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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Far East Movement '인종적 한계를 넘어 세계적인 인기스타로'
    rhythmer | 2010-11-07 | 1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동양인이 미국의 팝 음악계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는 건 여전히 낯선 광경이다. 특히, 그 어떤 장르보다 흑인들 특유의 문화적 특성과 가치관이 진하게 밴 힙합과 알앤비 씬은 다른 인종에게 스타의 자리를 쉽사리 내어주지 않는다. BET의 프리스타일 배틀에서 ‘랩의 원조’들인 흑인 참가자들을 날려버리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중국계 랩퍼 진 다 엠씨(Jin Da MC)는 그 대표적인 예다. 그는 2000년대 초반의 랩 게임을 이끌었던 스타 중 한 명인 DMX의 크루이자 레이블 러프 라이더스(Ruff Ryders)의 멤버가 된 데 이어, 메이저 레이블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앨범까지 발표하면서 첫 번째 아시안 힙합 스타의 탄생을 기대하게 했지만, 결국, 그 높고 두터운 벽을 넘지 못했다. 현재 미국에는 많은 아시안 뮤지션들이 있지만, 대부분 언더그라운드에서 로컬 씬을 바탕으로 활동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판국에 모두 아시안으로만 구성된 힙합/일렉트로 합(Electro Hop: 일렉트로니카 + 힙합) 그룹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의 성공적인 행보는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룹의 주축 멤버인 프로그레스(Prohgress)와 제이-스플리프(J-Splif)가 한국인이라는 사실 때문인지 국내 음악팬들에게 더 큰 희열을 선사했다.

    프로그레스, 제이-스플리프, 케브 니쉬(Kev Nish), 디제이 벌맨(DJ Virman) 등이 뭉친 파 이스트 무브먼트는 최초 벌맨을 제외한 세 멤버가 고등학교에서 만나며 결성됐다. LA의 한인타운에서 성장한 이 세 명의 랩퍼 지망생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주차장에 가서 프리스타일 랩을 하며 놀곤 했는데, 이후, 엠씨즈 어나너머스(Emcee's Anonymous)라는 팀 명으로 자신들의 창작곡을 온라인에 공개하고 로컬 클럽에서 공연하며 팀으로서 활동을 시작한다. 지금의 팀 명으로 바뀐 건 2003년 즈음 “The Far East Movement"라는 곡을 만들었을 때이다. 처음에는 자신들이 아시아인이라는 것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생각하여 그 사실을 숨기려고 엠씨즈 어나너머스라는 이름을 썼지만, 이내 마음을 바꾸게 되었다고. 그렇게 이들은 파 이스트 무브먼트라는 이름으로 2006년에 첫 앨범 [Folk Music]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 앨범의 수록곡 “Round & Round”가 인기 레이싱 액션 영화 시리즈였던 [패스트 앤 퓨리어스: 도쿄 드리프트/The Fast and the Furious: Tokyo Drift]의 메인 테마로 공개되면서 미국 대중음악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다.   

    파 이스트 무브먼트가 스타덤에 오를 징조를 보인 건 2008년부터다. 당시 LA의 유명한 라디오 스테이션 파워 106(Power 106)의 디제이였던 벌맨을 영입하여 4인조로 팀을 재정비한 이들은 곧 두 번째 앨범 [Animal]을 내놓았는데, 싱글 “Girls On The Dance Floor”가 매우 좋은 반응을 얻게 된다. 비록, 빌보드의 메인 차트에 오르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각 라디오 방송국에서 상당한 에어플레이 횟수를 기록했고, MTV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아메리카즈 베스트 댄스 크루/America's Best Dance Crew] 시즌 4의 피날레 곡으로 사용되는 등, 체감인기는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것 못지 않았다. 그 결과 이들은 제이-지(Jay-Z),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 릴 존(Lil Jon), 플로 라이더(Flo Rida) 등 힙합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Powerhouse 106 콘서트’의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자신들의 인지도를 기반으로 국내의 유명 힙합 그룹인 에픽 하이의 미국 콘서트를 돕기도 했다.

    점점 주가가 상승하던 이들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온 건 바로 2010년이었다. 바로 굴지의 메이저 레이블 인터스코프(interscope) 산하의 체리트리 레코드(Cherrytree Records/레이디 가가, LMFAO 등이 소속되어 있다)와 공식 계약을 맺은 것이다. 이들은 같은 레이블 소속인 세계적인 일렉트로니카 이슈 메이커 레이디 가가의 ‘더 몬스터 볼 투어(The Monster Ball Tour)'에 투입되었으며, 동시에 새 앨범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 싱글 “Like A G6”가 나왔고, 드디어 2010년 10월, 두 번째 정규 앨범인 [Free Wired]가 발표되었다.

    이들은 [Free Wired]를 통해 일렉트로-합(Electro-Hop)을 본격적으로 선보였는데, 사실 첫 싱글이 나왔을 당시만 해도 이들이 잘 나가는 레이블에서 결과물을 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어려울 듯했다. 그러나 “Like A G6”는 뒷심을 발휘하며 대중의 가시권에 진입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빌보드 핫 싱글 차트 1위를 거머쥐면서 완전한 성공을 이루어냈다.

    한때 인종적인 한계를 안고 랩 스타를 꿈꾸던 네 명의 아시안 청년들이 마침내 인기스타의 대열에 합류했다. 이제 막 시작된 것이긴 하지만, 파 이스트 무브먼트가 메이저 팝계에서 성공한 건 그 자체로서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며, 끊임없이 미국 진출을 시도하는 작금의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일이기도 하다.

    “사실 처음에는 아주 힘들었지만, 그래도 최근 오륙 년 사이에 많이 좋아졌어요.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글로벌 컬쳐가 되어서 e-제네레이션의 아이들이 더는 동양인인지 흑인인지 따지지 않는 것 같아요. 이제는 피부색을 예전처럼 딱딱하게 보지 않는 것 같아요." –리드머 인터뷰 중 




    기사작성 / RHYTHMER.NET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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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ichelle (2010-11-21 22:25:44, 59.5.203.**)
      2. 누에군님 사진 클로드모네 그림맞지요?
      1. 누에군 (2010-11-12 00:30:33, 121.138.212.***)
      2. like a g6
        중독성 만큼은 인정!!
      1. Klezik (2010-11-08 19:09:05, 121.161.41.***)
      2. 인종 뭐 그런건 모르겠고 앨범 곡들 하나하나 다 좋더군요
        정말 잘 빠진 앨범
      1. 봉구 (2010-11-08 05:03:54, 121.162.180.***)
      2. 한국에서 이분들 데리고 파티하면 정말 신날 것 같네요. =)
      1. lemonade (2010-11-08 01:46:04, 216.114.194.***)
      2. 솔직히 피부색은 여전히 딱딱하게 봅니다 미국에서는요..
        피부색을 보는 관점들은 이 지구가 멸망할때까지 변함이 없으리라 봅니다..
        다만, 당신들의 노래를 처음들었을때 이것이 동양인의 노래라고는 상상도 못했을만큼 굉장히 좋은 곡을 냈기에 이런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I`m so proud of y'all
      1. Popeye (2010-11-07 23:26:58, 119.42.65.***)
      2. 아 정말 최곱니다...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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