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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Diggin' In Ma Mind Vol.4: 해변으로 가요
    rhythmer | 2011-07-10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노래가 무척 많다. 하지만, 가끔 좋은 노래 좀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정말 대답하기가 어렵다. 절대적으로 좋은 노래라는 게 있을 리도 없고, 취향에 따라, 기분에 따라, 나이에 따라 혹은 국적, 장소, 날씨에 따라, 음악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국회에 앉은 의원들 마냥 변덕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Diggin' In Ma Mind'. 이 시리즈에서는 매번 새로운 주제와 조건을 가지고 10곡짜리 트랙리스트를 만들어 볼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나만의 선곡이고, 여러분은 자신의 트랙리스트를 가질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게 여름방학이었다. 이걸 회사원 버전으로 바꾸면 여름휴가 정도가 될 테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길 바라는 단 한 가지 이유가 있다면, 바로 피서를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과 친구, 혹은 운 좋게도 애인과 일상을 피해 어디론가 달아날 수 있는 계절 '여름'. 마냥 즐거워만 하지 말고 꼼꼼히 계획을 세우고 준비물을 챙겨라. 무작정 떠나기엔 우리가 사는 곳은 예약이 필수고, 시간은 촉박하다.

    바다로, 강으로, 혹은 숲으로 떠나면서 적당히 선곡된 음악을 빠뜨리는 것은 선보러 가면서 반바지 입고 나가는 격이다(여성의 핫팬츠는 무조건 환영이다). 그럴 순 없다. 그래서 적당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때로는 땀을 뻘뻘 흘리며 이 여름을 즐길 수 있고, 아니면 먼발치에서 시원한 기분을 주는 그런 음악들. 휴가길 험난한 과정을 아름답게 바꾸어 주는 음악들로 선곡했다.



    Track 01. 듀스 - 여름 안에서

    여름이 오면 일단 이 곡부터 듣는다. 만감이 교차한다. 학창시절의 힙합바지도 생각나고, 고인이 된 김성재의 모습도 아른거린다. 돈이 궁해 팔아버린 듀스 전집도 괜히 아깝다. 이 곡은 정규앨범이 아닌 당시 흔히 쓰이던 말로 2.5집인 [Rhythm Light Beat Black]에 수록되었다. '여름'에 이 곡이 제일 먼저 생각난 이유는, 딱히 한국노래라서가 아니라 내 10대의 BGM이었기 때문이다.

    Track 02. Jazzy Jeff & Fresh Prince - Summertime
    윌 스미스(Will Smith)는 여름노래에 강하다. 솔로앨범에 수록된 "Gettin' Jiggy wit It"과 "Miami", 그리고 "Switch"까지. 하지만 어느 것도 재지 제프와 함께했던 시절을 넘어서지 못했다. 재지 제프의 여유 넘치는 턴테이블 플레이와 프레쉬 프린스의 나긋나긋한 랩은 20년째 여름휴가에 꼭 챙겨야 할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연히 선크림보다 먼저 챙겨야 한다.

    Track 03. Katy Perry feat. Snoop Dogg - California Gurls
    "Gloomy Sunday"가 자살을 유발하는 곡이라면, 케이티 페리의 캘리포니아 찬가는 반대로 당신의 휴가를 조증 환자처럼 보낼 수 있게 한다. 케이티의 섹시한 가사와 스눕 독(Snoop Dogg)의 가벼운 부추김은 즐거운 기분을 내고 싶을 때 적당한 선곡이다. 단, 이 곡을 듣고 지나친 자신감에 놀러 온 아가씨들에게 추파를 던지진 마시라. 해운대 경찰서에서 마주치지 않도록 서로 유의하자.

    Track 04. Shwayze - Corona And Lime
    스웨이지의 앨범은 혹평을 받았지만, 그는 여름에 생각나는 깔끔한 작업용 트랙을 하나 남겼다. 기분이 살짝 들뜨는 드럼에 종종걸음으로 따르는 멜로디는 누군가에게 코로나 한 병을 건네기 적당한 배경음악이다. 물론, 라임을 곁들여서. 여름 밤에 권하는 맥주 한 잔은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상대가 '쏘주'만 마신다며 경상도 악센트를 쓴다면 알아서 눈치채야 한다.

    Track 05. The Dove Shack - Summertime In LBC
    워렌 쥐(Warren G)가 프로듀싱하진 않았지만, 그의 영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g-Funk 작업물로, 가본 적도 없는 롱비치 해변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지는 곡이다. 부드럽게 만진 피아노와 멤버 보 락(Bo-Roc)의 녹녹한 보컬이 시원한 기분을 주지는 않겠지만, 이 더위를 아름다워 보이게 만든다. 뜨거운 햇살과 무척 잘 어울리는 음악.

    Track 06. Olivia Newton-John, John Travolta - Summer Nights
    너무 뻔해서 빼려고 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는 곡이다. 올리비아 뉴튼 존과 존 트라볼타를 듣지 않으면 여름휴가를 갔다 왔다고 할 수 없다. 여름휴가에서 만난 그와 그녀가 당시를 회상하는 뮤지컬 형식의 곡은 영화 [그리스(Grease)]의 주제가다. 물론, 승자의 노래다. 대리만족이나 하자.

    Track 07. Damu The Fudgemunk - Summer 2004
    힙합헤드인 당신의 선곡에 친구들은 뻔한 곡들뿐이라며 핀잔을 준다. 그래서 무언가 비장의 무기가 필요하다. 이때 와이 소사이어티(Y Society)와 파나시아(Panacea)의 멤버인 다무 더 퍼지먼크가 도움을 줄 것이다. 그가 무료로 배포한 앨범 [Overtime]에는 일본의 섬세한 비트메이커들이 떠오르는 아름다운 연주곡이 있다. 고전에서 빌려 온 물결치는 듯한 건반과 흥을 돋우는 베이스는 자동차로 가득찬 휴가길에 여유를 뿌릴 것이다.

    Track 08. Nat King Cole - Those Lazy Hazy Crazy Days Of Summer
    프레쉬 프린스가 20년째 여름을 책임졌다면, 냇 킹 콜은 무려 50년 가까이 미국인들의 휴가에 동행했다. 물론, 요즘의 음악처럼 깔끔하거나 화려한 레코딩은 아니지만, 세월이 흘러도 곡이 가진 발랄한 매력은 전혀 퇴색되지 않는다. 곡이 실린 동명의 앨범은 커버아트만 봐도 연차에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다.

    Track 09. Quincy Jones - Summer In The City
    더 러빙 스푼풀(The Lovin' Spoonful)의 히트곡을 커버한 것이지만, 요즘의 세대에게는 이쪽이 더 친숙할 것 같다. 원곡도 수차례 리메이크 되었지만, 퀸시 존스의 세련된 재즈편곡은 파사이드(The Pharcyde)의 "Passin' Me By"를 비롯하여 자주 사용된 샘플 중 하나다. 뜨거운 햇살이 누그러진 밤에 모래밭에 앉아 듣는다면, 아마 그 서정미에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겠다. 헌팅에 실패했다면 더욱더.

    Track 10. Eric Benet feat. India Benet - Summer Love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다. 하지만 당신은 지난 며칠간, 휴가라는 이름으로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말았다. 이건 휴가가 아니라 노동이었다. 그럴 때, 에릭 베네와 그의 딸 인디아가 함께 부른 이 곡은 당시의 좋은 기억만을 떠오르게 하여 회복을 도와줄 것이다. 음악은 요란하지 않지만 어딘지 즐겁고, 부녀의 화음은 흐뭇하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황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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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equip (2011-07-18 00:33:26, 211.109.207.***)
      2. 우와왕.. 곡들 다 좋네요

        전 L.V. 의 throw your hands up 살포시 추가

        이번 cool kids 신보의 summer jam 도 좋더라구요
      1. tical (2011-07-16 00:13:53, 180.227.26.***)
      2. 여름 휴가에는 뭐니뭐니해도 the beach boys가 본좌라고 생각ㅋ Kokomo하고 surfin' usa는 정말 여름을 위해 태어난 곡ㅋㅋ
      1. 마틴루이더킹주니어 (2011-07-14 00:36:39, 216.114.194.***)
      2. Beautiful by Snoop & 뽀뤨
      1. djyd (2011-07-11 09:53:37, 180.231.22.**)
      2. 여름엔 비치보이스,빅마운틴,이너써클,ub40 형들이 최고죠!
      1. 투명인간 (2011-07-10 23:18:49, 116.47.153.**)
      2. 여름하면 Snoop Dogg + Neptunes 죠.
        Beautiful, Perfect, Signs, Let's Get Blown..

        Robin Thicke랑 Pharrell이 같이 했던 Wanna Love U 도 괜찮은 듯
      1. killakim (2011-07-10 20:07:52, 175.197.179.***)
      2. Eric Bennet -> Eric Benet
        오타 수정 부탁드립니다~
        수정되면 지울게요.
      1. howhigh (2011-07-10 17:05:05, 124.54.125.**)
      2. LL COOL J ft. Amerie - Paradise 곡이랑 뮤비도 참 좋아하고
        Snoop Dogg ft.feat. Pharrell, Charlie Wilson - Beautiful 이 곡도 시원시원한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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