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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한국대중음악 속 리스펙(Respect)
    rhythmer | 2011-05-30 | 1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몇 해전 독일의 힙합 그룹 디-오르존스(Die-Orsons)는 가객 김광석을 추모하는 “Kim Kwang Seok”이라는 곡을 발표하였다. 매해 姑김광석의 추모일이 되면, 다시금 이 곡이 언론에 거론 되곤 한다. 요절한 국내 뮤지션에 대한 국외 힙합 그룹의 존경이 담긴 곡이라는 점에서 필자는 매우 자랑스럽다. 음악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소재는 ‘사랑’이다. 그런데 이 사랑이라는 범위는 워낙 광범위한 단어라서 꼭 남녀 사이뿐만 아니라 특정한 인물이나 장소, 물건, 그리고 때로는 먼저 세상을 떠난 인물에 대한 추모의 뜻이 담겨 발표 되기도 한다. 사랑의 감정이 없다면 결코 나오지 않았을 리스펙(Respect)이 물씬 묻어나는 국내의 몇 곡을 소개한다.


    한영애 – 루씰

    신촌블루스의 엄인호가 곡을 쓰고 보컬 한영애가 작사한 이 곡의 제목 ‘루씰(Lucille)’은 블루스 계의 거장인 비비킹(B.B.King)이 애용하는 깁슨사에서 나온 기타 ‘ES-335’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후, 비비킹이 쓰는 기타 자체를 가리켜 루씰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는데, 이 이름이 나온 까닭이 무척 재미있다. 비비킹이 20대 시절 클럽 공연을 하던 중 어느 남녀의 싸움 때문에 불이 난 적이 있다고 한다. 급하게 클럽 밖으로 뛰쳐나온 비비킹은 허전함을 깨닫고는 다시 클럽 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기타를 들고 나온다. 자칫 목숨과도 비견 될만한 기타였던 것인데, 클럽에서 불이 난 원인을 알아보니 싸움울 벌인 루씰이라는 여성이 넘어지면서 기름난로를 건드려 큰 불이 나게 된 것이었다. 그때부터 비비킹은 목숨과 바꾼 자신의 기타에 루씰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한영애의 “루씰”은 이러한 비비킹과 그의 기타에 대한 리스펙을 담아 내고 있다.

    루씰 풀밭같은 너의 소리는
    때론 아픔으로 때론 평화의 강으로
    그의 마음속에 숨은 정열들을
    깨워주는 아침
    알고 있나 루씰
    그는 언제나 너를 사랑하네    

    한영애 – 루씰 中

    한영애의 “루씰”을 들을 때 이러한 사연을 알고 듣는다면, 그녀의 소리를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루씰의 주인공인 비비킹 역시 1968년 “Lucille“이란 곡을 발표하였는데, 이 곡의 가사에는 앞서 소개한 왜 그의 기타가 루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와 루씰 사이에서 일어났던 에피소드가 담겨 있으니 한영애의 곡과 비교해가며 들으면 재미있을 것이다.

    이두헌 – 한대수

    역시 블루스 곡이다. 이번엔 제목 자체가 인물이다.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이라는 곡으로 유명한 그룹 다섯손가락 출신의 보컬 이두헌의 솔로 앨범에 실린 이 곡은 그의 음악 선배 한대수를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발표 하였는데, 가사의 뉘앙스나 곡의 분위기가 한영애의 “루씰”을 연상케 한다.

    그의 노래는 강물처럼
    깊이를 알 수 없지
    흘러 흘러가는 곳이
    어딘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

    그의 노래는 바람처럼
    시작을 알 수 없지
    불어 불어 가는 끝이
    어딘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

    이두헌 – 한대수 中

    이두헌은 본작에서 한대수뿐만 아니라 화가 고흐에게 바치는 “고흐의 귀”라는 트랙과 원제가 “Like Janet”이었던 “High All Over You”라는 곡에서는 듀오 애즈 원(As One)의 목소리를 빌어 자넷 잭슨에게, “10년 동안”이라는 곡에서는 그의 아내에게 리스펙의 감정을 담아 발표 하였다. 비오는 수요일만 되면 빨간 장미를 사볼까 하는 마음을 안겨주는 그의 솔로 1집은 리스펙 종합 선물세트 같은 앨범이다.

    전인권+한상원  - 떠나기 전에

    그룹 들국화 출신의 전인권과 기타리스트 한상원의 프로젝트 앨범에 실린 “떠나기 전에”에서는 까마득한 후배 서태지가 거론된다.

    서태지는 건강하게 미래의 춤을 추고
    나는 너를 좋아한다 판은 사기 싫지만 자유롭게

    전인권+한상원 – 떠나기 전에 中

    힙합이나 랩에서 인물이 거론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메씨나 세브첸코, 박태환을 언급했던 개코나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프랭크 시나트라를 언급했던 제이-지(Jay-Z)만 보더라도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국내 대중음악계의 레전드인 전인권의 곡에서 후배 서태지가 거론된 점은 무척이나 이색적이다. 서태지는 몇몇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존경하던 그룹으로 항상 그룹 들국화를 언급했었는데 이쯤 되면, 선후배간의 돈독함이 묻어 나온다. 물론, 판은 사기 싫다는 가사만 보면 온전한 리스펙의 의미라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의 신선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곡뿐 아니라 1997년 3인조 댄스 그룹 프리즘의 “Sir 태지”라는 유치한 제목의 곡도 있긴 했지만, 이게 존경심이 담긴 트랙인지 마케팅을 노린 트랙인지 필자는 도저히 분간이 안감으로 제외토록 한다.

    김목경 – Mr.Clapton

    姑김광석이 불러 더 널리 알려진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의 원곡자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의 1집에 실린 “Mr.Clapton”은 김목경이 그의 영웅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에게 바치는 찬가이다. 김목경은 영국 유학시절 돈이 떨어질 때면 길거리에 모자 하나 내려 놓고 기타를 치며 유학비를 마련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이쪽 분야에서는 탁월한 실력자이다. 그는 기타뿐만 아니라 보컬 역시 한국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이국적인 느낌이 난다.

    Hey Mr. Clapton some people say
    you're getting old and dead now
    Hey Mr. Clapton don't you worry
    now I'll sing and play the blues
    So many years ago from now

    Hey Mr. Clapton where are you now
    my guitar cries for your blues
    Hey Mr. Clapton sing us a song
    just before you fade away

    김목경 – Mr.Clapton 中

    이 곡을 듣다 보면, 그가 왜 한국의 에릭 클랩튼으로 불리는지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김목경은 현재에도 블루스 클럽에서 활발한 공연 활동을 보여 주고 있으니 블루스 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공연 일정을 체크 해보도록 하자.

    리쌍 – 챔피언

    리쌍 5집 [伯牙絶絃(백아절현)]에 실린 타이틀곡 “챔피언”은 WBC, WBO 권투 챔피언 姑최요삼을 추모하고 있다.

    2008년 1월 3일 조금만 더 버텨주길
    오늘만 지나면 괜찮아 지길 바랐던 내 소중한
    한 사람이 하늘로 떠났을 때 흐르는 눈물은 마치 변명 같았지

    리쌍 – 챔피언 中

    후에 리쌍의 길은 무한도전 ‘최현미 vs 쓰바사’ 대결에 앞서 姑최요삼을 생각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었는데, 앨범의 프로모션이 전작들에 비해 그리 활발하지 못하였고 자연스레 이 곡 역시 크게 빛을 보지는 못하였기에 아쉬움이 남는 트랙이다.

    더 콰이엇 – 진흙 속에서 피는 꽃 Feat. MC META, Kebee

    더 콰이엇의 3집에 수록된 이 곡에서 콰이엇은 정확히 상대가 누구인지 가사에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선배 MC인 메타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다. 더콰이엇, 키비와 MC 메타의 인연은
    오래전 하자센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때의 인연으로 생성 된 트랙이라 볼만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 난 그 길 위에서 그를 만났지
    그건 내 최고의 행운이었네
    이제 몇 해 지났지만 내겐 여전히
    그는 rapper, mc, 그 이상의 존재
    세상은 외면했지만 그는 멈춤 없이 쓰고
    뱉어 댔지. 그의 혼이 담긴 가사들을
    내 또래쯤의 친구들도 그를 보며 수백번
    외치며 다짐을 했더랬지

    더 콰이엇 – 진흙속에서 피는 꽃 中

    세 명의 MC가 돌아가며 벌스와 훅을 맡은 구성도 인상적이었다.

    UMC – 이태원에서

    이 곡은 처음 [Hip-Hop Jam 2001]이라는 투팍(2Pac) 트리뷰트 컴필레이션 앨범에 “이태원에서 Tupac Amaru Shakur가 그려진 티셔츠를 보던 중 떠오른 이야기”라는 아주 긴 제목으로 수록되었다가 훗날 UMC의 1집에 “이태원에서”라는 짧은 제목의 트랙으로 재수록한 트랙이다.

    Mr. Shakur 댁은 댁대로 고민이 있던 거 알아
    하지만 이거 알아?
    지금 내가 서있는 여기 이 나라
    음악만으론 음악할 수 없는 그런 데야
    천국에선 당신이 행복했다는 거 알 거야
    내가 댁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Rest in peace(Rest in peace).......Mr. Shakur

    UMC-이태원에서 中

    특히, 이 곡은 투팍의 추모와 함께 초창기 언더그라운드 씬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상  한국대중음악 속 존경이 담긴 곡들을 살펴보았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인상 깊었던 리스펙 트랙은 어떤 곡들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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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jyd (2011-06-01 12:58:42, 180.231.22.**)
      2. 조pd 투유플라야하츠에서 서태지,이현도,이하늘,현진영 리스펙..
        헨도의 리빙레전드,곡적인 쪽에서 말 참 많았죠,,
      1. OMG (2011-06-01 11:32:25, 202.31.139.***)
      2. RAMA의 낭만의 인명록은 한국 힙합의 초창기에 활동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언급되죠

        Kebee의 Respect For 라는 곡에서도 MC Meta와 아레사 프랭클린에 대한 언급이 있었구요
      1. tical (2011-06-01 00:40:30, 180.227.33.***)
      2. VJ의 90년대에게 에서도 듀스가 언급되죠ㅋ domino, rappin 4 tay, snow 등 90년대를 풍미했던 아티스들도 나오고요ㅋㅋ
      1. 밀두리 (2011-05-31 20:54:03, 119.203.122.***)
      2. 나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선수치겠습니다.

        버벌진트와 인피닛 플로우가 이현도를 향한 존경을 마음껏 드러낸

        리빙 레전드라는 곡인데요.

        당시 이현도는 인터뷰에서 이곡이 상당히 빠른 템포라서 걱정을 했는데

        후배들이 재밌겠다며 정말 열심히 작업을 해주었고 곡도 잘 나와서

        이현도 본인은 매우 흡족했었다는 기억이 나네요^^
      1. 최지수 (2011-05-31 14:24:46, 112.151.216.***)
      2. Double K 2집의 Mic을 잡는 매순간 - 빅맥추모
      1. howhigh (2011-05-31 13:56:44, 124.54.125.**)
      2. 리쌍의 챔피언...

        복싱팬까지는 아니지만 故 최요삼씨의 사망소식을 듣고 많이 했는데

        저 곡을 들으니 상당히 찡하더군요
      1. Popeye (2011-05-31 13:18:34, 168.120.97.**)
      2. 첫번째그림감사합니다 ㅋㅋㅋ

        좋은곡들이 참 많네요 ㅎ
      1. 뮤직쿤 (2011-05-31 12:09:27, 220.122.244.***)
      2. 이소라 7집에 Track 8 은 Respect 라기보다는 너무나 아깝게 생을 마감한

        아티스트들에 대한 추모가 담겨있었죠.
      1. crave4you (2011-05-31 09:36:43, 121.162.102.***)
      2. 아 데프콘 밥파워도 있었군요.. 본문에는 언급을 안했지만
        에픽하이의 11월 1일(유재하,김현식 추모)도
        좋아하는 곡입니다. 타블로 어서 활동 하면 좋겠네요.
        그리고 신촌블루스의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 라는 곡도 좋아하구요.
      1. Fukka (2011-05-31 00:16:40, 211.246.68.**)
      2. 음악인이 음악으로 다른 음악인을 리스펙한다는 거 참 멋진 거 같습니다. 잘읽었고요, 저도 윗분처럼 데프콘의 파워투밥이 생각나네요. 다만 이건 퍼포먼서가 아니라 엔지니어에 대한 리스펙이었죠
      1. 홍승민 (2011-05-30 23:41:05, 218.53.122.*)
      2. 잠시만 데프콘의 밥파워에 대한 리스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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