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그곳에 대안적 힙합이! 10주년 Lex Records 명작 5선
- rhythmer | 2011-02-11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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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레코드(Lex Records)는 런던과 뉴욕을 기반으로 하는 인디 레이블이다. 그리고 2001년 설립 이래 양질의 앨범을 꾸준하게 공급해 오고 있다.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프로듀서 데인저 마우스(Danger Mouse)가 바로 이 레이블의 간판스타다. 한때 일렉트로니카 레이블 워프 레코드(Warp Records) 산하였던 과거를 뒤로 한 채, 단독 레이블로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렉스 레코드가 올해로 어느덧 설립 10주년이 되었다. 이를 기념하여 렉스 레코드에서 발매된 필청 힙합 앨범을 선정하여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Danger Mouse & Jemini [Ghetto Pop Life] (2003, LEX010)
데인저 마우스(Danger Mouse)는 씨-로(Cee-Lo)와 함께한 날스 바클리(Gnarls Barkley)의 "Crazy"가 유명 기업의 CF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 국내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날스 바클리 활동 이전에 하이톤 래퍼 제미나이(Jemini)와의 작업물이 있었다. 데인저 마우스가 워낙 전 방위로 활동하길 선호하는 프로듀서인지라 [Ghetto Pop Life]도 예외는 아니어서, 앨범은 전형적인 힙합의 느낌에서 벗어나 일렉트로니카 색이 물씬 풍기는 작품에 가까웠다. 물론, 알카홀릭스(Tha Alkaholiks), 파사이드(Pharcyde), 프린스 포(Prince Po) 등 힙합 뮤지션들의 참여로 랩을 원 없이 들을 수 있긴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데피니티브 젹스(Definitive Jux) 레이블의 기운까지 감돌게 된다. 초반부의 산뜻한 출발을 거쳐 "Copy Cats", "Bush Boys"처럼 분위기를 확 띄우는 곡도 더러 존재하나, 그런 트랙마저도 추상적 힙합의 색채가 진하여 아예 얼터너티브를 표방하고 제작한 앨범임을 짐작할 수 있다. 데인저 마우스는 이 앨범을 시작으로 어느덧 렉스 레이블의 대표 프로듀서로 자리매김했고, 계속해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Non-Prophets [Hope] (2003, LEX018)
세이지 프랜시스(Sage Francis)와 조 비츠(Joe Beats)의 프로젝트 그룹 넌-프로펫츠(Non-Prophets)의 앨범도 렉스에서 발매되었다. '99년에 싱글 "Bounce"를 제작했던 이력이 있지만, 두 멤버가 각자 솔로 앨범 활동에 전념하면서 넌-프로펫츠의 앨범은 2003년이 되어서야 공개될 수 있었다. 힙합 프로듀서이지만, 타 장르 음악과 믹스(mix)가 주특기인 조 비츠의 비트는, 다소 이질감을 느끼게 하면서도 힙합 고유의 그루브는 잃지 않는 아슬아슬함이 가득했고, 랩 잘 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세이지 프랜시스의 랩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Hope]에서도 수준급이었다. 피치포크 미디어에서는 9.2점의 높은 점수와 함께 'One of the year's finest'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붙이는 후한 평가를 내렸다. 자연스레 차기작이 기대되는 듀오였지만 싱글 "Damage"와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 앨범의 발매, 그리고 2004년 미국 투어 외에 넌-프로펫츠의 다른 활동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각자 솔로 활동에 전념하고 있지만, 언젠가 재결합하여 [Hope]에 견줄만한 또 하나의 수작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Prince Po [The Slickness] (2004, LEX025)
해체한 랩 듀오 오거나이즈드 컨퓨젼(Organized Konfusion)의 반쪽이었던 프린스 포(Prince Po)가 렉스 레코드에서 첫 솔로 앨범을 제작하게 된 배경에는 역시 데인저 마우스가 있었다. 2002년, 프린스 포는 데인저 마우스와 만남을 통해 렉스 레코드와 계약했고, 앨범 [The Slickness]에는 자연스럽게 데인저 마우스, 영국 프로듀서 리차드 엑스(Richard X) 등이 프로덕션을 책임졌다. 안티콘(Anticon) 진영의 젤(Jel)과 스톤 스로우(Stones Throw)를 대표하는 매드립(Madlib)까지 가세하며 화려한 라인업을 갖춘 이 앨범은 렉스 레코드 특유의 얼터너티브적 성향에 프린스 포의 랩이 잘 버무려지며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비록, 오거나이즈드 컨퓨젼 시절의 분위기와는 180도 달라졌지만, 리차드 엑스의 일렉트로닉 사운드 위에서 랩을 하는 프린스 포의 모습은 어색함이 없었다. 싱글 컷 된 "Bump Bump"의 뜬금없는 비트를 제외하고는 매드립의 참여도 만족스러웠다. 게스트들과 적절한 조우 속에서 프린스 포의 첫 솔로 앨범은 판매량과는 무관하게 2004년을 빛낸 힙합 앨범으로 입지를 굳혔다.
Danger Doom [The Mouse And The Mask] (2005, LEX036)
데인저 마우스의 끝을 알 수 없는 실험 정신이 빚어낸 독창적 결과물. 데인저 마우스와 엠에프 둠(MF Doom)의 프로젝트 앨범이다. 카툰 네트워크의 성인을 위한 채널 어덜트 스윔(Adult Swim)을 테마로 트랙을 구성하고, 실제 애니메이션 테마 튠 작곡가의 음악을 샘플링하는 작법을 채택하여 앨범에는 참신함이 듬뿍 담겨 있다. 평단과 대중 모두 데인저 마우스와 둠이 이렇게 어울릴 줄은 몰랐다는 식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렉스의 앨범 치고는 의외로 발매 전부터 굵직한 홍보가 이루어져 빌보드 앨범 차트 40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와 씨-로의 참여가 주목할 만한 곡이라 할 수 있으며, 러닝 타임은 짧지만, 무엇보다 콘셉트에 충실한 앨범이기에 각별한 가치가 있다.
DOOM [Born Like This] (2009, LEX069)
2009년 초, 엠에프 둠이 자신의 이름에서 MF를 빼고 새 앨범을 렉스 레코드에서 발매하였다. 이 앨범에서는 데인저 마우스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둠 본인과 제이 딜라(J Dilla), 제이크 원(Jake One)의 손길이 닿은, 전형적인 둠의 솔로 앨범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 코러스는 온데간데없이 계속해서 웅얼거리는 둠의 랩은 예전과 변함이 없다. 'Metal Fingers' 시절의 비트를 재활용하기도 하는 등 참신함은 다소 떨어진 모습이지만, 한편으로는 게스트들이 아쉬움을 달래준다. 특히, 고스트페이스 킬러의 참여는 [Danger Doom] 시절을 떠올리게 하며, 래퀀(Raekwon)의 환상적인 랩이 불을 뿜는 "Yessir!"는 놓치기 아까운 트랙이다. 큐리어스(Kurious)와 슬럭(Slug)의 등장은 참여 자체가 그저 반갑다. 제이 딜라와 매드립을 필두로 로-파이(Lo-Fi)의 미학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라면, 주저할 이유가 없는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렉스는 힙합 뮤지션의 앨범만을 발매하는 레이블이 아니다.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이 공존하기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힙합과는 다소 상이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소개한 5장의 음반들만 하더라도 크로스 오버의 요소가 다분하며, 그것 외에도 레이블의 색채를 느끼게 해줄 음반은 무척 많다. [Three Piece Puzzle]로 명성을 얻은 즈네이로 자렐(Jneiro Jarel)은 렉스에서 'Dr Who Dat?'이라는 이름으로 창작 활동을 지속했고, 붐 빕(Boom Bip)도 다양한 스테이지 네임으로 레이블에서 활동해 왔다. 데인저 마우스의 행보는 아직도 끝을 알 수 없으며, 이처럼 소속 뮤지션의 왕성한 창작이 지속되는 한 레이블의 역사는 유지될 것이다. 2000년대 들어 메인스트림 힙합의 대안을 찾는 이가 많아진 지금, 렉스 레이블의 발매작은 사라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스(Sa-Ra Creative Partners)의 앨범, 데피니티브 젹스(Definitive Jux) 레이블의 음반과 더불어 새로운 유형의 힙합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며, 넓게는 대안적 힙합의 일종이라 간주해도 무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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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 (2011-02-15 19:41:18, 112.144.110.***)
- 양가 멋쨍이~ ㅇㅅㅇ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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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whigh (2011-02-13 09:02:35, 124.54.125.**)
- 게토나 스트리트로 빚어진 클래식들도 좋지만
힙합과 다른 장르와의 실험이나 조합이 오히려 힙합을 더 탄탄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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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yd (2011-02-12 19:41:20, 119.203.243.***)
- rjd2에 대한 언급이 없는게 살짝 의아하네요
언제나 피와 살이 되는 정보 감사합니다
'부모없는 후레자식'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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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직쿤 (2011-02-12 16:22:53, 220.122.244.***)
- 언제부턴가 제 전공은 한국 인디음악이 되 버려서 그런가...
선리플하고 읽을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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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직쿤 (2011-02-12 16:10:33, 220.122.244.***)
- 아 형 ㅋㅋㅋㅋㅋ
진짜 멋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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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ronymous (2011-02-12 01:44:08, 183.102.139.***)
- 위에 말씀하신 분의 의견에 어느 정도는 공감을 합니다.
허나 거꾸로 생각해 보면 그만큼 렉스 레이블에서 나오는 앨범들이 이미 십수 년간 나온 숱한 클래식으로 정립된 힙합 고유의 스타일에서 벗어나 실험적이고 보다 더 자유로워진 힙합을 들려주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데인저 마우스의 프로듀싱은 개인적으로는 별로 안 좋아하긴 합니다. 너무 빨리 질리더라구요. 하지만 넌프로펫츠 앨범에서의 조 비츠가 깔아놓은 장르불명의 비트들은 꽤나 신선했고 프린스 포 같은 경우는 달인의 경지에 오른 라이밍이 난잡한 비트 초이싱을 두루 꿰뚫으며 아예 앨범 전체를 살려 주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둠은 원래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편이었으니... 저는 둠이라면 다 좋아하니 당연히 앨범도 좋게 들었구요.
어떻게 보면 렉스 레이블에서 나오는 '힙합' 앨범들은 골든에라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힙합을 들어 온 매니아들에겐 꼭 '부모 없는 후레자식'처럼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힙합의 '근본'이나 '핵심'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지만 또 그만큼 색다른 힙합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는 의미도 되겠지요. 결국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게토팝라이프 앨범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4장은 지금까지 잘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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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chetype (2011-02-11 21:48:08, 121.124.180.***)
- i was born an mc~~~ ghetto pop life 수작이죠 분위기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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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RE (2011-02-11 19:22:04, 14.33.36.***)
- 이 앨범들 다 들어봐야되는데.. Prince Pe의 The Slickness 앨범은 소장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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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acebug (2011-02-11 19:21:57, 121.170.137.**)
- 크....Prince Po는 좀 생소하고 못 들어봤지만 Danger Mouse와 MF Doom은 진짜 노다웃. 올해 둠의 새앨범 빨리 볼수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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