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2018 국외 랩/힙합 앨범 베스트 20
- rhythmer | 2019-01-04 | 2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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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 필진이 선정한 '2018 국외 랩/힙합 앨범 베스트 20’을 공개합니다. 아무쪼록 저희의 리스트가 한해를 정리하는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2017년 12월 1일부터 2018년 11월 30일까지 발매된 앨범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20. Jean Grae & Quelle Chris – Everythings Fine
Released: 2018-03-30
Lable: Mello Music Group
이제는 부부가 된 진 그레이(Jean Grae)와 퀠리 크리스(Quelle Chris)는 서로 가진 개성을 결합해 사회에 존재하는 각종 문제점을 다양한 방식으로 꼬집었다. 그 결과, 모두의 폐부를 찌르는 유쾌하고 급진적인 블랙 코미디 단편이 완성됐다. [Everything’s Fine]은 세상에 대한 온갖 삐뚤어진 시선을 대변하면서도 그 자체를 조롱하고 풍자한다. 누구나 각각의 신념이 있고, 그것을 어느 때보다 주저없이 표현한 탓에 가중된 현 세대의 복합적인 갈등을 그들의 시선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때로는 이들의 메시지에 맞장구를 치게 하고 어떨 때는 기분을 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 반응은 청자의 개인적인 관점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판이하게 나뉠 것이다. 정돈되고 주도적인 그레이의 플로우와 느슨하고 나른한 크리스의 랩 사이로 싸이키델릭하고 재지한 사운드가 조화롭게 채워 넣어졌다. 여기에 독설과 풍자로 유명한 여러 코미디언들과 특색있는 아티스트들의 참여가 앨범의 독특한 기운을 성공적으로 배가시켰다.
19. Mac Miller - Swimming
Released: 2018-07-13
Lable: REMember Music, Warner Bros
고 맥 밀러(Mac Miller)의 다섯 번째 정규앨범이자 유작 [Swimming]은 그의 가장 개인적인 일면이 담긴 작품이다. 밀러는 앨범을 통해 연인이었던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와의 이별, 약물 중독 등 자신을 괴롭혀왔던 문제들을 차분히 돌아보고, 이로부터 벗어나겠다고 굳게 다짐한다. 누구도 아닌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Self Care”나 인생에서 성공과 문제들이 찾아오기 전을 돌아보는 “2009”와 같은 트랙이 주는 감동은 상당하다.
진지하게 자신을 성찰하는 가운데 재치 넘치는 워드 플레이 또한 여전하다. 커리어를 쫓아온 팬이 아니라도 세밀한 감정 묘사는 그에게 충분히 공감하도록 만든다. 자신을 비롯해 제이 콜(J.Cole), 포모(Pomo), 데브 하인즈(Dev Hynes), 디제이 다히(DJ Dahi) 등등, 다양한 프로듀서들이 참여한 프로덕션은 전에 없이 차분하고 유려하다. 이는 대부분 트랙에 편곡과 연주로 참여한 음악가 존 브라이언(Jon Brion) 덕분이다.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2004)을 비롯한 영화 음악으로 유명한 존은 맥 밀러와 함께 앨범에 따스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그의 다짐은 지켜지지 못했다. 그래서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마지막 트랙 “So It Goes”이 더욱더 슬프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18. Playboi Carti - Die Lit
Released: 2018-05-11
Lable: AWGE, Interscope
2017년 발매된 믹스테입 [Playboi Carti]와 수록곡 “Magnolia”, “Woke Up Like This”는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를 단숨에 주류로 격상시켰다. 리드미컬한 비트와 재치 있는 가사가 적절히 혼합된 대중적인 스타일을 내세우며, 평단과 대중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온 그는 첫 정규작 [Die Lit]에서 예상치 못한 변화를 감행했다. 물론, 피에르 본(Pi’erre Bourne) 등이 주조해낸 사운드는 여전히 작금의 트렌드와 궤를 같이 하지만, 전작의 서정미는 상당히 옅어졌고 그 빈자리를 날 선 공격성이 대신한다.
더불어 다양한 질감의 효과음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상투적인 전개를 영리하게 탈피하고,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플레이보이 카티 역시 보다 진중하고 날카롭게 삶을 반추한다. 내면의 감정을 생생한 표현과 창의적인 비유를 활용해 여과 없이 그려낸 노랫말이 쾌감을 안기고, 순간순간 찌르는 진중한 메시지 또한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특히, 속도감 넘치는 신시사이저가 짜릿함을 안기는 트랙 “Shoota”는 플레이보이 카티의 야성미를 극대화하며 본작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17. Jay Rock - Redemption
Released: 2018-06-15
Lable: Top Dawg, Interscope
제이 락(Jay Rock)은 앞선 두 정규작을 통해 그간 겪었던 고난과 갈등을 나열한 후 이를 극복하는 내용을 묘사했다. 다소 뻔한 연출법이긴 하지만, 그 특유의 치열함을 연료 삼은 에너지 넘치는 랩과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악명 높은 왓츠(Watts)의 살벌함을 생동감 있게 펼쳐낸 것이 주효했다. 세 번째 정규 앨범 [Redemption]은 그런 의미에서 예외성이 부각된 작품이다. 앞서 언급한 제작 노선과는 다른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본작에선 2016년 그래미 어워즈가 열리던 날 당한 큰 오토바이 사고 이후 뒤바뀐 인생을 조명하고 그간의 행적을 되돌아본다. 몸이 으스러지는 고통을 겪으며, 죽음을 가까스로 피한 그에게 거리의 권력은 누가 쥐고 있으며, 후드에서 어떻게 생존하느냐는 더 이상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본인에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를 통해 과거의 잘못을 얼마만큼 만회(redeem)할 수 있느냐다. 우직하면서도 예리한 은유법은 여전히 그의 가장 큰 무기이며, 한 층 더 다채로워진 프로덕션 역시 돋보인다.
16. Lil Wayne - The Carter V
Released: 2018-09-28
Lable: Young Money, Republic
[Tha Carter IV](2011)를 낸 이듬해 [Tha Carter V]를 언급한 이후로 무려 6년의 세월이 흘렀다. 우여곡절 끝에 발표된 본작은 뱅어들을 전면에 앞세웠던 전작들과 다르게 처음부터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이후엔 앨범 전반에 걸쳐서 유명세로부터 오는 문제들과 우울증, 가족에 대한 걱정들을 두서없이 늘어놓는다. 그리고 앨범의 기저에 깔려있던 우울한 기운의 이유는 후반부에 가서 밝혀진다. “Used 2”에서 그는 이전에도 살짝 언급했던 자살 시도 사건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앨범은 23곡, 1시간 28분이라는 방대한 양을 자랑한다. 이처럼 긴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건 어떤 스타일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는 탁월한 랩이다. 쉴 새 없이 랩을 뱉어내다가도 차진 랩-싱잉으로 랩-싱잉 계열의 원조임을 체감케 하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발음을 뭉개서 ‘멈블랩(Mumble Rap)’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흥미로운 건, 이 모두가 릴 웨인의 본래 스타일이라는 점이다. 현재 메인스트림 힙합 사운드에 끼친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느낄 수 있다. [The Carter V]는 오랜 기다림을 충분히 충족시킬 완성도의 작품이다. 더불어 릴 웨인의 커리어 사상 가장 개인적인 앨범이기도 하다.
15. Nipsey Hussle - Victory Lap
Released: 2018-02-16
Lable: All Money In No Money Out
닙시 허슬(Nipsey Hussle)은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부활, 그 중심에서 활약해왔다. 누구 못지않게 탄탄한 믹스테입(Mixtape) 커리어를 쌓았고, 인디 아티스트로서 성공했으며, 트럼프(Donald Trump)가 집권한 미 정부에 열렬히 ‘Fuck’을 날렸다. 드디어 발표된 정규 데뷔작 [Victory Lap]에는 이 같은 허슬의 과거와 현재가 고스란히 담겼다. 핵심 주제는 무일푼에서 랩스타로 성공한 현실을 과시하는 것이다. 큰 틀에선 오늘날 힙합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자수성가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닙시의 묘수가 빛을 발한다. 그는 대다수의 신흥 랩스타들과 차별되는 스탠스를 취함으로써 뻔한 주제로 울림이 다른 감흥을 전한다. 그저 ‘잘나가는 랩스타’가 아닌, ‘인디펜던트 랩퍼로서 획을 그은 랩스타’가 그것이다.
닙시는 앨범 내내 라디오 히트 싱글과 메이저 레이블의 지원 없이도 적잖은 돈을 벌고 유명세를 얻은 현실을 과시하는 한편, 그러한 성공을 이루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신인 인디펜던트 랩퍼들을 향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스포츠에서 우승 후 트랙을 한 바퀴 천천히 도는 것’을 의미하는 타이틀(‘Victory lap’)부터 앨범에서 드러나는 닙시 허슬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른다. 닙시는 완주해오던 마라톤에서 마침내 우승한 이후, 환호를 받으며 여유롭게 트랙을 도는 중이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과연 그는 좀 더 긴 구간의 새로운 마라톤을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트랙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 혹은 모색할 것인가. 본작을 들었다면, 닙시의 선택이 어느 쪽이든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4. Evidence - Weather or Not
Released: 2018-01-26
Lable: Rhymesayers
미스터 슬로우 플로우(Mr. Slow Flow) 에비던스(Evidence)가 7년 만에 솔로 앨범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절친한 동반자 알케미스트(Alchemist)를 비롯한 지인들이 에비던스의 느릿느릿한 랩을 뒷받침하는 붐뱁(Boom-Bap) 비트를 제공했다. 오래 전 유출됐던 '비틀스 샘플링'이 이번 앨범에서도 '60~'70년대 샘플 소스 사용으로 재현됐지만, 특별한 느낌은 없다. 비슷한 방식과 비슷한 행보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단점은 아니다. 랩과 비트 양면에서 고민한 흔적이 돋보인다.
에비던스는 빠르지 않지만, 전달력이 확실한 자신의 랩이 가진 장점을 잘 알고 있다. 차분한 랩이 늘어진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음을 의식해서인지, 피쳐링 랩퍼들로 균형을 맞추고자 한 움직임도 보인다. 예전 모습과 큰 차이가 없지만, [Weather or Not]은 방향성과 장점이 뚜렷한 앨범이다. 에비던스는 여전히 느릿느릿한 랩의 장점을 활용할 줄 알고, 결점을 메우는 방법도 알고 있다. 프로듀서를 선택하는 감각도 여전히 예리하다. 밀도 높은 16트랙의 이 붐뱁 힙합 앨범은 에비던스의 관록을 보이고 힙합의 가장 전통적인 감흥을 전하는 데 성공했다.
13. August Greene - August Greene
Released: 2018-03-09
Lable: August Greene
래퍼 커먼(Common), 재즈/소울/힙합 프로듀서이자 피아니스트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 재즈/힙합 드러머이자 프로듀서 카리엠 리긴스(Karriem Riggins), 이상 쟁쟁한 이름의 세 아티스트가 모여 프로젝트 그룹 어거스트 그린(August Greene)을 결성했다. 그룹의 음악적 지향점은 명확하다. 세 아티스트의 공통 분모인 재즈와 힙합의 결합이다. [August Greene]은 ‘90년대에 황금기를 맞았던 재즈 랩의 전형적인 서정성과 무드를 오롯이 재현하면서도 새로운 사운드에 대한 탐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재즈와 힙합 퓨전에 근간을 둔 비슷한 분위기의 곡이 반복되는 와중에도 알앤비/소울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두 프로듀서의 정교한 마감 덕에 끝까지 상당한 흡인력을 유지한다.
커먼은 폭력과 총성으로 얼룩진 냉혹한 거리의 현실을 연기에 가려진 어두운 달빛에 빗대며 시적으로 풀어낸다. 그리고 앞으로는 단순한 방관자가 아닌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겠다는 절실한 의지를 내비친다. 전부터 사회 참여적 성격이 강했던 그답게 정치적인 소신과 견해를 주저 없이 담은 곡도 눈에 띈다. 이른바 슈퍼 그룹으로 분류할만한 어거스트 그린의 첫 번째 행보는 그들의 면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트렌드나 화려함에서 비켜나와 원래부터 잘해오던 노선을 따르며 마무리됐다. 특히, 재즈와 힙합 퓨전이라는 큰 주제 아래, 미국, 유럽, 일본의 재즈 랩이 지닌 각기 다른 무드와 바이브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August Greene]은 세 베테랑이 재즈 랩 팬들에게 바치는 소박하지만 가슴 찡한 선물이다.
12. Young Fathers - Cocoa Sugar
Released: 2018-03-09
Lable: Ninja Tune
영 파더스(Young Fathers)의 등장은 얼터너티브 사운드를 표방하며 우후죽순 등장한 신인들의 데뷔 시점과 맞물려있다. 장르의 경계가 본격적으로 허물어지면서 여러 음악적 시도가 감행된 시기였다. 그 속에서 그룹은 진보적인 음악성과 뚜렷한 정치적/사회적 메시지를 작품에 녹여내며, 여느 신인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존재감을 보였다. 정규 3집 [Cocoa Sugar]는 영 파더스가 과거 선보인 음악적 노선에선 살짝 벗어나 있을지언정 지켜온 철학은 충실히 따르는 작품이다. 여전히 사운드적으로 출중하고 몇 수 앞서 있다. 다만, 의외로 본작의 초점은 다채로움과 대중성에 맞춰졌다. 여전히 독선적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친절해졌다. 달달해서 놀랍고, 당도까지 딱 알맞으니 금상첨화다.
다루는 주제는 사회적인 울림보다 야망과 갈등, 고난 등 자전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때때로 모순적인 가사를 의도적으로 흘리거나 아무 의미 없는 난해한 라인을 반복하며, 마디를 소진하기도 한다. 인간의 불완전함에 대한 이야기를 돌려 풀어내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려는 메시지는 염세적이지만, 현실적이기에 한편으론 씁쓸하게 다가온다. [Cocoa Sugar]는 삐딱하지만, 강렬하고, 난해하지만, 멋있다. 프로덕션은 압도적이며, 세 멤버의 조화도 매우 훌륭하다. 확실히 전작들보다 가장 호불호 없이 사랑 받을 만한 작품임이 틀림없다. 데뷔 이후 굵직한 성과만을 이뤄왔던 이들이 더 나아지기 위해 지난 3년간 들였던 노고가 느껴진다.
11. The Carters - Everything Is Love
Released: 2018-06-16
Lable: Parkwood, Roc Nation
세기의 커플, 비욘세(Beyoncé)와 제이지(Jay-Z) 부부는 각자의 근작을 통해 자칫 흠이 될 수 있었던 가정사를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로 승화시켰다. 비욘세는 여섯 번째 정규 앨범 [Lemonade]를 발표하며 이를 정공법으로 돌파했다. 제이지 역시 기나긴 침묵 끝에 작년 열세 번째 정규작 [4:44]를 통해 아내의 외침에 응답했다. 이후 약 1년이 지난 시점에 발표한 부부의 합작 [Everything Is Love]는 풍파를 겪고 난 뒤 용서와 사랑으로 견고해진 커플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야말로 ‘카터스(The Carters) 3부작’의 마침표를 찍는 작품이다.
쿨앤드레(Cool & Dre), 퍼렐 윌리암스(Pharrell Williams)를 비롯한 다양한 스타 프로듀서들과 협력한 프로덕션은 고른 완성도를 보여준다. 오랜 커리어 동안 트렌드에 뒤처지는 법이 없었던 두 사람답게 현 메인스트림 블랙뮤직 사운드를 충실하게 구현했다. [Everything Is Love]는 카터 부부의 지난했던 과거를 마무리하고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후일담 성격의 앨범이다. 두 사람은 부부 관계에 찾아온 위기를 사랑으로써 극복해냈고, 이를 준수한 완성도의 작품으로 구현해냈다. 사건의 타임라인을 쫓아온 팬들이라면 이처럼 아름다운 결말에 흐뭇함을 느낄만하다. 이 정도면 모두가 수긍할만한 만족스러운 해피엔딩이 아닐까 싶다.
10. J.I.D - DiCaprio 2
Released: 2018-11-26
Lable: Dreamville, Spillage Village
애틀랜타 출신 래퍼 제이아이디(J.I.D)의 음악은 언제나 격렬하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투박한 비트 위에서 공격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거칠고 과격한 노랫말을 빠르게 쏟아낸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와중에도 높낮이가 명확한 역동적인 플로우와 곡의 분위기에 맞게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특유의 음색이 다채로운 감흥을 자아낸다는 것이다. 그의 가사 또한 욕설이나 자극적인 표현으로 물든 적나라한 쾌감은 지양하고, 과거의 고된 경험과 성찰을 주 소재로 삼아 감상의 질을 높인다.
제이아이디의 두 번째 정규작 [DiCaprio 2]에선 이러한 장점들이 보다 극대화된다. 특히 통일성이 부족한 프로덕션이 혼재한 탓에 다소 산만했던 전작의 전철을 밟지 않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독창적인 랩 스킬이 귀를 잡아끄는 “151 Rum”과 “Mounted Up”, 제이 콜(J. Cole)과의 강한 시너지가 발휘된 “Off Deez”, 절실한 자기고백이 심금을 휘젓는 “Just da Other Day” 등의 트랙은 본작의 백미다. 메인스트림 시장에서도 적잖은 성취를 거둔 이 앨범은 근래 힙합 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많은 팬들을 매료시켰다.
9. KIDS SEE GHOSTS - Kids See Ghosts
Released: 2018-06-08
Lable: GOOD Def Jam
[Kids See Ghosts]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시리즈 형식으로 기획한 다섯 장의 와이오밍 프로젝트 가운데 세 번째 작품이다. 언론과 대중의 먹잇감을 자처하다시피 한 칸예의 정치적 언행들은 각종 소음, 가십, 파파라치들을 한데 불러모았고, 결국엔 그를 한적한 와이오밍주 산골짜기로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곳에서 탄생한 본 앨범은 칸예가 여태까지 겪은 혼란과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게 된 과정,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깨달음이 주를 이룬다. 2010년 이후, 자의식 하나로 온갖 장애물을 사정없이 밀쳐내며 전진하는 본인을 묘사한 대표작들을 감싼 무분별한 광기로부터 최소 한 발치 정도는 떨어진 모습이다.
이 앨범에서 칸예는 결론적으로 자신을 겨냥한 비판을 더 이상 밀쳐내지 않는다. 약점을 내보이고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 그것이 곧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식임을 깨닫는다. 덕분에 [ye]가 품었던 내러티브적인 결함과 의문을 어느 정도 상쇄함과 동시에 프로덕션적으로도 더 높은 완성도와 구성을 갖추었다. 커디 중심의 사운드와 그가 지닌 주체적인 발성법, 그리고 목소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데에도 칸예의 공이 크다. 칸예는 곡의 구성과 사운드 조합을 통해 커디의 목소리가 빛날 수 있는 구간에 적절히 배치했다. 둘 사이의 상당한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칸예와 커디의 조합은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한 작품이다. 그야말로 시의적절한 재회다.
8. Freddie Gibbs - Freddie
Released: 2018-06-22
Lable: ESGN, EMPIRE
성폭행 이슈로 힘든 한 해를 보낸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는 체포 후 겪었던 일련의 고통을 [You Only Live 2wice]로 풀어낸 뒤, 곧이어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 작업에 착수했다. 이듬해 여름 별다른 예고 없이 발표한 [Freddie]는 자신의 이름을 타이틀로 건 만큼, 프레디 깁스 표 갱스터 랩의 정수를 담아낸 듯한 결과물이다. 낮고 거친 톤으로 주조하는 차진 래핑, 캐치한 후렴 메이킹 등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지만, 가장 주목해야 할 건 깁스가 만들어내는 세계관이다. 그는 그간 살아온 인생을 바탕으로 생생하고 치열한 갱스터 판타지를 그려낸다.
미니멀한 소스로 꾸려진 트랩 프로덕션은 앞으로 치고 나오기보단 음산하고 긴박한 무드를 다지고, 프레디의 랩에 집중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준다. 더불어, 힙합 팬들이라면 듣자마자 반가워할 이지 이(Eazy-E)의 “Boyz-n-the-Hood”를 샘플링한 “Death Row”, 랩과 싱잉을 오가는 깁스의 탁월한 퍼포먼스를 만끽할 수 있는 “Triple Threat” 등,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 역시 곳곳에 자리한다. [Freddie]는 깁스의 커리어 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갱스터 랩이 주는 가장 원초적인 감흥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그동안 꾸준히 프레디 깁스의 행적을 좇아 왔던 팬들에겐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다.
7. Travis Scott - Astroworld
Released: 2018-08-03
Lable: Cactus Jack, Grand Hustle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은 현재 미국 메인스트림 힙합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그는 첫 등장 때부터 웅장하면서도 암울한 트랩 비트와 오토튠을 가미한 개성 넘치는 랩-싱잉 퍼포먼스로 칸예 웨스트(Kanye West)나 티아이(T.I.)처럼 거물급 아티스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엄청난 인기를 구가한 동시에 수많은 아류를 양산했다. 본작은 원래 그의 두 번째 정규앨범으로 기획됐다. 꽤 오랜 기다림 끝에 발표된 셈이다. 이번엔 전작들과 달리 앨범을 관통하는 테마가 존재한다. 바로 ‘휴스턴’이다. 이는 앨범의 타이틀과도 관련이 있다. ‘아스트로 월드’는 지금은 폐쇄된 휴스턴 유원지의 이름이다.
본작을 통해 스캇은 휴스턴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에 대한 반추와 휴스턴 출신 아티스트들에 대한 존경 등등, 고향에 대한 애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극적인 변주와 다양한 게스트들의 참여가 듣는 재미를 극대화한 초•중반부는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아울러 랩-싱잉으로 일관했던 전작과 달리 정석적인 랩을 적절히 병행하여 사운드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다. 스캇이 기존의 음악적 색깔을 확장, 변형하는 데에 성공한 결과물이라 할만하다. 이로써 어느 새부턴가 똑같은 것이 반복되며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던 순간을 영리하게 극복해냈다. 더불어 그의 음악이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증명했다.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래퍼가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에서도 트래비스 스캇의 위치가 남다른 이유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6. Vince Staples - FM!
Released: 2018-11-02
Lable: Def Jam
앨범을 정규와 비정규로 나누는 의미가 점점 무색해진 현실이긴 하지만, 명색이 정규작임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게 랩이 얹힌 비율과 물리적인 시간만 따졌을 때 EP보다 짧다는 사실은 고개를 갸우뚱 하게 한다. 물론, 여기엔 이유가 있다. 앨범의 구성 때문이다. 한 마디로 [FM!]은 멋진 컨셉트 앨범이다. 수록된 모든 트랙이 특정 포맷 안에서 기능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미국의 유력한 라디오 프로그램인 ‘빅 보이스 네이버후드(The Big Boy’s Neighborhood Morning Show)’를 빼놓을 수 없다. 1997년부터 LA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 힙합 프로그램은 앨범에서 그려지는 빈스의 일상에 디테일을 더하는 부록 같은 역할을 하면서도, 때로는 그의 이야기에서 독립된 옴니버스 트랙 형식으로 수록되기도 했다.
프로그램 호스트인 빅 보이(Big Boy)의 오프닝 멘트와 각종 디제이 브레이크, 얼 스웨트셔츠(Earl Sweatshirt)와 타이가(Tyga)의 미공개 스니핏(snippet), 그리고 폭소를 유발케 하는 라디오 스킷까지. 해당 요소들이 트랙 사이사이에 배치된 덕에 빈스의 이전 결과물보다 유연성과 대중성이 더 짙게 뱄다. 그러나 전체적인 앨범의 기조는 여전히 빈스가 과거부터 지향해온 음악성에 기반한다. 냉소적인 톤으로 남부 캘리포니아의 갱스터리즘을 생생히 묘사했던 정규 1집과 본인을 중심에 놓고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풀어낸 정규 2집, 웨스트 코스트 갱스터 랩에 대한 경외심, 그리고 짤막한 다수의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밀도 있는 폭발력 등등, 과거 승리 공식들의 흔적이 엿보인다. [FM!]의 전체적인 결은 전작들보다 덜 진지하고 덜 정치적이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편한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여 나온 앨범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구조를 자세히 보면 스토리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빈스의 퍼포먼스 역시 여전히 발군이다.
5. Saba - Care For Me
Released: 2018-04-05
Lable: Saba Pivot, LLC
시카고의 재능 사바(Saba)의 두 번째 정규작 [Care For Me]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사건이 있다. 바로 그의 사촌동생이자 절친한 친구, 또 래퍼이기도 한 존 와트(John Walt)의 비극적인 죽음이다. 사바가 소속된 그룹 피벗 갱(Pivot Gang)의 멤버인 존 와트는 작년 2월 괴한의 습격을 받고 싸움 끝에 흉기에 찔려 살해당했다. 이 사건은 곧 [Care For Me]가 본작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 긍정적인 분위기로 희망찬 이야기를 풀어가던 전작과 달리 [Care For Me]엔 존 와트를 잃은 사바의 슬픔이 전체에 녹아있다. 그의 심정을 헤아리듯, 사바와 함께 프로덕션을 이끈 대대 피벗(DaedaePIVOT)과 다우드(Daoud)는 침잠된 동시에 따스한 사운드로 이를 받쳐준다.
한편, 주된 초점은 존 와트의 죽음에 맞춰져 있지만, 사바는 이를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한다. 더불어 전보다 원숙해진 사바의 퍼포먼스는 작품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 요소다. 그는 톤과 완급을 능숙하게 넘나들며 때론 흥얼거리는 듯한 랩-싱잉으로 변화무쌍하게 작품을 끌어간다. 전작 [Bucket List Project]에서의 사바가 꿈을 노래하는 희망찬 소년이었다면, [Care For Me]에서는 진한 슬픔을 이겨내고 한층 성숙하게 피어난 그를 마주할 수 있다. 존 와트의 죽음을 서술하는 첫 트랙 “Busy/Sirens”부터 하늘로 떠나는 그의 시점을 그리는 “Heaven All Around Me”까지, 비로소 소중한 동료를 잃은 상실감을 딛고 일어난 사바는 현재까지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빛나는 앨범을 완성했다.
4. Noname - Room25
Released: 2018-09-14
Lable: No/Name
노네임(Noname)은 데뷔 이래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추상적인 표현들 또한 거리낌 없이 사용했지만, 섬세한 단어 배치와 매끄러운 흐름을 통해 그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왔다. 나아가 강한 여운까지 남겼다. 조금의 흥분이나 감정 소모 없이 차분한 어조로 일관하며 유연하게 전개하는 탄력적인 래핑 역시 집중과 깊이 있는 감상을 유도해냈다. 첫 번째 정규작 [Room 25]에선 이러한 노선을 그대로 따르는 가운데, 그녀의 한층 발전된 기량이 돋보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확장된 가사의 스펙트럼이다. 주제 면에선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교적 소소한 일상이나 사적인 감정에서부터 폭력과 인종차별 등, 무거운 사회적 이슈들까지 골고루 다루지만, 그 사유의 폭과 깊이는 한 차원 높아졌다.
낭만적인 미화나 과장된 수사 없이 그녀만의 시선과 언어로 새롭게 빚어낸 현실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창의적이고 흥미진진하다. 그 과정에서 생긴 치열한 고민과 사색의 흔적 또한 음악에 오롯이 녹아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전작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베테랑 폴릭스(Phoelix)의 프로덕션이 장식한다. 노네임은 보다 자연스러운 호흡과 발성으로 별다른 기교나 낭비되는 음절 없이 정직한 랩을 내뱉는데, 이는 수록곡 전부를 담당한 폴릭스의 세련된 비트와 만나 아름다운 시너지를 낸다. 노네임은 본작에 이르기까지 어두운 과거를 거듭 반추하며, 상처를 치유하려 애썼고 매순간을 모두 음악 안에 담았다. 마침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Room 25]는 앨범이 거둔 놀라운 음악적 성과를 떠나서도 훈훈한 감동을 안긴다.
3. Brockhampton - Iridescence
Released: 2018-09-21
Lable: Question Everything, RCA
‘보이밴드’를 자처하는 음악 집단 브록햄튼(Brockhampton)은 작년 한 해 동안 발표한 세 장의 [Saturation] 연작을 통해 씬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험적인 프로덕션과 유연하고 탄탄한 구성, 멤버들의 개성이 돋보이는 퍼포먼스, 그리고 개인사를 병렬적으로 늘어놓아 몰입도를 높인 가사가 어우러져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줬다. 그러나 트릴로지의 성공으로 메이저 계약까지 따내며 승승장구할 것 같던 이들에게 올해 초 큰 풍파가 들이닥쳤다. 그룹의 핵심 멤버인 아미르 벤(Ameer Vann)의 성범죄 혐의가 SNS를 통해 폭로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도 이 젊은 아티스트들의 창작욕을 멈출 수는 없었다. 사건 이후, 약 4개월 만에 새로운 앨범 [Iridescence]로 돌아온 것이다. 앨범의 사운드는 전보다 훨씬 더 과감하고 진취적으로 변모했다.
일관된 주제 없이 각자의 개인사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나열됐던 전작과 달리 본작은 일정한 주제의식을 공유한다. 성공 이후에 찾아온 위기와 그에 따른 불안감이 바로 그것이다. 흥미로운 건 전작들을 통해 캐릭터들을 착실하게 구축해놓은 덕분에 모두 각자의 관점에서 주제를 풀어감에도 자연스레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전작들이 캐릭터를 소개하는 ‘프롤로그’와 같았다면, 본작에 이르러 드디어 ‘브록햄튼’이라는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멤버들의 퍼포먼스 또한 뛰어나다. [Iridescence]는 브록햄튼이 앞으로 발표할 ‘베스트 이어즈 오브 아워 라이브즈(The Best Years of Our Lives)’ 트릴로지의 첫 번째 작품이다. 이 욕심 많은 그룹은 또 한 번의 연작 앨범으로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줄 심산이다. 과감하면서도 철저한 기획 아래 탄탄한 완성도로 마감된 본작은 그 시작으로써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뒤이어 나올 두 장의 앨범이 기다려질 수밖에 없다.
2. Earl Sweatshirt - Some Rap Songs
Released: 2018-11-30
Lable: Columbia, Tan Cressida
얼 스웻셔츠(Earl Sweatshirt)는 홀연히 등장하여 씬에 돌풍을 일으킨 크루 오드 퓨쳐(Odd Future)의 핵심 멤버에서 두문불출하는 예술가의 길을 가는 중이다. 그의 새 앨범 [Some Rap Songs]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도 한층 더 실험적으로 변모한 사운드다. 이는 그가 뉴욕 출신의 뮤지션들로 이루어진 실험적 힙합 그룹 슬럼스(sLUms)의 멤버들과 영향을 주고받은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프로덕션 역시 랜덤블랙듀드(RandomBlackDude/*얼의 프로듀서 예명)가 대부분을 책임진 가운데, 마이크(Mike), 식스프레스(Sixpress), 불리메인(Booliemane) 같은 슬럼스의 멤버들이 참여했다. 짧게 커팅한 고전 소울 샘플과 의도적으로 삽입한 노이즈 소스들, 그리고 과장된 신시사이저, 정제되지 않은 드럼 등을 활용하여 전에 없이 소울풀하면서도 거칠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앨범은 2016년 대니 브라운(Danny Brown)의 앨범에 참여한 뒤로 작업물을 발표하지 않은 지난 2년간을 되돌아보는 회고록과 같다. 그는 그동안 더욱 심하게 앓게 된 우울증과 약물 중독, 멀어진 가족과 오드 퓨쳐, 슬럼스와의 만남 등을 후렴 없이 짧은 벌스에 담아 앨범 전반에 두서없이 늘어놓았다. 흥미로운 건, 관조적인 시선을 유지했던 전과 달리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솔직한 어투로 털어놓았다는 점이다.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감정의 파고를 일으킨다. 얼은 생전에 데면데면했던 아버지에게 화해의 제스처로서 본작을 들려주고자 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로 인해 [Some Rap Songs]는 그의 가장 감정적이고 개인적인 일면이 담긴 슬픈 회고록이 되었다. 아울러 더욱 진취적이고 깊어진 사운드로 그만의 영역을 더욱 공고히 했다. 이 재능있는 젊은 음악가가 지금의 깊은 슬픔을 극복할 수 있길 바라본다.
1. Pusha T - Daytona
Released: 2018-05-25
Lable: GOOD, Def Jam
최초 클립스(Clipse)의 반쪽으로 데뷔하여 일명 '코크 랩(Coke Rap/ 필자 주: 주로 코카인을 비롯한 마약을 소재로 한 범죄 이야기가 담긴 랩)'으로 일가를 이룬 푸샤 티는 현존하는 최고의 래퍼 중 한 명이다. [Daytona]는 그의 세 번째 정규 앨범이자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프로덕션을 주도한 '프로젝트 와이오밍(Project Wyoming)' 시리즈의 첫 타자였다. 정규 앨범이라고 하기엔 당황스러울만큼 작은 규모의 구성(약 21분의 짧은 러닝타임과 7곡)이 고개를 갸웃하게 하지만, 일단 첫 곡이 시작되면, 빠져드는 건 순식간이다. 그의 모든 앨범이 그랬듯이 랩이 압도한다. 미니멀한 구조의 비트와 카니예 특유의 소울 샘플링이 빛나는 비트가 혼재된 가운데, 그의 랩은 옹골지고 유려하게 전개된다.
주제를 다루는 방식 또한 흥미롭다. 늘 그렇듯이 ‘코크 랩(혹은 드럭 랩)’을 주제로 하지만, 전작처럼 이야기를 한 계단씩 점층적으로 쌓아가지 않는다. 푸샤는 첫 번째 트랙 “If You Know, You Know”의 첫 구절부터 거리의 삶에 대한 묘사로 시작하여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지’라는 식의 태도를 취한다. 이는 이미 ‘코크 랩’의 대명사가 된 자신감의 간접적인 표현이며, 7곡이라는 짧은 곡 수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효과적인 도입부이기도 하다. 한 우물만 파온 푸샤 티의 고집스러운 랩과 칸예만의 개성이 녹아있는 탄탄한 프로덕션이 밀도 높은 작품으로 귀결되었다. 그만큼 한 곡 한 곡의 완성도가 훌륭할뿐더러 7곡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마지막까지 귀를 사로잡는다. 걸작의 요건에서 중요한 건 양보다 질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적절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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