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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벽을 정복하는 남자들, 매드빅터(MADVICTOR) 퍼포먼스!
    rhythmer | 2011-01-26 | 1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너무 당연하고 널리 알려진 이야기라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피티(Graffiti Writing)는 엠씨잉(MCing), 디제잉(DJing), 브레이킹(Breaking)과 함께 힙합 문화의 4대 요소다. 하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해 나름의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해나간 다른 세 요소와는 달리 그래피티는 현재의 힙합에서 약간은 어중간한 위치를 차지한다. 거리의 벽을 캔버스 삼아 작가의 예술성을 표출하는 이 형태는 어쩌면 가장 원초적인 예술 수단의 또 다른 진화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예술을 박제하고 전시해놓은 채 정교하게 디자인된 현대 도시 경관을 바라보는 타인들은 그래피티를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낙서이자 밴덜리즘(Vandalism)으로 규정하고 태거(Tagger)들을 내몰았다. 거리라는 화폭이 점점 좁아진다는 걸 깨달은 태거들은 주류 예술계나 상업적인 디자인 시장으로 진출했고, 거리에는 점점 예술적인 낙서나 창의적인 작품들 대신 의미 없는 낙서나 갱들의 영역 사인들이 영역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그래피티는 오늘날 힙합 씬에서 모호한 위치에 서게 되었고 여전히 논란을 몰고 다니는 예술행위지만, 아직도 많은 태거가 거리를 지키며 스스로 힙합이라는 문화의 소중한 구성원이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임을 증명하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국내의 그래피티 씬 역시 전반적인 상황은 열악하다. 물론, 슈퍼그래픽(Supergraphic)으로 대표되는 다른 이름으로 상업 디자인계 안을 파고들어 현재는 그래피티의 사회적인 지위가 제법 상향 조정되었다. 하지만, 태거들이 그래피티의 순수한 매력과 그 창조적인 열정을 꽃피울 공간은 여전히 협소하며 많은 제약에 발이 묶인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지난 2011년 1월 22일에는 국내의 대표적인 그래피티 팀 매드빅터(MadVictor)의 특별한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매드빅터는 ‘미친 듯이 벽을 정복해 나간다.’는 의미를 가진 그래피티 팀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그래피티 팀 가운데 하나다. 태거와 페인터, 포토그래퍼, 프로 스케이터 등등 다양한 서브 컬쳐를 사랑하는 멤버 6인이 모인 그들은 다양한 전시와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이미 널리 알려졌는데, 무엇보다 2010년 ‘월로즈 아시아 그래피티 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하여 챔피언을 거머쥐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상수역 1번 출구 근처 거리의 벽에서 벌어진 이번 퍼포먼스 이벤트는 쌀쌀한 날씨에 야외에서 펼쳐진 행사라 걱정되었지만, 꽤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고양이’를 주제로 펼쳐진 매드빅터의 그래피티 퍼포먼스는 다양한 매체의 취재 대상이 되었으며 현장을 지나는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이번 퍼포먼스를 주도한 두 태거 제바(XEVA, 유승백)와 세미(SEMI, 김병인)는 추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계속해서 스프레이 페인트를 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장시간 야외에서 상당한 추위에 노출되었음에도 때로는 장갑마저 벗고 세밀한 부분의 묘사를 하는가 하면 수 시간의 야외 작업에도 활기차고 능숙한 모습으로 그래피티를 완성해 나갔다.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 또한 두 태거와 함께 내내 자리를 지키며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그들을 지원하며 함께 했다.

    그들의 이번 작업에서 주제가 된 고양이는 거리를 배회하며 사람들의 까다로운 시선과 무관심 속에서 힘겨운 생활을 지속해 나가는 동물들이다. 매드빅터가 추운 겨울에 그들의 작업실로 들어와 몸을 녹이다가 가는 길고양이에게 영감을 받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고양이라는 주제를 통해 차가운 그늘과 배타적인 시선 속에서 자신의 생활을 영위하는 작은 존재에 대한 그들 나름의 헌정이자 관심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따뜻한 관심과 애정에서 비롯된 그래피티 작품에는 귀엽지만 당당하고, 도도하며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의 모습을 그들의 아이덴티티에 기대어 멋지게 표현되어 자리를 찾은 관객이나 현장을 지나는 대중에게 좋은 호응을 얻었다.

    예전보다 상당히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힙합 씬에서 그래피티는 여전히 힘겨운 싸움을 계속 해나가고 있다. 이날 벌인 매드빅터의 그래피티 퍼포먼스를 계기로 힙합 문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의 마음에 그래피티와 다른 서브 컬쳐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프레이로 벽을 정복하다! 매드빅터 인터뷰

    매드빅터의 두 멤버 제바(Xeva, 이하 ‘재’)와 세미(Semi, 이하 ‘세’)를 만나 짧게나마 인터뷰를 가졌다.

    리드머(이하 ‘리’): 먼저 매드빅터라는 팀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할게요.

    제바(Xeva): 저희 매드빅터라는 팀은 2002년부터 저(제바)와 세미가 함께 뭉쳐 만든 팀이에요. 저희가 거리에서 항상 벽을 정복하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벽을 광적으로 정복해보자’라는 의미에서 매드빅터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고요.

    리: ‘벽을 정복한다’는 비유가 참 멋지네요. (웃음) 예전에 비해 지금은 그래피티가 하나의 문화나 아트워크로 인정을 받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현실적으로는 차가운 시선도 있는 것이 사실이잖아요? 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제: 말씀한대로 항상 그래피티라고 하면 안 좋은 인식이 많잖아요. 미국의 할렘을 떠올릴 때 뒷골목의 낙서들을 떠올려서 인식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요즘은 작가들이 미술관 등에서 전시회도 많이 열고, 지금 저희가 하는 것처럼 낙서로 가득한 거리의 벽을 정화하는 의미에서 그래피티를 많이 하다 보니까 전보다는 인식이 많이 좋아졌어요. 매스컴을 통해서도 그래피티가 어떤 것인지 보여드리고 표현하다 보니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아졌고요.

    리: 반응이 예전보다는 많이 부드러워진 거네요?

    제: 그렇죠. 좋아졌죠.

    리: 어떻게 보면 예전의 그래피티에 대한 이미지는 가난함과 강함으로 대표됐던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이 나아진 것 같지만…

    제: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많아요. 그래피티 작가들이 일반 작가처럼 캔버스 전시나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그 작가들이 좋은 이미지를 쌓았죠. 자연스레 그러한 활동 등을 통해서 그래피티의 이미지도 많이 좋아졌고요.

    리: 그렇게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매드빅터 팀도 한몫하고 있죠. (웃음) 그럼에도 외국의 씬에 비해 국내는 비교적 열악한 환경인 것이 사실인데…. 재료 같은 경우에도 국내에는 종류가 그리 많지도 않다고 들었어요. 그런 환경들을 어떻게 극복해나가고 있는지 궁금해요. 

    제: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외제 스프레이가 들어오지 않았었어요. 그래서 그전에는 저희도 몇 개씩만 구입해서 쓰다가 지금은 공식 수입처가 생겨서 예전보다는 조금 좋아진 환경에서 작업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외국보다는 땅덩어리도 작고 큰 벽이나 공간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여전히 그래피티를 하기에 열악한 환경이기는 하죠.

    리: 사실 그래피티가 비보잉, 엠씨잉, 디제잉과 함께 힙합의 4대 요소이긴 하지만, 현재 그래피티는 힙합과 좀 괴리되었잖아요? 어떻게 보면 작가들도 그렇고, 그래피티가 상업적 디자인이라던지 파인아트적인 측면으로 많이 기울어졌는데, 지금 매드빅터는 그래피티 퍼포먼스를 힙합의 서브 컬처 활동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건지, 아니면 종합적 예술의 개념을 포함하면서 힙합과 교집합적 활동으로 진행하는 건지 궁금해요.

    제: 저희는 처음에 힙합을 좋아했고, 그럼으로써 그래피티를 알게 됐기 때문에 힙합 문화의 한 요소로서 그래피티의 가치를 항상 염두에 두고 그리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저희의 최종 꿈은 그런 힙합적인 측면을 배제하지 않은 작가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세미(Semi): 처음부터 좋아하는 친구들이랑 춤을 추고, 어떤 친구는 랩을 하고 어떤 친구는 벽에 그림을 그리고… 다 같이 함께 노는 문화로 시작했으니까요. 저희도 힙합 음악을 즐기고 비보잉하는 친구도 있어서 어울리다 보면 계속 연관이 되는 것 같아요. 공통분모가 많아서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 영감을 얻기도 하고요.

    리: 벽이 어떻게 보면 캔버스가 되는건데, 어떤 경로를 통해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건가요? 예를 들면, 그럼 건물주라든지…. 

    제: 큰 벽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금방 그리고 도망갈 수는 없으니까 (전원웃음) 저희가 건물주 분들에게 컨택을 하죠. 하지만, 아무래도 연세가 높은 분들이 많아서 그래피티가 어떤 건지도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허락받기가 쉽지는 않아요. 그래도 간혹 열린 생각으로 저희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허락해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리: 처음에는 전부 그래피티하는 분들만 뭉친 줄 알았는데, 서브 컬처 전반에 걸쳐 있더라고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 좀 해주세요. 

    제: 저희 팀에는 페인터도 있어요. 일반 벽화와 파인 아트를 하는 작가도 한 명 있고요. 작품 세계를 벽으로 표현할 때 저희가 같이 참여하기도 하고 그 친구의 전시회가 있을 때는 또 저희가 서포터를 해주기도 합니다. 따로 포토그래퍼가 있는데 저희가 작업하는 것을 찍으면서 그 친구도 자기만의 사진 작품들을 많이 남겼어요. 현재는 호주에 유학을 가서 공부를 하고 있고요. 스케이터도 같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같은 문화를 공유하면서 서포트해주는 그런 팀입니다.

    리: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 비-보이들이 세계에 나가서 위상을 떨쳤잖아요. 이번에 매드빅터도 중국에서 벌어진 월로즈 아시아 그래피티 대회에서 아시아 챔피언을 따내며 태거로서 명성을 떨쳤는데, 어떤 대회였고,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제: 2009년에 월로즈 대회 한국대표 선발전이 있었어요. 거기에 저희 팀이 참가를 하고 싶어서 참가했죠. 국내에도 실력 있는 친구들이 많은데 저희가 운 좋게 1등을 하게 돼서 중국의 월로즈 대회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8개국 팀들이 중국에 와서 함께 결선을 벌였죠. 그게 바로 뒤인 2010년 여름이었어요. 

    리: 그게 또 어찌 보면 다른 많은 아티스트들과 교류나 경쟁의 측면에서 많은 자극이 되었겠네요. 느낀 점도 많았을 것 같고요.

    제: 그렇죠. (웃음)

    세: 그쪽 친구들 중에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림 그리는 친구들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저희가 항상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서양 쪽만 관심 있게 지켜봤는데, 아시아 쪽에서도 실력 있는 친구들이 상당히 많아서 놀랬어요. 그리고 말이 안 통하는데도 그래피티 하나로 통해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 그런 것이 즐거웠죠. 그 친구들은 항상 ‘아시아는 하나’라고 생각하고 서로 활동 열심히 해서 멋진 모습을 많이 보여주자고 말하곤 했어요.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연락하고 지내는데, 정말 좋았던 경험이었어요.

    제: 제일 좋았던 건 선의의 경쟁이었던 거에요.

    세: 네. 아시아는 하나라며 많이 축하해줬어요. (웃음)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리: 그럼 아시아 대회 이후에 세계 대회가 따로 있나요?

    세: 그런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는 들었는데, 아직 구체적인 사항은 나오지 않았어요.

    제: 왜냐하면 전 세계적으로 아티스트들이 너무 많고, 그런 대회를 진행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쉽게 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리: 아무래도 음악 쪽과는 접근방법이 달라서 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세: 홍콩 쪽 친구들은 그런 것 말고라도 아티스트들 초대해서 행사를 많이 만들어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조금 지나면 뭔가 더 재미있는 게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제: 사실 그래피티는 세계적으로 대회의 개념보다는 어떤 페스티발, 축제 같은 개념으로 많이 진행해요. 그런 축제에 아티스트들이 많이 참가해서 같이 그림 그리고 즐기는 거죠.

    세: 우리나라에서 한다고 하면, 저희가 그들에게 컨택해서 같이 진행하기도 하구요. 전보다는 많이 활발해진 상태라서 그림으로만 봤던 친구들도 만나서 같이 이야기하기도 하고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여건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 분명히 좋아진 것들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리: 오늘은 ‘고양이’를 주제로 퍼포먼스를 보여줬는데, 고양이를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제: 요새 저희 작업실에 추워서 매일 들어오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어요. 추울 때 들어왔다가 잠깐 쉬면서 몸을 녹이고 나가는 행동을 보면서 저희가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랄까, 그런 게 좀 안타깝게 느껴졌어요. 요새 길냥이라고 그러죠. 그런 것들도 되게 문제가 되잖아요. 강아지는 애견이라고 하면서 좀 사람과 가깝게 잘 지내는 느낌인데, 고양이는 지금도 길에서 죽는 애들이 되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사람과 고양이가 더 친숙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고양이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게 됐습니다.

    리: 끝으로 앞으로 활동계획과 리드머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한말씀 부탁해요.

    : 저희 매드빅터 팀은 항상 그래피티나 서브 컬처들을 모든 분이 알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그래서 저희가 상상마당 그래피티 강의 스쿨도 준비하고 있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래피티에 대한 인식이 좋아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피티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 공유도 더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고요. 리드머에서도 음악뿐만 아니라 그런 그림이나 서브 컬처에 대해서 좀 더 다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취재 및 글: 예동현, 사진: 박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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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a.s (2011-01-31 18:51:48, 175.113.194.***)
      2. 세바님은 타 커뮤니티에서 알게되서 예전에 성곡미술관 전시회도 다녀온적 있는데
        너무 좋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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