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90년대 R&B 돌아보기① - 여전히 가슴을 두드리는 남성보컬그룹
- rhythmer | 2011-05-11 | 1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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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알앤비 씬의 특징 중 하나가 남녀그룹이 많았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알앤비 음악이 향유되어 오면서 이전에도 아카펠라를 무기로 한 많은 그룹이 있었지만, 이 시절만큼 남녀 보컬그룹이 많았던 적도 없는 듯 하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90년대 남성보컬그룹’이란 제목만 떠올려봐도 짧게 기억 속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이름이 있다. 트룹(Troop), 하이파이브(Hi-Five), 솔로(Solo), U.N.V, 멘 오브 비젼(Men of Vision), 소울 포 리얼(Soul For Real), 샤이(Shai), 실크(Silk), 이마츄어(Immature), 미스타(Mista), 세븐마일(7mile) 등 이름을 좀 알렸다 싶은 사람들만 꼽아도 열 손가락은 한참 모자라다. 우리나라 걸그룹이 등장하는 수만큼이나 지겹게 등장했던 남녀 보컬그룹들은 현재 대부분 해체되거나 한두 장의 앨범만 내고 자취 없이 사라졌지만, 한 시대를 뜨겁게 달구고 사라졌든, 그저 기별만 주고 사라졌든 이들은 모두 90년대를 특별하게 만든 장본인들임에는 틀림없다.
Blackstreet
90년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르는 역시 뉴 잭 스윙(New Jack Swing)이다. 지금 음악 씬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 장르는 쉽게 말해서 힙합 리듬과 알앤비의 화성이 결합한 일종의 스트릿 알앤비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 장르를 발전시킨 사람이 바로 블랙스트릿(Blackstreet)의 멤버이자 프로듀서인 테디 라일리(Teddy Riley)이다. 퍼포머이기보다는 프로듀서로 더 이름이 알려진 그는 80년대 말 그룹 가이(Guy)를 시작으로 뉴 잭 스윙을 대중에게 보급하기 시작했는데, 당시만 해도 다소 생소했던 이 장르가 힙합의 인기와 함께 메인스트림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블랙스트릿은 테디 라일리가 가이 해체 후 만든 보컬 그룹으로, 그룹의 수장인 테디 라일리를 비롯하여 데이브 홀리스터(Dave Hollister), 마크 미들턴(Mark Middleton), 리비 리틀(Levi Little) 등, 그 어떤 그룹보다도 노련한 보컬라인을 형성했다. 그래서 블랙스트릿은 사운드뿐만 아니라 맴버 간 보컬 실력에도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으며, 이들의 실력을 뒷받침하는 사운드는 ‘힙합’에서 파생된 것이 아닌 ‘알앤비’에서 파생되어 있음을 깨닫게 하는 진지한 알앤비 곡들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우리가 잘 아는 그들의 대표곡인 “No Diggity”도 둔탁한 힙합 비트 아래 멜로디와 화음 중심의 보컬 알앤비의 속성이 뼈대를 이루고 있으며, 이 곡을 비롯한 가스펠적인 요소가 결합한 “Joy”나 “Before I Let You Go”, “Happy Song (Tonite)”, “Money Can't (Buy Me Love)" 등 다수의 곡도 정통 알앤비, 혹은 어반 사운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보컬 하모니 곡들이었다.
아무튼 테디 라일리를 창시자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뉴 잭 스윙은 곧 테디 라일리였다. 그렇기에 그가 만들어낸 사운드가 가득 담겨 있는 가이나 블랙스트릿의 앨범들은 자연스럽게 뉴 잭 스윙 수작들이 되었다. 특히, 그 절정이라 할 수 있는 그룹의 두 번째 앨범 [Another Level](1996)은 마카레나 열풍을 잠재운 싱글 “No Diggity”를 시작으로, 유연한 화음과 멜로디, 그리고 힙합의 간결한 비트가 적절히 융화되면서, 당시로서는 가장 완벽에 가까운 뉴 잭 스윙 앨범을 탄생시켰다. 물론,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오랫동안 한우물만 파던 테디 라일리의 노력이 가장 큰 배경이었으리라. 80년대 후반부터 일기 시작한 뉴 잭 스윙 열풍은 비록, 오랜 기간 사랑받은 장르는 아니었지만, 알앤비가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에 대해 새로운 기둥을 세우는 중요한 역할을 했음은 틀림이 없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블랙스트릿이 있었다.
Boyz II Men
베이비페이스(Babyface)를 거물급 프로듀서로 올려놓은 싱글 중 하나가 보이즈 투 맨(Boyz II Men)이 부른 “End of the Road”임에 이견이 있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추억의 팝송 중 하나가 되었지만, 역사적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에 13주 연속 1위였다는 사실은(당시 빌보드 싱글 차트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1위를 기록한 싱글이었으며, 이 기록은 뒤이어 바로 14주 1위를 기록한 Whitney Houston의 “I Will Always Love You”에 의해 깨졌다) 이 곡의 인기와 그들의 인기가 어떠했는지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컬러 미 배드(Color Me Badd)가 부를 뻔한 “End of the Road”가 엄청난 인기 싱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베이비페이스의 천재적인 멜로디 메이킹 실력 때문이겠지만, 그와 함께 곡을 소화해내는 보이즈 투 맨의 하모니가 매우 큰 역할을 했다. 전 세계에 아카펠라 그룹 붐을 일으켰던 보이즈 투 맨은 잘 알고 있다시피 숀 스톡맨(Shawn Stockman), 와냐 모리스(Wanya Morris), 네이단 모리스(Nathan Morris), 마이클 맥커리(Michael McCary), 이렇게 4명의 청년으로 구성된 아카펠라 그룹이다(현재 마이클 맥커리는 탈퇴한 상태). 1994년 에디 머피 주연의 영화 [부메랑 Boomerang]의 O.S.T 앨범은 별 볼 일 없었던 영화와 달리 라페이스(Laface) 레이블의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하여 만든 훌륭한 커머셜 알앤비 앨범이었다. 그 중 보이즈 투 맨이 부른 “End of the Road”가 큰 인기를 얻으며 신인이었던 그들과 베이비페이스 둘 모두에게 큰 명성을 안겨 주었다. 특히, 많은 남자에게 반바지에 흰 양말을 신어도 노래만 잘한다면 여자를 꼬실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던 보이즈 투 맨은 세계적으로 아카펠라 열풍을 주도하기도 했다.
많은 이에게 꿈과 희망을 제공하며 성공적으로 팝 씬에 안착했던 그들의 인기에 쐐기를 박은 것은 1994년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인 [II]다. 명실공히 마이더스의 손이 된 베이비페이스는 물론이고, 당시 알앤비 씬을 주도했던 지미 잼 & 테리 루이스(Jimmy Jam and Terry Lewis)가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에 별 탈 없이 차트를 장악했는데, “I'll Make Love to You”, “On Bended Knee” 등 저음 나레이션을 필수로 한 보컬 하모니에 최적화된 사운드와 멜로디가 앨범 전체를 관통하며 이들의 명성이 어쩌다 얻은 게 아니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II]는 비단 흑인음악에서뿐만 아니라 90년대 팝 씬을 대표하는 중요한 앨범으로, 이는 곡을 만들어주는 사람과 그것을 취하는 퍼포머와 궁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좋은 사례이기도 했다.
Jodeci
마치 보이즈 투 맨의 배드 보이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죠데시(Jodeci)는 메인 보컬을 맡았던 헤일리 형제(K-Ci & Jojo)와 사운드 메이킹을 담당했던 디그레이트 형제(DeVante Swing and Mr. Dalvin)가 모여 만든 그룹으로, 토크박스(Talkbox)를 이용한 드반테의 기름진 목소리와 사운드, 거친 짐승 같은 케이씨와 조조의 보컬을 중심으로 등장부터 뉴 잭 스윙 사운드에 높은 기여를 하였다.
업타운 레코드사의 스타였던 그들의 인기 비결은 보이즈 투 맨으로 대변되는 모범생 이미지가 아닌 동네 골칫덩어리, 혹은 거친 섹시남 이미지가 컸으므로 색다른 주목을 받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는 부수적인 요소일 뿐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이들이 다른 그룹들과 차별화를 둘 수 있었던 것은 자체적으로 소화한 유니크한 스타일의 음악이 케이씨 & 조조 형제의 남다른 보컬실력을 타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보통 송라이팅 실력이 된다 하더라도 메이저 출신 퍼포머들은 스타급 프로듀서를 끼고 데뷔하기 마련인데, 죠데시는 맴버인 드반테 스윙을 주축으로 하여 대부분 자기만의 스타일로 채웠으며, 그 덕에 드반테 특유의 사운드는 90년대 초 뉴 잭 스윙 바람을 타고 굉장한 성공을 거둔다. 조데시의 데뷔 앨범 [Forever My Lady]는 가스펠을 기반으로 정통 R&B와 어반 소울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싱글이었던 "Forever My Lady", "Come and Talk to Me" 등이 인기를 얻으며 등장부터 주목을 받았다. 동네 양아치 이미지와는 달리 진지하면서도 정통성을 잃지 않은 변이된 어반 사운드는 이들의 인기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음악 좀 한다는 친구들을 아마추어로 만드는 보컬과 실력,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야생마 같은 이미지는 제대로 된 시너지 효과를 보이며 이들을 보이즈 투 맨과 함께 당대의 알앤비 스타로 만들었다.
죠데시가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곡 작업을 주로 맡았던 드반테는 자연스럽게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고, 많은 앨범에 참여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조데시의 해체 전 마지막 앨범인 [The Show, the After Party, the Hotel]는 드반테 사운드의 정수를 들을 수 있는 앨범으로, 컨셉트 앨범답게 장소의 특성을 살려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끈적끈적한 그루브가 가득하다. 그래서 그들의 팬이라면 정말 좋아할 앨범이지만, 만약 아니라면 몇 번 듣고 내치게 될 수도 있을 만큼 특유의 사운드가 확실한 앨범이다. “Freek'n You”나 “Love U 4 Life” 등의 싱글이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덕분에 판매량 면에서도 재미를 톡톡히 보았다. 조데시는 이 앨범을 끝으로 해체하였으며, 얼마 전 에이치타운(H-Town)과 함께 “Knockin' Your Heels”를 발표하여 활동 재개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New Edition
90년대 중반 알앤비 씬에 적잖은 흥분을 일으킨 장본인들이 있었으니, 바로 뉴 에디션(New Edition)이다. 80년대 다섯 명의 소년들로 구성된 뉴 에디션의 출발은 아이돌이었다. 아이돌로 제대로 조련된 이들은 “Cool It Now”, “Mr. Telephone Man” 등의 히트 싱글을 발표, 수많은 소녀의 마음을 훔치며 큰 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소년의 비극인 변성기를 무난하게 거치며 최고의 시간을 보냈는데, 이는 그들의 성공이 그저 운이 아니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해체 후에도 각자의 솔로 커리어 또한 화려하게 보냈다. 지금은 “Humpin` Around”보다는 휘트니 휴스턴의 망나니 남편으로 더 많이 알려진 바비 브라운(Bobby Brown)을 비롯하여, 등장부터 이미 완숙했던 쟈니 길(Johnny Gill *쟈니길은 바비 브라운 탈퇴 후 영입된 멤버였다), 그리고 유일하게 변성기가 느껴지지 않은 미성의 랄프 트렌스반트(Ralph Tresvant)와 벨 비브 디보(Bell Biv DeVoe) 등, 솔로 전향 후에도 알앤비 스타로서 자리매김을 했던 이들은 아쉽게도 개인 활동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던 이는 쟈니길 정도였는데(아, 바비 브라운 역시도 끊임없이 가십을 만들었으므로 잊힐 틈이 없기는 했다), 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자신들의 생존 어필을 위한 사건을 만들었고, 그게 바로 뉴 에디션의 재결합이었다. 오랫동안 머무르기 위한 상업적인 노림수였든, 과거의 영광을 되돌리기 위한 그들의 마지막 노력이었든 간에 이는 그 자신들 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더 없이 좋은 팬서비스였다.
뉴 에디션의 재결합 앨범인 [Home Again]은 기대와 호기심의 여론 덕에 예상대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로 데뷔했으며, 이들과 함께 “Can You Stand The Rain”을 탄생시킨 지미잼 앤 테리루이스의 지원으로 구성된 앨범은 싱글인 “Hit Me off”, I’m Still In Love With You” 등이 인기를 얻으며, 성공적인 재결합 작품이 되었다. 다른 설명을 더하지 않아도 [Home Again]의 성공은 보이 그룹이었던 뉴 에디션이 얼마나 화려한 시절을 보냈는지 가늠케 했던 사건이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뉴 에디션은 제작자인 모리스 스타(Maurice Starr)가 뉴 키즈 온더 블락(New Kids On The Block)을 만들기 이전에 만든 보이 그룹이었다. 현재 두 그룹이 음악계에 미치는 영향력의 성분은 조금 다르지만, NKOTB이나 뉴 에디션이 철저하게 상업적인 기획 하에 만든 그룹으로 출발했다는 점, 그리고 이는 곧바로 엄청난 부와 명성으로 이어졌다는 점만으로도 모리스 스타의 안목에 천재성을 부여하고 싶다.
Mint Condition
90년대를 수놓았던 많은 남성 보컬 그룹들과는 달리 밴드 형식을 취하고 있는 민트 컨디션(Mint Condition)은 연주를 중심으로 한 '멜로디'와 '보컬 퍼포머'에 비중을 둔 그룹이다. 기존의 부드럽고 발라디한 알앤비 톤과는 다른 길들여 있지 않은 스토클리 윌리엄스(Stokley Williams)의 뛰어난 보컬이 인상적인 이들은 80년대 후반에 데뷔하였으며, 뉴 잭 스윙의 유행으로 많은 이들이 디지털로 공산품을 생산해내듯이 비트를 찍어 내던 와중에도 언플러그드한 알앤비의 감성으로 음악을 채우는 몇 안 되는 메이저 그룹이었다.
민트 컨디션의 음악은 멜로디를 중심으로 한 정통 알앤비에 기초하고 있지만, 맴버 구성 자체가 라이브 연주를 듣는 듯한 생생한 감성을 내포하고 있어서, 자신들만의 고유성을 유지함에는 그다지 다른 장치가 필요하지 않았다. 초기 히트 곡 중 하나인 “Breakin' My Heart (Pretty Brown Eyes)”에서 “U Send Me Swingin”, “Someone to Love”, “If You Love Me” 등으로 이어지는 알앤비 감성은 일관성을 유지하며 그들에 대한 팬들의 신뢰감을 견고히 다지게 했다. 특히, 마지막 메이저 앨범이었던 [Life's Aquarium]은 민트 컨디션이 갖고 있던 고유성에서 얻어낸 현대적인 그루브와 세련된 어반 사운드가 주를 이루며 그들 커리어에서 가장 최고점을 찍은 앨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This Day, This Minute, Right Now”, “If You Love Me”, “Spanish Eyes” 등은 지금 나온 곡들이라고 해도 위화감이 전혀 없다.
비록, 독립 음반사로 옮긴 후 메이저 레코드사에서나 나올 수 있는 (좋은 의미로) 돈 냄새 나는 ‘한 장’을 기대할 수는 없게 되었지만, 현재까지도 자신들의 고유성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은 순수하게 알앤비 팬으로서 다행스럽고 기쁜 일이다.
Color Me Badd
90년대 초, 하모니 위주의 뉴 잭 스윙 그룹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컬러 미 배드(Color Me Badd). 대부분의 그룹이 흑인 위주로 이루어졌던 것과는 달리 다인종으로 그룹을 이룬 이들은 “I Wanna Sex You Up(우리나라에서는 당시 ‘I Wanna Love You Up’로만 발매가 되었던 곡이다)”, “All 4 Love”, “I Adore Mi Amor” 등, 엄청난 히트곡 퍼레이드로 거대한 신인이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들 또한 소포모머 징크스 장벽을 넘지 못해 별 볼 일 없는 인기로 급락한 대표적인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 그룹으로 기록되었다. 급락의 이유는 간단하다. “All 4 Love” 같은 곡들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고, 전작을 뛰어넘어 시류에 합승하지 못한 근시안적인 사운드로 인한 것이었다. 사실 두 번째 앨범인 [Time and Chance]도 전작만큼 킬링트랙이 없다 뿐이지 상당히 준수한 작품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인기가 많았던 곡 ”Wildflower”를 비롯하여(이 곡은 죠데시의 ‘Lately’ 처럼 이들의 곡을 원곡으로 오인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웨스트코스트 힙합 프로듀서 디제이 푸(DJ Pooh)가 프로듀싱한 첫 싱글 “Time and Chance”나 지미잼 엔 테리루이스가 만든 아름다운 발라드 “Choose” 등 보컬 그룹으로서 아카펠라 감성을 적절히 소화한 좋은 곡들이 많았다.
어쨌든 이들의 데뷔 앨범 [C.M.B]는 우리나라에서 신생된 후크송처럼 기승전결 없이 반복적인 후렴으로 쉽게 귓속을 파고들려는 노래와는 달랐다. 비록,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쉬운 멜로디 라인이긴 했지만, 그 속에는 잘 만들어진 샌드위치처럼 적절한 장르의 배합과 가볍고 안정된 뉴 잭 스윙 사운드, 그리고 컬러 미 배드가 만드는 흠잡을 곳 없는 화음이 있었다. 90년대 초반의 팝음악을 훑어 보고자 한다면, [C.M.B]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리라. 틴팝 스타일의 “I Wanna Sex You Up”, “All 4 Love” 같은 곡들의 멜로디는 지금 들어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Dru Hill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하나가 맴버가 여럿 있는 그룹에는 프론트맨이 존재해야 뜬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그룹들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대개 레이블에서 만들어 키우는 그룹은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의 비욘세(Beyonce)처럼 한 명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90년대 보컬 그룹 중에서 비욘세처럼 이런 특혜를 입은 대표적인 사나이가 있으니, 그의 이름은 시스코(Sisqo)다. 리드 보컬이라는 사실을 차치하고라도 유독 돋보이는 보컬 실력과 외모(키는 제외), 남다른 끼는 분명 여성들에게 섹스어필할 수 있는 요소였고, 남성들에게는 롤 모델을 제시 했으며, 이것들은 예상대로 이들의 인기에 적잖은 부분을 차지했다.
어쨌든 드루 힐(Dru Hill)의 데뷔 앨범 [Dru Hill]은 보컬 하모니 그룹답게 그룹으로서 최적화된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들의 데뷔 앨범 [Dru Hill]은 얼마 전 2PM이 아름답게 망쳐 놓은 “5 Steps”를 비롯해 “So Special”, “All Alone”, 그리고 싱글로 발매되어 인기가 좋았던 “Tell Me”나 “Never Make a Promise” 등 하모니를 중심으로 비트가 절제된 사운드가 인상적인, 보이즈 투 맨과 함께 가스펠에 기초한 정통 알앤비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는 90년대의 몇 안 되는 앨범이다. 이들은 두 번째 앨범 [Enter the Dru] 이후로 좀 더 과감한 이미지를 시도하며(이를테면 조금 노는 오빠들에서, 아주 많이 노는 오빠들로) 큰 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드루 힐의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시스코의 인기도 높아져 갔는데, 이어 예정된 순서처럼 발표된 시스코의 솔로 앨범 [Unleash the Dragon]이 큰 성공을 거두며 그의 남다른 카리스마를 증명해내기도 했다.112
퍼프 대디(Puff Daddy, 현재는 Diddy)가 비기(Biggie)의 죽음을 돈벌이로 이용한다고 욕을 먹었을지언정 비기의 추모곡인 "I'll Be Missing You"가 엄청난 성공을 거둔 덕분에 디디뿐만 아니라 페이스 에반스(Faith Evans), 112도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지분을 갖게 했다. 특히, 수혜자 중 하나인 112는 비록, "I'll Be Missing You"에서 피처링이라고 부르기엔 미흡한 수준으로 참여했지만,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데 이바지했음은 완전히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본인들조차도).
112는 1996년, 배드 보이(Bad Boy) 레코드의 지원 아래 퍼프 대디는 물론, 스티비 제이(Stevie J), 팀 앤 밥(Tim & Bob)등이 참여하여 만든 [112]를 발표했다. 멜로우한 알앤비 곡들이 대거 수록된 이 앨범은 “Cupid”, “Only You(이 곡은 비기가 참여한 리믹스 버전의 인기가 더 많았다.)” 등이 인기를 얻으며 무난하게 플래티넘을 찍었으며, 그 후에도 시류에 적절히 합승하여 꽤 오랫동안 인기와 명성을 유지한 그룹으로 남게 되었다.
112는 슬림(Slim), 마이크(Mike), Q, 대런(Daron) 이렇게 네 명으로 이루어진 보컬 하모니 그룹으로 초기에는 다운 템포의 곡들이 포진된 스무디한 알앤비 음악을 선보였는데, 후에는 클럽튠 스타일 곡들의 인기로 좀 더 리드미컬하고 비트가 있는 곡들로 변화를 모색하였다. 그리고 그 변화는 꽤 성공적이었다. 이들의 대표곡 중 하나인 “It’s Over Now”만 보더라도 흐름을 잘 읽어내는 수완이 있었다. 어쨌든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였던 보이즈 투 맨이 모타운(Motown)에 뿌리를 두었던 것과는 달리 힙합 전문 레이블인 배드 보이 출신이라는 점이 동시대의 그룹들과는 좀 더 다른 전략을 만들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던 듯하다. 물론, 그 힙합 레이블이 ‘배드 보이’였기에 가능했던 일일 수도 있겠지만.
Tony! Toni! Toné!
토니 토니 토니(Tony! Toni! Toné!)는 밴드 세션을 바탕으로 사운드를 구성한 그룹으로, 알앤비 음악의 수장인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 *그는 지금보다 훨씬 더 인정을 받아야 마땅하다!)과 형인 드웨인 위긴스(D'wayne Wiggins), 그리고 그들의 사촌인 티모시 라일리(Timothy Christian Riley)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그룹이다. 토니 토니 토니는 얼핏 오늘날 라파엘 사딕의 행보를 비추어 볼 때 고전 소울이나 레트로한 스타일을 보일 것 같지만, 당시 그들의 나이가 20대 초반임을 고려해 본다면, 그들 또한 현재 젊은 뮤지션들처럼 동시대의 유행에 민감한 청년이었고, 자연스레 시류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음악들로 커리어를 시작하였다. 그래서 비록, 이들 또한 90년대 히트공식인 뉴 잭 스윙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정점에서 좀더 자신들만의 재질로 다듬어 가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이는 팀이었다.
토니 토니 토니는 기본적으로 밴드이기는 하나, 마냥 언플러그드한 사운드만으로 음악을 하지는 않았다. 데뷔 앨범 [Who?]를 시작으로 “Feels Good”, “My Ex-girlfriend” 등 전형적인 뉴 잭 스윙 사운드 곡들을 발표하여 시대의 흐름에 무난히 합류하였고, “(Lay Your Head on My) Pillow", "Anniversary” 등 6,70년대 모타운 스타일이 느껴지는 곡들로 나머지 자리를 채우며 자신들의 고유성도 유지하였다. 한마디로 토니 토니 토니의 음악은 현대적 감각이라는 외피를 입은 훵크였고, 세련되게 치장한 모타운 사운드였다. 특히, [House of Music]은 이 두 가지를 가장 적절히 나타낸 앨범이 아닐까 싶다. “Loving You”, “Thinking Of You”, “Still A Man”, “Annie May” 등 빈티지한 소울과 어반 사운드를 아우르는 클래식한 사운드는 이전의 것보다 훨씬 성숙되었으며, 모던한 비트와 어우러져 90년대 최고의 알앤비 명반 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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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찐한쏘울 (2014-12-28 21:35:59, 1.233.27.***)
- No diggity 진짜 테이프 늘어질때까지 들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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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한 (2011-05-19 21:55:26, 116.34.46.***)
- 와 진짜 추억 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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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oser (2011-05-15 02:54:50, 118.40.15.***)
- 블랙스트릿은 1집이 뉴잭스윙의 최고정점이지 않았나싶음 2집은 그 기반을 바탕으로 좀 더 부드러워진 싸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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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oN (2011-05-14 12:00:24, 116.121.58.**)
- 이때가 진짜 알앤비 전성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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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chetype (2011-05-14 10:08:35, 118.220.177.**)
- 블랙 스트릿은 1집이 2집보다 더 뉴잭스윙의 성격이 강하지 않나요;; 1집은 완벽한 뉴잭스윙, 2집은 완벽한 하모니가 장점으로 들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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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min (2011-05-12 20:30:44, 180.224.183.***)
- 글 너무 재밌네요ㅎㅎ
전 드루힐을 제일 좋아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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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구 (2011-05-12 12:56:03, 121.162.180.***)
- 정말 추억이 새록새록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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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yd (2011-05-12 12:52:14, 182.210.21.***)
- 보이즈투멘형들 ㅠㅠ 요즘에 불렀던거 봐도 예전처럼 내지르는 맛이 없으니..ㅠ 토니토니토니의 그 섹시한 음악들까지..추억 돋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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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whigh (2011-05-12 12:44:44, 124.54.125.**)
- 예전 90년대 알앤비 그룹들 생각나면서 추억에빠지게 만드는 글이네요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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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knownn (2011-05-11 21:52:41, 112.154.228.**)
- 요즘 정말 하모니그룹이 안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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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소년 (2011-05-11 13:58:03, 175.197.17.***)
- 따뜻한 글 좋내요. 여성 들도 소개해주실거 같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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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h! nuts (2011-05-11 12:37:39, 164.124.106.***)
- 1 오이님 예전부터 글 쓰셨었어요~
오이님 글 간만에 보게되는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역시 구십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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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규 (2011-05-11 08:39:24, 112.149.63.**)
- 오이씨는 처음뵙는데 자기소개가 쎈스있으시네요 하하 저도 CUCUMBER를 떠올렸기때문에....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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