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2016 국외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20
- rhythmer | 2016-12-19 | 1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
리드머 필진이 1차 후보작 선정부터 최종 순위 선정까지 총 두 번의 투표와 회의를 통해 선정한 ‘2016 국외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20’을 공개합니다. 아무쪼록 저희의 리스트가 한해를 정리하는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2015년 12월 1일부터 2016년 11월 30일까지 발매된 앨범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온전히 알앤비/소울로 분류하기에 모호한 블랙 뮤직 퓨전 앨범 베스트도 공개할 예정입니다.
20. Greg Dean - The Greg Dean Project
Released: 2016-04-29
Label: NIA Music Distribution
매년 생각지 못했던 순간, 생소한 아티스트의 앨범이 탁월한 완성도로 짜릿함을 안기곤 한다. 올해는 본작이 그랬다. 이미 모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유명한 소울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그렉 딘(Greg Dean)은 전 세계적으로 발매한 이번 앨범을 통해 보다 많은 이에게 이름을 각인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현 미국 메인스트림 알앤비/소울 씬의 트렌드와는 전혀 상관없는 방향에서 출발하고 마무리된 [The Greg Dean Project]에는 소울풀하고 재지한 바이브의 곡들이 그득하고, 순간순간 살아나는 멜로디 또한, 귀를 사로잡는다. 그렉 딘의 월드와이드 행보에 힘을 보탠 건 미국의 뛰어난 소울 아티스트들이다. 인디 소울의 제왕이라 불리는 에릭 로버슨(Eric Roberson)을 비롯하여 필라델피아 출신의 캐롤 리딕(Carol Riddick), 배우이자 싱어 체스터 그레고리(Chester Gregory), 재즈와 소울을 넘나드는 샨테 캔(Chantae Cann), 모타운 시절의 소울을 추구하는 신인 마이칼 킬고어(Mykal Kilgore), 그리고 오랜 시간 걸출한 이들과 작업해온 베테랑 고든 챔버스(Gordon Chambers) 등이 참여하여 그렉 딘이 주조한 소울 음악의 농도를 더욱 짙게 만들었다. 가히 올해의 발견이라 할만하다.
19. K. Michelle - More Issues Than Vogue
Released: 2016-03-25
Label: Atlantic
VH1의 저명한 음악 리얼리티 시리즈인 [Love & Hip Hop]을 통해 전국적인 관심을 얻게 된 케이 미셸(K. Michelle)은 그동안 뚜렷한 캐릭터를 구축해왔다. 특히, 전작에서 선보인 시원하게 터지는 발성과 랩을 던지는 듯 유려한 딜리버리, 그리고 직설적인 가사에서 그녀의 강한 기질이 도드라졌다. 이번 앨범에서도 이 같은 미셸의 어프로치는 이어진다. 저돌적인 랩을 선보이는 첫 트랙 “Mindful”은 그 특유의 대담성이 느껴지는 대표적 트랙. 이후에는 강한 발성과 보컬 진행으로 감정을 뒤흔드는 전형적인 발라드 넘버들이 전반부에 포진했다. “Ain’t You”와 “Not A Little Bit”, “If it Ain’t Love”로 이어지는 구간을 지나면서 등장하는 슬로우 잼 트랙에서는 미셸의 호흡과 강약조절 능력이 부각된다. 트랙의 기조나 풍을 달리 가져감에도 그녀는 창법을 바꾼다거나 색다른 해석을 선보이진 않는데, 애초에 보컬이 지닌 흡입력과 퍼포먼스가 훌륭하기 때문에 이것이 흠이 되진 않는다. 능수능란한 미셸의 보컬과 한 곡 한 곡 짜임새 있는 구성에 집중하여 듣다 보면, 이번에도 역시 관능적이고 잘 만들어진 주류 알앤비 앨범임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18. Musiq Soulchild - Life On Earth
Released: 2016-04-15
Label: eOne, My Block
뮤지크의 음악 세계를 대표하고, 여전히 많은 팬들이 그리워하는 스타일은 아무래도 [Aijuswanaseing]이다. 무려 5년만에 발표한 새 솔로작 [Life on Earth]에서 뮤지크는 드디어 방황(?)을 멈추고 초창기의 소울차일드로 돌아갔다. 인디로 정체성을 새로이 하고 내놓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다. 애간장을 태우듯 쥐었다 풀었다를 반복하며 흐르는 일렉트릭 건반과 전반적으로 재지하고 느긋한 기운이 어우러져 초기 네오 소울의 향을 풍기는 첫 싱글 “I Do”는 물론, ‘90년대 힙합 소울 프로덕션을 고스란히 재현한 “Heart Away”, 나긋나긋하고 펑키한 그루브가 살아있는 “Changed My Mind” 등의 곡은 이를 증명하는 예다. 무엇보다 본작이 흥미로운 건 그렇다고 음악적으로 추억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90년대 초·중반 스타일의 힙합 비트를 바탕으로 톤에서 변화를 준 보컬이 얹혀 강렬하게 진행되다가 2/3를 기점으로 808드럼의 트랩 비트와 그윽한 신스가 어우러지며, 기가막힌 무드의 반전이 이루어지는 “Wait A Minute”는 언제나 프로듀서들과 함께 음악 전반을 책임져온 그의 감각적인 시도를 엿볼 수 있는 곡들이다. 사실 뮤지크는 앨범을 거듭하며, 은근히 변화를 시도해왔고, 그럼에도 장르의 정통성을 놓치지 않고자 노력해왔다. 때론 새로운 시도가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때도 있지만, 이번 앨범은 그의 클래스가 여전히 높다는 걸 증명했다.
17. Regina Belle - The Day Life Began
Released: 2016-01-22
Label: Peak Records, Shanachie Ent.
어느덧 데뷔 30년이 넘은 싱어송라이터 레지나 벨(Regina Belle)은 2004년 작인 [Lazy Afternoon] 이후로 한동안 가스펠에 중점을 두고 활동해왔다. 그런 그녀가 다시금 100% 알앤비 음악과 함께 돌아온 게 바로 본작이다. 대략 십수 년만이다. 올포원(All-4-One)의 제이미 존스(Jamie Jones)와 또 다른 베테랑 잭 쿠겔(Jack Kugell)이 뭉친 더 헤비웨잇츠(The Heavyweights)가 전체 프로듀싱을 맡아 온기 가득한 트랙으로 꽉 채웠고, 벨의 깊고 아늑한 보컬과 사색적인 가사가 어우러져 상당한 울림을 선사한다. 그녀의 보컬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해온 발라드 곡들 외에도 이번엔 슬로우 잼과 미디엄 템포의 펑키한 곡들에서 느껴지는 힘 또한 대단한 편. 특히, 앨범 전반적으로 벨의 전성기적(‘89년 ~ ‘93년)에 나온 작품보다 밀도가 높다. 여전히 훌륭한 음악을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감흥을 전하는 베테랑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직도 레지나 벨을 그저 "A Whole New World"를 불러 인기 얻은 가수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본작을 꼭 한 번 들어보길 권한다.
16. The Weeknd – Starboy
Released: 2016-11-25
Label: XO, Republic
이른바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시대를 열었던 삼대장 중 한 명인 위켄드(The Weeknd)는 프랭크 오션(Frank Ocean)과 미겔(Miguel)에 비해 뚜렷한 시그니쳐 사운드를 구축했다. 이후, 방향성의 변화가 감지됐던 2집 [Beauty Behind the Madness]로 상업적인 히트를 친 그는 본작에서 더욱 월등한 빈도수의 대중친화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바꾼 노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앨범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Starboy]는 위켄드의 음악적/지위적인 변화를 알리는 일종의 선언문이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가사를 통해 기세등등한 모습을 어필하고 있으며, 그 저변에는 화려한 멜로디와 한 층 더 귀를 잡아끄는 후렴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무드가 변화를 거듭하고 감각적인 멜로디 세례가 이어지는 중반부까지의 흡입력은 대단하다. 더불어 대중적인 작품의 정형화된 노선을 따르면서도 ‘80년대 뉴 웨이브 바이브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등, 색다른 시도를 선보이기도 한다. “Secrets”와 “A Lonely Night” 등은 대표적이다. 확실히 본작은 위켄드의 클래스를 다시 한 번 증명하는 동시에 차트 꼭대기에 장시간 머물만한 요소 또한, 여럿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스타가 된 위켄드의 앨범 커리어는 이번에도 순항을 계속한다.
15. KING - We Are KING
Released: 2016-03-11
Label: King Creative
LA를 기반으로 하는 알앤비/소울 트리오 킹(KING)은 2011년에 발표한 데뷔 EP로 평단과 장르 팬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비록, 3곡밖에 수록되지 않았지만, 드림 팝(Dream Pop) 특유의 나른하고 몽환적인 사운드와 알앤비/소울을 결합한 복고적이면서도 세련된 프로덕션과 공간감을 강조한 보컬이 어우러져 팀의 고유한 음악적 색깔을 드러내는 데 성공적이었다. 데뷔 이후 5년이 지난 뒤에야 빛을 보게 된 첫 정규 앨범 [We Are KING] 역시 EP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앨범에는 EP의 수록곡들이 확장된 버전으로 실려있는데, 여전히 세련된 편곡이 돋보이며, 앨범의 다른 신곡들과도 무리 없이 어우러진다. 나른하고 늘어지는 신시사이저와 느릿한 멜로디 라인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따뜻한 음악이 앨범 전체로 확장되었다. 특히, 넘실거리는 신스 라인으로 넘쳐나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 후반부가 추가된 “Hey”는 앨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We Are KING]의 강점은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힘이 좋다는 것이다. 앨범의 색깔이 확실하고, 개별 트랙들도 이에 따라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앨범 전반을 아우르는 무드와 세세한 부분의 편곡에서 느껴지는 맛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변치 않은 음악 세계를 첫 앨범에 고스란히 담아내고자 한 이들의 노력이 5년이라는 긴 세월 끝에 드디어 성공의 결실을 보았다.
14. BJ the Chicago Kid - In My Mind
Released: 2016-02-19
Label: Motown Records
비제이 더 시카고 키드(BJ the Chicago Kid)가 눈에 띄기 시작한 건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스쿨보이 큐(Schoolboy Q) 등등, 블랙 히피(Black Hippy) 크루와 교류하고, 데뷔 앨범인 [Pineapple Now-Laters]를 발표하면서부터다. 비록, 큰 상업적 성공은 없었지만, 그의 재능을 눈 여겨 본 모타운(Motown)과 계약이 이루어졌고, 이번 앨범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비제이는 [In My Mind]을 통해 지난 앨범의 기조를 더욱 확장하여 복고적 향취가 느껴지는 필리 소울, 두왑(Doo Wap)에서부터 네오 소울, 트랩까지 블랙 뮤직의 다양한 장르들을 한데 아우른다. 그리고 이렇게 폭넓은 범위의 음악을 다루면서도 트랙 간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 이것들을 현대적인 감성으로 살린 프로덕션과 더불어 탁월한 보컬 덕분이다. 특히, 현 메인스트림 힙합/알앤비 사운드에 기반을 두되 구성과 멜로디 면에서 약간의 전위적인 해석을 거친 곡들, 이를테면, 속도감 있는 보컬, 자유분방한 후렴구, 그리고 챈스 더 랩퍼(Chance the Rapper)의 멜로딕한 랩이 어우러진 “Church” 같은 곡에서 그의 진가가 드러난다. 비제이가 이번 앨범에서 기존의 음악적 방향성을 수정하지 않고 적절하게 확장한 것은 성공적이다. 구성적으로도 훨씬 일관적으로 정돈되어 믹스테입에서 발전한 기획에 따른 전작의 한계 또한 보완했다. 과거의 것들을 한데 모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풀어냈다는 점 또한 본작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겠다.
13. Terrace Martin - Velvet PortraitsReleased: 2016-04-01
Label: Ropeadope
2004년이래 스눕 독(Snoop Dogg), 디제이 퀵(DJ Quik), 커럽(Kurupt), 탈립 콸리(Talib Kweli), 찰리 윌슨(Charlie Wilson),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등의 앨범에서 프로듀싱, 혹은 연주로 활약해온 테레스 마틴(Terrace Martin)은 현재 손꼽을만한 블랙뮤직 프로듀서 중 한 명이다. 솔로 앨범은 물론, 그동안 참여한 아티스트의 곡들을 들어보면, 그가 얼마나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아티스트인지 여실히 체감할 수 있다. 마틴은 이전부터 재즈와 소울에 기반을 두면서 적재적소에 웨스트코스트 힙합 사운드를 배합하여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왔다. 그리고 이번 새 앨범에 이르러 음악적 근간을 이루는 세 개의 장르, 소울, 재즈, 쥐펑크(G-Funk)를 한데 모아 절묘하게 배합하는데 성공했다. 샘플러와 보코더는 물론, 키보드, 드럼, 색소폰 등의 악기 연주에도 능한 그답게 앨범의 프로덕션은 이전처럼 라이브 연주의 질감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 썬더캣(Thundercat), 카마시 워싱턴(Kamasi Washington), 로날드 부르너 주니어(Ronald Bruner Jr.) 등이 포진한 피처링 진은 본작이 얼마나 이 부분에 신경 쓴 작품인지를 대변한다 해도 과언 아니다. 그야말로 재즈, 소울, 쥐펑크 사운드가 이상적으로 결합한, 테레스 마틴이 아니라면 만들지 못했을 개성 있고 소울풀한 작품이다.
12. dvsn - Sept. 5th
Released: 2016-04-01
Label: OVO Sound, Warner Bros
레이블 ‘OVO sound’의 아티스트들은 대체로 수장인 드레이크(Drake)와 비슷한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그것은 멜랑꼴리한 사운드의 클라우드 랩(Cloud Rap)과 PBR&B 같은 하위 장르들로 대표되는데, 이는 신예 알앤비 그룹 디비전(dvsn) 역시 마찬가지다. 그 흔한 뮤직비디오나 프로필 사진 한 장 찍지 않으며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디비전의 음악은 PBR&B로 대표되는 얼터너티브 알앤비(Alternative) 열풍 속에서도 눈에 띄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앨범의 프로덕션은 PBR&B를 바탕으로 '70년대 필리 소울, '90년대 네오 소울과 힙합 소울 등을 아우르며, 이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특히,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With Me”와 “The Line”는 본작의 하이라이트. 극적인 변주와 다양한 소스의 차용으로 두 곡 다 러닝타임이 약 7분에 달하는 대곡임에도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니엘의 보컬 역시 밀고 당기며 리듬감을 만들어내는 솜씨가 일품이며, 건조하고 담담한 보컬 톤은 프로덕션의 방향과도 무척 잘 어울린다. [Sept. 5th]는 얼터너티브라는 명칭이 무색해질 정도로 PBR&B를 표방하는 아티스트가 쏟아져 나오는 작금의 알앤비 씬에서도 돋보이는 완성도를 자랑하는 앨범이다. 신인임에도 특별한 프로모션 없이 오로지 음악으로 정면승부 하는 것도 이들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OVO Sound’의 진정한 비밀병기임을 증명한 작품이다.
11. Frank Ocean – Blonde
Released: 2016-08-20
Label: Boys Don’t Cry
[Blonde]는 지난 몇 년 동안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이 살아온 삶의 하이라이트를 그린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오션 특유의 스토리텔링과 은유법을 통한 작가적 참신함이 앨범의 성패를 좌우했다. 오션은 분명 특별한 청년이다. 그는 성소주자를 대변함과 동시에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겪었으며, 첫 정규 앨범으로 단숨에 슈퍼스타가 되었다. 이처럼 모든 부분에서 평범하지 않은 자신의 재료들을 너무나도 평범한, 누구나 겪을만한 일상의 아픔으로 그려낸 오션의 서술적 능력은 그야말로 경이롭다. 그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법은 우리의 마음을 한순간에 일그러뜨렸다가 다시 미소 짓게 할 만큼 강력한 정서적 공감대를 이룬다. 전작과 대비되는 부분이 있다면 프로덕션을 뽑을 수 있다. 미니멀한 운용을 통해 사운드를 깔끔하고 촘촘하게 정제해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중독적인 멜로디와 후렴보단 유기적인 흐름과 소리의 조화를 부각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분명 그의 작법이나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고유의 방법에는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신선하고 도전적인 부분에서 [Blonde]가 [Channel Orange]보다 뒤처질진 모르나 여전히 오묘하고 인상적이라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무엇보다 운영적인 측면에서는 더욱 노련미를 뿜고 있으며, 진화보다는 성숙함에서 비롯한 아름다움을 담아낸 작품이다.
10. Maxwell - blackSUMMERS'night
Released: 2016-07-01
Label: Columbia
맥스웰(Maxwell)이 [Now]이후, 무려 8년 만에 정규 4집 [BLACKsummers'night](2009)을 발표하면서 약속한 건 3부작이었다. 모두 같은 제목이지만, 음악 성향에 따라 한 단어씩을 대문자로 부각하여 차별화했는데, [blackSUMMERS'night]은 그중 2부에 해당했다. 그리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미 6년 전인 2010년에 나왔어야 하는 작품이다. 맥스웰이 언제 그런 약속을 했었냐는듯 천연덕스럽게 돌아와 발표한 본작은 다행히 그동안의 야속함을 잊게해줄만큼 만족스럽다. 앨범엔 우리가 그로부터 듣고 싶었던 멜로디와 느끼고 싶었던 무드,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스타일의 곡이 보기 좋게 섞여 있고, 그 중심에서 맥스웰의 탁월한 보컬 퍼포먼스가 방점을 찍는다. 더불어 신앙심과 가스펠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었던 최초 컨셉트는 일부 유지되고 일부 수정된 지점이 엿보인다. ‘90년대풍의 네오 소울은 물론, 올드 소울, 팝 소울 등이 포진한 프로덕션 면에서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운데, 가스펠 요소는 미세하게 스며있을 뿐이지만, 연인 사이에서부터 지구와 관계까지 나아가는 광대한 사랑을 담은 가사에선 신앙심에 대한 은유가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맥스웰은 이번 앨범으로 말미암아 오랜 공백 탓에 점점 사그라져가던 존재감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으며, 프로듀서 하드 데이비드(Hod David)와 함께 다시 한 번 매혹적인 소울을 선사했다.
9. Keith Sweat - Dress to Impress
Released: 2016-07-22
Label: KDS Entertainment
뉴 잭 스윙(New Jack Swing)의 선구자이자 슬로우 잼(Slow Jam)의 대가 키스 스웻(Keith Sweat)의 커리어는 솔로 아티스트로서만 따져도 32년여에 이른다. 평균 2년마다 정규 앨범을 내고, 그사이에 다른 아티스트의 곡, 혹은 앨범까지 프로듀싱해왔으니 정말 쉼 없이 달려온 셈이다. 그런 그가 약 4년 반 만에 발표한 이번 앨범에 담긴 음악은 스웻의 전성기, 즉 ‘90년대 중반의 알앤비와 맞닿아있다. 일단 장르 스타일에 한 획을 그으며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30년 동안 양질의 작품을 발표해온 키스 스웻 같은 거장의 결과물을 논할 땐 답습이란 단어를 꺼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중요한 건 여전히 감흥을 줄만한 완성도를 담보했는가이며, 그런 의미에서 본작은 탁월하다. 확실히 이전보다 끈적끈적함은 줄었지만, 곡 대부분의 구성과 멜로디가 시종일관 ‘90년대 알앤비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우리가 잠시 잊었던 ‘90년대 초·중반 알앤비의 가장 로맨틱했던 순간을 불러오는 데 성공했다. 그것도 단순한 추억팔이가 아닌, 밀도 있는 음악을 통해서 말이다. 그만큼 [Dress To Impress]는 들을수록 감흥이 짙어지는 작품이다. 참으로 반가운 알앤비 거장의 귀환이 아닐 수 없다.
8. August Alsina - This Thing Called Life
Released: 2015-12-11
Label: Def Jam
뉴올리언스(New Orleans) 출신의 힙합/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어거스트 알시나(August Alsina)는 나고 자란 게토(Ghetto)의 처참한 환경을 과감하게 묘사한 가사를 잘 짜인 멜로디와 유려한 흐름의 보컬에 실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는 갱스터 랩퍼들의 표현방식과 유사하면서도 또 다른 이야기의 맛을 느끼게끔 했다. 두 번째 정규앨범 [This Thing Called Life] 역시 그의 실제 경험들이 바탕에 깔렸으며, 전작보다 깊어진 감정표현과 외연적으로 확장된 주제의식이 잘 드러난 앨범이다. 프로덕션은 트렌디한 메인스트림 힙합, 알앤비 사운드를 충실하게 구현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차분히 가라앉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탁월한 멜로디와 보컬은 지난한 삶의 과정에서 알시나가 느꼈던 복잡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가사와 잘 어우러지고 있는데, 제이지(Jay Z)의 동명의 히트곡에서 모티브를 따와 죽은 형에 대한 애통한 감정을 드러내는 “Song Cry”는 대표적이다. [This Thing Called Life]는 큰 변화 없이 기존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음악적으로 더욱 성숙한 알시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데뷔 때부터 꾸준히 거리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면서도 미세한 감정 표현의 변화를 통해 동어반복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도 고무적인 지점이다. 이번 앨범으로 힙합의 정체성을 지닌 알앤비 싱어송라이터로서 알시나의 영역은 더욱 견고해졌다.
7. Kindred The Family Soul - Legacy of Love
Released: 2016-09-01
Label: we're not a label
부부 듀오 킨드레드 더 패밀리 소울(Kindred The Family Soul)의 커리어는 화려하진 않을지언정 2000년대 등장한 수많은 알앤비 아티스트 중 가장 탄탄한 군에 속한다. 2003년에 첫 앨범을 발표한 이래 약 2-3년 주기로 기복 없는 완성도의 작품을 내놓았고, 상업적인 히트와 별개로 음악적인 믿음을 주는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이들은 시작부터 호흡을 맞춰온 베테랑 프로듀서 비달 데이비스(Vidal Davis of Dre & Vidal)와 함께 또 한 번 눈부신 작품을 만들어냈다. 2000년대 초반 주류에서 인디로 중심이 옮겨간 네오 소울을 근간으로 힙합과 빈티지한 사운드 또한 적재적소에서 끌어안은 프로덕션 노선, 그리고 전반을 아우르는 주제가 사랑이라는 가사적 노선은 변함없다. 단, 곡들의 구성과 멜로디의 흡입력이 근 몇 년 사이 나왔던 그들의 앨범 중 최고라 할만하다. 더불어 이번엔 연인 간의 사랑과 인류애적인 사랑 외에도 올해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던 ‘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사회적 운동과 연관한 가사를 통해 더욱 깊은 감흥을 이끌어낸 점이 눈에 띈다. [Legacy of Love]는 우리가 메인스트림 씬과 차트 밖으로도 계속해서 눈을 돌려야 할 이유를 말해주는 작품이다.
6. Jamila Woods - HEAVNReleased: 2016-07-11
Label: Closed Sessions
시카고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자밀라 우즈(Jamila Woods)는 사운드클라우드에 무료 공개한 이 데뷔 앨범을 통해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녀는 미국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를 대변하는 흑인 여자의 시선으로 사회적인 억압을 묘사한다. 경찰의 공권력 남용, 시카고에서 발생하는 범죄, 슬럼가에서 일어나는 무차별적인 폭력 등, 기존에 커먼(Common)이나 루페 피애스코(Lupe Fiasco), 그리고 치프 키프(Chief Keef)가 이용했던 소재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직접적인 묘사 대신 시적인 표현과 간접적인 서술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톤 앤 매너가 앞서 예시한 아티스트들의 작품과 차이점을 보인다. 또한, 자전적인 이야기로 소재들을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스토리의 구조나 서술적인 접근법이 기존의 정치적인 앨범들과 결을 달리한다. 프로덕션적인 견고함 역시 우즈의 메시지에 힘을 싣는다. 라이브 드럼 세션과 따뜻한 바이브를 가미하는 베이스 운용이 본작에 네오소울적인 성격을 형성케 했다. 기타, 신스, 관악기 등이 더해지면서 각 트랙은 형태를 달리한다. 본인의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을 표출하는 “VRY BLK”과 루츠(The Roots)의 프로듀싱이 빛을 발한 “HEAVN”, 챈스 더 랩퍼(Chance The Rapper)와 함께 시카고의 명암을 묘사한 “LSD”, 후반부의 “Holy” 등은 앨범의 킬링 트랙이다. 더불어 강한 발성으로 감정에 호소하기보단 덤덤하게 자신의 신념을 전달하는 창법에선 우즈의 외유내강적인 면모가 확인된다. 물가에 돌 하나를 던지면 수면에 생긴 파동이 점점 퍼져나가듯 [HEAVN]은 잔잔하게 시작하지만, 거침없이 팽창하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5. Phonte & Eric Roberson – Tigallerro
Released: 2016-07-22
Label: The Foreign Exchange Music
랩퍼 폰테(Phonte)는 그룹 리틀 브라더(Little Brother)의 멤버로 데뷔한 이래 팀이 해체한 후에도 듀오 포린 익스체인지(The Foreign Exchange)와 솔로 앨범을 통해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보다 앞선 2001년에 데뷔 앨범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에릭 로버슨(Eric Roberson) 역시 15년여의 활동 기간을 탄탄한 커리어로 장식해오며 ‘인디 소울의 제왕’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이 둘은 각자의 곡에, 혹은 다른 아티스트의 곡에 함께 피처링하며 정식 듀오 못지않은 호흡을 맞춰왔고, 결국, 이렇게 합작 앨범을 내기에 이르렀다. 앨범의 프로덕션은 그동안 두 아티스트가 추구해온 방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종종 랩과 노래를 병행하는 폰테는 니콜라이(Nicolay)와 프로젝트인 포린 익스체인지를 거치며, 예전부터 소울 음악에 가까이 다가서있었고, 로버슨도 힙합에 적지않은 지분을 할애해왔기에 그들의 음악은 접점이 많았다. 그 결과 네오 소울을 중심으로 곡에 따라 힙합이 조금씩 가미된, 따스하고 소울풀한 기운의 프로덕션이 구축됐다. 장르적으로 따지자면, 그만큼 힙합보다는 알앤비/소울 앨범에 가까운 셈인데, 폰테 역시 노래와 랩의 비중을 엇비슷하게 둔 점이 눈에 띈다. 육체적 관계보다 정신적 관계와 유대가 더 중요한 것임을 역설하는 낭만적이고 이성에 대한 존중심 넘치는 가사를 음미하는 건 본작의 또 다른 백미다. 폰테와 에릭 로버슨은 그야말로 요즘 힙합/알앤비 씬에서 보기 드문 로맨티시스트들이다. 두 아티스트는 오랫동안 쌓아온 우정과 공유해온 사랑관을 바탕으로 본작을 완성했고, (물론, 폰테가 노래도 할 줄 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그 덕에 랩퍼와 싱어가 합작한 기존의 결과물과는 사뭇 다른 감흥을 선사하는 데에 성공했다.
4. Gallant – Ology
Released: 2016-05-04
Label: Mind of a Genius, Warner Bro
부신 재능과 뛰어난 완성도의 앨범으로 귀를 사로잡는 신예의 등장을 마주하는 건 언제나 짜릿하고 가슴 벅차다. 올해는 갈란트(Gallant)였다. 지난 2014년에 발표된 EP [Zebra]를 통해 드러났던 그의 범상치 않은 실력과 감각이 이번 첫 번째 정규작에서 폭발했다. 대부분 곡을 책임진 신인 프로듀서 스틴트(STiNT)는 얼터너티브 알앤비 특유의 음울하고 차가운 사운드에 기반을 두고 전통 소울은 물론, 일렉트로닉, 락 등등, 몇 개의 장르를 기가막힌 비율로 배합하여 탁월한 프로덕션을 구축했고, 갤런트는 가성과 진성을 자유롭게 오가는 보컬과 감각적인 작사, 작곡으로 앨범의 흐름을 주도한다. 특히, 본능적으로 흘러가다가도 필요한 순간에 뚜렷하게 살아나는 멜로디가 일품이며, 대도시에서 생활하며 느낀 우울과 자조적인 감정에서 비롯한 가사의 여운도 상당하다. ‘50년대 두왑(Doo Wop) 사운드를 센스 있게 재해석한 프로덕션 위로 보컬과 멜로디의 극적인 전개가 펼쳐지는 “Weight In Gold” 같은 곡을 들어보라.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사실 겉으로만 보자면, [Ology] 속 음악은 오늘날 숱하게 들을 수 있는 얼터너티브 알앤비 프로덕션과 무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세세한 부분의 완성도 면에서 해당 장르에 기반한 여느 아류작들과 수준을 달리한다. 그야말로 높은 완성도를 위해 필요한 모든 부분이 이상적으로 어우러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3. Anderson .Paak – Malibu
Released: 2016-01-15
Label: Steel Wool, OBE, Art Club, Empire
앤더슨 팩(Anderson .Paak)이 자신의 성 앞에 점이 붙은 이유에 관해 설명한 적 있다. 독특한 표기법을 통해 팬들이 자신의 작은 디테일을 포함한 모든 것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시각에 따라 이를 과한 나르시시즘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에게도 사정은 있다. 브리지 러브조이(Breezy Lovejoy)라는 이름으로 데뷔한 그는 2012년에 발표한 두 작품을 통해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처참했고 무명생활은 길어졌다. 이름을 바꾼 그는 2014년 [Venice]로 반응을 끌어내는가 싶더니, 이듬해엔 닥터 드레(Dr. Dre)의 [Compton]을 통해 드디어 양지에 올라왔다. 그런 의미에서 [Malibu]는 팩의 정규 2집이지만, 본인을 처음 대중에게 정식으로 소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본작의 주 소재는 자전적인 성격의 옛 이야기와 스타덤에 오르게 된 현재다. 신스와 트럼펫으로 레트로적인 바이브를 자아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붐뱁 드럼을 위시한 힙합 중심적인 트랙들 역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프로덕션적으로도 앞서 언급한 두 소재를 알맞게 표현해냈다. 상반된 두 차원을 넘나들며 그 사이에 위치한 ‘말리부’라는 가상의 공간을 소개하는 대목 역시 흥미로운 지점. 이곳에서는 팩의 삶, 혹은 내면에 쌓인 개인적인 흔적들과 말 그대로 ‘말리부’에 대한 여러 레퍼런스들이 발견된다. 허스키한 음색으로 랩과 보컬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팩의 재능이 탄탄한 프로덕션과 만나 매우 훌륭한 자기소개서를 완성시켰다. 우리가 부푼 가슴으로 새 결과물을 기대해야 할 알앤비/소울 아티스트가 또 한 명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2. Solange - A Seat At The Table
Released: 2016-09-30
Label: Saint, Columbia
2002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솔란지(Solange)의 커리어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건 2012년에 발표한 EP [True]부터다. 언니 비욘세(Beyonc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전과 달리 전위파 뮤지션 데브 하인즈(Dev Hynes)와 손잡으며 개성 강한 음악으로 드디어 솔란지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세 번째 정규앨범 [A Seat At The Table]은 전작의 연장선상에서 보다 깊고 탄탄해진 음악 세계를 맛볼 수 있는 걸출한 완성도의 작품이다. 앨범을 총프로듀싱할 파트너로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을 택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그의 참여로 EP 때보다 알앤비적인 색채가 짙어졌는데, 이것이 앨범을 한층 단단하게 만들었다. “Cranes in the Sky”, “Mad”, “Where Do We Go” 등은 대표적으로 사딕의 손길이 느껴지는 트랙들로, 곳곳에 사이키델릭한 소스들이 첨가되어있어 두 아티스트의 색깔이 적절히 조화를 이뤘다는 인상을 준다. 앨범이 특별한 건 그 안에 담긴 내용 덕분이기도 하다. 그녀는 본작을 통해 최근 몇 년간 이슈가 된 흑인 인권 문제를 다루면서 흑인으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부드럽지만, 강한 어조로 설파하고 있다. 솔란지는 [A Seat at the Table]을 통해 견고한 영역을 구축함과 동시에 커리어 최고의 앨범을 갖게 됐다. 자매가 모두 같은 해에 정규앨범을 내고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은 덤이다. 무엇보다 앨범은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To Pimp a Butterfly]에 비견될 만큼 사회, 정치적인 이슈를 감각적이고 탄탄한 음악으로 담아냈다. 비욘세의 동생이 아닌 아티스트 솔란지의 본격적인 시작은 이제부터일지도 모른다.
1. Beyonce - Lemonade
Released: 2016-04-23
Label: Parkwood, Columbia
2013년 말 비욘세(Beyoncé)는 전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수록한 ‘비주얼 앨범(Visual Album)’ [Beyoncé]를 깜짝 발표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 비욘세는 처음 시도했던 방식 그대로 다시 한 번 새로운 정규작 [Lemonade]를 깜짝 발표했다. 그러나 [Lemonade]가 놀라웠던 건 단지 형식적인 측면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내용 때문이다. 본작은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된 여성이 느끼는 일련의 감정들과 이후 자존감을 회복하고 이를 블랙 커뮤니티 전체로 투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음악적 완성도가 뒷받침된 덕분에 그녀의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디플로(Diplo), 히트-보이(Hit-Boy), 마이크 윌 메이드 잇(Mike WiLL Made-It) 등등, 다양한 프로듀서가 참여한 가운데 비욘세가 중심을 잡아 프로덕션을 이끌며 전작 못지않은 탁월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메인스트림 힙합/알앤비 사운드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락, 스윙 재즈, 일렉트로닉 팝 등, 다양한 장르를 기가 막히게 아우른다. 특히, 다채로운 트랙들 사이에서도 관록과 여유 넘치는 비욘세의 퍼포먼스는 여전히 놀랍다. [Lemonade]는 그야말로 치부일 수도 있는 그녀의 아픈 개인사를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각 트랙들을 따로 제작했던 전작과 달리 전곡을 엮고 내레이션을 추가해 1시간짜리 영화로 연출한 뮤직비디오 역시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하며, 음악의 메시지를 더욱 명확하게 전달한다. 흥미로운 서사와 훌륭한 음악, 그리고 영상까지 3박자가 고루 어우러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모진 풍파 속에서도 여왕의 자리는 오히려 더 견고해졌다.
19
-
-
- 양영봉 (2016-12-29 10:41:29, 112.221.85.***)
- Bilal 앨범 좋튼데요
-
- miNs (2016-12-29 01:31:32, 221.156.220.***)
- 온전히 알앤비/소울로 분류하기에 모호한 블랙 뮤직 퓨전 앨범 베스트도 공개할 예정입니다.
blood orange 등은 저 리스트에 있을 듯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항상 잘 보고 있어요,
-
- fs (2016-12-27 14:03:16, 110.9.103.***)
- Blood Orange - Freetown Sound도 순위에 들지 못했네요.
-
- Nike (2016-12-25 13:22:40, 110.14.168.***)
- Izzy Bizu 도 좋겠들었는데..
-
- 이재호 (2016-12-23 21:44:44, 220.76.206.**)
- 순위야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PJ랑 NAO가 20위안에는 들줄알았는데 없네요. 특히 NxWorries (Anderson .Paak & Knxwledge)는 TOP5안에 들거라 생각했는데...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