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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2015-16 반드시 주목해야 할 신예 여성 랩퍼 3인
    rhythmer | 2015-10-13 | 1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글: 
    강일권



    니키 미나즈(Nicki Minaj)와 이기 아잘리아(Iggy Azalea)가 메인스트림을 양분하고 랩소디(Rapsody)가 인디 씬에서 고군분투하며, 아질리아 뱅크스(Azealia Banks)가 트위터 워리어로 군림(?)하는 여성 랩퍼들의 형국은 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엔젤 헤이즈(Angel Haze)와 데즈 로프(Dej Loaf) 등이 차기 랩스타 자리를 넘보고 있지만, 아직 파급력은 미비하다.

     

    다행이고 반가운 건 이처럼 녹록한 현실 속에서도 실력있는 여성 랩퍼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덕에 국외 매체들 역시 주목해야 할 여성 랩퍼 리스트를 적극적으로 뽑아내고 있다. 당장 구글에서 ‘Female Rapper 2015’란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관련 정보들이 주르륵 나오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와 전혀 다른 그들의 현실에 부러움을 표하며, 여기 주목할만한 신예 여성 랩퍼 중에서도 더욱 두 귀를 열고 들어봐야 할 3인을 뽑아봤다. 무엇보다 그녀들은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통해 가능성에 대한 증명을 마친 이들이다.


     

    Little Simz

     

    영국 이즐링턴 출신의 리틀 심즈(Little Simz)는 노래와 연기도 하는 랩퍼다. 9살에 처음으로 랩을 시작한 이래 자국의 랩 슈퍼스타인 디지 라스칼(Dizzee Rascal)과 설명이 필요 없는 힙합 여왕 로린 힐(Lauryn Hill)을 아이콘 삼아 꾸준히 실력을 갈고닦았다. 그 결과 심즈는 감탄을 자아내는 랩 스킬을 장착할 수 있었다. 올해 21살인 그녀의 랩은 일부러 범죄자를 놓아준 다음 느긋하게 뒤를 쫓아가 잡고야 마는 베테랑 형사와도 같다. 빈틈없지만, 여유가 느껴지고, 때가 왔다 싶을 때 더욱 피치를 올려 현란함을 더하면서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 호흡과 정확한 발음으로 단어 하나하나를 정확히 꽂아 넣는다. 개인적인 일화부터 사회적 이슈를 아우르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길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도 발군이다. 제이지(Jay Z)‘Life + Times 블로그가 그녀를 지속적으로 서포트한 이유도 이 같은 놀라운 랩 실력 때문일 것이다.




     

    창작욕도 왕성하다. 2010년에 첫 번째 믹스테입 [STRATOSPHERE]를 공개한 이래 지금까지 총 4장의 믹스테입과 5장의 EP를 발표했으며, 이중 EP2014년과 2015년에 몰아서 나온 것이다. 특히, 올해 9월에 발표한 첫 번째 정규 앨범 [A Curious Tale of Trials + Persons]는 그동안의 결과물에서 터질듯 말듯하던 심즈의 아티스트로서 매력과 앨범 장악력이 폭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훌륭한 완성도를 보인다. 실로 2015년 베스트 힙합 앨범 중 한 장이라 할만하다. 한편, 심즈는 스스로 설립한 인디 레이블 AGE: 101 Music과 랩퍼, 싱어, 사진작가 등이 뭉친 창작 집단 스페이스 에이지(Space Age)’를 이끌며 리더로서 역량도 과시하고 있다.



     

     

    DonMonique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돈모니크(DonMonique)는 신선한 스타일의 트랩 뮤직을 앞세워 등장한 올해 20살의 랩퍼다. 지난 3월에 미니멀한 래칫 뮤직(Rachet Music) 위로 마약을 의인화한 싱글 “Pilates (Kendall, Kylie, Miley)”가 나왔을 때만 해도 그녀의 존재감은 특별할 게 없었다. 그러나 불과 3개월 뒤 발표한 첫 번째 앨범 [Thirst Trap EP]는 돈모니크에 대한 시선을 달리하게 했다. 에이샙 퍼그(A$AP Ferg)와 작업한 바 있는 프로듀서 스테리오스 필리(Stelios Phili)가 주조한 몽롱하고 침잠된 비트 위를 차근차근 밟아가며 조곤조곤 뱉는 랩과 그녀가 6곡을 통해 내세운 독자적인 음악 스타일 ‘Thirst Trap’이 선사하는 감흥은 짧지만 강렬했다.




     

    노토리어스 비아이쥐(The Notorious B.I.G), 릴 킴(Lil’ Kim), 피프티 센트(50 Cent) 등을 들으며 자란 것처럼 돈모니크의 음악 세계는 프로덕션 적으론 붐뱁(Boom Bap)부터 트랩 뮤직까지, 가사적으론 후드(Hood)에 관한 얘기부터 자기 과시와 파티까지 아우른다. 아직 EP지만, 앨범을 진두지휘하는 능력을 비롯하여 새로운 시도에 대한 욕망과 스스로 영역을 구축하는 기술, 그리고 탄탄한 랩 실력은 그녀를 여성 힙합 씬의 미래 중 하나로 거론하기에 손색없을 정도다. 정규 데뷔작이 나오기까지 돈모니크의 랩과 음악을 향한 갈증은 해소되지 않을 듯하다.

     

     

    Junglepussy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정글푸시(Junglepussy)는 확고한 신념과 개성을 겸비한 올해 23살의 랩퍼다. 그녀의 랩이 담고 있는 주제는 그 이름만큼이나 과감하고 도발적임과 동시에 진중하고 강렬하다. 자신의 몸을 상품화하며 노골적으로 성적 매력을 호소하는 이면으로 여자의 사회적·정치적 권리 또한 중요하게 설파하는데, 혹자는 그녀를 두고 현대판 릴 킴이라 일컫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적극적으로 여성 관련 문제를 끌어들인다. 그러니까 정의하자면, 정글푸시의 음악은 섹슈얼리티(Sexuality)와 블랙 페미니즘의 결합체라 할만하다. 표면 일부만 보고 단순히 성을 상품화하는 랩퍼로 몰아가선 안 되는 이유다.




     

    랩과 앨범을 꾸리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오늘날 많은 신예 여성 랩퍼들이 톤과 음색 치장에만 신경 쓰다가 정작 기본적인 플로우와 가사의 수준이 스타일에 전도되는 것과 달리 그녀의 랩은 전통적인 ‘90년대 뉴욕 힙합과 오늘날 트랩 뮤직 모두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리고 지난 2014 6월에 무료 공개된 데뷔 앨범 [Satisfaction Guaranteed]는 이러한 정글푸시의 특징과 음악적 재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두 번째 앨범 [Pregnant With Success]도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여 기대감을 더한다. 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표현하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여성 랩퍼의 등장은 언제나 반갑고 설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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