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필름 블랙스⑦ Cadillac Records '레이블의 영광과 몰락을 통해 펼쳐지는 블루스 시대'
- rhythmer | 2011-06-27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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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가 뿌리이며 다른 모든 것은 열매이다” - Willie Dixon영화 [캐딜락 레코드, Cadillac Records](2008)는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각색해서 만들어 낸 뮤지컬 영화다. 영화가 당시 실제 일어났던 일들과 얼마나 같은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영광스러웠던 블루스 시대와 그 시대 중심에 있던 한 레코드 회사를 기억하기 위한 영화다. TV 영화(드라마) 연출을 주로 했던 여성 감독 다넬 마틴 (Darnell Martin)이 2008년에 연출했고 우리나라엔 아쉽게도 개봉하지 않았다. 영화에서 여성 소울/블루스 가수인 에타 제임스(Etta James) 역을 맡은 비욘세 놀즈(Beyonce Knowles)가 제작자로 나섰다. 영화 음악은 테렌스 블랜챠드(Terence Blanchard)가 맡아서 완성도를 높였다. 우리가 알다시피 록(ROCK) 음악은 흑인음악인 블루스(Blues)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70년대 하드 록이 나타나기 전 60년대 로큰롤과 1920년대부터 시작해 40~50년대를 아우르는 블루스 음악이 그것이다. 영화 [캐딜락 레코드]는 미국 대중음악에 많은 영향을 끼친 블루스 가수들과 그 가수들이 소속되어 있던 체스 레코드(Chess Records)의 영광과 몰락의 순간을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 알차게 선보이고 있다.
영화의 시작은 윌리 딕슨(William Dixon)의 레코드 녹음으로 시작된다. 그는 체스 레코드의 역사를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는, 자신의 기억 속에 스며있는 체스 레코드의 시작과 끝을 자연스럽게 열어 보인다. 체스 레코드는 레너드 체스(Leonard Chess)라는 폴란드 출신의 백인 남자와 멋진 기타 솜씨, 섹시한 목소리의 흑인 남자 맥킨리 모건필드((McKinley Morganfield))에 의해 탄생한다. 맥킨리 모건필드는 우리에겐 ‘머디 워터스(Muddy Waters)’로 알려진 블루스 가수다. 머디는 미시시피 농장에서 노동을 하다가 자신의 꿈을 위해 시카고로 날아왔다. 그리고 블루스 음악 연주 클럽을 경영하던 체스와 의기투합하여 체스 레코드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자신도 인기를 얻는다.
우리가 알다시피 50년대는(그 전에도) 엄청난 인종차별정책이 시행될 때였다. 흑인 남자가 백인 여인에게 휘파람을 불면 죽기직전까지 폭행을 당해야 했으며, 백인과 함께 고급 자동차에 탈 수도 없었다. 하지만 블루스 가수들은 달랐다. 자신들의 인기가 높아질 수록 멋진 자동차를 선물받을 수 있었고, 농장에서 노역이나 하던 신분에서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진 백인 흉내를 낼 수가 있었다. 그러니까 영화제목 '캐딜락 레코드'의 캐딜락이 의미하는 것은 체스 레코드 가수들의 부의 상징과 신분상승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사장인 레너드 체스는 가수가 인기있는 곡을 내면 저작권료 대신 캐딜락 자동차를 선물해주곤 했다. 흑인들이 그렇게 인종 탄압을 받으면서도 그들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블루스 음악이 많은 사람의 마음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체스와 머디 워터스 둘의 힘으로 1955년도에 체스 레코드는 황금기를 구가한다. 하지만 더 큰 꿈을 꾸고 있던 레너드는 윌리 딕슨이라는 작곡가겸 프로듀서를 영입해 그들의 음악을 좀 더 대중적인 화법으로 탈바꿈시킨다. 그 대중성을 지향한 첫 번째 가수로 영입한 게 바로 하울링 울프(Howlin' Wolf)였다. 그는 지금 말로 하면 짐승남의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고, 미친 존재감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블루스 가수였다. 하울링은 머디 워터스와는 반대의 이미지로 많은 여성을 매혹시켰다.
하지만 체스 레코드의 진짜 슈퍼스타는 따로 있었다. 바로 척 베리(Chuck Berry)다. 블루스와 컨트리를 교묘(?)하게 섞어 만든 음악으로 많은 백인들, 정확히 말해 백인 여성들(미성년)을 완전히 자신의 팬으로 만들었다. 그런 척 베리가 합류하면서 체스 레코드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척 베리의 등장으로 미국의 로큰롤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의 음악은 블루스/소울과는 달랐고, 백인들에게도 먹힐 수 있는 음악이었다. 무대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로 많은 사람을 사로 잡았다. 척 베리라는 기민한 로큰롤 슈퍼스타가 등장하며 흑인과 백인이 한 무리로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체스 레코드를 대표했던 여가수인 에타 제임스는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위해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다. 에타 제임스가 영화에 등장하는 것은 앞서 말했듯이 극적인 장치로서 영화에 자리잡고 있다. 바로 레너드 체스와 이루지 못한 사랑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레너드는 유부남이고 가족을 중시한다. 영화에서 묘사된 이미지는 레너드 체스가 에타 제임스를 굉장히 사랑하고 아꼈다고 생각할 만한 내용이 포함되었다. 체스와 에타의 이루지 못한 사랑처럼 체스 레코드의 마지막도 레너드 체스의 심장마비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오프닝에 등장한 윌리 딕슨이 체스 레코드를 인수해 많은 음악인을 양성했고,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대중음악사에 블루스가 가진 힘을 발휘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체스 레코드와 더불어 전성기를 구가했던 뮤지션들 모두 ‘로큰롤 명예의 전당(Rock and Roll Hall of Fame)’에 입성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한다. [캐딜락 레코드]의 내용은 흥미있게 과거의 숨은 이야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사건의 전개라는 점에서 좋은 영화인 동시에 즐겁게 볼 수 있는 음악영화다. 뮤지션으로 분한 배우들의 연기와 연주 실력은 수준급이고, 50년대 블루스 황금시대를 재현해내기에 충분했다. 영국 로큰롤 밴드인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는 머디 워터스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아 지금까지 관록있는 밴드로 이름을 남기고 있고(그들의 밴드 이름도 머디 워터스의 곡 ‘Rollin Stone’에서 영감을 받았다). 체스 레코드의 음악들은 이후에도 리듬 앤 블루스(R&B), 록(ROCK), 힙합(HIPHOP)등 여러 장르의 음악 속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다.
- 체스 레코드 뮤지션들의 업적-
레너드 체스 - 1987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 입성(비연주자부분)
머디 워터스 - 1987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 입성 (1983년 사망)
척 베리 - 1986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 입성 (로큰롤의 원조 기타리스트. 1위 곡은 MY Ding-A-Ling)
하울링 울프 - 1992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 입성(1976년 사망 - 그의 묘비는 에릭 클랩튼이 헌정했다.)
에타 제임스 - 1993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 입성 (2002년에 그래미 평생 공로상 수상)
윌리 딕슨 - 1994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 입섭 (1992년 사망, 레드 제플린과 1백만 달러 소송에서 승리, 그가 만든 블루스 음악은 밥 딜런(Bob Dylan).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 올맨 브라더스 밴드(The Allman Brothers Band).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에 의해 꾸준히 리메이크 됨.
리틀 월터 - 2008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 (1968년 사망, 독주 기악곡 “Juke”가 리듬앤드블루스 인기순위 1위. “Mean Old World”, “You're So Fine”, “My Babe”를 내놓으면서 그의 선구적인 증폭 스타일을 통해 블루스 하모니카의 역할에 혁명을 일으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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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pca (2011-06-29 17:53:30, 203.241.147.**)
- 이 영화 참 재밌게 봤었는데... 이번 주말에 아내 꼬득여서 다시 보고 싶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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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직쿤 (2011-06-28 23:54:50, 220.122.244.**)
- 로만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에서 블라디 슬로프 스필만으로 열연했던
애드리안 브로디가 나온다니... 탁월한 캐스팅이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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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승인 (2011-06-28 00:31:40, 124.53.74.**)
- 전설적인 뮤지션를 볼 수 있는 아주 멋진 영화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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