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리드머 토픽] 힙합 역사상 가장 흥분되었던 15년(15위 ~ 6위)
    rhythmer | 2010-09-24 | 2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힙합 음악의 역사도 이제 30년을 넘겼다. 우연한 사건이 유행으로 번지고 후일 흑인음악을 대표하는 장르이자 세계적인 문화로 영역을 넓혀오면서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헌신과 그들의 명작이 역사를 만들어왔다. 오늘은 그 명작들이 많이 나왔던 연도들을 돌이켜보면서 가장 많은 좋은 음악, 가장 즐거운 시간을 제공했던 해는 언제였던가를 그려보자. 힙합 음악의 팬으로서 지난 30여 년간 가장 즐거웠던 15년은 언제였는가?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의 [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과 부기 다운 프로덕션(B.D.P.)의 [By All Means Necessary], 슬릭 릭(Slick Rick)의 [The Great Adventures Of Slick Rick]이 발매된 해다. 이 시기 앨범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랩 가사의 주제 범위의 확장’으로 볼 수 있겠다. 정치적인 메시지의 퍼블릭 에너미를 필두로 스캇 라 락(Scott La Rock)의 죽음 이후, 하드코어 노선을 벗어나 사회적이고 교훈적인 메시지로 노선을 전향한 케이알에스-원(KRS-One), 탁월한 스토리텔링 기술을 선보이며 그 안에 흑인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담았던 슬릭 릭의 앨범이 1988년에 발매되었다. 서부로 눈을 돌리면 갱스터 랩의 파괴적이고 선동적인 메시지로 사회현상을 일으킨 N.W.A의 [Straight Outta Compton], 킹 티(King Tee)의 데뷔 앨범 [Act A Fool]이 세상에 나왔다. 올드 스쿨 막바지의 빛나는 한 해였다.



    클립스(Clipse)와 더 게임(The Game), 고스트페이스(Ghostface Killah), 루츠(The Roots)가 이 해의 가장 중요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새로운 시대에 이전의 스타일을 가장 적절하게 융합한 앨범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마도 2000년대에서 가장 완벽한 프로덕션을 구성한 두 장의 앨범이 이 해에 모두 나왔는데, 파격적이면서도 탄탄한 비트로 청자를 사로잡은 [Hell Hath No Fury]와 90년대 지-훵크를 완벽하게 21세기 식으로 해석해낸 [The Doctor’s Advocate]은 지난 10년간 발매된 랩 앨범 가운데 가장 상위권에 손꼽을만한 앨범들이었다.



    최초의 멀티 플래티넘 힙합 앨범의 명예를 간직한 런 디엠씨(Run D.M.C.)의 [Raising Hell]은 3개의 이름을 대표한다. 런 디엠씨와 프로듀서 릭 루빈(Rick Rubin), 그리고 힙합 역사상 가장 유서 깊고 중요한 메이저 레이블인 데프 잼(Def Jam)이다. 록 음악의 강렬한 비트를 토대로 힙합과의 훌륭한 크로스오버를 이뤄낸 릭 루빈과 데프 잼은 백인 트리오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의 [Lisenced To Ill]로 더 큰 상업적 성과를 이룩했으며, 런 디엠씨와 비스티 보이즈는 스웨거라는 단어의 원형적인 개념을 만들어내며 이후의 뮤지션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닥터 드레(Dr. Dre)의 역사적인 데뷔 앨범이 이 해에 나왔다. [The Chronic]의 완성도와 역사성은 언급이 불필요하다. 더불어 아이스 큐브(Ice Cube) 솔로 커리어 최고의 히트 앨범 [The Predator]와 캘리포니아 언더그라운드의 전설적인 명작 더 파사이드(The Pharcyde)의 [Bizarre Ride II the Pharcyde] 등의 걸작 덕분에 힙합의 주도권이 뉴욕에서 LA로 넘어왔지만, 동부 힙합 역시 EPMD가 네 번째 앨범 [Business Never Personal]을, 피트 락 앤 씨엘 스무스(Pete Rock & C.L. Smooth)는 [Mecca And The Soul Brothers] 등을 발표하며 반격을 준비했다.



    2005년의 가장 중요한 인물은 칸예 웨스트(Kanye West)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소포모어 앨범이자 힙합 클래식 [Late Registration]과 커먼(Common) 최초의 커머셜 클래식 앨범 [Be]를 프로듀스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서던 랩의 홍수 속에서 [The Blueprint]와 자신의 솔로 데뷔 앨범에서 선보였던 소울 샘플링 위주의 비트메이킹에서 진일보한 다채로운 샘플과 영화적인 편집이 돋보이는 스케일이 큰 음악을 선보이며 팬들과 평단의 호평은 물론, 상업적으로도 큰 성과를 낳았다. 이 외에도 더 게임의 데뷔 앨범 [The Documentary]는 당시를 대표하는 거물 프로듀서들이 훌륭한 비트를 제공했으며 비니 시걸(Beanie Sigel)의 수작 [The B. Coming]과 같은 정통 뉴욕 하드코어 앨범과 영 지지(young Jeezy)의 데뷔 앨범 [Let’s Get it : Thug Motivation 101]이 등장한 버라이어티한 1년이었다.



    바야흐로 배드 보이(Bad Boy) 레이블의 시대였다.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의 유작 [Life After Death]를 필두로 퍼프 대디(Puff Daddy)의 데뷔 앨범이자 팝-랩 클래식 [No Way Out], 메이스(Mase)의 데뷔 앨범까지 이 해에 발매된 3장의 앨범이 미국 내에서만 지금까지 2,100만 장 이상 팔려나갔다. 이외에도 9백만 장을 팔아치운 윌 스미스(Will Smith)의 [Big Willie Style]을 비롯해 투팍(2pac)의 유작 [R U Still Down], 우탱 클랜(Wu-Tang Clan)과 제이지(Jay-Z)의 소포모어 앨범 등 수많은 히트작이 배출된 메인스트림 힙합의 절정기였다. 그 와중에 언더그라운드에서는 라티릭스(Latyrx)의 [The Album] 등의 명작이 배출되었다.



    힙합 역사상 가장 훌륭한 걸작이자 영향력의 측면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는 세 장의 데뷔 앨범이 이 시기에 등장했다. 점점 자극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랩에 반대하며 등장한 얼터너티브 힙합의 가장 중요한 작품인 데 라 소울(De La Soul)의 [3 Feet High And Raising]을 필두로 웨스트코스트 힙합 최초의 리릭시스트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더 디오씨(the D.O.C.)의 데뷔 앨범 [No One Can Do It Better]가 등장했다. 마지막으로 최초의 서던 클래식(물론, 사운드는 웨스트 코스트 힙합의 직접적인 영향 아래 있었지만)으로 칭할만한 [Grip It! On That Other Level]을 들고 게토 보이즈(Geto Boys)가 등장했다. BDP의 [Ghetto Music: The Blueprint of Hip Hop]과 아마도 힙합 최초의 커머셜 블록버스터였던 엘엘 쿨 제이(LL Cool J)의 [Walking With a Panther]도 이 해에 발매되었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중반까지를 힙합의 황금기로 꼽는다면, 98년에서 2002년 사이의 시기를 힙합의 중흥기라고 볼만하다. 2010년에 회상해보면, 이 시기에 탄생한 다양한 스타일과 훌륭한 스타들은 이미 전설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은 엄청난 블록버스터 앨범과 절정의 완성도를 지닌 언더그라운드 앨범들이 뒤엉켜 혼란스럽지만, 엄청난 열기를 뿜어냈다. 에미넴(Eminem)의 걸작 [The Marshall Mathers LP]와 넬리(nelly)의 [Country Grammar]가 엄청난 세일즈를 기록하며 주류시장의 패권을 다툴 때 언더그라운드에서는 리플렉션 이터널(Reflection Eternal)이 극강의 완성도를 지닌 [Train Of Thoughts]를 완성시켰고 블랙칼리셔스(Blackalicious)나 쥬라식 파이브(Jurassic 5) 역시 그들의 재능을 뽐냈다. 델트론 3030(Deltron 3030)은 그들의 셀프타이틀 프로젝트 앨범을 통해 위대한 랩 오페라를 선보였다. 고스트페이스 역시 자신의 솔로 클래식인 [Supreme Clientele]을 발매해 우탱 제국의 명맥을 이어나갔다.



    아무렇게나 써 갈겨놓은 소제목이 약간은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이 해에 발매된 클래식들은 하나같이 넘버원으로 꼽을만한데, 일반적인 평가에서는 항상 2인자들인 작품이다. 우탱 제국의 래퀀(Raekwon)의 [Only Built 4 Cuban Linx]와 즈자(Gza)의 [Liquid Swords]는 [Enter The Wu-Tang]과 항상 비교되는 절정의 걸작인 동시에 서로의 앨범과 비교되면서 항상 격론을 이끌어냈다. 투팍의 [Me Against The World]는 그의 후속작인 [All Eyez On Me]와 항상 메시지와 프로덕션의 완성도 측면에서 팬들의 지지를 경쟁했으며, 맙 딥(Mobb Deep)의 [The Infamous]는 킬러 트랙의 강렬함과 전체적으로 고른 완성도를 주제로 그들의 후속작 [Hell On Earth]와 겨루었다.



    이른바 황금기의 끝자락이자 팝-랩 시대의 전조가 1996년에 드러났다. 푸지스(Fugees)의 [The Score]는 다양한 장르를 결합한 완성도 높은 사운드와 탁월한 메시지로 평단의 호평과 대중적 지지를 동시에 얻어냈고 투팍의 대작 [All Eyez On Me]는 최초의 힙합 더블 앨범이면서 놀라운 완성도와 판매량으로 그 커리어의 정수를 선보였다. 제이지(Jay-Z)는 데뷔 앨범 [Reasonable Doubt]에서 새로운 방식의 스킬을 표현하며 미래의 권좌를 향한 역사적인 첫걸음을 시작했고 나스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앨범 [It Was Written]은 팝 샘플링과 하드코어 사운드의 가장 적절한 균형을 이끌어낸 수작이었다. 이외에도 고스트페이스 킬라의 과소평가 받는 걸작 데뷔앨범과 이후 다가올 더티 사우스 랩 시대의 단서를 제공한 마스터 피(Master P)의 [Ice Cream Man]이 이해에 등장했다. 조금 더 범위를 넓히면, 디제이 섀도우(DJ Shadow)의 천재성이 가감 없이 드러난 [Endtroducing.....]이 턴테이블리즘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역사가 뒤바뀌는 순간의 난장과 다채로움이 다양한 색채로 피어올랐던 순간이었다.

    *다음 주에 5위부터 1위가 발표됩니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예동현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27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1. 사도 (2010-09-28 01:33:26, 74.100.101.***)
      2. 멋진글입니다 :)
      1. TAKEaLOT (2010-09-26 01:18:03, 183.107.207.*)
      2. 오호~간추린듯 하면서도 은근 디테일 하군요;; 몰랐던 사실들이 꽤,.,,,

        멋진 기사 캄사합니다^^
      1. the man (2010-09-25 23:36:48, 110.35.138.**)
      2. 이래서 리드머리드머 하죠.
      1. 송석근 (2010-09-25 14:30:55, 110.132.171.**)
      2. 추천완료!! 잘읽었습니다 ! 제가 좋아하는 더게임이 언급되어 기분좋네요 저도 94년을 예측해봅니다 한국판도 나오면 좋겠네요 10년정도로 해서 ...
      1. FLUENTO (2010-09-25 03:30:23, 221.141.158.***)
      2. 역시 리드머에는 배울게 많군요..
      1. 길심슨 (2010-09-25 02:40:56, 121.171.218.**)
      2. 94년에 o.c. omar credle형의 word...life 빼면 안되염 눈물나게 좋던데
      1. 충치보자기 (2010-09-24 23:45:11, 123.214.133.***)
      2. oh! 너무 멋지네여~
      1. Basilo (2010-09-24 23:22:03, 220.117.244.***)
      2. 와 역시 리드머라는 소리가 나올만큼 정말 좋은기사 잘 읽었습니다^^
      1. 멤혼 (2010-09-24 19:48:02, 117.110.23.***)
      2. 멋진 기사네요.. 5위부터 1위 과연??
      1. smcn (2010-09-24 19:35:26, 180.66.117.**)
      2. 클립스의 2집이 지데로 작살..

        00년대 이후에 발매된 앨범중 본인을 이처럼 미치도록 흥분시킨 앨범은 없었씀
      1. 최영락 (2010-09-24 18:01:58, 221.155.86.***)
      2. 도기스탈,엔터더우탱의 93년과 일매릭,레디투다이,쥐훵에라의 94년이 1,2위를 다툴것같음
      1. 현선이와양갱 (2010-09-24 17:36:08, 220.84.42.**)
      2. 요즘 리드머 기사 너무 재미나네요, 책으로도 편찬했으면 좋겠어요.
      1. tunikut (2010-09-24 15:46:06, 211.253.82.***)
      2. 1위는 단연 일매릭, 레디투다이, 레져렉션, 하드투언, 레귤레잇쥐훵에라, 티칼, 메인인그레디언트 등이 나온 1994년일 것 같고 그 사이에 도기스타일, 엔터더우탱이 나온 93년, 블루프린트와 스틸매릭이 나온 2001년, 글고 블프3, 릴랩스, OB4CL2가 나온 작년도 무시못할 듯..
      1. 임동현 (2010-09-24 11:44:31, 118.176.125.***)
      2. 거의 모르는 내용이였던 저에게 있어서는 정말 유익한 내용이였던같아요.
      1. NG (2010-09-24 10:45:50, 218.147.81.***)
      2. 기사 정말 잘봤습니다. 5위부터 1위 궁금하네요
      1. 독버섯전성시대 (2010-09-24 09:39:26, 122.46.83.*)
      2. 기사 자체가 굉장이 흥분되는군요. ㅎ

        1위는 94년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1. 김석우 (2010-09-24 09:21:55, 118.220.177.***)
      2. 다 공감가는 기사네요
      1. Popeye (2010-09-24 02:53:24, 180.180.208.**)
      2. 기사 너무 잘 봤습니다. 그때는 너무 어릴때라 몰랐는데 기사보니 몰랐던게 한 둘이 아니군요 ㅋㅋ 아침에 일어나면 찾아들어봐야겠네요! 무한 추천입니다!^^
    « PREV LIST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