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강일권

문득 리드머에 ‘힙합(Hip Hop)’이란 용어의 기원과 의미를 다룬 글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 비단 리드머뿐만 아니다. 포털 사이트를 비롯한 매체에서 이에 관한 신빙성 있는 정보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비록, 너무 늦었지만, 이 얘길 꺼내게 됐다. '힙합'은 어디에서 왔을까?

 

여전히 한국에서는 단순히 ‘엉덩이(hip)를 흔든다(hop)’는 의미로 만들어졌다는 정의가 통용되고 있는데, 이는 매우 부정확한 정보다. 아직까지 힙합이란 말을 누가, 어떤 뜻으로 처음 사용했는지는 완전히 밝혀진 바가 없으며, 그 안에 담긴 의미에 관한 것 또한 여러 설이 있다. 그중 국외 매체들의 기록과 아티스트들의 인터뷰를 종합해보면, 1세대 래퍼이자 디제이들인 러브벅 스타스키(Lovebug Starski)와 키프 카우보이(Keef Cowboy)가 최초로 이 용어를 사용하고 전파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들에게는 빌리(Billy)라는 친한 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입대를 결심하자, 카우보이와 스타스키는 빌리를 위해 마지막 파티를 주최한다. 이날엔 곧 자유를 박탈당하게 될 빌리의 처지를 기념하는 짓궂은 퍼포먼스가 준비됐는데, 비트가 흐르는 가운데, 카우보이는 마치 훈련조교처럼 행진하며,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Hip-hop-hip-hop-hip-hop”.

 

당시 파티장에 모인 관중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고, 여기에 고무된 카우보이와 스타스키는 이후 힙합을 넣은 구절을 만들어 파티에서 활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카우보이가 창조한 구절인 ‘I said a hip-hop, a hibbiy, hibby-dibby, hip hip hop and you don’t stop.’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데, 이는 1979년에 탄생한 ‘최초의 랩/힙합 히트곡‘인 슈거힐 갱(The Sugarhill Gang)의 "Rapper's Delight"에서 고스란히 인용되기도 했다.

 

'I said a hip hop the hippie the hippie

To the hip hip hop and you don't stop'

 

더불어 둘과 함께 어울리며 작업했던 디제이 할리우드(DJ Hollywood) 역시 비슷한 시기에 힙합이란 말을 널리 사용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할리우드는 아직 힙합이란 개념이 대두하기 전 디스코 랩(Disco Rap)이라 불리던 '1970년대에 힙합 스타일의 음악을 플레이하고 랩을 얹은 최초의 인물 중 한 명으로 일컬어진다.

 

여기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각 단어와 얽힌 흥미로운 내용이 더 있다. 대략 1920년대 이후부터 ‘hop’은 뉴욕 할렘 지역의 댄서들을 중심으로 ‘흑인의 세련된 태도’, 혹은 ‘흑인의 창조성’ 등을 상징하는 단어로 쓰였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그런가 하면, ‘hip’은 ‘깨우침’이란 의미와 연관되어 있다. 작가 존 릴랜드(John Leland)는 그가 쓴 책 [힙: 어 히스토리: Hip: A History]에서 서아프리카의 세네갈과 감비아 출신 노예들에 의해 ‘hip’이 ‘깨우침’, ‘교양 있는’ 등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말한다.

 

또한, 고고(go-go) 장르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고(故) 척 브라운(Chuck Brown)은 도서 [힙합의 역사, 원제: Can't Stop Won't Stop: A History of the Hip-Hop Generation]의 저자 제프 창(Jeff Chang)과 인터뷰에서 고고 이전에 ‘hip’과 ‘hop’이 결합한 단어가 사용된 적 있음을 밝힌 바 있다. 1950년대 당시 주말마다 교회 근처에선 젊은 댄서들이 춤판을 벌이곤 했는데, 때때로 이를 ‘힙-합스(hip-hops)’라 칭했다는 것이다.

 

이후, 힙합이 장르이자 문화로 뿌리를 내리고, 몇몇 힙합 아티스트는 단어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기도 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전설적인 힙합 아티스트 중 한 명이자 힙합 운동가인 케이알에스 원(KRS-One)이다. 그는 2007년, 베테랑 프로듀서 말리 말(Marley Marl)과 함께 만든 곡 “Hip Hop Lives”에서 ‘hip’과 ‘hop’을 이렇게 정의했다.

 

‘Hip is the knowledge, hop is the movement. Hip and hop is intelligent movement (힙은 지식, 합은 움직임. 힙과 합은 지적인 움직임.)’.

 

한편, 최초로 힙합의 4대 요소를 규정하고 문화로써 전파한 상징적 아티스트인 아프리카 밤바타(Afrika Bambaataa)는 앞서 언급한 러브벅 스타스키와 키스 카우보이가 사용했던 힙합이란 용어의 어감이 맘에 들어 그대로 사용한 경우였다. 그리고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힙합에 관해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이것(사운드)은 ‘hip’이고, 당신이 음악을 느끼는 순간, 자연스레 (사운드 속으로) 뛰어들게(hop) 될 거야. 그래서 우린 이걸 ‘hip-hop’이라고 부르지.”

 

이렇듯 힙합이란 용어 뒤엔 여러 의미와 배경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