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기쁨과 슬픔의 이중성을 가진 노래 속 ‘라라라~’
- rhythmer | 2011-05-19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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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감정의 동물이다. 흔히들 쓰는 표현으로 '오만 가지 감정'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오만 가지라니...... 감정의 숫자를 세다가 세월 다 보내겠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기분대로만 생활할 순 없다. 이성과의 이별 따위에 슬프고 괴로운 일이 있다 하여도 빌게이츠 자식 새끼가 아닌 이상 삶을 지속하기 위해선 일도 해야 하고 웃기 싫은 일이 있어도 웃어야 한다. 그래서 삶은 참 괴로운 것이다. 울고 싶어도 일 때문에 못 울다니 일이란 이 얼마나 잡스러운가? 그래서 직업을 영어로는 ‘Job’이라고 하지 않던가?음악에는 보통 삶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고 한다. 오만 가지 감정을 최대한 줄여서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 등 네 가지로 축소시켰다. 하지만, 이 역시 극과 극의 감정이 공존하고 있다. 보통의 음악은 슬픈 곡에는 슬픈 가사, 즐거운 곡에는 즐거운 가사를 싣지만 음악 역시 사람의 삶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슬픈 일이 있어도 억지로 웃어야 하는 우리네 삶처럼 때로는 방방 뛰는 비트에 슬픈 가사의 곡이 나오기도 하고 또 때로는 슬픈 곡조에 말도 안되게 신나는 가사가 담겨 있기도 하다. 투팍(2Pac)의 “All About U”만 하더라도 제목과 비트의 분위기만으로 많은 사람이 달콤한 사랑 노래로 알았던 적이 있었다. 훗날 이 사람들이 곡의 해석 본을 찾아보는 순간 해머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겠지만….
필자는 이런 역설적인 음악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러한 효과가 있는 단어를 좋아한다. 보통 단어들은 각각 희로애락에 가까운 느낌들이 있는데, 그 중 '라라라~'라는 단어는 보통 즐거움과 기쁨을 나타낸다.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 가지고 있는 주식이 상한가에 올랐을 때, 사람들은 '라라라' 콧노래를 부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 '라라라~'라는 단어가 슬픈 곡조와 슬픈 가사에 들어가게 되면 그 순간 음악은 그야말로 역설적인 음악으로 변모한다. 우리네 삶과 닮아 있는 단어가 되는 것이다. 가끔 웃고 싶어도 울어야 하는 우리네 삶처럼 슬픈 감정 속에서 노래하는 '라라라'들을 만나 보자.
1. 하림 -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하림의 2집에 수록된 곡으로 크로메틱(반음계) 하모니카 연주가 인상적인 곡이다. 하림의 곡에 박주연이 가사를 붙인 이 곡의 노랫말은 제목 그대로다. 옛사랑에 아파하며 괴로워하던 사람에게 새로운 사랑이 생겨났고 그 사랑으로 옛사랑은 자연스레 잊혀진다는 내용의 이 곡 끝자락에는 관망적인 느낌의 ‘라라라’가 흐른다. 문제는 이 곡의 상대방이 화자의 옛사랑이란 점이다. 그야말로 옛사랑에게 ‘라라라 나 님 말고 딴 여자 생겼뜸 뿌우’이란 내용인데, ‘라라라’ 속에는 뭔가 모를 아쉬움이 느껴진다. 이 남자 정말 옛사랑을 잊은 걸까? 이 곡의 주인공이 새로운 사랑이었다면 이 가사 속 ‘라라라’는 흥겨운 느낌으로 들렸겠지만, 옛사랑에게 내뱉어진 ‘라라라’는 어딘가 어색하고 구슬프다.
2. Musiq Soulchild - Half Crazy
뮤식 소울차일드의 “Half Crazy”는 처음부터 ‘라라라’가 흘러 나온다. 그것도 아주 길게 나온다. 제목 없이 가사 첫 줄만 읽는다면 이건 아주 신나는 곡이다. 근데 제목은 반쯤 미쳤단다. 제정신의 ‘라라라’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단다. 이 곡은 진행 될수록 뮤식의 애드립과 트럼본 연주가 격렬해지면서 점점 미쳐가는 듯한 소리들을 들려주고 있다. 도입부의 ‘라라라’는 이 미쳐가는 소리들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참 서글픈 ‘라라라’다.
3. 선우정아 - 아파선우정아의 1집 [Masstige]에 수록된 “아파”다. 선우정아가 작사, 작곡을 했다. 바로 투애니원의 “아파” 역시 그녀의 곡이다. 이 정도면 ‘아파 페티쉬’라도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가사는 처참할 정도로 슬프다. "이제는 나만을 봐줘도 되잖아 예뻤던 그녀는 제발 잊어줘" 하고 외치는 후반부의 ‘라라라’는 그야말로 절망의 외침이다. 그리고 앞으로 나만을 바라봐줄지도 모를 희망이 담겨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선우정아의 음색이 진하게 다가오는 애절한 곡 속의 ‘라라라’이다.
4. 리쌍 - 영화처럼
리쌍 4집에 실린 이 곡에서 피처링 보컬 알리는 ‘라라라~~’하고 노래부른다. 영화처럼 삶을 살겠다는 개리와 길의 가사로 보아 알리가 노래하는 ‘라라라’에는 비장한 기운이 느껴진다. 영화 제목을 열거하며 가사를 꾸민 개리의 랩도 좋지만, 곡 전체의 분위기를 이끈 알리의 보컬이 돋보이는 곡이다. 여담으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영화 제목을 나열하며 랩 가사를 꾸민 랩 곡들은 꽤 있다. 필자는 퍼블릭 에네미(Public Enemy)의 척 디(Chcuk D)의 솔로 앨범에 실렸던 “Endonesia”에서 비-와이즈(B-Wyze) 파트를 좋아한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 들어보시길.
5. 미니 리퍼튼(Minnie Riperton) – Lovin' You
이 곡은 어쩌면 가장 사랑스러운 ‘라라라’이자 이 곡을 부른 미니 리퍼튼을 생각한다면 가장 슬픈 ‘라라라’처럼 들리기도 한다.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가 어린 시절 자주 연습했다는 “Lovin' You”는 미니 리퍼튼의 고음역대가 빛을 발하는 달콤한 러브송이지만, 서른 두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유방암으로 인해 세상과 안녕을 고한 리퍼튼은 이 곡의 가사처럼 사랑하는 남편과 늙어서까지 지내지 못하였다. 많은 가수들이 커버하고 리메이크했지만, 원곡의 달콤함과 미니 리퍼튼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목소리는 쉽게 따라하기 어려웠다. 목소리만 들으면 금발의 백인을 연상케 하는 미니 리퍼튼의 음성에는 사랑스러움과 슬픔이 함께 묻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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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peye (2011-05-21 20:02:05, 180.180.209.**)
- 아 미니리퍼튼이 역시 최고죠! ㅠㅠ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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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rome (2011-05-20 14:09:27, 211.42.176.**)
- 사실 한국힙합 위주로 듣는지라 리쌍의 곡밖에 잘 모르겠네요. 뮤지끄는 들어본 거 같은데 디스코그라피를 훑으려다 하나도 기억안나는 케이스라 좀....
알리의 보컬이 참 좋은 곡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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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yd (2011-05-20 00:22:52, 118.42.94.**)
- 제목보고 경화님 글일꺼라 추측했는데 ㅋ 라라라 들어간곡이 어떤곡있을까 멍때리다가 잠깐 나오는 라라라이지만 킬링미소프틀리 빼곤 안떠오르네요
못들어본곡이 많네요~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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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gHorn (2011-05-20 00:12:27, 118.217.65.***)
- 직업이 잡스러워서 job이였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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