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필름 블랙스⑧ Hustle & Flow '우리들의 일그러진 꿈을 위하여'
- rhythmer | 2011-07-22 | 1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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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유명한 래퍼가 되고 싶지만, 현실은 시궁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삶을 살고 있다. [허슬 앤 플로우, Hustle & Flow](2005)는 한 남자의 절절한 투쟁과 열정적인 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꿈을 이루려면 대가가 따라야 한다는 인생의 진리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 작지만 알찬 뮤지컬 영화다. 물론, 포주의 행위를 정당하다고 영화는 항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연출은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듯 캐릭터에 대한 중심을 잡고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것이 [허슬 앤 플로우]의 미덕인 동시에 찬사를 받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타이틀 롤을 맡은 배우는 이제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한 테렌스 하워드(Terrence Howard)다. 그는 주인공 '디제이(DJ)’를 맡지 않으려고 1년 동안 거절했었다고 한다. 이유는 자신이 과거에 맡았었던 포주, 마약상, 깡패 등 부정적인 캐릭터를 더는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렌스 하워드는 연출을 맡은 크레이그 브루워(Craig Brewer)와 존 싱글톤(John Singleton)의 지난한 설득 끝에 주인공인 디제이를 연기한다. 테렌스 하워드는 자신의 캐릭터에게 강인한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그가 연기하는 디제이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많이 보았던 갱스터 영화, 혹은 다른 할리우드 영화에서 등장했던 포주 캐릭터와는 사뭇 다른 얼굴의 남자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가 시작되면, 디제이의 철학이 시작된다. 뭔가 있어 보이고, 세상을 똑바로 살고 있다고 말하는 남자 같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10분도 안돼서 우리는 그가 매우 파렴치한 포주라는 것을 알게 된다. 디제이는 매춘 사업도 하고 대마초도 거래하면서 입에 풀칠하는 정도의 삶을 꾸려간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물건을 구입하는 바(Bar) 사장에게서 솔깃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바로 이 곳 '멤피스(미국 중남부의 도시)’ 출신의 인기 래퍼 '스키니 블랙(Skini Black - 루다 크리스)’이 독립기념일에 맞춰 고향을 방문해 자신의 바에서 파티를 벌인다는 것. 주인은 디제이에게 정보를 알려주며 좋은 물건(?)을 가져오라 말한다. 이때부터 디제이는 음악에 대한 미련을 어렴풋이 기억해 낸다. 그렇다고 디제이가 당장 꿈을 이루기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그 이야기에 디제이도 설레기는 하지만 그의 인생은 하루하루 빌어먹고 사는 포주의 굴레를 벗어 날 수가 없다.
매일 하릴없이 지내던 디제이는 우연히 대미초를 원하는 동네 부랑자한테 작은 건반을 대마초 값 대신 받는다. 그 순간이 바로 디제이가 스키니 블랙에게 닿을 수 있는 인연의 시작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디제이가 잊고 지내던 꿈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디제이는 우연히 편의점에서 어렸을 적 친구인 케이(앤소니 앤더슨)를 만나고, 그가 녹음하는 현장인 교회에 앉아서 조용히 성악 가수의 성가 녹음을 듣게 된다. 나는 이 장면이야 말로 [허슬 앤 플로우]의 최고의 장면이자 디제이의 운명이 180도 바뀌는 전환점이라 생각된다. 신(God)의 계시라고 표현한다면 다소 무리일 수도 있지만, 영화의 초반에 등장하는 이 장면이야 말로 디제이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인물로 내면의 변화를 맞이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나타내기 위한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조그마한 건반을 손에 넣은 디제이는 케이에게 정식으로 데모 앨범을 녹음하자고 제안하고 그 둘은 의기투합해 녹음을 준비한다. 그리고 음악에 조금 더 매력적인 소리를 입혀줄 음악 프로듀서로 교회에서 피아노를 치는 '셸비(DJ 퀼트)'까지 불러들여 자신의 집에 스튜디오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녹음을 시작한다.
디제이의 집에는 모두 세 명의 여성이 있는데, 두 명은 흑인이고, 한 명은 백인이다. 물론, 그들은 모두 '매춘부'다. 첫 번째 인물 '셔그'는 현재 임신을 해서 매춘을 잠시 쉬고 있고, 또 다른 인물 '렉서스'는 랩-댄스 클럽에서 돈을 번다. 그녀는 더 이상 낮에 매춘을 하지 않겠다고 디제이와 결판을 낸 상태다. 그리고 백인 여성인 '놀라' 캐릭터가 가장 디제이와 닮아 있다. 디제이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놀랍지만, 도덕과 윤리 앞에선 나약한 인간일 뿐이며 우리는 과연 그를 정당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극단적인 선택에는 많은 고민이 발생하겠지만, 그것은 보는 이들의 결단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제이는 현실의 포주와 이상적인 래퍼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는데, 이 캐릭터가 매우 매력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사이를 완벽히 오가는 테렌스 하워드의 연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악당의 이미지인 포주와 꿈을 이루려는 래퍼 사이의 간극을 영화를 보는 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확실히 심어주고 있다. 분명히 포주가 나쁘다는 것을 그도 알지만, 자신이 포주를 하지 않으면 더는 녹음을 할 수 없다는 모순도 함께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극단적인 디제이의 고뇌, 혹은 속죄하는 표정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우리가 정확히 알아 맞힐 수 있는 표정의 의미는 어떤 것도 없다. 그것이 크레이그 브루워의 좋은 연출이라 생각된다.
앞서 말했듯이 디제이와 한 집에서 사는 세 명의 매춘부 중에 두 명의 매춘부가 이 영화의 메인으로 등장하는데 셔그와 놀라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셔그는 현재 임신한 상태이고, 이상한 아이가 태어날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마음속엔 오직 아이가 건강하길 바라는 것 밖에 없다.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디제이에게 놀라는 구원의 여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녹음을 시작한 디제이를 보호해 수 있는 실질적인 첫 번째 인물은 바로 놀라가 되는 것이다. 돈을 벌어주고 첫 번째 투자자가 된 인물인 놀라는 자신의 꿈이 뭔지도 모른다. 그녀는 어딘가 모르게 좀 멍청해 보이지만, 자존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디제이의 데모 음악 녹음 진행 도중 싸구려 마이크 때문에 녹음이 힘들게 진행되자 마이크를 구입하러 간 상점에서 디제이는 늙은 주인에게 놀라를 연결 시켜준다. 극도의 수치심을 얻은 놀라는 그런 상황이 싫다고 울지만 꿈도 없고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더욱 혼란에 빠진 인물로 묘사 된다. 바로 오프닝 장면에서 놀라에게 주저리주저리 떠들던 속 빈 강정 같았던 디제이의 모습이 놀라의 항변과 교차되는 장면이다.
이렇듯 주인공 디제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디제이 옆에 얽혀 있는 조연들 모두에게 감독은 애정을 쏟아 붓는다. 디제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인물의 힘과 매력이 바로 주변의 여러 인물에게 전해지고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허슬앤 플로우]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힘이다. 특히 디제이에게 헌신하는 인물인 셔그는 디제이가 스키니 블랙을 만나러 가는 날 그에게 특별한 선물을 전해주고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말한다. 셔그는 과거에 그에게 어떤 진심도 얘기하지 않았을 거라 짐작할 수 있는 이 장면에서 '노래 녹음을 시켜주던 날 자기 자신이 굉장히 특별해진 것 같았다.’라고 얘기한다. 셔그는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와 임신한 자신을 버리지 않고 지켜주는 디제이를 마음속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디제이의 제안을 받은 다음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 했던 케이도 마찬가지 인물이다. 능력있는 부인 덕분에 큰 탈 없이 살았던 그에게도 숨겨져 있던 꿈이 있던 것을 영화를 보는 이들이라면 쉽게 눈치 챌 수가 있다. 케이 속에 숨겨져 있던 꿈을 꺼내 준 인물이 바로 디제이이기 때문이다. [허슬 앤 플로우]의 모든 주요 캐릭터들은 그렇게 닮아 있는 모습으로 서로의 옆에서 존재하고 있다. 이런 캐릭터의 창조와 생명력은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고 안정된 연출이 이룬 결과물이다.
디제이가 스키니 블랙을 만났는가 하는 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와 함께 전국 공연을 다니고 유명한 래퍼가 되는 것 따위는 처음부터 포주의 삶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디제이를 중심으로 여러 사람은 그가 꿈을 꾸기 시작한 순간부터 함께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이다. 셔그와 놀라, 그리고 케이와 셀비도 모두 디제이와 함께 그것을 이뤄내는 지점에서 영화는 끝이 난다. 이것이 해피엔딩이냐고 묻는 다면 나는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엔딩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끝이 있어도 사람과 사람이 사는 일에 엔딩 따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기 직전 두 명의 교도관이 디제이에게 자신들의 데모 테잎을 전할 때 그들에게 말한다. "누구나 꿈은 꿔야 한다."라고. 그리고 카메라는 감방으로 돌아가는 디제이의 얼굴을 오프닝과 마찬가지로 클로즈업 샷으로 보여준다. 디제이의 눈은 우리를 응시하면서 말하고 있다. "모두들 어서 꿈을 꾸라고!"
덧붙이자면, [허슬 앤 플로우]를 아직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영화를 보려면 먼저 영화음악은 듣지 말고 보길 권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2005년에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과 촬영상을 받았고, 2006년에 열린 제7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아카데미는 매우 보수적인 영화상 시상식이고, [허슬앤플로우]는 매우 저돌적인 독립 영화다. 재미는 당연한 것이고, 감동은 무한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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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ka 진옹 (2011-11-11 21:29:38, 218.38.69.*)
- 말그대로 PIMP의 진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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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히 워럽 (2011-07-25 22:35:07, 118.220.112.***)
- 진짜 감동깊게 본영화인데 여기에서 기사로 올려주시네요
전 셔그가 노래할때 전율이 돋았다는 휴~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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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yd (2011-07-25 16:26:24, 119.203.243.***)
- 에잇마일보다 한수위인듯,,정말 재밌게 봤었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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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SBEE (2011-07-24 00:33:17, 211.195.119.**)
- 진짜 게로 힙합 .. 이영화 좀 짱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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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억시니 (2011-07-23 06:38:24, 110.47.66.**)
- 저도 예전에 정말 재밌게 봤던 영화입니다, 몇 번 듣지도 않았는데 극 중 디제이의 힛송이 지금도 기억나네요 hoop that tr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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