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한국힙합 디스전 – 승자는 한 명이다 1부
- rhythmer | 2016-10-07 | 3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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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쇼에서 진행자가 두 랩퍼를 불러 작위적인 디스를 시키며, ‘디스는 힙합의 문화’라고 말하는 촌극이 벌어지는 한국이지만, 분명 랩퍼들의 디스전을 관전하는 것은 흥미롭고 흥분되는 일이다. 그리고 디스전이 끝나고 나면, 으레 승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논쟁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중엔 말도 안 되는 이유도 있지만, 꽤 그럴듯한 이유가 엿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다소 민감한 부분이어서인지, 공개적으로 승패를 거론하는 경우를 보긴 어렵다. 분명히 승자가 있긴 한데 말이다.물론, 디스전의 승패가 해당 아티스트의 커리어와 음악적 역량에 대한 승패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그 결과를 따져보는 건 힙합 팬으로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리드머에선 총 10인의 필자를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 근 10년 사이 한국힙합 씬에서 일어났던 디스전의 승자와 패자를 가려보기로 했다.
선정 기준은 이렇다.
1. 모호한 대상이 아닌 직접 대상을 적시한 디스 곡을 선정함.
2. 대답 없는 메아리가 아닌 디스, 즉, 맞디스가 이루어진 경우(단, 마지막 곡에 대응을 하지 않았다면 그 곡은 제외함).
3. 리드머 필진 10명의 투표 진행으로 승자 결정
우선 제이독(J-Dogg)과 버벌진트(Verbal Jint)의 디스전부터 한국힙합의 빅 이벤트였던 ‘컨트롤 대전’까지의 승자들을 공개한다. 이후(2014년)부터 현재까지 일어난 주요 디스전의 승자는 다음 편에 공개 예정이다.
제이독 “Entertainment” [4표] vs 버벌진트 “Overclass 07” (Winner) [6표] (2007)
버벌진트의 진땀승으로 마무리되었다. 둘의 명성과 실력을 비교해봤을 때 제이독이 의외의 선방을 했다고 볼 수 있지만, 버벌진트가 내놓은 맥 빠지는 대응 곡 “Overclass 07”을 들어보면 수긍이 되는 결과다. 곡에서 귀찮음이 느껴질 정도니 말이다. 특히, 제이독을 향한 디스보다는 평소의 생각을 펼치는데 가사를 할애해 디스 트랙으로서 재미가 덜했다. 당시 기대치를 생각했을 때 아쉬운 트랙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래퍼로서 역량 차이는 그래서 더 드러나기도 했다. 제이독은 곡 하나를 더 내놓았지만, 버벌진트가 리스너들에게 걸었던 조건(네이버 검색순위 1위)이 달성되지 못한 탓에 2차전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센스 “Rhyme King” (Winner) [10표] vs 오케이본 “번개송 2” [0표] (2008)
이센스 “개뼈다귀” (Winner) [10표] vs 오케이본 “지렁이에게” [0표] (2008)
사실 승패가 너무 뻔해서 다룰 의미가 있을까 싶은 디스전이지만, 무려 2차전까지 주고받으며 나온 이센스(E Sens)의 “개뼈다귀”가 곡 자체로서 큰 가치를 지니고 있어 언급할 필요가 있겠다. “개뼈다귀”는 한국힙합 팬들이 제대로 된 희열을 만끽한 첫 디스 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인 오케이본(O.K.Bone)이 무명에 가까웠다는 사실만 제외한다면, “개뼈다귀”는 완벽에 가깝다. 상대를 향한 군더더기 하나 없는 분노, 조롱, 여유로움이 놀라운 수준의 랩핑 안에 녹아들어 감탄을 자아낸다. 이센스는 그야말로 최고 수준의 랩퍼라는 것을 보여줬다.
케이준 “Bubbah bar” (Winner) [9표] vs 케이케이 “Fucker-Class” [1표] (2008)
오버클래스(Overclass)와 붓다베이비(Buddha Baby) 크루 간의 대결구도라는 사실과 더불어 노래로 만든 디스 트랙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 대결의 결과는 케이준(K Jun)의 완승이다. 사실, 케이준 역시 엠씨 스나이퍼(MC Sniper)의 히트곡 “BK Love”의 멜로디를 차용해 재치 있게 상대를 약 올린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유효타를 먹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케이준의 것에 비해 케이케이(KeiKei)의 대응곡이 듣기 민망할 정도로 조악했다. 가사와 랩핑, 녹음 상태 등등, 모든 면에서 처참한 결과물을 들고 온 케이케이 덕에 케이준은 거의 부전승이나 다름없는 맥 빠지는 결과를 얻었다.
유니크원 “잘가 Rimi” [1표] vs 리미 “잘나가는 Rimi” (Winner) [9표] (2008)
남녀 랩퍼 간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지만, 좀 싱겁게 끝났다. 사실 이 디스전은 배경 자체가 한계였다. 둘이 디스를 하는 이유가 두 곡에 나열되어 있지만, 듣는 입장에선 허탈해지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니크원(Unique One)의 “잘가 Rimi”를 들으면 도무지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한편으로, ‘왜 네이트온 차단당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가?’라고 자문하게 될 정도. 다행히 리미(Rimi)가 “잘나가는 Rimi”에서 같은 이야기를 조목조목 잘 짜인 엔터테인먼트로 승화시켜 의문을 풀어준다. 결과적으로 리미의 랩이 유니크원을 완전히 보내버렸다.
제이통 “똥” (Winner) [9표] vs 매슬로 “똥개” [1표] (2011)
이슈 면에서나 음악적인 면에서나 제이통(J-Tong)의 완승이다. 제이통은 당시 ‘부산’을 전면으로 내세워 다양한 오브제를 흩뿌려놓은 뮤직비디오를 통해 확고한 캐릭터를 구축했다. “똥”은 소울커넥션에 대한 디스곡인 동시에 효과적으로 자신의 등장을 일리는 신예의 곡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상 곡 하나로 레이블 하나를 박살낸 트랙이었으니 말이다. 상대방을 비판, 조롱하는 와중에 특유의 유머 또한 잊지 않았다. 랩 스킬적으로도 라임만을 빼곡히 채워 넣어 그루브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매슬로(Maslo)의 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데드피 “Bitch” [1표] vs 스윙스 “심각하다” (Winner) [9표] (2012)
데드피 “It's a good day to kill” [3표] vs 스윙스 “추잡하다” (Winner) [7표] (2012)
일명 ‘컨트롤 대란’이 일어나기 전까지, 아마도 힙합 씬에서 가장 뜨거웠던 디스전이 아니었나 싶다. 범상치 않은 스킬을 보유한 플레이어이자 오버클래스와 빅딜의 대표 랩퍼 둘이 디스전을 벌였으니 승패를 떠나 대단히 흥미진진한 그림이 만들어졌다. 특히, 다소 심심했던 “Bitch”에 대한 임팩트 있는 대응곡 “심각하다”로 스윙스(Swings)가 손쉽게 승기를 가져오며 끝날 것 같았던 순간, “It’s a Good Day To Kill”로 데드피(Dead’P)가 디스전을 연장하며 관전의 재미를 제대로 선사했다. 이 피 튀기는 공방은 두 차례 모두 스윙스의 승리. 시종일관 물어뜯을 듯 달려드는 데드피에 비해, 한발 물러서서 여유 있게 상대를 조롱하다가 펀치를 날리는 스윙스에게 더 높은 점수가 돌아갔다.
이센스 “You Can’t Control Me” (Winner) [7표] vs 개코 “I Can Control You” [3표] (2013)
2013년 장르 씬을 넘어 대중문화 전반적으로 큰 이슈가 된 일명 ‘컨트롤 대전’의 중심에는 이센스와 개코가 있었다. 아메바 컬쳐와 계약 해지 후 무성한 소문이 돌았던 이센스가 제대로 칼을 갈고 개코와 레이블을 공격했다. 이센스가 ‘대답해, 개코’를 뱉었을 때 이미 승부는 정해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랩 퇴물’이라는 세 글자로 가만히 있던 최자까지 보내버리는 기술(?) 또한 인상적이었다. 개코가 대응 곡으로 대답하긴 했지만, 가득 찬 화를 보여주는데 그쳐 큰 효과는 없었다. 이어서 이센스가 또 다른 곡 “True Story”를 발표했고, 이번엔 개코가 대답하지 않았다. 승패를 떠나서 한국힙합 최고의 랩퍼 두 명이 주고받은 디스전은 ‘컨트롤 대전’의 메인 이벤트이자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었다.
어글리 덕 “Ctrl+alt+del*2” [1표] vs 스윙스 “황정민(king swings part 2)” (Winner) [9표] (2013)
스윙스로부터 시작된 한국판 컨트롤 대전에 수많은 랩퍼들이 응답했지만, 그중 가장 자극적으로 스윙스를 디스한 건 어글리 덕(Ugly Duck)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답으로 스윙스는 “황정민”을 통해 어글리 덕을 비롯한 사이먼 도미닉(Simon D), 아메바 컬쳐, 프라이머리 등에게 그동안 쌓였던 분노의 감정을 쏟아냈다. 디스의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압도될 수밖에 없는 스윙스의 ‘광역 디스’는 이 싸움판에 많은 랩퍼들이 참여하는 두 번째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영화 [신세계]의 명대사 ‘다 드루와’를 인용한 인트로와 목이 다 쉰 채로 분노를 쏟아내는 후반부의 내래이션이 곡의 하이라이트라 하겠다.
사이먼 도미닉 “Control” [2표] vs 스윙스 “신세계(king swings part 3)” (Winner) [8표] (2013)
스윙스의 “황정민”으로 공격받은 사이먼 디는 해명이 필요했고 맞디스곡을 발표했다. 그리고 스윙스는 더 이상의 ‘컨트롤’ 디스 곡은 없다며 마지막으로 “신세계”를 발표한다. 이전과는 조금 다른 비장함이 담긴 랩의 “신세계”는 또다시 화끈하게 몰아붙이는 랩을 원했던 이들을 잠깐 갸우뚱하게 했지만, 상대방을 잔인하게 파고드는 라인과 놀라운 감정표현으로 사이먼디의 “Control”을 압도했다. 특히, 동명의 영화 내용처럼 자신이 씬의 왕이 되었음을 선언하듯 후반부 힙합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황정민’이란 제목에 대해 해명하는 것만 빼고는) 장엄함까지 느껴졌다. 한국판 컨트롤 대전을 시작한 스윙스는 전승했고, 이를 마무리하기까지 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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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valdy (2016-11-24 16:51:52, 220.85.184.***)
- 제이통 매슬로가 9:1까지는 아니라고 보는데 글고 케이준은 케이케이가 아니라 키네틱플로우랑 비교해야 되는거 아닌가요 키네틱플로우 vs 케이준이면 10:0 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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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kka (2016-10-14 03:39:16, 118.70.12.***)
- 이 기사에 이런 쓰레기같은 댓글이 올라왔을줄은 상상도 못했다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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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동이 (2016-10-13 10:22:42, 211.36.153.*)
- 리드머에서 이런 쓰레기같은 글이 올라왔을줄은 상상도 못했다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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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시멈 (2016-10-10 21:42:11, 121.172.87.***)
- 다른건 납득되는데
데드피vs스윙스
이센스vs개코
는 저와는 약간 의견이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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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eda14 (2016-10-09 17:10:31, 175.223.35.***)
- 필진 10명이 투표로 승자를 정했는데 저는 그다지 납득이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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