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2018 국내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10
- rhythmer | 2019-01-22 | 1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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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 필진이 선정한 '2018 국내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10’을 공개합니다. 아무쪼록 저희의 리스트가 한해를 정리하는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2017년 12월 1일부터 2018년 11월 30일까지 발매된 앨범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10. 빌런(VILLAIN) - Bank Robber
Released: 2018-08-01
Lable: 플라네타리움 레코드
블랙뮤직에 기반을 둔 신진 레이블 플라네타리움 레코드는 올해 두 장의 컴필레이션을 발표하며 공격적인 활동을 보였다. 데뷔 EP로 이미 실력을 입증한 정진우를 포함해 여섯 명의 멤버가 소속된 레이블의 앨범은 다소 설익은 완성도를 보여줬지만, 각 멤버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그중에서도 빌런(Villan)은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두각을 나타냈다. 8월에 발표한 첫 EP [Bank Robber]에서 그는 정진우에 이은 레이블의 핵심 멤버로서의 존재감을 보인다.
알앤비/소울을 바탕으로 팝과 가요의 문법을 적당히 섞어낸 사운드와 과감한 보컬 어레인지는 가장 먼저 귀를 기울이게 하는 요소다. 더불어 신예 아티스트의 강단과 치기, 그리고 한국대중음악계의 안티-히어로를 자처하는 패기가 뒤섞여서 적잖은 울림을 남기는 가사도 인상적이다. 후반부에 위치한 두 트랙 “핸콕”과 “밉상”은 이를 대표하는 트랙. 특히, 짝사랑의 감정을 솔직하고 단선적인 표현으로 묘사한 “밉상”은 매우 흥미롭다. 그의 다음을 궁금하게 만드는 인상적인 첫걸음이며, EP라는 짧은 구성을 영리하게 이용한 지점이 돋보인다.
9. 정진우 - Rotate
Released: 2018-11-15
Lable: 플라네타리움 레코드
[K팝스타 시즌 5]에 출연하여 이름을 알렸던 싱어송라이터 정진우는 2016년 데뷔 EP [In My Room]를 통해 두각을 나타냈다. 알앤비/소울에 기반을 두고 팝 사운드를 끌어안은 탄탄한 프로덕션과 재기 넘치는 가사, 탁월한 보컬 어레인지가 어울린 앨범은 오디션 출신이라는 편견 아닌 편견(?)을 깨는 괜찮은 작품이었다. 이후 약 2년 만에 발표한 첫 정규앨범 [Rotate]는 전작에서 보여준 가능성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지를 뻗은 결과물이다.
여전히 팝적인 터치가 엿보이는 가운데 전보다 더욱 장르적 색채가 짙어졌다. 그중에서도 폭발하는 후렴구와 랩-싱잉 퍼포먼스가 인상적인 “색(Color)”과 PBR&B를 차용한 프로덕션에 대중친화적인 멜로디 라인을 자연스레 융화시킨 “타투(Tatto)” 등은 인상적이다. ‘K팝스타’ 출연 당시 선보인 “위성”을 재편곡해 마지막 트랙으로 배치하고, 반복되는 사랑의 굴레를 표현한 앨범의 구성 또한 흥미롭다. [Rotate]에는 정진우의 음악적 야망이 꾹꾹 눌러 담겨있다.
8. 소마 – 봄
Released: 2018-04-13
Lable: 스톤쉽
최초 레게를 표방하며 등장했던 소마(SOMA)는 곧 알앤비/소울 아티스트로 전향했다. 그리고 이렇다 할 결과물이 없는 상황에서의 변화는 아티스트에 대한 호기심을 크게 반감시켰다. 곧 발표된 첫 EP [Somablu]와 이어진 두 번째 EP [The Letter]를 통해 드러난 새 노선은 얼터너티브 알앤비. 해당 장르의 특징을 잘 잡아내긴 했으나 단지 그럴 듯한 구현에 의미를 부여하기엔 이미 국내에서도 얼터너티브 알앤비 사운드는 신선함을 잃은 상태였다. 그렇게 기대감이 더욱 떨어질 무렵, 소품집 [봄]이 발표됐다. 그리고 본작에서의 소마와 안에 담긴 음악은 전혀 예상치 못한 감흥을 선사한다.
그녀는 이번에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울타리를 넘어와 마이너풍의 소울 팝을 선보였다. ‘70년대 한국의 사이키델릭 팝도 가미됐다. 주로 부각된 건 기타 연주다.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하고 세련된 멜로디 라인과 잘 연출된 무드가 돋보인다. 특히, 소마의 보컬이 눈부시다. [봄]이 남기는 여운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요소다. 침잠되고 멜랑콜리한 사운드와 무드에 자연스레 묻어나는 방향으로 구사되는 기존의 얼터너티브 알앤비 창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음역대를 오가며 탁월한 보컬 퍼포먼스를 선사한다. '고마워'와 '꽃가루'는 이 같은 보컬과 프로덕션의 장점이 극대화된 곡들이다. 보통 소품집은 아티스트가 가벼운 마음으로 간결하게 구성한 번외 격 작품을 일컫는다. 그런데 [봄]은 소마의 앨범을 통틀어 가장 짧지만, 강렬하다.
7. 보니(Boni) - 신보경
Released: 2018-11-30
Lable: 인플래닛
보니(Boni)는 풍부한 성량과 음을 가지고 노는 듯한 화려한 기교를 바탕으로 팝과 알앤비를 넘나들며 고유한 영역을 구축했다. 그녀의 본명을 타이틀로 건 두 번째 정규작 [신보경]은 온전히 보니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진행된다. 일상의 아기자기한 소재를 겹겹이 쌓아 서사의 토대로 삼았으며, 이에 맞춰 사운드 역시 보다 잔잔하고 부드러워졌다. ‘90년대 알앤비 리바이벌 “Kite and Line”이나 “꿈갈피(Don’t Wake Me)”, “12단지” 등은 생활 속의 소소한 이야기를 매개로 만든 대표적인 곡들이다.
프로덕션적으로 이전까지 진하게 베어 있던 장르색이 다소 옅어진 듯하지만, 특유의 음색과 기교가 중심에 놓여 자연스레 보니의 음악으로 포괄된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쌓아온 스타일이 그대로 아티스트의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은 좋은 예다. [신보경]에선 장르적 틀을 벗어던진 만큼 한층 힘을 빼고 편안하게 펼쳐지는 보니의 퍼포먼스와 마주할 수 있다. 지난 커리어를 통틀어 아티스트로서의 그녀가 가진 본연의 모습을 가장 숨김없이 드러낸 결과물이라 할만하다.
6. 서사무엘 - UNITY
Released: 2018-09-12
Lable: 크래프트앤준
서사무엘은 싱글이든 앨범이든 일단 실망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주는 아티스트다. 그만큼 내놓는 결과물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그것도 꽤 다작을 하면서. 새 앨범 [UNITY]에서도 서사무엘은 솜씨 좋은 장르 융합 기술을 바탕으로 개성 있고 귀에 쏙 들어오는 음악을 다수 창조해냈다. 그간 보여줬던 즉흥성과 아날로그적 감성에 집중하여 만든 컨셉트 앨범같은 인상이다. 그것이 서사무엘의 가장 큰 매력이었기에 그의 이력을 쭉 따라온 이들에게 선물같은 작품일 것이다.
짧게 치고 나가면서도 감미롭게 무드를 잡아가는 보컬, 쿨함과 신경과민 사이에서 표류하는 가사,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멜로디, 전작들에서 엿보인 음악적 야심은 걷어냈지만, 그래서 서사무엘만 만들 수 있는 여유로움과 철학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타이틀곡 'Happy Avocado'는 대표적인 예다. 단출한 어쿠스틱 기타 리프와 보컬이 문을 연 다음, 퍼커션이 가세하여 분위기를 끌어올리다가 힙합풍의 드럼이 중첩되어 본격적인 무드로 진입하는가 싶더니 곧 리듬 파트가 잦아들면서 스러지듯 멜로디가 이어진다. 이렇듯 [UNITY]는 관습적이지 않으면서도 편안하게 와 닿는 곡들로 채워진 작품이다.
5. 에이트레인(A.TRAIN) - Hello, My Name Is Insecure.
Released: 2017-12-11
Lable: 프라임타임뮤직
신예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에이트레인(A.TRAIN)은 한동안 믹스테입과 싱글을 통해 심호흡해왔다. 마침내 발표한 이 첫 번째 정식 앨범에서 그는 이전보다 탁월해진 역량을 드러낸다. 단지 미국 메인스트림 알앤비 사운드를 그럴 듯하게 구현해내던 것에서 트렌드를 독자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여 본인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했다. 그리고 그 안은 매우 불안정하고 어둡다. '불안정으로부터 오는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담고 싶었다는 아티스트의 의도는 양질의 음악 덕에 현학적인 홍보 문구로 전락하지 않고 설득력을 얻는다.
이를 관통하는 프로덕션은 얼터너티브 알앤비다. 장르의 주된 특성 중에서도 침잠된 사운드와 어둡고 몽환적인 무드가 극대화되어있다. 듣는 이를 짓누르는 앨범 근저의 정서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야말로 [Hello, My Name Is Insecure.]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지점이다. 보컬, 사운드 소스, 멜로디, 곡의 전개 모두 충돌과 불협화음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우울과 상실감이 잔뜩 벤 가사가 전반을 지배한다. 그 안에서 지그시 살아나는 멜로디는 여운의 깊이를 더하는 요소. 여기에 에이트레인의 인상적인 보컬이 방점을 찍는다. 2017년의 마지막 달을 장식한 [HELLO, MY NAME IS INSECURE.]는 풍성했던 그해 한국 알앤비/소울 씬에 깔끔히 마침표를 찍고, 2018년 한국 알앤비 씬의 희망적인 시작을 알린 작품이었다.
4. 호림(Horim) – Metrocity
Released: 2018-10-24
Lable: Banktwobrothers
디엔젤로(D’Angelo), 맥스웰(Maxwell), 에리카 바두(Erykah Badu) 등이 선보인 네오 소울은 ‘90년대 중반 이후의 알앤비/소울 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전혀 새로운 스타일이면서도 전통적인 바이브를 중시한 이 장르에 수많은 음악 팬과 아티스트가 열광했다. 힙합에서 쥐펑크(G-Funk)가 그러했듯이 네오 소울 자체의 전성기는 비교적 짧게 막을 내렸지만, 이후로도 장르적인 영향력은 이어졌다. 싱어송라이터 호림은 드디어 발표한 첫 번째 정규 앨범에서 네오 소울을 중심에 놓았다.이미 2016년에 발표했던 데뷔 EP [08202 Groove S[e]oul City]에서부터 해당 장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그는 이번에 완성형 네오 소울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한 땀 두 땀 정성 들여 짠 듯한 구성의 프로덕션, 사운드 질감, 멜로디, 보컬 어레인지 등등, 모든 부분이 탁월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이 같은 바이브의 결과물은 아티스트가 해당 장르의 마니아가 아니면 나오기 어려운 수준의 것이다. 특히, 개인사, 혹은 청년으로서 바라보는 삶의 단편을 담은 가사가 어우러지는 순간의 감흥이 상당하다. 에디 켄드릭스(Eddie Kendricks)의 “Intimate Friends”를 샘플링하여 레이드-백(Laid-Back)한 프로덕션을 구축하고, 본인을 포함하여 쉽지 않은 꿈을 좇는 이들을 위로하는 “Street”, 아픈 과거사를 꺼내며 시작하지만, 결국은 회복에 관해 이야기하는 “Blue Recovery” 등은 대표적이다. 성공적인 첫 번째 정규다.
3. 히피는 집시였다 – 언어
Released: 2018-03-29
Lable: 스톤쉽
‘레퍼런스 논란’이 매년 반복되는 한국 블랙뮤직 씬에서 히피는 집시였다는 단연 돋보였다. 제이플로우(Jflow/프로듀서)는 얼터너티브 알앤비에 근간을 두면서도 현 트렌드와는 다른 고유한 무드와 정서의 프로덕션을 만들어냈고, 셉(Sep/보컬)은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처연한 보컬을 통해 특유의 관조적인 가사를 노래했다. ‘아시안 얼터너티브’라는 명칭이 딱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그들이 2017년에 발표한 정규 데뷔작 [나무]는 그해 최고의 알앤비/소울 앨범이자 힙합과 알앤비를 통틀어 가장 신선한 블랙뮤직 앨범이었다. 정규 2집 [언어]에서도 듀오의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이 이어진다.
제이플로우(Jflow)가 주조한 프로덕션은 큰 틀에서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범주에 속하지만,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트렌드가 된 기존의 얼터너티브 알앤비 곡들과는 온도차가 있다. 그들의 사운드와 무드는 여전히 밝지는 않지만, 침잠되기보다 포근하고, 차갑기보다 따뜻하다. 여기에 셉(Sep)의 쓸쓸함이 밴 보컬과 관조적인 가사, 그리고 인위적으로 늘어선 음표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흐르는 멜로디가 반대편에서 균형을 맞추며, 어디에서도 듣기 어려웠던 알앤비가 완성된다. 그런 가운데 멜로디가 더욱 선명해진 것은 눈에 띄는 변화다. 전반적으로 변화와 유지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졌다. 이제 ‘아시안 얼터너티브’라는 명칭을 넘어 ‘히피는 집시였다’ 자체를 하나의 장르라 부를만하다.
2. 나얼- Sound Doctrine
Released: 2018-03-28
Lable: Long Play Music, 인넥스트트렌드
2012년에 발표된 나얼의 첫 번째 솔로앨범 [Principle of My Soul]은 오랫동안 알앤비/소울을 탐구해온 아티스트로서의 결실이 담긴 수작이었다. 그리고 약 6년만에 발표한 두 번째 솔로앨범 [Sound Doctrine]에서 느껴지는 장르에 대한 열정은 더욱 강해졌다. 혼, 일렉 기타, 빈티지한 질감의 신시사이저와 간간히 울리는 코러스가 어우러져 펑키한 그루브를 자아내는 첫 트랙 “Soul Walk”는 이 같은 앨범의 성격을 대표한다. 마치 1970년대 유행하던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 영화의 OST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 곡은 매우 효과적이고 적절한 인트로다. 이 외에도 필리 소울(Philly Soul)과 두왑(Doo Wap)의 경계에서 유려한 현악기와 색소폰 연주가 봄기운을 북돋우는 “Spring Song”, 귀를 때리는 드럼 라인과 신스가 흥겨운 펑크(Funk) 트랙 “Baby Funk”,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가 떠오르는 디스코 트랙 “Stand Up” 등등, 모두 각 장르가 주는 고유한 맛을 재현하는 데에 주력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다.
전작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곡의 구성이다. 그동안 꾸준히 선보였던 팝 발라드, 혹은 가요 성향 곡들의 비중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대신 장르적인 색채와 가요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춘 트랙들이 눈에 띈다. `90년대식 알앤비 발라드와 동시대에 유행하던 가요 발라드의 경계에 있는 “기억의 빈자리”나 필리 소울(Philly Soul)의 감흥을 한껏 끌어올린 프로덕션 위에 가요풍의 멜로디를 얹은 “널 부르는 밤”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양쪽의 특징을 적절히 녹여냈다. [Sound Doctrine]은 제목 그대로 장르를 교과서적으로 연구하여 완벽한 사운드로 구현해낸 결과물이다. 그만큼 알앤비/소울에 대한 그의 변치않은 고집과 애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 커리어에서 이토록 꾸준하게 한 장르를 파온 그의 모습엔 뚝심이란 표현이 알맞을 듯하다. 그리고 본작은 그의 존재가 왜 독보적일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1. 수민 - Your Home
Released: 2018-08-10
Lable: SUMIN
수민은 네오 소울부터 힙합 소울을 아우르는 넓은 스펙트럼과 실력을 갖춘 -프로덕션도 책임질 줄 아는- 드문 아티스트다. 현재 한국의 힙합, 알앤비 씬에서 그녀가 선보인 감각과 재능은 손꼽을만하다. 2016년 데뷔 EP [Beat, And Go to Sleep] 이후, 2년 만에 발표한 정규 데뷔작 [Your Home]에서 수민은 곡 대부분을 혼자 프로듀싱했다. 전작과 달리 일렉트로닉 성향이 강화된 것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지점이다. ‘80년대 신스 팝(Synth Pop) 사운드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구현한 타이틀곡 “너네 집”은 대표적. 곡에 딱 맞는 게스트, 신세하(Xin Seha)의 참여 덕에 몽환적인 분위기가 강화됐다. 이밖에도 힙합, PBR&B, 엠비언트(Ambient), 퓨쳐바운스(Future Bounce) 등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면서도 틀에 얽매이지 않는 시도를 통해 사운드의 스케일을 성공적으로 확장했다. 더불어 전보다 더욱 캐치해진 멜로디라인이 시종일관 귀를 사로잡는다.
다양한 시도 속에서도 전체적으로 일관된 색깔을 보여준다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스스로 프로덕션을 꾸린 덕분이다. 가사 역시 인상적이다. 사랑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감정을 직설적이면서도 허를 찌르는 표현으로 담아내어 듣는 맛을 더했다. 일례로 “I Hate You”에서는 연인에 대한 반감을 통쾌한 화법으로 풀어내고, “통닭”에서는 섹슈얼한 순간을 ‘통닭’에 빗대는 재기발랄함을 보여준다. 한편, “Seoul, Seoul, Seoul”은 바쁜 도시 속에 사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듯한 가사로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일견 다른 트랙들과 동떨어져 보이지만, ‘Your Home’이라는 타이틀 아래 포괄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알앤비/소울 씬에서 쏟아져 나온 많은 수작 가운데서도 [Your Home]은 압도적인 완성도를 보여준다. 앞서 언급했듯이 다양한 장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과감한 시도와 만개한 음악적 역량이 만난 결과다. 이에 본인만의 개성을 듬뿍 담은 가사를 더해 수민만의 색깔 있는 음악을 완성했다. 인디펜던트로 이뤄낸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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