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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과소평가된 랩퍼들 Vol. 1
    rhythmer | 2016-11-10 | 2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어느 나라의 힙합 씬이든 실력, 혹은 결과물의 완성도에 비해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거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랩퍼들이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취향을 크게 타는 스타일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팀 내 다른 멤버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너무 큰 유명세가 실력에 대한 시선을 먹어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고, 특정 사건을 통해 선입관이 덧씌워졌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아예 조명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가는 시대, 리드머에서는 더 많은 이야기가 오갔으면 하는 랩퍼들을 모아봤다. 아마 한국힙합 팬 여러분의 마음 속에도 저마다 과소평가된다고 생각하는 랩퍼들이 몇 명쯤 있을 것이다. 이하는 우리가 선택한 과소평가되고 있는 랩퍼들이다.


     

     

    PNSB

     

    군산 출신 아티스트가 주축이 되어 등장한 집단 애드밸류어(Addvaluer)가 최초 이목을 끌 수 있었던 건 바로 PNSB(피엔에스비)의 랩 덕분이었다. 날카로움을 뒤에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묘한 여유로움과 비아냥 어린 시선이 만든 거칠면서 몽환적인 분위기가 정말 일품이다. PNSB의 랩은 얼핏 별다를 것 없는 단어의 조합으로 펼쳐내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자연스레 숨겨진 의미와 의도를 찾고 싶어지는 가사 구조와 퍼포먼스를 통해 많은 곡에서 감탄을 이끌어낸다.

     

    최근 1년 사이에 공개한 싱글 천국행급행“Olympus”에서 이런 매력은 정점을 찍는다. 좀 더 거칠어진 질감의 목소리와 구차한 설명, 혹은 진부한 표현 없이 자신의 예술관을 도발적으로 펼쳐내는 순간은 황홀함에 가까운 감상을 제공한다. 결과물을 내놓을 때면, 지금보다 더욱 많은 이야기가 오가야 할 랩퍼다.


     

    뱃사공

     

    꾸준한 결과물과 고유한 색을 바탕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크루 리짓군즈(LegitGoons)의 랩퍼 뱃사공은 2015[출항사]를 발표하며 솔로 랩퍼로서 출항했다. 무엇보다 뱃사공은 리짓군즈의 색을 가장 잘 표현해내는 랩퍼다. 결과물의 양에 비해서 리짓군즈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다 보니 뱃사공 역시 씬의 중심에 서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그의 랩은 매우 매력적이다.

     

    뱃사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손에 잡힐 듯이 그려내는 게 특징이다. 숨기지 않으면서, 특유의 칠(Chill)한 바이브로 전하는 알 듯 모를듯한 낭만 속엔 짙은 페이소스가 있다. 일상의 구질구질함을 유머러스하게 담은 아무것도 안 해와 일상탈출을 원하는집시를 연이어 감상한다면 뱃사공의 남다른 매력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넘실거리는 플로우로 때론 흥겹게, 때론 늘어지면서 박자를 타는 감각도 천부적이다. 편안함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할 수 있는 랩퍼는 생각보다 그리 흔치 않다.


     

    옵티컬 아이즈 XL(Optical Eyez XL)

     

    2006 10월에 데뷔 싱글 [I.M.Ground]를 발표한 옵티컬 아이즈 XL(Optical Eyez XL)은 올해로 데뷔한 지 10년째인 베테랑이다. 그는 프로듀서와 랩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커리어를 이어왔지만, 주목도는 높지 않았다. 그와중에 랩퍼보다는 프로듀서로 더 알려진 편이지만, XL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자신의 곡과 피처링으로 랩을 선보여왔다. 그리고 그가 참여한 곡에선 매번 하이라이트를 가져갔다.

     

    최근 참여한 일리닛(illinit)“Half-Duplex”에서도 마찬가지다. 2분이 채 안 되는 구간에서 자신의 처지와 시스템의 부당함을 기가 막히게 엮어내며 앞뒤의 일리닛과 마이노스(Minos)보다 강한 인상을 남긴다. 끊임없이 자기비하를 깔고 가는 냉소와 비틀린 유머는 대부분 환경의 부조리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데 사용된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밀어붙이는 그의 리리시즘(Lyricism)은 독보적이다. 또한, 이 같은 내용 전달을 위해서 선택한 신선한 단어로 라임을 짜고, 그것을 힘 있게 쳐내면서 바운스를 만드는 랩핑 역시 상당한 재미를 준다. 그의 랩으로 꽉 채워진 앨범이 여전히 기대되는 이유다.


     

    짱유(aka 장유석)

     

    호평받은 일랍와비사비룸에서의 활동, 그리고 솔로앨범 [장유석]을 연이어 내놓은 랩퍼 짱유(aka 장유석)은 결과물의 양과 질에 비해서 충분히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랩퍼다. 비트의 흐름은 무시하는 듯 내지르는 변칙적인 플로우와 순간적으로 집중하게 만드는 재치 있는 가사의 조합은 짱유를 대체불가능의 캐릭터로 만들었다. 조금 과하다 싶은 순간도 있지만, 이런 스타일 덕분에 여지없이 참여한 모든 곡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는 한다.

     

    특히, 전담 프로듀서가 멤버로 있는 팀에서 활동 이후, 비트메이킹까지 영역을 넓혀 자신만의 스타일을 견고히 하려는 시도는 앞으로 결과물을 더욱 기대하게끔 한다.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약점으로 느껴지기도 했던 가사의 스펙트럼 역시 [장유석]을 통해 넓히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짱유가 발표한 결과물의 행적을 따라가 본다면, 그의 빛나는 개성과 실력을 부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최자

     

    씨비 매스(CB Mass)를 거쳐 다이나믹 듀오의 반쪽으로 활약 중인 최자는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랩퍼 중 한 명일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그의 실력에 대한 평가는 다소 박한 게 사실이다.  대개 랩 그룹의 경우, 한 멤버의 특출난 랩 실력이 부각되면, 다른 멤버의 랩은 저평가되거나 묻히기 일쑤다. 물론, 실제로 랩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탓에 주목받지 못하는 예도 많다. 하지만 최자가 오랜 경력을 이어오며 받은 평가는 좀 억울할 만하다.

    다른 멤버 개코의 퍼포먼스가 워낙 뛰어나고, 2013년 이센스가 랩퇴물이라 규정한 뒤로 돌이키기 힘든 이미지가 덧씌워졌으나 최자의 랩은 여전히 기술적으로 준수한 편이다. 특히, 장면마다 생명력을 부여하는 이야길 짜는 솜씨는 다이나믹 듀오가 지닌 매력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비트에 착 달라붙었다가 끊어치듯 이어지는 특유의 플로우와 목소리 톤 역시 곡에 힘을 실어주기에 충분하다. 최근엔 음악 외적인 이슈로 더 주목받는 그이지만, 그의 랩이 지닌 힘은 아직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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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동이 (2016-11-24 15:56:17, 112.168.40.**)
      2. 더콰랩이 찬양받으면서 최자랩이 까이는 아이러니한 경우...ㅋㅋ
        최자가 랩 못한다는건 진짜 말도 안된다.
      1. 랩퍼엔 (2016-11-21 11:15:40, 211.56.190.***)
      2. 랩퇴물ㅋㅋㅋ ㅠㅠ 최자.. 나랑 생년월일도 같은데
      1. 꺾새 (2016-11-18 00:29:55, 218.152.149.***)
      2. 뱃사공!!! 넉살 앨범 피쳐링과 리짓군즈 앨범, 솔로 작업물 정말 재밌게 들어서 더 주목받으면 좋겠을 엠씨!!
      1. 할로윈1031 (2016-11-11 03:57:27, 182.225.134.**)
      2. 저한테는 역시 이 부문에선 XL을 꼽게 되더라구요.
        정식 음반으로 들은 건 아마 Addsp2ch - Conqueror 에서 처음이었던거 같은데 벌스3에 등장해서 그야말로 발라버리듯 랩을 해대는데 뻑갔습니다. 냉소가득한 표현도 죽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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