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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Diggin' In Ma Mind Vol.1: 이별의 온도
    rhythmer | 2011-03-22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노래가 무척 많다. 하지만, 가끔 좋은 노래 좀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정말 대답하기가 어렵다. 절대적으로 좋은 노래라는 게 있을 리도 없고, 취향에 따라, 기분에 따라, 나이에 따라 혹은 국적, 장소, 날씨에 따라, 음악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국회에 앉은 의원들 마냥 변덕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Diggin' In Ma Mind'. 이 시리즈에서는 매번 새로운 주제와 조건을 가지고 10곡짜리 트랙리스트를 만들어 볼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나만의 선곡이고, 여러분은 자신의 트랙리스트를 가질 수 있다.

    문제. 뮤지션의 창작욕을 자극하는 가장 큰 사건은 무엇일까? 그렇다. 정답은 바로 '사랑'이다. 사춘기를 지난 나이라면 대부분 이 문제를 쉽게 맞추었을 것 같다. 음악이 산업화하고, 음반이 대중화되면서 정말 많은 곡이 쏟아졌지만, 그 중 대다수는 "사랑해", 혹은 그것의 변종이다. 그만큼 '사랑'이라는 감정은 우리의 삶에서 가장 놀라운 순간이며,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게 하는 커다란 동력이다. 자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당신이 겪었던 가장 힘든 경험은 무엇이었나? 이번에는 편차가 있을 것 같지만, 나는 '사랑의 실패', 곧 '이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것은 많은 뮤지션에게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세상에는 정말 좋은 '이별 노래'가 많고, 그것을 듣고 반응하는 심장들도 많다.

    그래서 시리즈의 첫 주제는 이렇게 정했다. '이별의 온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장 분명하게 확인하는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을 잃어버리기 직전이 아닐까? 그래서 이별 노래는 더욱 아름다운 것 같다. 나는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10곡의 이별노래를 선곡했다.

    Track 01. Nina Simone - Love Me or Leave Me
    당신은 이별이 다가오는 그 기분을 기억하는가? 1928년에 만들어져 수많은 가수가 불렀고, 고치고 다시 부르기를 마지않았던 곡 "Love Me or Leave Me"는 사랑하지 않을 거면 떠나라는 식으로 이별에 대한 두려움을 애써 부정하고 있다. 나는 그중에서 니나 시몬의 버전을 가장 좋아하는데, 섬세한 바이브레이션과 경쾌한 피아노가 겹치면서 묘한 긴장을 연출한다. 이건 마치 이별이라는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이다.

    Track 02. Stevie Wonder - Lately
    두말하면 이빨에 땀 난다는 그 곡. 스티비 원더의 대표적인 발라드 "Lately"는 직접 이별이라는 말을 듣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행동과 말투에서 이별을 예감한 남자의 사연이다. 유난히 외출에 신경을 쓰고, 나에게는 퉁명스러운 대답을 하는 그녀가 야속하다는 내용의 애절한 가사가 듣는 이의 가슴을 시큰하게 한다. 붙잡아도 소용없음을 알고, 용기를 내어 가지 말라고도 하지 못하는 그 심정. 바보 같아 보이지만, 그게 사랑할 때 생기는 일 아니던가.

    Track 03. Boyz II Men - End Of The Road
    역대 최고의 알앤비 그룹 보이즈 투 맨의 대표곡. 잘못은 상대가 했지만, 그저 돌아와 달라고, 돌아와서 미안하다 말하면 전부 용서하고 사랑하겠다는 이 순정남의 애걸복걸 사연은 그렇게라도 붙잡고 싶은 연인의 마음을 담았다. 최초 에디 머피(Eddie Murphy) 주연의 영화 [부메랑(Boomerang)]의 사운드트랙에 수록되기도 한 이 곡은 무려 13주 연속 빌보드 넘버원을 차지하며,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의 기록을 36년 만에 갱신했고, 100만 장의 싱글 판매와 그래미 트로피마저 차지했다.

    Track 04. Toni Braxton - Un-Break My Heart
    이 미모에, 이 재능을 가진 여자가 이별에 아파할 일이 있을까?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 물론, 노래 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남자는 견해차로 헤어진 것이 아니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뮤직비디오를 참고하라). 내가 겪어보진 않았지만, 이건 어떤 이별보다 충격적이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토니 브랙스톤은 매력적인 콘트랄토로 곡에 풍부한 감정을 담았고, 그 결과는 800만 장의 앨범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에 더 어울리는 목소리는 없다.

    Track 05. Brian McKnight - One Last Cry
    이별에 대한 깔끔한 정리가 과연 가능한 것일까? 어쨌건 많은 이들이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브라이언 맥나잇은 그 과정에서 딱 한 번만 더 울고 나서 잊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다른 누군가도 이 노래를 들으며 마을을 정리했을 거다. 물론, 이 노래는 계속 듣게 되었지만. 지금의 맥나잇을 있게 한 "One Last Cry"는 이후 그에게 기대하는 모든 것을 일찌감치 정리했다.

    Track 06. Anthony Hamilton - Charlene
    이별의 장점 중 하나는 잃어버린 것에 대한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게 되는 이별 과정의 하나가 '후회'다. 앤서니 해밀턴이 2004년에 발표한 이 곡은 그런 후회를 정말 공감이 가는 가사로 풀어냈는데, 아마 샬린(*캐롤라인의 별칭)이 들었다면 다시 돌아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미에 노미네이트되었지만, 아쉽게 프린스(Prince)에 밀린 이력이 있다.

    Track 07. Eric Benet - Hurricane
    에릭 베네는 오랫동안 그녀를 잊지 못했다. 물론, 이혼의 원인은 스스로 제공한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괴롭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후회와 반성으로 오랜 시간을 자숙하며 지냈고, 다행히 고통은 음악적 자양분이 되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발표한 세 번째 앨범 [Hurricane]의 셀프타이틀은 지난 힘든 과정을 허리케인에 비유하며, 새로운 성장의 계기가 되었다. 이별로 성숙해지는 것이 그 뿐은 아닐 것이다.

    Track 08. Gloria Gaynor - I Will Survive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졌다고 죽으란 법은 없다. 글로리아 게이너는 "I Will Survive"를 통해 네가 없어도 잘 살 테니 돌아와서 사과할 생각도 하지 말라고, 강한 어조로 말한다. 물론, 그렇게 기운차게 내뱉는 그녀의 속마음이 반대라는 건 누구나 눈치챘을 테지만 말이다. 이 곡은 팝 역사에서 대표적인 디스코 트랙으로 게이너의 폭발적인 성량에 힘입어 더블 플래티넘과 빌보드 넘버원을 차지했다. 이후, 얼터너티브 록 밴드 케이크(Cake)나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 그리고 국내의 진주가 "난 괜찮아"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하기도 했다.

    Track 09. Kanye West - Heartless
    모든 이별이 아름답고 깔끔한 것은 아니다. 사실 제삼자로서 이별 이야기의 대부분은 구질구질하고 지저분하다. 칸예 웨스트가 개인사를 겪고 난 후, 음악적 변화를 가져왔던 [808s & Heartbreak]에는 신선한 음악에 비해 지나치게 원망조로 투덜거리는 모습의 "Heartless"가 담겨 있다. 끊임없이 왜 이렇게 무정하냐고 외치는 칸예의 모습은 사실 추천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음악은? 절묘하다.

    Track 10. Eminem - 97' Bonnie & Clyde
    이별이나 이혼 같은 사건은 사람의 감정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또한, 이 시기를 잘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도 있는데, "97' Bonnie & Clyde" 속의 에미넴이 바로 그렇다. 이 곡은 바람난 아내를 살해하고, 강가로 버리러 가는 도중 딸에게 사건의 전후를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실감 나는 사운드 연출도 한몫을 했지만, 가사가 워낙 세밀해서 한 편의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다. 이 광기야 말로 에미넴의 음악적 원동력이었지만, 이것은 이별의 가장 나쁜 케이스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황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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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투명인간 (2011-03-26 20:58:15, 116.47.153.**)
      2. 개인적으로 젤 좋아하는 이별노래는 Musiq - Mary Go Round
      1. 뮤직쿤 (2011-03-23 14:09:58, 220.122.244.**)
      2. 가까운 자리에 함께 했던 형님의 게시글이라서

        더 낭만적이고 더 훈훈합니다 정말... ㅠ.ㅠ

        주옥같은 명곡들이에요... (2개쯤은 제가 모르는 곡들이지만;;;)
      1. 이상현 (2011-03-23 09:33:55, 211.45.10.**)
      2. 112 - Funny feeling 도 좋아요!
      1. undyinsoul (2011-03-23 03:24:38, 76.94.234.***)
      2. anthony hamilton 의 charlene 은 '캐를린' 이 아니라 '샬린' 이라고 발음합니다.
      1. 강민구 (2011-03-23 02:05:54, 116.127.34.***)
      2. wow
        찾아서 들어 봐야 겠습니다
        창작욕을 가장 자극하는게 사랑 말고
        또 무엇일까 궁굼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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