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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2017 국내 랩/힙합 앨범 베스트 10
    rhythmer | 2018-01-09 | 2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리드머 필진이 1차 후보작 선정부터 최종 순위 선정까지 총 두 번의 투표와 회의를 통해 선정한 ‘2017 국내 랩/힙합 앨범 베스트 10’을 공개합니다. 아무쪼록 저희의 리스트가 한해를 정리하는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

     

    2016 12 1일부터 2017 11 30일까지 발매된 앨범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10. TFO - ㅂㅂ

     

    Released: 2017-03-22

    Label: Grack thany, 지니뮤직

     

    랩퍼 B.A.C와 프로듀서 사일러밤(Sylarbomb)의 팀 TFO(티에프오) [PTSM]이후 2년이 넘는 시간 끝에 발표한 정규 2 [ㅂㅂ]은 기대한 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가장 먼저 귀를 사로잡는 건 사일러밤의 프로덕션이다. 첫 트랙 "원뿔"에서부터 곡의 직선적인 진행과는 한참 거리를 둔다. 그는 우선 낮게 깔리는 무드로 과감하게 깊이감을 주고 그 안을 다양한 사운드의 종잡기 어려운 조합으로 채워나간다. 이런 식으로 잘 설계된 공간감을 형성하는 비트는 굉장히 입체적이다.

     

    특히, 이번엔 전작에서 감지된 다소 늘어지는 구간마저 없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전보다 확실히 명료하게 다듬어진 사운드와 치밀한 연출로 짜인 변주 덕분이다. 이처럼 프로덕션의 견고함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이의 집중을 끌어내는 힘이 본작의 강점이다. 앨범 단위로 담아내려는 메시지 역시 기존의 방향성을 고수하는 동시에 변화를 준 것이 엿보인다. 팀의 색채가 유지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꽤 큰 방향전환으로 읽히기도 한다. 한국힙합을 향한 조롱과 혐오를 섞으면서 나름대로 코믹함과 서늘함을 함께 녹여낸 전작의 가사는 스스로와 대상을 철저히 분리한 거리감에 기반을 두었다. 하지만 [ㅂㅂ]에서는 그 결이 완전히 다르며, 대상과 거리도 좁아졌다.

     

    TFO는 고유한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보다 견고한 짜임새와 눈에 띄는 변화가 담긴 앨범을 내놓았다. 또한, 그들이 지닌 신선함을 환기하고 중량감을 더하는데 성공했다. 한국에서 드문 앱스트랙 힙합 앨범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9. 제리케이(Jerry. K) - OVRWRT

     

    Released: 2017-11-28

    Label: 데이즈얼라이브, 포크라노스

     

    제리케이의 경력에서 사회비판적 가사가 주로 부각되었지만, 결과물의 절반 정도는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한다. 신작 [OVRWRT]은 크게 나누어진 그의 방향 중 후자, 즉 자신을 파고들어 전시하려는 쪽이다. 따라서 [True Self] [Dope Dyed]를 잇는 연작으로 감상하면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창작 동기로 읽히는 주제의식 역시 동일하다. 일종의 자아 각성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타이틀 자체가 덮어 쓴다는 의미다. 그는 할 말은 하는 사회비판 랩퍼로서 지지를 얻었고, 힙합의 저항적 이미지의 큰 수혜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사회 비판의 시선을 젠더 이슈와 소수자, 약자 혐오 담론으로 점차 옮겨갔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균열이 발생한다. 민주화-산업화 과정에서 파생된 사회문제를 끄집어 낸 남성중심서사의 대의적 비판자로서 제리케이를 지지하던 이들이 새로운 비판 영역에는 이물감을 느낀 것이다. 한국 사회의 성숙도와 그의 행보가 발을 맞추지 못하니, 드디어 사회의 공격을 받는 사회비판자, 어쩌면 투사로서의 이미지를 획득한 것이다. 어쨌든 이런 처지에 놓인 제리케이는 다시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한다.

     

    프로덕션은 제리케이의 앨범 단위 결과물 중 가장 돋보인다. 특유의 뭉개지듯 끈적이는 베이스의 펑키함이 돋보이는 제리케이의 비트는 각 사운드 요소간에 이루어진 명료한 분리로 이전보다 공간감이 주는 맛을 더했다. 적절한 변주의 타이밍이 주는 환기 역시 치켜세울 만 하다. 제리케이는 자신의 신념과 힙합 시장의 부정합을 여러 차례 짚고 있지만, [OVRWRT]은 사실 힙합의 장르 문법과 잘 부합하기도 한다. 한국사회에서 힙합이라는 주류 음악을 하는 비주류가 다시 그 안에서 비주류가 되었을 때 겪은 부조리함과 이에 따른 다양한 감정을 담았기 때문이다.

     

     

    8. 빌스택스(Bill Stax) - 'Buffet' Mixtape

     

    Released: 2017-03-03

    Label: 린치핀뮤직, 로엔

     

    십수 년을 활동해온 아티스트가 줄곧 사용해온 이름을 바꾼다는 것이 엄청난 결심인 건 분명하다. 바스코(Vasco)는 이번 믹스테입(Mixtape)을 통해 빌스택스로서 의도한 변화가 어떤 것인지를 아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돈 세는 기계의 소리로만 채운 인트로를 통해 포문을 여는 이 앨범은 자기과시, 돈과 여자라는 아주 익숙한 키워드들을 바탕에 두고 있다. 그러나 앨범의 핵심적인 부분은 이 같은 내용보다 랩 퍼포먼스다. 거칠고 강렬하게 뿜어내던 그의 랩은 점점 리듬감을 녹여내는 동시에 더 차분하고 정돈된 형태로 변했으며, 앨범 내 일부 곡에서는 클라우드 랩에 가까운 모습까지 보인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하여 아직 활동 중인 이들이 최근에 들려주는 처참한 수준의 랩과 음악을 떠올려보면 이는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프로덕션 역시 인상적이다. 비트 대부분을 책임진 제이키드먼(Jay Kidman)은 이미 어느 정도 조명을 받아왔음에도 여전히 실력에 비해 과소평가된 프로듀서라고 할 수 있다. 항상 작업 시점을 기준으로 미국 메인스트림 힙합의 트렌드를 완연하게 재현해냈는데, 이번 앨범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복잡한 레이어링 대신 날 선 메인 음원을 중심으로 미니멀하게 구성한 비트가 아주 매끄럽다. 게다가 모든 소리를 동원해 세심히 연출한 리듬부가 돋보이며, 무겁고 음울한 분위기를 바탕에 깔아 빌스택스의 랩과 훌륭한 짝을 이룬다.

     

    독특하고 분명한 캐릭터와 부족함 없는 디스코그래피를 가지고 있던 그는 지금껏 씬의 대표적인 뮤지션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해왔지만, 그렇다고 최고의 래퍼로 거론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많은 이가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게으름에 허우적거리다 도태되어 갈 때 그는 쉼 없이 달리며 진화하고 증명해왔다. 분노가 여유로 바뀌었고, 랩과 프로덕션은 더욱 탄탄해지고 섹시해졌다.

     

     

    7. 와비사비룸(Wavisabiroom) – Vibe

     

    Released: 2017-03-28

    Label: 와비사비룸, 포크라노스

     

    프로듀서 에이뤠(ARwwae), 두 랩퍼 짱유(JJANG YOU)와 제이플로우(Jflow)가 뭉친 와비사비룸은 두 번째 EP [물질보다 정신]을 통해 가장 주목해야 할 팀 중 하나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약 2년만에 발표한 세 번째 EP [VIBE]는 보다 정돈된 느낌으로 전작의 기조를 이어가는 작품이다. 그래서 조금 더 깔끔해졌지만, 날 것의 폭발적인 에너지는 어느 정도 거세되었다. 우선 [물질보다 정신]에서도 멋진 활약을 보여줬던 프로듀서 에이뤠는 이번에도 돋보인다. 음산한 멜로디와 중독적인 루프를 절묘하게 배합하여 몽롱하고 아련함이 느껴지는 특유의 프로덕션을 완성했다.  

     

    짱유와 제이플로우의 랩이 이루는 균형도 좋다. 솔로 데뷔작 [장유석]에서 진폭이 큰 랩 스타일이 절묘한 것 못지않게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했던 짱유의 랩은 변칙적이고 과장된 플로우를 유지하면서도 보다 정돈되었다. 타이틀에 맞는 주제(‘느낌’)로 일관성을 부여한 점 역시 특기할만한 부분이다. 다소 추상적인 주제를 구체적인 상황 설정과 단어 선택, 그리고 기성 힙합 씬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어우러져 특유의 감성을 만들어냈다.

     

    [VIBE]는 성공적이었던 전작 [물질보다 정신]의 감흥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결과물이다. 그만큼 탄탄하다. 다만, 그래서 본작이 [물질보다 정신]의 괜찮은비사이드(B-Side)’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와비사비룸의 무르익은 내공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바, 이제는 EP가 아닌 정규 앨범이 궁금해진다.

     

     

    6. 재달(Jaedal) – Adventure

     

    Released: 2017-06-20

    Label: Legit Goons, 인플래닛

     

    오늘날 음악계에서 무명의 신인이 대뜸 앨범부터 발표하고 나서는 건 무모한 짓이나 다름없다. 극소수의 아티스트를 제외하곤 앨범으로 정면돌파를 감행하려는 이에게 무덤과도 같은 이곳에서 기어이 입관의 위험을 감수한 신예가 있으니 바로 재달이다. 힙합과 락 사이를 오갔던 밴드 쟈코비플래닛 출신이라는 사실만이 그나마 알려진 정보다. 그리고 이것은 재달의 데뷔 EP [Adventure]의 음악 수원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다. 그만큼 앨범에서 주가 되는 건 밴드 출신 이력이 묻어난 곡들이다.

     

    주로 기타 리프를 부각한 라이브 질감의 프로덕션 위로 구수하지만, 촌스럽지 않은 랩-싱잉 퍼포먼스가 얹혀 적잖은 감흥을 안긴다. 트렌드에 연연하지 않고 맘 가는 대로 만든듯한 인상도 역력하다. 더욱 흥미로운 건 그가 싱어송라이터에 가까운 랩퍼라는 점이다. 재달이 구사하는 랩-싱잉은 여느 랩퍼들이 종종 따라하는 미국의 메인스트림 힙합 스타일과 전혀 다르다. [Adventure]는 랩을 차용한 얼터너티브 팝, 혹은 팝과 락을 차용한 힙합, 어느 쪽이든 어색하지 않은 작품이다.

     

    [Adventure]안 팔려도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입고 싶은 옷을 입고 뚜벅이로 살겠다는 재달의 음악관이 고스란히 담겼다. 인상적인 데뷔작을 넘어 정규에서의 묵직한 한방을 기대해봄 직하다. 현시점 이후로 우린 재달이란 이름을 좀 더 강하게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5. 도끼(Dok2) – Reborn

     

    Released: 2017-03-28

    Label: 일리네어 레코즈, CJ E&M

     

    결론부터 말하자면, [Reborn]은 도끼 커리어 최고의 앨범이다. 그는 십여 년의 기간 동안 누구보다 왕성하게 창작 활동을 해왔고, 발표한 앨범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을 담보하는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정규작이 아니라생일 기념 앨범이라 밝힌 본작을 최고로 꼽는다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분명히 이 앨범을 통해 도끼는 한 단계 도약했다. 더불어 감상의 지점을 넓히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만큼 이번 앨범은 정규 여부 따지기를 무의미하게 한다.

     

    사실 화려하고 세련된 플로우를 바탕으로 한 그의 랩 퍼포먼스는 항상 많은 찬사를 받아왔지만, 그 대척점에 있는 비판의 무기 또한 만만치 않았다. 서사의 부족, 동어반복, 지나친 한영혼용 등 가사와 관련한 한계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번 앨범을 통해 그는 완성형 래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본인의 강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단점만을 극복한 형태이다. 곡마다 변화의 정도는 다르게 나타나지만, 특히 앨범 초반부에서 그의 랩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앨범의 완성도가 탄탄해진 데에는 비트를 도맡은 그루비룸(Groovy Room)의 역할도 무척 컸다. 두터운 베이스 라인을 바탕으로 붐뱁에 발을 걸치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비장미 넘치는 무드를 번갈아 입는 비트가 비록, 강렬하진 않으나 흔들림 없이 앨범을 떠받치고 있다.

     

    어느새 그는 힙합 팬들만 아는 뮤지션에서 대중 모두가 알고 소비하는 뮤지션이자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그가 이룬 많은 것들은 본인이 말하듯 고집스러운 노력과 활동으로 얻은 것들이고, [Reborn]을 통해 앞으로도 더 많은 것을 이루고자 쉼 없이 나아가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에서 확인한 도끼의 새로운 음악적 성취는다시 태어나다라는 제목에 확실한 무게감을 더했다.

     

     

    4. 차붐(Chaboom) – Sour

     

    Released: 2017-03-28

    Label: ㈜스톤쉽, LAYBACKRECORDS

     

    차붐(Chaboom)은 현재 씬에서 가장 독보적인 캐릭터를 가진 랩퍼다. 프로듀서 마일드 비츠(Mild Beats)와 함께했던 석장의 앨범을 통해안산 양아치 랩이라고 정의할만한 특정한 무드를 창조한 것만 봐도 그렇다. 특히, 2014년 작 [Original]은 이 같은안산 양아치 판타지를 작정하고 정면에 내세운 다음, 거기서 파생되는 다양한 감정을 극적으로 엮은 수작이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 발표한 EP [Sour]에서도 그러한 기조는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Original] 이후의 달라진 상황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두 앨범 사이에 차붐의 신상엔 꽤 큰 변화가 있었다. 중국 투자자와 함께 제작하는 아이돌 기획사의 사장님이 됐고, 어느 정도 성공 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작년 여름 사드(THAAD)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그의 사업 역시 접을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이 웃픈(?) 스토리는 EP의 중심 내러티브가 되었다. 발음을 씹어먹으면서 건들거리듯이 뱉는 특유의 랩핑은 여전히 동물적이고, 위험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가사가 주는 쾌감 역시 변함없다. 차붐은 미국의 랩퍼들이 그러하듯 본인만의 속어를 창조하고 늘어놓는다. 단어의 음절을 거꾸로 배치하여 그대로 읊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똥파리'를 거꾸로 발음한 '리빠똥'이나카드를 거꾸로 발음한 '드카', ‘지갑을 거꾸로 발음한 '갑지' 등이 그렇다.

     

    [Sour] EP지만, 정규앨범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알찬 구성과 탄탄한 완성도를 지닌 작품이다. 전작처럼 정서적으로 온도 차가 나는 트랙을 억지로 배치하지 않고, 내러티브에 집중했다는 점 역시 만족스럽다. [Original]을 통해안산 양아치 판타지라는 견고한 영역을 쌓은 차붐은 이를 바탕으로 실제 이야기를 풀어나감으로써 [Sour]에 현실성을 더했다.

     

     

    3. 김심야와 손대현 – Moonshine

     

    Released: 2017-11-28

    Label: BANA, 지니뮤직

     

    프로듀서 프랭크(FRNK)와의 듀오 XXX(엑스엑스엑스) 활동을 통해 확실한 기대주로 올라선 김심야와 미국 TDE(Top Dawg Entertainment) 소속의 랩퍼, 아이제야 라샤드(Isaiah Rashad) [The Sun’s Tirade]에 주력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디 샌더스(D. Sanders aka 손대현)의 합작 믹스테입 계획이 나온 건 1년 전이다. 드디어 나온 이번 믹스테입에서도 김심야는 프로덕션 스타일에 관계없이 탁월한 랩 실력을 자랑한다. 직선적으로 뻗는 가사는 여전하지만, 전작과 다른 점이 눈에 띈다. [KYOMI]에서는 정해진 컨셉트와 제한적인 주제선정 탓에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한국힙합, , 사랑에 대해 한껏 꼬인 시선으로 풀어낸 [Moonshine]의 콘텐츠는 매력적이다. 일관되게 이어지는 태도와 별개로 주제적인 폭이 넓어지며 김심야의 캐릭터 역시 보다 입체적이고, 선명해졌다.

     

    디샌더스의 프로덕션은 루핑을 기반으로 비교적 건조하고 정직한 진행이 돋보인다. 프랭크와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그럼에도 김심야의 랩은 위화감 없이 펼쳐진다. 빈틈없이 빽빽하게 음절을 욱여넣지만, 깔끔한 발성과 꽉 조이는 플로우로 자연스럽게 정돈한다. 특히, 마디에 크게 구애되지 않아 언뜻 즉흥적으로 보이는 플로우는 꽤 정교하게 짜여있다. 재미있는 건, 앨범 내내 반복되는 자기비하와 열등감이 역설적으로 자기과시적인 방향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작중이딴 걸로는 집 한 채도 못사는 걸’, ‘주식으로 치면 개미’, ‘뭣도 나는 이제 무의미 / Fuss it man I’m a 취준생 now’ 등의 구절로 본인의 상황을 자조하면서도, 나아가선 실력을 과시하고 시스템을 비꼬는 식이다. 그는 이렇듯 냉소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를 비꼬는 과정에 적당한 위트를 섞어 지루하지 않게 풀어간다.

     

    [Moonshine]은 기존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완성되었다. 몇 개의 공개곡으로 앨범의 색채를 어렵지 않게 그려볼 수 있었으며, 워낙 색이 확실한 두 아티스트의 합작이기에 더욱 그랬다. 그래서 결과가 실망스러웠냐 하면, 그 반대다. 본작을 통해 김심야는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가사적으로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란 사실을 보여줬으며, 전체적인 완성도 또한 탁월하다. ‘1 MC 1 프로듀서포맷의 앨범에서 서로의 색을 해치지 않으며 이만큼 짜임새 있는 작품을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젊고 재능 있는 두 아티스트의 시너지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일어난 결과다.

     

     

    2. 리짓군즈(Legit Goons) – Junk Drunk Love

     

    Released: 2017-11-28

    Label: Legit Goons, CJ E&M

     

    그동안 한국힙합 씬에서도 많은 크루가 등장하고 사라지길 반복했다. 그리고 개중에 탄탄한 지지기반을 형성한 이들은 크루를 넘어 레이블로 발전했다. 리짓군즈(Legit Goons)는 이처럼 크루의 대거 레이블화가 한차례 진행된 이후 등장했다. 이를테면, 새로운 세대의 집단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왕성한 활동과 준수한 결과물이 돋보이는 이들이다. 뱃사공, 블랭타임(BLNK TIME), 제이호(Jayho) 등을 비롯한 11명의 아티스트가 뭉친 리짓군즈는 이번에도 (특별한 사명감을 갖춘 건 아니지만, 음악적 자존심만은 버리기 싫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서의 소회를 덤덤하고 유머러스하며 질펀하게 풀어놓는다.

     

    전작 [Camp]가 사회와 힙합 씬 양쪽에서 주류로부터 벗어나 있는 그들의 삶을캠핑에 빗대어 풀어낸 작품이라면, [Junk Drunk Love]는 리짓군즈의 단출한 일상과 그들로 대변되는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의 희망을 담은 작품이다. 투박함과 현란함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뱃사공의 랩 퍼포먼스는 이제 완전히 물이 올랐으며, 블랭타임과 제이호의 스타일도 은근히 치고 들어와 적잖은 감흥을 안긴다. 새롭게 합류한 신예 재달 역시 단단히 한몫한다. 크루의 프로듀서가 고르게 참여한 프로덕션 또한, 샘플과 루프의 맛을 제대로 전하며 높은 밀도를 자랑한다.

     

    앨범의 컨셉트 면에서도 리짓군즈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정크푸드에 본인들의 삶과 음악을 대입한 리짓군즈는 느긋하게 흘러가는 일상을 절절하면서도 낭만적으로 풀어낸다. 씬의 주류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있는 그들의 위치를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그 내용은 한탄 섞인 신세타령과 거리가 있다. 오히려남의 삶을 살 바엔 part-time living’, ‘핸들을 잡을 수가 없다면 암만 빨라도 난 그저 손님인데등의 구절 등을 통해 고집스러운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의 기조를 다잡는다. [Junk Drunk Love]는 이처럼 크루의 컴필레이션 앨범으로써 이상적인 요소들을 갖추었다. 집단의 색을 더욱 농밀하게 담아냈으며, 각 멤버의 개성 역시 빠짐없이 녹아있다.

     

     

    1. 비앙 X 쿤디판다(Viann X Khundi Panda) – 재건축

     

    Released: 2017-11-25

    Label: SuperFreak & THECUT

     

    진보가 이끄는 슈퍼프릭 레코즈(SuperFreak Recods) 소속의 프로듀서 비앙(Viann)과 신예 랩퍼 쿤디판다(Khundi Panda)가 합작한 [재건축]을 들어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비트는 탄탄하고 랩은 타이트하며, 가사도 인상적이다. 근래의 한국 힙합 씬에서 이 세 가지 요소를 고루 갖춘 작품은 흔치 않다. 앨범의 무게중심을 잡는 비앙의 프로덕션은 힙합의 가장 전통적인 작법, , 샘플링과 루프의 매력을 한껏 살린 가운데, 몇몇 곡에서의 실험적인 시도가 돋보인다.

     

    붐뱁 드럼과 베이스, 그리고 샘플 소스가 절묘하게 맞물린 'RANDOMCALL' 90년대 이스트코스트 힙합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무드가 느껴지는 '싱크홀'이 힙합 황금기적 프로덕션을 탁월하게 구현한 곡이라면, 국악과의 전혀 작위적이지 않은 퓨전으로 완성한 'Foreignhub.co.kr' 같은 곡은 전위적인 힙합의 쾌감을 전한다. 이처럼 비앙이 깔아놓은 단단한 판 위에서 쿤디판다의 랩이 때론 한가하게 때론 바쁘게 움직인다. 특히, 한국어 가사로만 타이트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랩핑은 '스타일적인 보완' 내지는 '느낌'을 내세우며, 어설픈 한영혼용 가사를 남발하는 랩퍼가 널린 한국 힙합의 현실 속에서 단연 돋보인다. 또한, 개인 서사에 바탕을 둔 채, 힙합 판과 사회를 향한 반골기질을 드러내지만, 한편으로 본인의 치부 또한, 거리낌없이 노출하고 그것을 통해 재비판하는 지점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재건축]은 패기 넘치는 두 아티스트의 합작품으로써 손색없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비앙은 기존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더욱 발전된 기량으로 트랙을 만들어냈고, 쿤디판다는 그 위에서 본인의 철학을 마음껏 펼쳐냈다. 프로듀서와 랩퍼 둘 다 앨범의 주인공이라는 것이 또렷이 드러나는 결과물이기에 더 인상적이다. '1 MC 1 프로듀서'의 미덕을 잘 살린 작품이자 한국 힙합 씬의 앨범 흉년 속에서 만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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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쁜궁댕이밷애스 (2018-01-14 21:56:41, 117.111.173.***)
      2. 화나콘다, 가이아, 녹색이념, 머글스맨션 없는게 아쉽네요....
      1. Fukka (2018-01-13 05:18:50, 110.70.56.***)
      2. 누구라고 저격은 안하지만 진짜 열등감 최고신듯 ㅎㅎㅎㅎㅎㅎㅎㅎ
      1. dubdub (2018-01-13 01:16:31, 175.201.21.***)
      2. 이센스윙스/ 본인이 왜 트롤링 소리 듣는지 조차도 이해를 못하고 계셨네요. 누가 리드머의 선택이나 비평에 딴지를 건다고 트롤링이라고 하는 줄 아시나요? 님이 조악하게 게시판에 반복게시하는 토사물들과 평론가 트윗 하나하나 따라다니면서 하는 조롱과 비아냥질들을 트롤링이라고 하지않으면 뭐라 해야하는지? 그냥 말없이 눈팅하고 살던 내가봐도 겁나 집요하고 저열하던데요? 님 어느 커뮤를 가도 비슷한 홍역을 겪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자신들이 저지르는 저열함 때문에 욕먹는걸 페미니즘 땜에 욕먹는 줄 아는 누구들 같은데요?

        그리고 다수의 힙합팬의 공감대를 자기 주장의 정당성으로 삼는거 조금 웃기는데, 공감대도 공감대 나름이지 무슨 사회적 책임이나 윤리의 문제도 아니고 평론에 대한 비판비난의 정당성을 다수의 공감대에 근거시켜요? 그럼 평론가보고 다수의 눈치에 맞는 평론이나 쓰라는 시그널 밖에 안되는거 아닌가 ㅋㅋ

        그리고 웃기는게 평론이 맘에 안들수도 있고 싫을수도 있어요. 그래서 비난할 수도 있다구요. 그건 당연한거죠. 근데 그 비난여론이 정말 음악에 대한 정당한 평가의 문제가 아니라면 어떡하실건지 ㅋㅋ 물론 저도 매년 리드머 리스트에 공감하지 않아요. 올해만 해도
        WAS 나 녹색이념, ICE 같이 제가 정말 잘 들었던 앨범들이 (화나콘다는 별 감흥 없었음)리스트에 죄다 포함되지 못했고 저도 이 앨범들이 OVRWRT 보다 더 좋았다고 생각하거든요. 솔직히 재건축 앨범도 넘버1 될만한 앨범 아니라고 생각해요. 비트의 완성도에 비해 쿤디판다 랩이 너무 감흥없었기 때문...... 근데 그건 제 감흥일 뿐이고, 심각한 결함이 있는 앨범이 아닌 이상 리드머 나름의 근거와 논조가 뒷받침되는 선택에 "어떤 부분이 좋아서 선택했구나" 라고 이해하고 넘어가는 거거든요? (제가 말하는 심각한 결함이란 산이나 스나이퍼의 앨범같은 경우들.......)

        근데 지금 힙합 커뮤에서 단체로 들고일어나고 조롱질 보내는게 정말 제리케이에 대한 순수한 음악적 평가냐 이겁니다 ㅋㅋㅋ 제리케이에 대한 음악적 평가는 2015년 경까지는 양호했어요. 현실적 앨범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밑도끝도 없이 평가절하는 아니었죠. 정치성향이 안맞는 쪽 사람들에게 극딜 당하거나 아니면 음악적 참신함 없이 정치적 성향으로 먹고산다는 이야기나 좀 나왔었지. 근데 그 평가가 뒤집어지는 시점이 감정노동 때부터 입니다. 그때부터 밑도끝도 없이 랩이 구리다, 사운드가 구리다는 평가들이 게시판의 공감대 (님이 좋아하는 그 공감대)를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근데 정말 그게 순수한 음악적 평가에서 비롯된 걸까요? 감정노동은 그해 리드머를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언론매체에서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그런데 힙합 커뮤니티에서만 구리다는 평가가 지배하죠. 그 이유가 뭘까요? 그 시기가 제리케이가 PC함과 페미니즘을 말하고 힙합씬 내부의 문제점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한 시기인것과 무관할까요? 미묘합니까? 저는 너무 명확하다고 생각하거든요.

        OVRWRT 도 힙합커뮤에서 하도 구리다고 입방아질 찧어대길래 얼마나 구리냐 싶었는데, 에게 이게뭐야? 사운드는 역대 제리케이 앨범 중에서 제일 세련됐고 가사는 기존의 정치적 올바름에 자기항변의 서사가 극적으로 드러나서 감정노동 때보다 더 나은데? 결점없는 앨범은 아니지만 이게 그렇게 구리다고? 인간들 진짜 ㅋㅋㅋㅋㅋ ← 이게 그때 제 심정이었습니다.

        이리 돌려보고 들어봐도 저리 돌려봐도 정치적 올바름과 페미니즘에 대한 증오로 제리케이를 음악적 평가의 대상에서 소외시켜 버리려는 여론들로 밖에 안보이든데요. 아니 엄밀히 정치적 올바름의 강박이 예술적 감흥에 있어 별로라는 담론적 비판도 아니고 (엘이에서 이걸로 길게 글쓰신 분도 있던데) 사운드 구려! 랩 구려!...... 그렇게 느끼는게 잘못은 아니지만 단지 그걸 가지고 일제히 들고일어나 매체의 공신력 운운하고 정당한 명분 삼는게 맞는건가요? ㅋㅋ (으아
        모 정치인 열심히 빠느라 주류언론 죄다 기레기 취급하고 프레임 만드는 어떤분들 떠오르네 ㅋㅋㅋ)

        물론 리드머도 비판받을 부분은 있어요. 평론 기술의 경직성이라든가, 정치적 올바름과 관련된거 말고는 힙합씬의 담론을 생성하거나 짚어내는 칼럼이 근 몇년간 거의 없는건 비판받을 만하죠. 근데 연말 리스트에 제리케이 앨범 넣은거? 이게 정말? 순수한 음악적 견해 땜에 댁이 열받은거라고 생각해요?
      1. fuckyouimout (2018-01-11 21:54:18, 220.72.101.***)
      2. 강일권이 제리케이 애미 따먹음.
        그리고 제리케이가 그 섹스테잎을 보유 중.
        리드머가 데이즈얼라이브의 똥꼬를 꾸준하게 빨아주는 이유.
      1. dubdub (2018-01-11 15:49:12, 222.102.78.**)
      2. 리드머는 자신들이 고평가하는 음반에 대한 근거와 포인트를 늘 제시합니다. 당연하죠. 비평매체니까요. 하지만 이를 트롤링하는 이들은 왜 제리케이가 구린지, 뭐가 어떻게 구린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하지않고 그냥 구리다고 퉁치기만해도 됩니다. 늘 자신들의 평가에 책임을 지고 온전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평론가들 (심지어는 리드머와 상관없는 김봉현 조차도 ㅋㅋ) 제리케이의 앨범에는 늘 일정수준 이상의 고평가를 해왔는데, 반대로 그런 근거를 제시할 책임이 없고 대충 퉁치기로 트롤링만 해대도 되는 애들은 늘 제리케이가 구리다, 사운드가 구리다, 가사가 구리다는 말을 뱉어댑니다. 사실 이런것만 따져도 어느쪽 말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하고 어느쪽의 심정이 더 저열하고 정치적인지 답이 나오죠.
      1. dubdub (2018-01-11 15:42:15, 222.102.78.**)
      2. 자기들이 싫어하는 이야기하는 래퍼의 앨범을 음악적 평가에서 완전히 배제시켜 고립시켜 버릴려는 놈들이 더 정치적이고 편향적인 놈들이죠 ㅎㅎ 리드머가 정치적이고 편향적이라고 까는 사람들은 그렇다면 왜 그런 리드머 리스트에 빌스택스, 차붐, 김심야 같은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고평가받고 베스트로 선정되었는지에 대한 대답도 같이 해야할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정치적으로 자기들이 불편해할 이야기를 하는 매체가 아니꼬워서 트롤링 하는 것에 불과할테니 말이죠.(너의 트롤링이 훨씬 정치적이다) 저도 리드머가 선정한 리스트에서 앨범 서너개는 불만이지만 매체가 그에 합당한 설명과 근거를 내세우면서 선정한 결과라면 그건 그냥 그 매체의 색깔이고 주관일 뿐 공신력으로 문제삼을 부분이 아닙니다. 저도 제가 싫어하는 언론매체들이 있지만 단지 그들이 나와 다른 정치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언론기관으로서 공신력을 문제삼아야 할까요? 공신력을 문제삼는건 그 논조를 뒷받침 하는 근거와 설득력의 문제고 과정의 문제지 단순히 내 맘에 안드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공신력과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비평은 단순히 앨범 별점 매기기만이 아니라 씬의 현상과 사회적 맥락을 짚어내고 진단하고 비판하는 활동이기도 합니다. 영화평론가들이 영화 별점만 매기든가요? 대형 배급사 영화의 독과점 문제에 대한 비판 칼럼이나 영화제에 정치인들이 개입하는 문제에 대한 칼럼들만 검색해서 봐도 비평활동이 단순히 별점 매기기만이 아닌걸 알수있습니다.
      1. 할로윈1031 (2018-01-11 15:01:47, 175.202.125.***)
      2. 질적 저하를 부르는 씬의 사조에 대안이 되줄 것으로 보였던 메킷레인의 작품들이 심히 기대이하 이긴 했지만, 여전히 뚝심있고 치열하게 고민해서 만들어진 다양한 음악들이 있어 다행인 2017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우탄이 Dope Boys Club에서 보여준 가파른 상승세가 충분히 조명받지 못해 아쉽네요.
      1. 이지훈 (2018-01-11 07:49:56, 121.157.18.***)
      2. 평론이 성역은 아니죠.
        하지만 님이 하는 것처럼 아무 근거없는 비난 받아야 할 대상도 아닌데요.
        본인이 리드머에 달고다니는 똥 중에서 "리드머는 내 귀에 구린 걸 구리다고 하지 않으니 나쁜 놈들이다" 이 수준을 벗어나는 댓글이 없는데요ㅋㅋㅋㅋㅋㅋㅋ
        평론을 읽기는 하는지 궁금한 수준입니다 정말 ㅋㅋ
      1. 무지개씨리얼 (2018-01-10 23:35:07, 182.222.252.**)
      2. PROBLEMATIC 정도면 10위 안에는 들어갈 것 같은데 쩝
      1. 이지훈 (2018-01-10 22:56:43, 121.157.18.***)
      2. 조민광씨 좀 적당히 했으면...
        꼬우면 직접 맘대로 탑 10 만들어서 힙플에 올리고 노세요ㅋㅋㅋㅋㅋ
        본인이 평론가들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면 자기 황금귀로 듣고 평가해서 평론가하면 될 걸 왜 자꾸 와서 똥싸질러 놓고 감?
      1. 이센스윙스 (2018-01-10 03:34:35, 110.47.29.***)
      2. 적당히들해라 진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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