇 달 동안 이 시리즈를 써오면서 정말 블루-아이드 소울의 역사가 생각보다 깊고 다양하며 셀 수 없이 많은 뮤지션이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달았다. 개인적으로는 부디 이 장르의 주인공들이 앞으로도 흑인들의 그것을 가감 없이 받아들여 그대로 재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북유럽의 소울처럼 자신들만의 개성 있는 음악을 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이 세 편의 글이 이 장르에 생소했던 분들에게 부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과 함께 시리즈를 끝마친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이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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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hatSwing (2010-10-12 20:39:49, 211.33.30.**)
      2. 좋은 내용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1편부터 제대로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1. 김정교 (2010-09-17 21:06:38, 59.9.145.**)
      2. 좋은 기획기사 잘 읽었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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