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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남부 힙합 연대기: 마이애미 베이스에서 래칫까지 (1)
    rhythmer | 2016-05-25 | 1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 강일권

     


    지금이야 남부 힙합(Southern Hip Hop)이 메인스트림 힙합 씬과 차트를 먹어 치우고 있지만, 동부와 서부가 치열한 음악 전쟁을 벌이던 ‘90년대가 저물기 전까지의 사정은 전혀 달랐다. 남부는 당시 힙합계의 변두리였으며, 남부 출신 랩퍼 대부분은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역사와 전통성 면에서는 물론, 실력 있는 랩퍼와 좋은 앨범의 수적인 면에서도 게임이 되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지역을 대표할만한 스타일과 리리시즘(Lyricism)의 부재가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부 힙합의 상징적 존재 중 하나인 투 라이브 크루(2 Live Crew) 출신의 루크 스카이워커(Luke Skyywalker)는 도서 [Country Fried Soul: Adventures in Dirty South Hip-Hop]에 수록된 인터뷰에서 당시 남부의 랩퍼들은 무시당하기 일쑤였어.”라고 증언한 바 있다.

     

    이렇듯 영욕의 세월을 보낸 남부 힙합 씬이지만, 그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앞서 언급한 투 라이브 크루를 비롯하여 게토 보이즈(The Geto Boys) UGK 등을 중심으로 ‘80년대 중반부터 개성과 실력을 지닌 남부 출신 랩퍼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으며, 비록, 붐뱁(Boom Bap)과 리리시즘을 앞세운 동부나 쥐펑크(G-Funk)와 갱스터 랩을 앞세운 서부처럼 씬 자체를 부상시키진 못했지만, 조금씩 남부만의 스타일을 정립해갔다. 이후, 2000년대 들어 남부 힙합의 위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동부와 서부가 남긴 자취에 비해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고, 화려함이 덜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남부 힙합의 역사를 살피거나 회자하는 자료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브 장르의 변화와 주요 곡들을 통해 남부 힙합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개괄해보려 한다. 장르로 말하자면, 마이애미 베이스(Miami Bass)부터 래칫(Rachet)까지다 



    사진: 2 Live Crew 



    일렉트로 펑크의 아들, 랩과 만나다. ‘마이애미 베이스(Miami Bass)’

     

    남부 힙합 아티스트의 음악이 처음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 건 마이애미 베이스란 장르를 통해서다. 그리고 마이애미 베이스는 힙합 문화의 창시자아프리카 밤바타(Afrika Bambaataa)를 위시로 ‘80년대 유행한 일렉트로 펑크(Electro-Funk)의 직접적인 영향 아래 태어났다. 많은 올드스쿨 힙합 곡들은 물론, 오늘날 남부 힙합 비트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TR-808드럼 사운드의 효시가 된 장르로, 아프리카 밤바타의 "Planet Rock"과 허비 행콕(Herbie Hancock)"Rockit" 등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일렉트로 펑크 음악은 대부분 보컬 없이 인스트루멘탈 위주로 진행됐는데, 간혹 보컬이 삽입되더라도 보코더(Vocoder)나 토크박스(Talkbox)를 통해 왜곡된 형태로 얹히는 게 보통이었다. 이 같은 스타일을 고스란히 빌려와 보다 리듬 파트를 강조하고, 랩을 얹어 완성한 게 마이애미 베이스다.

     

    특징은 두 분야로 나눠서 설명할 수 있다. 프로덕션적으론 빠른 템포의 비트와 빈공간이 확연히 느껴지는 사운드 운용, 가사적으론 파티와 수위 높은 성적 컨텐츠다. 그리고 이를 잘 느낄 수 있는 곡이 마이애미 베이스의 선구자들인 투 라이브 크루의 "Throw The 'D'""Me So Horny".

     

    2 Live Crew - Throw the D: https://youtu.be/1d6Y7LxhGMg

    2 Live Crew - Me So Horny: https://youtu.be/u6VTj7LhCtE

     

    최초 3인조로 출발하여 5인조까지 몸집이 불어난 바 있는 투 라이브 크루는 일각에서 더티 랩(Dirty Rap)’, 혹은 포르노 랩(Porn Rap)’으로 불릴 만큼 적나라하게 (때론 변태적인) 섹스를 노래하며, 유명세를 얻었다. 1986년에 발표된 "Throw The 'D'"는 그들의 첫 앨범 [The 2 Live Crew Is What We Are]의 대표 싱글이자 비교적 가사 수위가 낮은 곡으로, 마이애미 베이스의 대중적인 인기를 견인하는데 효시가 된 곡으로 평가받는다.



     


    그런가 하면, 1989년에 발표된 “Me So Horny”는 보다 상업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투 라이브 크루가 다루는 성적 컨텐츠의 소재 범위와 수위가 절정에 달했던 3 [As Nasty As They Wanna Be]에 수록됐던 이 곡은 마이애미 베이스 최초의 빌보드 랩 차트 1위이자 종합차트 20위권에 오른 곡이다.

    무엇보다 프로덕션적으로 한층 흥미로워진 게 눈에 띄었다. 펑크/디스코 밴드 매스 프로덕션(Mass Production)‘79년 히트곡인 “Firecracker”를 샘플링하여 기본 루프를 짜고, 마이클 슐츠(Michael Schultz) 감독의 [Which Way Is Up?, 1997]과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Full Metal Jacket, 1987] 속 대화 일부를 차용해서 절묘하게 녹여냈다.

     

    사실 이들의 결과물은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긴 했으나 음악적으론 너무 외설적이고 저급하다는 이유 탓에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는데, 그러나 이후, 남부 힙합의 선구자였다는 점과 스타일의 독창성을 인정받아 힙합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사진: MC A.D.E 



    한편, 투 라이브 크루의 곡들보다 앞선 최초의 마이애미 베이스로 일컬어지는 트랙은 따로 있다. 엠씨 에이드(MC A.D.E) "Bass Rock Express". 1987년에 발표된 이 곡은 독일의 일렉트로닉 밴드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Trans-Europe Express"를 샘플링 했는데, 투 라이브 크루와 달리 인스트루멘탈 위주의 진행을 통해 일렉트로 펑크의 영향을 더욱 강하게 드러내면서도 스크래칭을 삽입한 게 특징이다.

     

    MC A.D.E - Bass Rock Express: https://youtu.be/AvlWzPcUWoM

     

    이렇게 엠씨 에이드와 투 라이브 크루가 선보인 마이애미 베이스의 인기는 199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그러한 인기에 방점을 찍은 곡이 바로 태그 팀(Tag Team)의 “Whoomp! (There It Is)”이다. 성적인 내용이 아닌, 파티에 초점을 맞춘 가사와 중독적인 후렴구를 앞세운 이 곡은 비록, 차트 1위에 오르진 못했지만, 수십 주 동안 2위 자리에 군림했으며, 1년 간 차트 상위권에 랭크되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겼다. 특히, 발표된 그해(1993) 빌보드 결산 차트에서는 고()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에 이어 2위에 올랐을 정도다.

     

    Tag Team - Whoomp! (There It Is): http://youtu.be/Z-FPimCmbX8

     

    이후, 이 계열의 아티스트들인 식스티나인 보이즈(69 Boyz), 쿼드 시티 디제이즈(Quad City DJ’s), 나인티파이브 사우스(95 South), 프릭 내스티(Freak Nasty), 고스트 타운 디제이즈(Ghost Town DJ’s) 등의 음악이 크게 히트했으나 투 라이브 크루 때와 달리 전부 원히트원더(one-hit wonder)에 그쳤고, ‘96년 즈음을 끝으로 마이애미 베이스의 인기는 완전히 사그라졌다. 



    사진: Geto Boys 



    쥐펑크(g-Funk)와 블루스의 오묘한 결합

     

    투 라이브 크루의 마이애미 베이스가 한창 인기를 끌던 시절, 한쪽에서는 동부와 서부 힙합 못지않은 하드코어 랩으로 승부하려는 이들이 등장했다. 그 주축은 바로 게토 보이즈(Geto Boys) 유쥐케이(UGK)였다. 특히, 오늘날 쿨 쥐 랩(Kool G Rap)과 함께 마피오소 랩(Mafioso Rap: 갱스터 랩 중에서도 마피아 세계관을 부각한 랩)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스카페이스(Scarface)와 그가 속한 게토 보이즈의 기세와 성과는 대단했다.

    소울과 펑크(Funk)를 샘플링한 비트 위로 탁월한 스토리텔링과 창의적인 주제의 랩을 얹은 그들의 작품은 힙합 변방이라는 한계를 넘어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중에서도 세 번째 앨범 [We Can't Be Stopped]에 수록된 "Mind Playing Tricks on Me"는 게토 보이즈를 상징하는 곡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컨셉트로 언제 죽을지 모를 게토에서 살아가는 갱스터의 편집증을 기가 막히게 묘사한 이 곡은 각종 매체에서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한 랩 송'을 뽑을 때마다 상위에 랭크되는 곡이며, 이후, 과대망상을 소재로 한 수많은 힙합 트랙의 모티프가 되었다.   

     

    Geto Boys - Mind Playing Tricks on Me: https://youtu.be/-M8GszEN9MM

     

    게토 보이즈가 직접 세운 인디 레이블인 랩얼랏 레코즈(Rap-A-Lot Records)를 근거지로 하여 메이저에서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을 때, 번 비(Bun B)와 핌프 씨(Pimp C)가 뭉친 UGK는 개성 있고 탁월한 랩핑을 앞세워 언더그라운드에서 점점 영역을 넓혀 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가사와 프로덕션 적으로 남부 힙합이 내세울만한 특징은 부족했다.

    곧 이들을 비롯한 텍사스 출신 아티스트가 중심이 되어 독자적인 스타일 구축을 위해 나섰고, 그 성과는 1993년 즈음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해법은 당시 서부 힙합을 왕좌에 올려놓은 쥐펑크(g-Funk)와 지역적 코드의 융합이었다. 참고로 2000년대 남부 힙합 스타 중 한 명인 빅 크릿(Big K.R.I.T.)이 정규 데뷔작에서 추구했던 음악의 핵심이 바로 이 지점이었다.



    사진: UGK 



    소울과 펑크를 샘플링하여 원곡의 멜로디 라인과 그루브를 살리는 방향에서 메인 루프를 짜고, 보컬 삽입에 적극적이며, 특유의 사운드와 진행이 돋보이는 신스가 특징인 쥐펑크를 참고하되, 남부 지역의 유서 깊은 장르인 텍사스 블루스와 멤피스 블루스의 무드를 결합하여 전례 없는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그만큼 당대 남부 힙합 사운드 일부는 서부 힙합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차이 또한 확연했다.

    쥐펑크의 멜로딕하고 자극적인 신스는 적극 차용했으나 두툼한 베이스라인은 선별적으로 사용했으며, 바비큐, 혹은 풀 파티에 최적화된 그루브와 무드보다는 꿉꿉하고 끈적끈적한 무드를 부각했다. 이 같은 스타일을 정립하는데 이바지한 프로듀서는 초창기 남부 힙합 사운드의 선구자 중 한 명인 엔오 조(N.O. Joe)였다.

    그가 메인 프로듀서로 참여한 두 앨범, 게토 보이즈의 [Till Death Do Us Part] UGK [Ridin' Dirty]는 이때의 남부 힙합 스타일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이후, 게토 보이즈의 스카페이스는 [The Diary], [The Untouchable], [My Homies] 등의 솔로 앨범을 통해 이러한 스타일을 더욱 견고히 하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갔다.

     

    Scarface Feat. 2Pac – Smile: https://youtu.be/L0Vk0EL-r8g

    UGK – One Day: https://youtu.be/uu5P4pOUuYk

     

    한편, 게토 보이즈와 UGK 외에 이 시기 중요하게 언급해야 할 이들이 두 팀 더 있는데, 바로 에잇볼 앤 엠제이쥐(8 Ball & MJG)와 아웃캐스트(Outkast)이들의 음악 역시 남부 힙합이 메인스트림에서 점차 영역을 확장해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에잇 볼 앤 엠제이쥐의 정규 2, 3집인 [On the Outside Looking In][On Top of the World], 그리고 아웃캐스트의 데뷔앨범인 [Southernplayalisticadillacmuzik] 등이 이때 나온 작품들이다.

    특히, 프로덕션 팀 오거나이즈드 노이즈(Organized Noize)의 존재를 알리기도 했던 아웃캐스트의 앨범은 뉴욕 할렘과 LA 컴튼으로 대표되던 '90년대 힙합계에 애틀랜타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앨범에 참여한 구디 몹(Goodie Mob)을 비롯하여 실력 있는 남부 힙합 뮤지션들과 결과물이 힙합 씬의 중심부로 진입하는 데 효시가 되었다.



    사진: 8Ball & MJG 



    이렇듯 애틀랜타와 텍사스 출신의 아티스트들이 힙합 씬의 중심으로 진입하던 이 시기, 뉴올리언스에서도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하며 추후 거대한 세력이 될 집단이 떠올랐다. 바로 노 리밋 사단(No Limit Records)과 캐시 머니 사단(Cash Money Records)이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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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동민 (2019-04-18 04:38:39, 61.72.80.***)
      2. 이거 2부 안나오나요 너무 궁금하네요ㅠㅠ
      1. Enomis (2018-05-01 06:03:34, 120.50.80.**)
      2. 빅크릿 앨범 듣다가 우연히 읽게 된 글인데, 그래서 2부는 언제쯤..
      1. 윤예찬 (2016-06-12 19:09:18, 27.35.76.***)
      2. 그러고 보니, 관심이 좀 떨어졌던 건 사실이네요. 이 기회에 좀 더 디깅해 볼 필요가 있는것 같아요 ㅋㅋㅋ 2부 기다릴께욥!
      1. 박한웅 (2016-05-25 15:52:45, 1.238.24.***)
      2. 굉장히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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