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2015 국내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5
- rhythmer | 2015-12-28 | 1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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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 필진이 1차 후보작 선정부터 최종 순위 선정까지 총 두 번의 투표와 회의를 통해 선정한 ‘2015 국내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5’를 공개합니다. 아무쪼록 저희의 리스트가 한해를 정리하는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2014년 12월 1일부터 2015년 11월 30일까지 발매된 앨범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알앤비/소울 앨범의 발매량 자체가 매우 적었던 한해지만, 그럼에도 좋은 작품은 있었고, 국내 알앤비 음악 씬의 여건 또한 고려하여 그냥 넘어가는 건 아쉽다고 판단한 바, 5장을 선정했습니다.
※‘믹스테입(Mixtape)’이더라도 CD, 혹은 디지털로 정식 유통된 경우에는 후보군에 포함하였습니다.
※무료 공개 앨범들도 후보군에 포함하였습니다.
※일말의 오해를 줄이고자 올해 국내 앨범 부문 선정에 편집장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2015 알앤비/소울 노래 베스트 10'도 발표할 예정입니다.
5. 소울 트레인 - 2nd Station
Released: 2015-09-22
Label: 블루보이
소울을 추구하는 빅밴드 구성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지만, 이 밴드에게 주목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결과물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1집 이후, 4년여 만에 발표한 본작 역시 마찬가지다. 그 이름부터 옛 소울의 향이 폴폴 나는 소울 트레인은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미국의 알앤비/소울, 그리고 이에 영향받은 한국의 '60년대 사이키델릭 사운드의 교집합을 들려준다. 여전히 블랙 뮤직의 기운이 지배적이지만, 전작보다 후자의 영향이 좀 더 짙게 느껴진다는 건 눈에 띄는 점이라 할만하다. 그렇기에 본작은 정감 있는 두왑(doo-wop) 스타일이 진한 여운을 남기는 “사랑은 노래처럼” 같이 전통적인 알앤비/소울 사운드는 물론, 임윤정의 강렬한 창법과 일렉 기타가 어우러진 “B”처럼 락과 소울 음악이 결합한 곡을 아우른다. 재능과 추구하는 바가 확실한 이들이 모여 장르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를 바탕으로 만든 이번 앨범은 탁월한 재현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할 때가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4. 메이슨 더 소울 - Photographer
Released: 2015-03-24
Label: 파이니스트 레코즈, 두루두루amc
메이슨 더 소울(Mayson The Soul)이 추구하는 음악은 국내에서 ‘소울’, ‘알앤비’하면 으레 연상하는 것들과 거리가 멀다. 2013년에 발표한 데뷔 EP [Jackasoul]는 브리티시 팝, 소울, 록 등의 감성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버무려 확고한 색을 내비친 앨범이었고, 이러한 음악적 방향은 첫 번째 정규 앨범 [Photographer]에서 더욱 확장되어 나타난다. 메이슨은 본작을 통해 밴드적인 성향을 짙게 드러내고 있는데, 오혁과 함께한 브리티시 록 스타일의 “Bushwick”, 개러지 록 사운드를 표방한 “Davi”, 스코틀랜드 밴드 프란츠 퍼디난드(Franz Ferdinand)의 곡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인 “Somebady” 등은 대표적이다. 이런 와중에 “Talk”, “Gray”, “6 to 9” 같은 곡에서는 알앤비 음악으로부터 받은 영향을 숨기지 않는다. 탈장르적인 성격의 트랙들을 모아놓은 것 이상의 구성미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개성 넘치는 보컬과 준수한 완성도의 프로덕션을 통해 차별화된 메이슨 더 소울만의 음악 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앨범이다.
3. 리코 - The Slow Tape
Released: 2015-01-14
Label: 데이즈 얼라이브, 스톤쉽
그 사운드와 스타일 면에서 차이는 있을지언정 트렌드의 전환이 이루어진 오늘날까지도 남녀의 육체적인 사랑은 여전히 알앤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랩퍼 제리케이(Jerry,k)가 이끄는 레이블 데이즈 얼라이브(Daze Alive) 소속의 리코(Rico)는 한동안 국내에서 명맥이 끊어졌던 슬로우잼에 기반을 두고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가사를 앞세우며,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왔다. 그리고 그러한 리코의 노력이 제대로 된 결실을 맺은 것이 이번 첫 번째 정규 앨범이다. 무엇보다 탁월한 멜로디를 주조하고 2000년대 미 메인스트림 알앤비 사운드로 감싸 섹슈얼한 무드를 연출한 다음, 보컬을 통해 감정을 능숙하게 전달하며, 전반적인 무드를 극대화하는 리코의 싱어송라이터로서 재능이 확실하게 빛을 발했다. 타이틀곡인 "Special"을 비롯하여 수록곡 대부분이 그 증거. 그야말로 뮤지션의 장르적 이해와 애정이 없었다면, 나오기 어려운 결과가 아닐까 싶다. 사실 가사 면에서는 미국 뮤지션들이 만들어놓은 클리셰에 갇혀 있는 듯하여 아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슬로우잼이 ‘침실용 알앤비’, 혹은 ‘섹스를 위한 알앤비’로 유명한 건 가사 컨텐츠보다도 멜로디와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무드임을 고려하면, 이것이 크게 흠이 되진 않는다. 장르 불문하고 올해 가장 섹시한 음악이 담긴 앨범 중 한 장이다.
2. 보니 – Love
Released: 2015-05-18
Label: 인플래닛
두 장의 EP와 다수의 싱글을 거쳐 데뷔 9년여 만에 보니(Boni)가 내놓은 첫 정규작엔 PBR&B, 팝 소울, 힙합 소울, 슬로우 잼 등등, 레트로 소울을 제외하곤 알앤비라는 울타리 안에서 시도할 수 있는 스타일 대부분이 망라되었다. 중요한 건 그것이 준수하게 구현되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프로듀서들의 색채가 너무 과하게 느껴졌던 전작들과 달리 그녀는 본인에게 잘 맞는 옷을 갖춰 입었고, 곡을 해석하는 능력 역시 한층 좋아졌다. 더불어 변치 않은 장점들도 고스란히 살아있다. 폭발적인 성량과 기술적으로 정교한 표현력은 감상의 희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전보다 더욱 철저하게 보컬에 기댄 이 앨범의 방향성에 보니는 부족함 없이 화답한다. 팝 성향이 강한 비트에서 음색 자체가 더 빛을 발한다면, 목소리를 가지고 놀듯 화려하고 치밀하게 제어하는 역량은 알앤비 음악의 완벽한 짝이 되기도 한다. 보니가 확실히 더 완성형의 보컬로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좀 더 살아있는 표현이나 구체적인 이야기가 부족하여 진부하게 다가오는 가사는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참 잘 만들어진 알앤비 앨범이다. 한국대중음악 역사 속에선 완성도 있는 여성 알앤비 뮤지션의 앨범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터라 더욱 의미를 부여할만하다.
1. 서사무엘 – Framework
Released: 2015-10-02
Label: 크래프트앤준, 스톤쉽
랩퍼이자 싱어, 그리고 프로듀서인 서사무엘(Samuel Seo)의 첫 정규 앨범은 그야말로 블랙 뮤직에 기반을 둔 ‘종합 음악 앨범’과도 같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자면, 소울, 펑크(Funk), 붐뱁(Boom Bap), 일렉트로 펑크, PBR&B, 신스 팝 등이 아주 유기적으로 얽히고 배치되어 있다. 여러 스타일의 곡이 혼재되었음에도 대부분 구간에서 이질감이 없고, 벌스에서 후렴구로 이어지는 구성은 물론, 멜로디의 힘도 상당하다. 레퍼런스와 독자적인 스타일 사이의 경계를 성공적으로 조율한 흔적 또한, 역력하다. 노래와 랩은 특별히 뛰어나진 않을지언정 다양한 스타일과 무드에 따라 능숙하게 어우러졌는데, 특히, 무리하게 전통적인 알앤비 창법을 시도하기보다 원래 호흡과 스타일을 살리면서 무심한 듯 뱉다가 필요한 순간 팔세토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보컬이 매력적이다. 더불어 스웩이나 자기변명으로부터 벗어나 세상과 자신을 돌아보며 적은 몇몇 곡의 가사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김오키의 멋진 색소폰 연주를 배경으로 삶 속에서 발견한 부조리를 덤덤히 얘기하는 보컬이 이어지다가 풍성하고 소울풀하게 짜인 후렴구가 등장하며 곡의 풍미가 더해지는 “Somebody`s” 같은 곡을 들어보라. [Frameworks]는 서사무엘의 커리어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음을 증명하는 결과물이자 그동안 한국에서 이루어진 랩/힙합 아티스트들의 노래 병행과 장르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통틀어 가장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괄목할만한 성과가 담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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